'레인맨'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9.28 달동네 책거리 97 : <소문>
  2. 2009.10.09 <소문> - 오기와라 히토시
  3. 2009.06.23 레인맨 (2009.06.21. PM : 3:00)
달동네 책거리2010. 9. 28. 08:18

<소문> - 오기와라 히로시


몇 년 전 출판된 <마케팅 2.0 iWOM>이라는 책을 아십니까?
마케팅 2.0 시대의 새로운 이론이자 홍보 기법이었던 WOM을 설명하는 책이었죠.
(지금은 벌써 마케팅 3.0 세대이니 시간 참 무지 빠르네요. 뭐 솔직히 2.0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말이죠.)
"WOM"은 Word of Mouth의 약자로 쉽게 말하면 “입소문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WOM”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확산되는 모든 언어, 비주얼, 행동, 유행 등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즉, 입소문을 사회적 확산의 형태로 확장한 개념이죠. 이 WOM의 마케팅 기법을 이용한 모든 전략은 “iWOM"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설명하니 왠지 머리가 복잡하죠?
그럼 이 방법은 어떤가요?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미 있게 각인된 어떤 것이 있다면 일주일동안 평균 2.5명에게 그것을 직접 말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게 negative한 것이든 positive한 것이든 말이죠.
그런 식으로 구전에 구전이 계속 되다보면 일주일이면 무려 10만 명에게 각인됐던 내용이 전달된다고 하니 우습게 여길 일은 절대로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 "WOM 마케팅“이론을 가지고 발 빠르게 소설을 쓴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것도 사이코 서스팬스 소설을 말이죠.
1956년 태어난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는 일본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모방범>, <낙원>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여성의 시각과 감성으로 사건을 보고 풀어나갔다면 오기와라 히로시는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입장을 응용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고 할까요?
꼭 여성과 남성의 중간에 서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생물학적으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감성적으로 그렇다는 의밉니다.

"한밤중에 시부야에는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대!"
신제품 향수 뮈리엘을 둘러싼 소문의 내용입니다.
상품의 광고를 위해 은근히 WOM마케팅을 이용한 거죠.
향수 모니터를 위해 모여든 패션 감각이 남다른 여고생들에게 설문 조사(표면적 의도)를 하면서 기획회사 사장은 지나가는 말로 이런 거짓 소문(실질적 의도)을 은근히 흘립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말이죠.
사실 “WOM" 마케팅은 인간의 뒷담화 욕구와 모방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뒷공작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Dark side of the moon 이죠.
성공만 한다면 low cost에 비해 엄청난 high return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죠. 모든 기업의 최대 목표이자 영원한 숙제인 ”low cost-high return"
“WOM 마케팅”은 확실히 이 전제에 정확히 부합되는 전략이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성공했을 때의 일이지만요.
negative한 WOM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도산하는 회사도 생기는 현실이기에 이제 소문을 그저 단순히 소문으로만 듣고 넘기기엔 위험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분명히 “아니 뗀 굴뚝에 연기는 나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WOM이 퍼지는 가장 큰 심리적 요인을 꼽으라면 아마도 인간의 잠재적인 공포와 불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 아니야?”, “나 혼자 유행에 뒤떨어 진건가?” 혹은 “나만 모르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 현대인의 신경증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은밀한 공포감의 일종이죠.

뮈리엘의 향수와 관련된 소문과 똑같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시부야의 공원.
발목이 잘린 10대 소녀의 시체.
범인을 찾지 못한 체 우왕좌왕하는 사이 두 번째 사건 현장이 발견되고 시체의 두 발목은 역시나 잘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사건의 희생자는 담당 남자 형사 딸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남형사와 파트너로 함께 두 피해자의 방을 조사하던 여형사는 그곳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죠.
뮈리엘 향수병과 두 사람 모두 그 향수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을 말이죠.
결국 경찰 조사는 광고회사와 광고를 위탁받은 기획회사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도시괴담이 되어버린 살인자 레인맨!
그리고 레인맨에 의해 자행된 쾌락 살인의 정체!
사건의 해결은 세 번째 시체가 발견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세 번째 시체는 비록 한 짝이긴 하지만 잘린 발목 하나가 함께 발견됩니다.
거꾸로 칠해져 있는 페티큐어의 꽃다발 방향과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페티큐어 색, 그리고 세 번째로 발견된 사건 현장이지만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 즉 그 사건은 뮈리엘 향수 관련 소문의 시작일보다 훨씬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죠.
그렇다면 향수 뮈리엘은 정말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까요?
아니면 계획된 잔인한 홍보 프로젝트의 연속이었을까요?
10대 소녀의 잘린 발목.
여성의 발에 대한 페티시즘(Fetishism)을 가진 성도착자에 의한 범죄?
인격체가 아닌 물건이나 신체 부위 등에서 성적 만족감을 얻는 페티시즘은 원시 신앙 중 하나인 주물숭배와 비슷한 현상으로 성적 도착증의 하나죠.
온전한 인격체로서의 인간 전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특정 신체 부위를 사랑하고 집요하게 집착하는 정신 이상 증상이죠.
물론 범인이 페티시즘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묘하게도 이 소설은 사건의 시작과 사건의 결말이 서로 교묘히 교차하면서 엇나갑니다.
이야기는 사이코 서스팬스 소설치고, 그리고 일본소설 치고는 촘촘하지 않고 엉성한 편입니다. 시작의 강렬함을 끝까지 쭉 끌고 가진 못하죠.
결말 부분의 반전도 사실 조금 예상했던 내용이라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았지만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충격적이었던 건 WOM이란 마케팅 이론을 적용해서 하나의 꽤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참신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문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요즘의 마케팅 기법과 홍보이론들을 엿보는 재미도 제법 있습니다. 낯선 세계를 들여다보는 “지적 관음증”의 발동이죠.
제가 지금 사이코 서스팬스 소설을 소개하면서 마케팅의 재미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뭐 이것도 독서의 매력이라고 박박 우기렵니다.
의외의 발견에서 오는 만족감이었다고...
혹시 본격적인 일본 추리 소설을 읽고 싶다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네요.
이야기가 좀 길긴 하지만 촘촘한 구성과 지적인 기발함, 괴이함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상 별 희한한 재미로 책읽기를 하기도 하는 달동네 책거리였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9. 06:33
사이코 서스펜스, 미스터리나 수사물에 강한 일본
가끔 생각한다.
그들의 뭔가가 우리와 다른지를...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낙원>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3권, 2권씩 만들어 내는 나라,
그것도 각각의 권수 하나도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온다 라쿠의 약각 신비주의적인 소설들도 그렇고......

오기와라 히토시의 <소문>
우연히 지하철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WOM(Word of Mouth:입소문 마케팅)이 모티브인 소설
"WOM의 규칙"
통상적으로 한사람이 일주일에 2.5명에게 입소문을 내게 되면
한 달이면 10만 명이 그 소문을 듣게 된다는...
몇 년 전에 등장한 새로운 마케팅 이론 (엄밀히 말한다면 결코 새로운 이론은 아니지만...)
기존의 TV나 잡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용어
현대는 WOM 마케팅 시대!



신제품 향수 뮈리엘를 홍보하기 위한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제품에 대한 소문을 은근히 슬쩍 퍼뜨린다.
유행에 민감하고 남다를 감각을 가진 특정지역의 여고생이 그 대상자.
"한밤중에 시부야에는 뉴옥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대!"
소문의 내용을 이렇다.
그런데 실제로 이 소문과 똑같은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10대의 소녀 3명이 차례로 발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는...
이야기를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수사를 진행하는 고구레 형사 주변과
향수 마케팅을 기획한 대기업 광고회사 직원 나시자키 중심으로.



희생된 소녀들의 공통된 특징.
그녀들의 방에서는 비슷한 냄새가 감지된다.
향수 뮈리엘의 향.
그녀들의 공통점은
모두 뮈리엘 향수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
입소문의 근원지를 따라가는 수사의 과정
그리고 의심의 축이 되는 홍보 기획사 컴싸이트 여사장의 은밀함.
이 소설은,
WOM이 일종의 negaitive approach로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일부러 제품이 결점을 드러내 눈길을 끌거나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공포심을 조장하는 접근방식
기발한 마케팅 이론의 침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다분히 엽기적이며 때로는 협오감과 불쾌감까지도 남기는 일본의 사이코 서스펜스 소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재미와 충격으로만 읽히지는 소설은 결코 아니다.
사건의 전개와 최후의 기막힌 반전까지
스토리의 짜임새는 마지막 한 장까지 긴장감을 품게 한다.
"죽이고, 추적하고, 찾아내고, 해결하고.... 혹은 반전의 한마디를 남기고..."
일반적인 서스펜스의 구조를 아주 충실히 따라가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독특한 재미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 이론의 기막힌 적용까지...
어떻게 소설 속에 WOM과 negaive approach를 연결시킬 생각을 했을까?
그 접근이 무척 신선하고 참신하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기나오싹" 한 이야기 ^^

* 기나오싹 : 기분 나쁘고 게다가 오싹하다는 뜻으로 이 책에서 형사의 딸 나쓰미가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했던 단어.
                 이야기 결말에서 반전의 단어로 쓰이는 결정적 한 마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23. 06:38
1988년 개봉했던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레인맨>을 기억하는가?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4개 상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0여년 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
아직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킬링필드>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게 아닌
내 돈을 내고 최초로 봤던 영화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의 위대함이여~~ ^^)



영화를 보는 내내
톰 크루즈의 잘생긴 얼굴보다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어린 눈에도 엄청나 보였던 기억.
"저 사람 정말 자폐아 아니야!!"
솔직히 감동을 받았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대로 이해나 했을까....)
그 영화의 몇 장면들은 아직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아  형 "레이먼드 바비드"와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동생 "찰리 바비드"
어느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만약, 내게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형제가 어느날 나타난다면....
그것도 같은 부모밑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탈렌트와 영화배우로 유명한 임원희. 이종혁의 뒤를 이어
멋진 연극배우 김명민과
감초역의 코믹 연기의 대가 뮤지컬 배우 김성기.
그 둘이
레이몬드와 찰리를 연기했다. 



씁쓸했던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두 사람이 공연했을 때와
공연료 차이가 달라졌다는 사실 (30000 -> 25000)
대중의 힘이라는 게 가격까지도 조정하는구나 싶어
왠지 연극인들이  설움에 공감하게 된다.



<햄릿>, <에쿠우스>, <나쁜 자석>
그리고 그는 기억하기 싫겠지만 첫 뮤지컬 <카르멘>까지 (그건 좀..... @@::)
내가 아는 김영민은
연극 위에서 그대로 꽃이 되는 사람이다.
그의 몰입력은 신비감까지도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의 무대를 오랫만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랬다.
그리고 그 설램에 대한 보상을 그는 역시나 해줬다.
그의 눈물...
그 간절함과 미안함과 절실함.
어쩌면 내리는 빗소리보다 내겐 더 큰 빗소리로 남겨졌는지 모른다.



내겐 적격인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기억되는 뮤지컬 배우 김성기1
<사랑은 비를 타고>의 소심쟁이 노총각 형,
<벽을 뚫는 남자>에서 열연했던 일인다역 (그의 알콜중독 의사는 꺄아~~~),
<미녀는 괴로워>에서의 성형외과 의사에 이어, <자살 여행>까지...
그의 코믹연기는 그야말로 물이 오를데로 올라
마치 실생활도 그렇지 않은지 의심하게 만든다.
왠지 빈 듯한 헐렁함 속에 꽉꽉 채워진 치밀함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잇는 매력 포인트!



매표소 앞에 붙어 있는 홍보물.
역시 대중의 힘은 어디든 강력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여파가 이곳 공연장까지 이어지길
얼마나 바랬을까.....
(그러나 역시 대중은 대중이다!)



2시간 가량의 연극을 보면서
혹시, 
나도 <레인맨>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자나도 레이몬드는 동생 찰리를 잊지않고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매 순간순간을 전부다 기억하고 있었다.
찰리는 발음이 명확해지기도 전에 그 형을 떠나 보냈다.
(형의 자폐 증세가 동생에게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한 아버지에 의해...
그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장남 레이몬드는 눈물로 병원에 맡겼다)
찰리의 불명확한 발음은 레이몬드를 레인맨으로 만들었다.
그 레인맨은 찰리의 힘든 순간을 함께 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자신만이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친구.
자신이 만든 <레인맨>
그렇게 알고 있었던 찰리....



형과의 재회로 찰리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와의 관계까지도 회복한다.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했던 한 가정을 꾸미기까지도...
혹 마음속에 잃어버린 것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찾아보라!
어쩌면 바로 거기서
당신의 관계 회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연극 사이사이  흐르던 비틀즈의 노래와 빗소리
그리고 소극장에서 처음 만난 회전 무대
무대가 돌아가는 소음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레인맨>과 완전한 소통의 관계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