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1. 25. 08:22

트레비 분수에서 판테온 방향으로 걸어가다 외형부터 포스가 남다른 성당을 만났다.

성 이냐시오 성당(Chieas di S.Igmazio)

이 성당의 정식 명칭는 "캄포 마르초의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성당(Chiesa di Sant'Ignazio di Loyola a Campo Marzio)이다.

이냐시오(Igmazio 1626~1650)은 예수회의 설립자로 후에 성인으로 추대됐다.

이 성당은 추기경에서 할당되는 로마의 명의본당 가운데 하나로

추기경 루도비시에 의해 1626년 착공을 시작해서 1650년 완성됐다.

원래는 로마 대학교 담당 사제의 본당으로 사용했었다고.

전형적인 바로크 건축물답게 외형부터 웅장하고 화려하다.

365년의 시간을 지켜온 대리석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진심으로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뭔가 안정감이 있으면서 고요해지는 느낌.

건물 앞에서 이미 두 손이 모아지면서 나도 모르게 공손해지더라. 

 

 

성당 안으로 들어가봤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고개를 들어 천정화를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림 속 사람들이 실제로 꿈들대면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 엄청난 천장화를 그린 사람은 예수회의 화가 안드레아 포초(Andrea Pozzo, 1642~1709)다.

그는 이 성당 천정에 입체적인 천국을 만들어놨다.

저 멀리 천국으로부터 천사들이 내려오는 모습은 장관이더라.

바로크 미술의 기법 중 하나인 착시현상을 이용한 콰드라투라(Quatratura) 기법이라는데

입체감과 원근감이 손에 잡힐듯 살아있다.

천정에 있는 돔도 실제 돔이 아니라 착시현상을 이용한 그림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건물 외형에 돔이 없긴 했으니 깜빡 속을뻔 했다.)

천정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신이 위대한건지, 인간이 위대한건지 모르겠다는...

 

 

성당 바로 앞에 있는 자그마한 광장은 

건물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원형의 안정감이 준다.

만약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이첼을 앞에 놓고 오랫동안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것 같다...

(초등학교 다닐 때 그림 잘그린다는 소리를 제법 많이 들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이 올라가면서 그 재능에 완벽한 종말이 왔다.)

조그만 광장을 지나 판테온 방향으로 가다가

건물과 건물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보여 사진에 담았다.

살짝 영화 향수가 떠오르기도 했고...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유럽의 돌길도 한 장.

걸을때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돌의 질감과 모양이 지금도 그립다.

돌과도 사랑에 빠질 수 있구나 폭풍 공감하게 했던 길들.

요즘도 매일 2시간씩 걸으면서 나는 이 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길의 생명력은 사람들이 걸어줘야만 길어지는 거라고...

그렇다면 이 길들은 적어도 내게만큼은 영원한 생명을 지닌 불사조다.

아직까지도 나를 내내 걷게 만드니까...


나는 걷는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9. 1. 09:01

피렌체에서 12시 38분에 출발한 기차는

오후 2시 10분에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여행을 준비할때부터 로마의 극악스런 소매치기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고

그 중에서도 테르미니역이 가장 위험하다고 해서 조금 겁이 나긴 했다.

그래도 다행히 숙소가 테르미니역과 가까워 그다지 헤매지 않고 San Marco hotel를 찾았다.

조카와 동생을 이끌고 들어가 호텔 프런트 여직원에게 바우처와 여권을 내밀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여직원이 예약자 명단을 한참 확인하더니 연방 미안하단다.

순간 느낌이 오더라.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이...

어쩐지 이번 여행은 숙소와 교통편이 매번 수월했다 싶었는데

결국 마지막 여행지에서 호텔 오버 부킹과 맞닥뜨렸다.

다행히 호텔측에서 연계된 근처 동급 호텔로 예약을 해놔서 문제는 간단히 해결이 됐다.

Hotel Galles라는 곳이었는데 결론적으론 괜찮은 곳이었다.

살짝 고풍스럽고 아늑한 호텔이었고 무엇보다 프런트에 계신 할아버지가 아주 친절했다.

어떻하냐면서 이 호텔에 있는 동안 불편한게 있으면 말하란다.

매번 얼굴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면서 오늘은 어디를 갈거냐며 물어보셨다.

낯선 사람에게 대체적으로 무심한 나지만 할아버지의 관심과 친절이 싫지 않더라.

(아무래도 꼬맹이와 두 명의 여자가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숙소에 집을 풀고 나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테르미니역에서 84유로를 내고 로마패스(Roma Pass) 3 매를 구입한 일이다.

로마 패스만 있으면 2박 3일 동안 로마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박물관과 유적지 두 곳도 로마 페스로 입장이 가능하고

세번째 부터는 학생이나 단체 요금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할 때도 개인이 아닌 단체관람 라인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대서 아무 고민없이 구입했다.

그런데 현실은...

대중교통만 몇 번 이용했을뿐 박물관과 유적지는 단 한 곳도 이용하지 못했다.

시간 안배도 제대로 못했고 

어찌어찌 도착하면 closing time에 걸려 입장도 못했다.

84유로면 여행자에겐 엄청난 금액인데...

 

 

테르미니역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베네치아 광장에 있는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

로마인들은 이 통일기념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주변 건물들과 이질적인 구조와 색감이라 타자기, 절단된 웨딩케익이라고 놀리듯 부르기도 한다고.

하긴 이 건물이 로마의 황갈색의 로마에 어울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한때 철거론도 거세게 일어나기도 했단다.

아마도 고대 로마의 중심지인 포로 로마노 일부를 대범하게(?) 가리는 황당함도 못마땅했을테고!

하지만 난 이 건물이 꼭 보고 싶었다.

그 이유는 통일 이탈리아 왕국의 초대왕 엠마누엘레 2세의 기마상 때문이었다..

건물 아래에서 올라다보면 사실 그 크기가 전혀 가늠이 안되는데

기마상이 완성된 후 청동 말의 뱃속에서 관계자들이 파티를 열었단다.

 

 

로마에 대한 책을 읽다가 그 현장을 찍은 사진을 봤는데

술잔이 놓인 기다란 탁자 주변에 19~20명 정도의 성인 남성이 한 곳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책을 보면서도 에이, 설마... 조작 아니야... 그랬더랬는데...

(그 순간 현대의 로마가 고대의 로마만큼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거대한 위엄보다는 장난감같은 귀엽성이 느껴졌다.

거대한 기마상의 아무렇지 않게 집어 삼킬만큼 통일기념관의 크기가 큰 게 원이이었겠지만 말이다.

 

 

 

포로 로마노 (Foro Romano)

로마 패스를 사용할 수 있겠구나 좋아했는데 입장시간이 종료돼 결국 겉에서만 둘러봤다.

가장 신성한 곳인 베스타 신전과

농업의 신을 모시던 샤투르누스 신전,

시저가 부루투스에게 암상당한 원로원을 눈 앞에 있는데 들어갈 수 없다니 너무 서운했다.

일정이 짧아 다시 오지도 못하는데...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 여행객들이 불같은 질투의 눈길만 퍼부었다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은 르네상스시대의 최대 피해자다.

그 당시 엄청난 권력을 가졌던 교황과 귀족들은

이곳의 석재들을 무분별하게 가져다가 자신들의 저택을 지었다.

아마도 그들의 눈에는 고대 로마의 중심지가 거대한 채석장으로 보였나보다.

권력이란 이름으로 파헤쳐지고 파괴되는 역사의 흔적 앞에 코끝이 찡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길은 역시 로마로 통하더라.

 

 

포로 로마노 주변의 아름다운 길들.

포로 로마노에 들어가지 못한 서운한 마음이

이 길들을 천천히 걷는 동안 말끔히 지워졌다.

저물어가는 햇빛과 촘촘한 돌길.

따지고 보면 그저 길일 뿐인데

이 길 앞에만 서면 세상에 부러울게 전혀 없다.

 

길이 없다면 떠날 이유 역시 없다.

그리하여

여행은 항상 내겐 "길"이다.

 

포로 로마노.

과거와 연결과 로마의 현주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1. 06:31
새벽에 일어나 Balloon Tour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푸짐하기로 유명한 이쉬타르의 아침을 먹었다.
열 개도 넘는 과일과 빵이 나오는 이쉬타르의 터키식 아침은 한국에서 아침을 그냥 넘겼던 내 위에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솔직히 아침 한끼만 먹어도 하루 종일 든든하다.
식사를 하면서 뒤늦게 시작했는지 8시 30분이 넘었는데 balloon이 한 두개 떠있었다.
지금 저 위에 있는 사람들도 밑에서 보는 사람들만큼이나 황당하겠구나 싶어 안스러웠다.
백여개가 넘은 balloon이 일제히 하늘 위에 떠 있어야 하는데...
참 뻘쭘하고 서로 민밍한 광경.


아침을 먹고 괴레메 오토갈을 지나 야외박물관(입장료 15TL)까지 물 한병을 들고 걸어올라갔다.
로마와 이슬람의 핍박을 피해 숨어든 기독교인들이 만든 거대한 성채들.
그 밀집된 동굴교회를 그대로 박물관으로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곳에 1년 365일을 뜻하는 365개의 동굴교회가 있다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놀라울뿐이다.
곳곳에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걸로 봐서는 전체가 개방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 개방된 곳도 보수 문제로 몇 군데 폐쇄되어 있었다.
오른쪽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성 바실리우스 교회 -> 엘말르 교회 -> 성 바르바라 교회 -> 알란드 교회 -> 수도원 식당 ->카란륵 교회 (요금 8TL 별도)
-> 성 캐서린 교회 -> 차르클르 교회 -> 여자 수도원을 차례로 볼 수 된다.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차르클르 교회와 여자 수도원이 개방을 중단한 상태였다.
차르클르 교회에 있는 프레스코화를 꼭 보고 싶었는데...
(입구 바로 위에 아야소피아에 있는 그림과 비슷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그리고 괴레메 오토갈로 다시 내려오면서 토칼리 교회까지 잊지 않고 둘러보면 야외박물관의 관람이 끝난다.
토칼리 교회는 야외박물관 티켓을 보여줘야만 입장이 가능하니 부디 버리지말고 잘 보관하시길...

 





* 성 바실리우스 교회
주로 붉은 색을 사용한 벽화가 그려져있다.
정면 벽에 예수의 상반신이 비교적 크게 그려져 있고 좌우 벽에는 말을 탄 두 명의 사도 벽화가 있다.
남쪽 벽에는 뱀과 싸우는 성 그레고리우스, 북쪽에는 성 테오도르의 성화가 있다.

* 엘말르 교회
두 개의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데 단체관광으로 대기줄이 무척 길었던 곳.
(도중에 새치기하는 사람도 많고 그걸 제지하는 사람도 있고...)
정중앙 돔에 예수가 그려져 있고 그 바로 뒤에 천사 가브리엘의 성화가 있다.
왼손에 공 모양의 십자가가 그려진 것을 들고 있는데 모양이 사과 같다고 해서 엘말르(사과)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성화는 얼굴 부분, 특히 눈부분이 많이 훼손되어 있는데
이슬람에서는 눈을 없애면 상대를 완전히 죽였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종교의 치열함과 간절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현장.

* 성바르바라 교회
기독교 박해 시대에 예수를 믿었던 여인의 이름을 딴 교회로 그녀의 행적을 기르기 위해 지은 교회다.
바르바라는 이교도를 신봉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금되어 결국 죽임을 당했단다.
중앙에 말을 타고 뱀과 싸우는 두 사람의 벽화가 있는데
괴레메 야외박물관 동굴교회에 많이 그려져있는 성 그레고리우스와 성 테오도르가 이단과 싸우는 모습이다.
오른쪽에는 순례객들을 축복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잇는데
세 손가락을 핀 건 삼위일체를 뜻하는 손짓.

* 일란르 교회
이곳에도 뱀과 싸우는 성 그레고리우스와 성 테오도르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일란르"라는 단어가 터키어로 '뱀'이라는 뜻이란다.
그 성화 옆의 두 사람은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니투스 호아제와 그의 어머니 헬레나다.
오른쪽 벽면에 그려져 있는 세 명의 성인은 성 바실리우스, 성 토마스, 성 오노프리우스다.
오노프리우스를 자세히 보면 얼굴에는 수염이 있고 가슴이 불룩하게 나와있다.
원래 그는 여자이었으나 방탕한 샐활을 하다 은혜를 입어 죄를 회개한 후 남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고 결국
남자로 변하게 됐다는 전설을 가진 여인이다..

* 카란륵 교회
야외박물관 동굴교회중에 프레스코화의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곳으로
창문이 작아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어둠의 교회"또는 '암굴교회" 라고도 불린다.
그림의 보존 상태가 좋은 이유도 바로 이 작은 창문 때문.
올라가는 길도 매우 좁고 여기 역시도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
"예수상"과 "최후의 만찬", "예수의 일대기" 등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눈은 역시나 무자비할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 토칼리 교회
야외박물관을 나와서 괴레메 오토갈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교회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큰 규모란다. 
교회이 이름이 토칼리인 것은 내부 천장에 그려진 혁대고리(토칼리) 모양의 무늬 때문이라고.

대부분의 동굴교회 내부 프레스코화는 사진찍는 게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 제발이지 기를 쓰고 찍지 않았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람들을 보면 참 할 말이 없다)
토칼리 교회로 내려오기 전에 박물관 위쪽으로 쭉 올라가면
괴레메 야외박물관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으니 가급적 힘들더라도 올라가보시길...
정말 멋진 view를 볼 수 있을테니까.
자연이 만든 걸작품들 앞에 누구라도 숙연해지고 무언(無言)해질거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이기지 못한다!
단지 이겼다고 착각할 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1. 06:32

지난 토요일에 다녀왔다.
초대권이 있어서 마감 하루 전에 부랴부랴 찾아갔다.
비가 많이 와서 오후 내내 망설이다 수, 토요일에는 9시까지 관람시간이 연장된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찾았다.
(야간 관람은 입장료가 50% 할인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굿~)
로뎅전도 하루 이틀 미루다가 결국은 놓쳐버리고...

대영박물관은 1753년 설립되어 4년 뒤인 1759년에 대중에게 공계된 세계 최초의 국립 공공 박물관이란다.
800만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고
주요 전시품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조각작품들과
이집트의 고고학 자료들이다.
2000년 11월에는 "한국관"이 신설되어
구석기 유물부터 청자, 백자 등 조선 후기 미술품 250 점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시는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리스 유물 중에서
핵심되는 작품 136 점을 선별해서 전시했다.
(참고로 대영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한 곳이란다)
비가 오고 그리고 시간도 제법 늦었는데도 관람객이 꽤 많았다.
아마도 방학숙제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엄마 아빠들의 모습이 아무래도 눈에 많이 띈다.
커다란 조각상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서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바라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나 역시도 초등학교때 박물관을 열심히 찾아다녔었는데......
꼭 숙제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냥 박물관 안에 있는 게 참 좋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네다섯시간은 거뜬없이 박물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번 전시는 <그리스 신과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전부 4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Ⅰ 신, 영웅 그리고 아웃사이더
Ⅱ 인간의 모습
Ⅲ 올림피아의 운동경기
Ⅳ 그리스인의 삶



                  <제우스 청동상>                                    <아프로디테>

                <헤라의 대리석 두상>                            <헤라클레스 대리석 두상>

특히 대리석 조각들이 많았는데
기원전 작품들도 여럿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대리석의 질감이나 빚깔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넋을 놓고 쳐다봤다.
보존이 잘 됐는지, 아니면 복원을 잘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교과서나 도록에서만 봤던 제우스와 헤라, 헤라클레스 등을 실제로 보니 짜릿한 느낌마저도 든다.


섹션 3에 전시되어 있던 메인 작품 "원반 던지는 사람"은 전시 공간 자체 구성도 너무나 흥미롭고 아름다웠다.
뒤의 스크린으로는 작품을 천천히 클로즈업 시키면서 세세히 보여주고,
그 앞으로 작품을 배치했다
검정색 대리석 느낌의 바닥 기단에서도 작품이 비쳐보이고...
고개를 들면 또 다시 전시실 유리벽에 반사되는 원반 던지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얼굴이 뒤를 향하는 모습이었는데
복원하는 과정에서 지금처럼 앞의 땅을 바라보는 모습이 됐다고 한다.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도 특별했다.
"원반 던지는 사람"은 1948년 런던올림픽 포스터 메인 이미지로 쓰일 만큼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자랑하는 최고의 걸작이라는데 작품 앞에 서면 그 아우라가 직접 느껴진다.
역동적이면서도 친밀감 가득한 몸동작.
과거의 그리스인들에겐 신비감에 가까운 탁월한 예술감각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아름다움이란 시간 속에 완숙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하게 된다.


작품 자체를 돋보이게 만든 전시 공간이라
누구 손에 의해서 이렇게 꾸며졌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원반 던지는 사람"만큼 마음을 잡았던 작품은 "스핑크스"
특히나 대리석 색감이 너무 예뼈서 나오기 전에 다시 한 번 찾아가서 살펴봤다.
손톱과 발톰, 날개와 꼬리까지도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어서
마치 살아있는 동물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귀염성있고 충성심 가득한 반려동물 같다고 할까?



헤라클레스 일화와 그리스 신화들이 그려져있는
적회식 토기와 흑회식 토기들.
"추상적인 신체"라는 제목을 달고 있던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키클라데스 섬의 여성상 조각으로 기원전 2,600년에서 2,400년 전 작품이라는데
현대 추상작품이라고 해서 손색이 없을 만큼 참신하고 아름답다.
남성 누드 쿠로스 조각상과 여성 누드 코레 조각상들은
인체의 굴곡과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좀 많았다면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을텐데
마음의 여유없이 관람한 게 지금도 아쉽다.
(그래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들어갔을 때는 하늘이 제법 푸른 빛이었는데
관람하고 나오니 어느새 어둡게 변해 있었다.
두런두런 계단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도 다정하고
한계단 한계단 걸어 올라가는 발걸음도 다정하다.

오랜 시간을 지나 눈 앞에서 실제로 보는 그리스 로마 유물은
신성스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마음도 들게 한다.
이 모든 유물들이 대영박물관 소장품이라니 어쩐지 씁쓸하다.
제 나라를 잃고 강탈된 수많은 문화재들은
언제쯤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아무런 보상이나 조건없이 모든 유물들이 다 자기 나라로 반환된다면 좋겠다.
역시나 꿈같은 희망인가?
우리도 혹시 문 앞에 오벨리스크를 세워놓고 즐거워하고 있는 건 아니지 생각해볼 일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10. 05:39
동명의 미드가 케이블 TV에 방영돼 얼마전 종영될까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미드의 원작이 바로 이 책이란다.
내년에 시즌 2가 나온다나 어쩐다나...
선정성과 폭력성 때문에 말이 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미드는 우연이라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원작은 팩션 역사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느냐고?
미드의 내용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자극적이지도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정직하고 집요하다 끈질긴 내용이다.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존중성을 원하는 검투사 노예들의 혁명 이야기로
그 혁명의 핵엔 아버지라 불리우는 검투사 "스파트타쿠스"가 있다.
작가 하워드 패스트의 스파르타쿠스의 계기(?)는 감옥 투옥이었다.
투옥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하원의 비미활동위원회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게 그 죄명.
3개월간의 투옥 기간 동안 그는 이 소설을 구상했단다.
작품을 완성했는데 아무 곳에서도 출판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서
결국은 스스로 "블루 헤론"이라는 출판사를 차리게 됐단다.
그런데 그 책이 소위 대박을 친거다.
1960년에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매가폰을 잡고 영화로도 만들었다.
주인공은 커크 더글러스.
그러니까 미드로 지금 다시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의 시간은 기원전 로마다.
가축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말하는 도구 노예.
그리고 로마 상류층의 관람거리로 목숨을 담보로 경기를 치룬 노예 전투사들.
그들이 자유와, 인권, 생명을 되찾기 위해 절규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비록 최후는 길고 긴 십자가형이었을지라도 말이다.
반란의 가담자 6,472명의 십자가 처형.
그 위에 방치된 그 모습을 묘사하는 건 어떤 전쟁터보다 잔인하다.
그 모습을 또 당연하다는 듯히 바라보는 귀족들이 눈이란....



미드를 재미있고 본 사람은
어쩌면 너무 평이하고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로마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책.
그렇지만 과거의 로마의 역사와 정치를 읽으면서
지금 우리나라돠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면 씁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검투사도 아니고, 노예도 아닌데
우리는 왜 자꾸 죽어라 죽어라 하는지 모르겠다.
검투사는 절대로 분노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경기장에서 화를 내는 검투사에게 주어지는 건 "죽음" 뿐이라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삶이라도 사람들은 삶에 집착한단다.
모든 희망을 빼앗긴 상태에서 모든 모욕과 고통과 잔인함을 당하면서도,
짐승처럼 사육되고 남들이 오락을 위해 싸우도록 훈련받고 있을 때조차,
사람들은 목숨에 집착한단다.
그래서 어쩌면 역사가 이어지고 정치가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지금 우리 모습과 너무 똑같아 옮겨본다.

정치는 거짓말이오. 역사는 거짓말의 기록일 뿐이다.
정치에는 세 가지 변하지 않는 재능만이 필요할 뿐 아무런 미덕도 쓸모가 없었다.
미덕 때문에 파멸한 정치인이 다른 원인 때문에 파멸한 정치인보다 더 많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재능은 이기는 편을 선택하는 능력이고,
두 번째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지는 편에서 빠져나오는 능력이고,
세 번째는 결코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었지? 정치가는 바로 미쳐 돌아가는 집안의 접합체라네.... 귀족은 우리 같은 사람(원로원)이 없으면 살 수 없어. 불합리한 것을 합리화시키는 것이 우리야. 인생 최고의 성취는 부자들을 위해서 죽는 것이라고사람들을 설득하는 거이 우리야. 우리는 또 나머지를 보존하기위해 부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고 부자들을 설득하지. 우리는 마술사야. 우리는 그물을 던지듯 환상을 던지는 것이고, 그 환상은 아주 단순한 것이야. 두리는 대중을 행해 이렇게 말하지. 당신들이 바로 권력이라고. 당신들의 투표가 로마의 힘과 영광의 원천이라고. 당신들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자유민이라고. 당신들의 자유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고, 당신들의 문명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다고. 그 문명을 통제하는 것이 당신들이고, 그러므로 당신들이 바로 권력이라고. 그러면 그들은 우리 후보들에게 투포하는 거야. 그들은 우리의 패배에 울고 우리의 승리에 기뻐 웃지. 그들이 노예가 아니라서 자랑스럽고 우월하다고 느끼는 거야. 그들은 쓰레기지만, 노예를 볼 때마다 자신감이 살아나고 자부와 힘을 느끼지. 그리고 자신들이 로마의 시민이며 온 세상이 그들을 부러워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잇어. 이것이 독특한 기술일세. 결코 정치를 우습게 보지 말게나.

어떤가?
정말 완벽하게 공감되는 내용 아닌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