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6. 27. 06:17

 

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연주하는 임태경을 참 많이 좋아한다.
처음에 그가 "크로스오버 테너"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이야기하면서 1집 앨범을 냈을 때
그냥 "팝페라"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혼자 투덜거렸었다.
그런데 확실히 그의 연주는 임형주의 연주와는 분명 다르다.
열심히 임태경의 연주에 푹 빠져 있을 때 그의 뮤지컬 데뷔 소식을 들었다.
김혜린의 동명 만화로 만든 창작뮤지컬 <불의 검> 주인공으로 이소정과 함께 공연한다는...
참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였지만
뮤지컬 첫도전이라는 풋풋함과 그리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뭐 그닥 나쁘지 않았었다.
"그대도 살아주오"는 또 얼마나 절절하던지...
그런데 이상한 건,
나는 그의 연주를 들으면 여전히 감동을 받고 위로와 휴식을 받지만
뮤지컬 작품을 보면서는 좀처럼 감동을 받거나 동화되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 이후엔 애써 찾아보지 않았고
몇 번 본 후에는 급기야 이 사람 예전처럼 연주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마저 생기고 말았다.
(스위니토드, 로미오와 쥴리엣, 초연된 모차르트 ...)
뮤지컬이야 안 보면 그만인데 예전같은 그의 연주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게 일단 지독한 불만이었다.
목소리를 다리와 바꾼 인어공주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그러기엔 그의 연주가 너무 아깝고 또 아까웠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다시 <모차르트>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그 먼 곳까지 찾아가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수요일 낮공연 할인(R석 40%)이 아니었다면 분명 찾아보진 않았을거다.

거기다가 4인 4색(임태경, 김준수, 박은태, 전동석)을 내세우는 전 캐스팅을 섭렵할 마음은 애당초 없었고
시간을 맞추다 보니 띵동! 당첨(?)된게 임태경 캐스팅이었다.
(뭐 그닥 선택이라고 할만큼 폭이 넓진 않았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 때는 임태경과 박은태 두 캐스팅을 챙겨 봤었는데
개인적으론 박은태 모차르트가 더 마음에 와 닿았었다.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
 발성과 약간 이상한 딕션, 대사할 때의 성량만 해결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성남 공연은 일단 무대 세트와 음향, 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 때보다 훨씬 웅장하고 좋아졌다.
초연때는 뭔가 빈틈이 많이 보이는 무대라 전체적으로 휑했었고
모든 대사들은 동굴 속에서 웅웅 거리는 것처럼 들렸는데
성남 무대는 충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빈틈이 보이진 않았다.
특히 조명은 참 좋았다.
그리고 모차르트 임태경!
백만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있는 임태경에게 감동받았다.
도대체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아마도 임태경이 모차르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작품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하고 허덕였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끌고 가더라.
어색했던 감정표현과 동작도 믿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웠다.
3월에 있었던 그의 단독 콘서트가 변화의 계기가 됐을까?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변화와 발전이 나는 놀라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 드디어 배우가 되려나 보다...
어쩌면... 어쩌면...
이제부터 임태경는 연주가 임태경과 뮤지컬 배우 임태경의 두 길을 잘 걸어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그가 평형과 균형, 그리고 조화를 드디어 뮤지컬 무대에서 찾아낸 모양이다.
그의 모차르트 연기는!
아름답고 섬세하고 그리고 안스러웠다.
정확한 음과 성량, 발음으로 연주하던 넘버들 역시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매장면마다 딱 어울리는 호흡과 감정까지...


내가 초연 캐스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가!
재공연되는 작품에 은근히 초연멤버가 그대로 나오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초연멤버가 많이 캐스팅된 날로 선택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
(실재로 초연보다 재공연이 형편없었던 경우도 꽤 있긴 했다.)
임태경, 신영숙, 서범석, 이경미 초연 캐스팅과
이정열, 에녹, 임강희, 커버이긴 했지만 박혜나 콘스탄체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박혜나 콘스탄체와 에녹이 너무 잘해서 놀랐다.
캐스팅보드에 혼자 의상없는 사진으로 올라가있던 박혜나는
정선아 콘스탄체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 주눅들지 않을까 좀 걱정을 했는데
당돌할만큼 너무 잘해내서 놀랐다.
에녹은 다소 과장된 슈카네더였지만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더다.
오히려 지금까지 본 슈카네더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군무장면에서 동작을 하나 표현해도 눈에 띄게, 더 크게, 더 힘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에녹이라는 가수출신 뮤지컬 배우가 멋진 주인공이 될 날이 오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큼 에녹의 밉지 않은 과장된 연기는 열의와 열정, 그리고 노력과 연습의 흔적이 역력하다.
서범석의 레오폴트는 여전히 깊은 인상과 진정성을 안겨준다.
좀처럼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 배우 서범석!
이 사람의 모든 무대는 언제나 치열하고 아름답다.
(초연때 나는 이 작품이 서범석때문에 "레오폴드 모차르트"로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이정열의 주교는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고
란넬의 임강희는 초연 배혜선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켜 안타까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모차르트>보다는 훨씬 더 발전된 작품이 나왔다.
다시 그 먼 곳까지까지 찾아가 보게 되진 않겠지만
이번 시즌을 놓쳤다면 아마도 꽤나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충만한 느낌, 정말 오랫만이라 아직도 멍하다...)
그리고 임태경의 새로운 모습을 목격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먼 길을 찾아간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의 다음 행보를
나는 조금씩 기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웠다...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15. 05:54

변화와 변신이 반갑고 기대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제발 변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간절함이 예술이라는 부분과 만나게 되면 더 큰 바램으로 남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꽤 오래됐구나...
이 사람의 연주를 알게 된지.
몸과 마음이 지치고 너덜거렸을 때,
여기서도, 저기서도
그리고 무엇으로도 감히 위로되지 않았을 때
이 사람의 연주는 분명 나를 버티게 했었다.
그래서 매번 이 사람이 변신을 시도할 때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나는 조마조마했다.
위로가 되고 휴식이 됐던 목소리가
조금씩 변화되는 걸 감지하면서 내 신체의 일부러 조금씩 잘려지는 것처럼 아득하기도 했었다.

그랬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고단함을 잊고 nella fantasia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You raise me up 이 됐었다.
그래서 그의 뮤지컬 행보가 나는 조금 속상했었다.
뮤지컬을 하면서 목소리 변화가 조금씩 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였나?
음악인으로서 그를 좋아하면서도 그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면 잘 보게 되지 않았다.
<불의 검>, <스위니 토드>, <로미오와 줄리엣>, <모차르트> 
4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심정이 많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뮤지컬 데뷔작이었던 <불의 검>
산마로라는 배역에 딱 맞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역시나 임태경은
배우로서보다는 연주가로서 더 울림이 깊고 아름다운 것 같다.
치료의 힘이 있는 연주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때 눈 뜨고 있는 시간 동안은 온통 그의 연주만 들었었다.
사오정 귀가 될 때까지...

몇 년 전 세종문화회관의 공연 이후 정말 오래 기다렸었다.
온전히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시간들을...
그리고 드디어 3월 11일, 12일 이틀간 
연주자 임태경이 LG 아트센터에서 단독 공연을 한단다.



<Classic Recital - 독일과 이태리 가곡의 밤)

1. Frühlingsglaube (슈베르트 "봄의 찬가")
2. Aufenthalt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3. Du bist die Ruh (슈베르트 "그대는 나의 안식")
4. Ich liebe dich (베토벤 "그대를 사랑해")
5. EDie Erlkönig (슈베르트 "마왕")
6. Serenade (슈베르트 "세레나데")
7. Die Forelle (슈베르트 "송어")
8. Adelaide (베토벤 "아델라이데")

- intermission

1. O del mio dolce ardor (오 나의 감미로운 사랑)
2. Dicitencello vuie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3. Ideale (이상)
4. La spagnora (스페인 아가씨!)
5. Guest stage - Piazzola "Libertnago"
6. O sole mio
(오! 나의 태양!)
7. Mattinata (아침의 노래)
8. Funiculi-funicula (푸니쿨리 푸니쿨라)

- 앵콜
1. Tu ca nun chiagne
2. She was beautiful

3월 11일 첫째 날,
독일가곡(슈베르트, 베토벤)과 이태리 깐초네 위주로 준비한 classic recital은 그야말로 고전적이었다.
(고전적이란 말이 나오면 나는 오규원 시의 "총총총/ 고전적으로 내리는 비"란 구절이 떠오른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무대 위에 덩그라니 혼자 서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보면서.
그리고 그 다음 든 생각은 포만감같은 묘한 기대감이었다.
피아노 한 대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이 큰 무대를 꽉 채우겠다는 당당함이 느껴져서...
라디오 공개방송처럼 진행된 이날의 연주는...
그래... 참 좋았다.
녹음을 위해 설치한 마이크 때문에 3층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게 몹시도 안타까웠을 정도로...
1인 4역의 음성으로 연주했던 슈베르트의 "EDie Erlkönig(마왕)"
비올리스트 김성진과 피아노가 함께한  "Ich liebe dich"
그리고 기타 반주 하나로만 불렀던 마지막 앵콜송 "She was beautiful"은
아마도 오랜 여운으로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슈베르트는 참 풍성하고 따뜻한 작곡가인 것 같다. 그리고 거대하면서 동시에 잔잔하기도 하고...)
어쩌면... 어쩌면...
그의 연주가 회복되고 있는 중인가보다.
그래서 편안한 안도감이 조금씩 생기게 됐는지도...



<Crossover Concert>

1. Nella Fantasia
2. Le temp de cathedrales
3. Smile
4. Your love
5. Moon river
6. Brass band instrumental
7. Sway
8. Fly me to the moon
9. Besame mucho
10. Je suis malade

- intermission

1. The winner takes it all
2.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
3. I was born to love
4. Orchestra instrumental
5. Desperado
6. 그대 내 품에
7. 운명
8. This is the moment
9. Who wants to live forever

- 앵콜
1. You raise me up
2. Caruso

3월 12일 두번째 Crossover conert.
어찌보면 그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로 선곡됐다.
이 레파토리들을 그가 못 부를 가능성은 솔직히 전무하다.
"그.., 유리 가면을 쓴다"
임태경은 공연의 컨셉을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반전(反轉)을 전하고 싶었노라고...
이 곡들로 정말 반전이 가능할까???
(rock 버전의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는 확실히 깜짝 놀랄 정도로 반전이긴 했다)
첫 곡 nella fantasia 부터 마지막 앵콜송이 끝날때마다
그의 반전보다 나는 관객들의 엄청난 반전에 놀랐다.
그리고 너무나 궁금해졌다.
50, 60대 아주머님들이,
10대 청소년이 아이돌 스타에게 열광하듯 소리 치며
심지어 스탠딩까지 하게 만드는 이유가?
내겐 공연의 반전 컨셉보다 관객의 반전이 더 놀랍고 의아스럽다.
이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도대체 뭐였을까?
남편과의 대화 단절? 다 큰 자식들의 소원해짐?
아니면 내 자식같은 애뜻한 심정?
그것도 아니라면 여고생으로의 귀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낯선 모습에 나는 아직까지 당황중이다.

어찌됐든,
임태경이 이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얼마나 가슴 뛰게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챙겼는지 눈에 보였다.
연주인으로서 그가 이런 무대를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도...
솔직히 나는 그가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연주인으로만 무대 위에 서길 바란다.
속 좁은 견해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그의 두번째 정식 앨범 역시도
가능하면 빨리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제...발...

* 참 좋았던 그 날의 연주들

- EDie Erlkönig (3월 11일 공연)
- Dicitencello vuie (3월 11일 공연)
- She was beautiful (3월 11일 앵콜송)
- Je suis malade (3월 12일 공연)
- Who wants to live forever (3월 12일 공연)
- You raise me up (3월 12일 앵콜송)
- Caruso (3월 12일 앵콜송)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11. 05:50

"판소리, 세계를 만나다"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자인 임동창이 10년의 칩거를 마치고 돌아왔다.
특유의 환한 웃음과 함께...
<本-Born-Burn>
한국판페라단(단장:오지윤) 주최로 12월 4일, 5일 이틀동안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이 공연은,
열악한 공연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썩 괜찮은 공연이었다.

"판페라"...
어딘지 낯설고 어색한 단어다.
판소리와 오페라 (Pansori+Opera)의 조합어.
한국의 전통의 소리에 클래식한 오페라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라고 하겠다.
정체불명의 퓨전 비빔밥을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잠깐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임동창의 열정과 깊이가 크고 깊다.
그의 "산사 음악회"를 기억하는가!
개구진 얼굴에 다정한 사투리가 남아있는 그의 말은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리고 섬세하고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들...
오랫만에 그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게 내겐 제일 큰 이슈이자 기쁨이었다.

국악의 세계화...
공연을 보면서 이 정도라면 시작이 나쁘지는 않다고 공감하고 안심했다.
꼭 글로벌이란 단어를 굳이 네세우지 않더라도 충분히 신선하고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임동창.
재즈 피아니스트에서 국악 피아니스트로의 변신(?)
10년의 긴 칩거를 마치고 2010년 7월 창작곡집 발표와 함께 그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첫 무대를 명창 오지윤과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과 함께 했다.
10년 동안 그가 꿈꾸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는 말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라고...



1부(東), 명창 오지윤의 "심청가"
2009년 12월 29일 서울 남산 국악당에서 총 4시간 30분 동안 심청가 완판독창회를 했던 명창 오지윤.
소리를 잘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판소리완창이란 단어를 들으면 덜컥 무섬증이 인다.
비록 한시간 남짓이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 판소리를 들어봤던 적이 있던가?
적어도 나는 처음이다.
45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듣는 심청가는 절묘하게 아름답다.
탁성에 가까운 사람의 소리와
그 소리를 뒷받침하던 오케스트라의 선율.
뭐 특별한 게 있겠냐며 듣고 있다가 솔직히 화들짝 놀랐다.
의외로 맞춤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서...
북, 거문고, 가야금, 해금, 아쟁, 대금
국악연주자들의 그야말로 신들린듯한 연주는
탄성과 박수를 절로 자아내게 한다.
다섯명이 차례로 독주할 때는 신명도 나고 무지 애도 탔다.
국악기의 소리는 아무래도 사람의 육성 그대로인 것 같다.
정말 다섯개의 국악기가 서로 다른 목소리로 말을 하더라.
(특히 해금 소리를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꼭 숨겨놓고 몰래 듣는 연인의  말소리같다...)



2부(西)
임동창의 피아노 반주만으로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이 앵콜까지 전부 다섯 곡의 노래를 불렀다.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더 알려져버렸지만
임태경의 처음 연주를 알고 있는 나는 솔직히 요즘 그의 음색 변화가 많이 속상하고 안타깝다.
그의 목소리는 하나만으로도 완벽한 하모니였고 연주였는데...
그래도 근래에 들었던 그의 음색 중에서는 제일 편안해서 다행스러웠다.
양중해의 시에 임동창에 곡을 붙인 <동백아래에서>는 참 좋더라.
본격적인 무대에 해당했던 3부(和), 4부(合).
판소리와 서양음악을 오지윤과 임태경이 몇 소절씩 번갈아 부르는데
어색한듯 하면서도 의외로 꽤 잘 어울린다.
재미있다. 이런 느낌, 이런 시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판소리 "쑥대머리"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A time for us"가 이렇게 서로 잘 어울릴 줄...
너무나 귀염성있는 두 명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 4부,
"1300년의 사랑이야기"
두 대의 바이올과 한 대의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임동창의 피아노.
오지윤과 임태경은 구음으로만 노래한다. 아니 이야기한다.
확실히 이 곡 속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리도 대사가 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임태경은 말했었다.
... 동양의 것고 서양의 것, 남자의 소리와 여자의 소라, 이렇게 극과 극으로 다르리라고 정의되는 것이 어떻게 어우러져 하나가 될 수 있는지, 그러므로 결국 음악은 하나다라는 깨달음을 공유랄 수 잇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음악은 다르지 않다.
소리는 다르지 않다.
느낌은 다른지 않다.
음악과 소리는 마음이고 대화고 눈맞춤이고 살부빔이다.
현란하고 화려한 기교의 사운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어쩌면 임동창은, 함께 연주했던 그 모든 사람들은
"쉼"을 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겟다.
참 잘 쉬었다고... 그래서 다정해졌노라고...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동백언덕에서
                        -양중해

십년 뒤에
동백언덕에 갔더니
동백꽃은 예전대로 붉게 피었구나

전에 봤던 얼굴 기억해 두었다가
어찌 혼자 왔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 아닌가
그렇고 그렇더라고 했더니
어찌 그럴 수가
어찌 그럴 수가

슬픈 것은 난데
동백꽃들끼리 일제히 울음을 터트린다

십년 전
내가 동백언덕을 찾아가던 사연을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동백꽃들은 이미 알고도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더구나!


참 좋은 시였다.
아! 그리고 3부와 4부 사이에 임동창의 피아노 독주 "4월의 신부"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15. 06:28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이 있었던 날이다.
만 원의 행복 티켓이 있어서 빗 속을 뚫고 대학로를 찾았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거리 응원을 하나...
괜한 노파심도 있었지만 대학로는 빗 속에서도 이미 그 준비가 한창이더라.
(확실히 젊다는 건 좋은 거다...^^)
예전에 박정환이 출연했을 때 보려고 했었는데 여의치 않아서 놓쳤다.
콘서트 뮤지컬 <Wait for you>
몇 년 전에 봤던 <오디션>은 그룹 싸운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Wiat for you>는 길거리 공연 가수에 대한 이야기다
빌리와 루아.
(주인공 이름이 살짝 애견스럽다...)



기억할라나 모르겠지만 아역배우 출신 김수용이 남자 주인공 "빌리"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TV 드라마 <간난이>이에서 간난이의 동생으로 나왔던 배우.
그런데 벌써 34살이란다.
이 사람이 아역배우 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처럼 늙수그래한 사람이나 알지...ㅋㅋㅋ)
김수용 본인도 그러더라.
"어린 연령층의 관객은 제가 아역 배우인 줄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라고...
큰 작품들도 꽤 여러 편 해서 이젠 제법 팬층도 두터워진 상태다.
<뱃보이>, <렌트>, <노트르담 드 파리>, <헤드윅>, <로미오와 줄리엣>, <남한산성>
만년 간난이 동생으로만 생각했었는데 34살이라고 하니 참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김수용은 한동안 비극만 한 것 같아 이번 작품을 선택했단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의 직업이 거리 가수, 그것도 통기타 가수인데
그가 기타를 칠 줄 모른다는 사실 ^^
아주 급하게 속성으로 기타를 배웠다는데
실제로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어색하거나 초짜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보기에는 꽤 잘 치는 것 같았다.
밝고 경쾌하고 신나는 소극장 뮤지컬.
스탠딩이 힘겨운 나로써는 마지막 커튼콜이 이제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자꾸 무릎에 힘이 풀리고 마냥 앉고만 싶으니...
("오디션" 때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쩝!)
노래도 그닥 나쁘지 않고 연기도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내가 공감하며 즐기기엔....
(어쩌랴... 내 나이가 그런 걸....)
여자 주인공의 루아(유하나)의 연기는 좀 어색하고 불안정하더라.
커튼콜만큼만 했어도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그녀의 본 공연은 커튼콜이었던 모양이다.
멀티맨 역할을 한 강대종 씨,
참 힘들겠다.
<어쌔신>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에 당황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멀티맨을 할 내공은 아닌 것 같다.
최고의 멀티맨 "임기홍"을 보지 못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시 보게 되지는 않을 듯 ^^



연기를 하는 배우도 인정했듯
잘 짜여진 드라마가 있는 공연은 아니다.
그러나 젊음을 발산할 수 있고.
발산된 젊음을 보면서 흥겨워할 수 있는 공연이다.
타인과 함께 미친듯이 방방 뛸 수 있다는 거...
그것도 이젠 부러움이다.

You remember that I steel wait for you!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4. 16. 06:30

2002년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 탄생 200주년을 맞아서 믿음사에서 그의 대표작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 5권이 출판됐다.
프랑스에서는 <암굴왕>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이 소설은 1845년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뒤마는 작품 <삼총사>, <철가면> 등도 역시 성공을 이뤘고 현재까지도 프랑스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알려져있따.
그의 아들 소(小)뒤마도 <춘희>로 유명한 작가다.
부전자전.
가끔 이럴 때보면 글솜씨도 되물림이 되는구나 싶어 부럽기까지 하다.

솔직히 말하면 5권이나 되는 이 책을 그것도 완역본으로  굳이 찾아서 읽게 된 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프랑크 와일드 혼"의 새작품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위해서였다.
잘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점검 차원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완역본이 주는 재미는 특별했다.
그리고 절감했다.
제목을 아는 것과 내용을 아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솔직히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내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사람들이 제일 먼저 <로미오와 줄리엣>을 꼽는 것 마냥 일종의 오류다.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오류.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파리 경찰청 기록보관소에 묻혀 있던 한 사건, 1807년 프랑스 남부 출신의 피코라는 한 청년이 영국 스파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던 실제 사건이 소설의 모티브다.
카페를 경영하던 마티외 루피앙이 피코와 그의 약혼녀 마르가리타와의 사랑을 시기한 나머지 친구인 피코를 모함한 것이다. 피코는 피에몬테에 연금되었다가, 프네스트렐의 한 성에 감금되었다. 거기서 그는 어떤 이탈리아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이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죽게 되자 피코에게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알려준다.
1814년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자유를 찾은 피코는 이름을 조제프 뤼셰르로 고치고, 보물을 찾은 후 파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마가리타는 이미 루피앙과 결혼한 뒤였다. 피코는 변장을 하고 체포 당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알뤼에게 접근하여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주면서 자신을 파멸시킨 사람들과 그 음모의 전말을 알아낸다.
그리하여 자신의 적들을 찾아 복수를 시작한다.
(소설과 완전히 똑 같은 내용...)
이 실제 사건은 소설 속에서 피코가 일등항해사 에드몽 당테스로, 이탈리아 죄수는 파리아 신부로 재탄생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14년 동안 지하 토굴에 감금되는 당테스의 삶,
이 소설은 모든 탈옥소설, 복수소설의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5권의 완역본의 분량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정말 순식간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
유명한 영화 <빠삐용> 벼랑 끝 감옥도 이 소설에서 차용한 것이란다.
실제로 마르세유에 있는 이프 성에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모습이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기도 하단다.
당테스가 갇혀 있던 토굴과 파리아 신부의 토굴, 그리고 두 사람이 오가던 비밀 통로와,
당테스가 시신을 넣는 부대에 담긴 채 바다에 던져졌던 감옥문도 그대로 만들어 있다니
소설의 인기의 정도가 어느 정도 실감이 되기도 한다.



4월 21일 시작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때문에 찾아 읽었는데 소설적인 재미가 참 많아서 즐거웠다.
소설 속에서 몬테크리스토는 복수만을 꿈꾸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신비에 가득찬 뱀파이어같은 그가 어떻게 뮤지컬에 그려질지
지금 상당히 궁금해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뮤지컬이 시작되는 첫날 확인하러 간다. 음하하)
더불어 죽어야 사는 남자 "류정한"의 모습도 궁금하고...
(류정한! 그는 뮤지컬 작품 속에서 정말 많이 죽었다.)



소설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모든 복수와 용서가 끝난 후 몬테크리스토는 막시밀리앙이라는 아들같은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한 통 남긴다.

"인간의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그런데 몬테크리스토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몬테크리스토"는 에드몽 당테스가 파리스 신부의 유언을 듣고 찾아간 섬 이름이다.
어마어마한 보물이 숨겨진 섬으로
그 뜻은 "그리스도의 산"이란다.
몰랐었는데 이름이 갖는 의미도 참 재미있다.
원작이 참 여러가지 재미를 내게 선사했다.
더불어 뮤지컬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됐다.
결과가 궁금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14. 15:59
오랫만에 대학로에서 소극장 뮤지컬을 봤다.
한동안  큰 작품들만 열심히 본 것 같아서...
연극 <마라, 사드>를 봤을 때는 여름의 끝이었는데
그날의 대학로는 완전히 가을 속에 젖어있었다.



참 좋은 공연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었는데
<판타스틱스>
이제서야 나와 인연이 닿았다.



"Try to remember"
여명이 영화 "유리의 성"에서 불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노래.
이 노래가 바로 뮤지컬 <판타스틱스>의 넘버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세기동안 공연된 세계 최장수 뮤지컬이라는 <판타스틱스>
뮤지컬 넘버들도 참 좋다.
소소한 재미와 아기자기함.
그리고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배우들의 모습
어쩌면 저렇게 가까이에서 천연덕스럽게 연기할 수가 있을까?



세익스피어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
벽을 사이에 둔 애뜻한 두 연인
두 집안 사이에 벽이 놓이게 된  배경은 (실제로 벽이다... 담벼락)
사실 두 아버지들의 합동잔적에 의해서다.
일부러 둘을 연결시켜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한 원수지간이라는...
(아버지들은 사실 둘도 없는 "베프"였던 거쥐~~~)
자식들은 부모의 말에 엇나가려는 경향(?)이 다분하기 때문에 두 아버지는 이런 속임수를 쓰기로 한거다.
이제 어떤 사건을 만들어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화해하게 만들어 두 연인을 연결시켜줘야 한다.
루이자가 꿈에서 본 모습 그대로 일을 꾸미기로 한 아버지들.
그리하여 LPG  엘가로(가스 배달부 아님 ^^)를 고용해
아주 최신식 버전의 인디언식 겁탈 시나리오가 시작된다.
두 아버지의 모습이 무지 귀엽고 사랑스럽다.
(실제로 극을 보면서 이 두 사람 때문에 정말 많이 웃었다)



11월 8일 casting - 마트 : 김산호    헨리 : 서현철



해설자이자 극의 작가인 김태한의 노래로 시작되는 <판타스틱스>
어쩜 저런 코믹한 얼굴에서 이렇게 감미로운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좀 죄송...)
항상 그의 코믹한 배역에 익숙한 나는
잠시 놀란다.
(뮤지컬 "그리스"에서 케니키의 현란한 춤과 엘비스 프레슬리 같던 목소리가 생각나 혼자 웃었다)
무엇보다 이 뮤지컬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건
헨리 역의 서현철과 머티머 역의 김지훈 때문이었다.
이렇게들 잘 생기신 분들었구나...
의상이 누더기가 될 정도로 가난한(?) 떠돌이 유랑극단의 유일한 단원들.
그 허름한 옷이며, 얼굴이며, 목소리며, 동작이며...
일주일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인디언식 겁탈"의 두 주역 (^^) 

관객을 한 명 동참시킨 그들의 연기는
능청을 넘어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더라.
30년 동안 줄리엣만 한 배우라면서 앞 자리에 앉아있는 여성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 니 이름이 뭐야?
- OO요.
(앞에 나온 관객은 실제로 자신의 이름을 댄다)
- OO! 니 이름은 줄리엣이라고 했지? 너는 신입단원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

- 내가 늘 말했지? 배역을 생활화하라고!
- 어째 너는 30년을 해도 연기가 늘지를 않냐...


두 사람의 만담같은 대사가 자꾸 귓 속을 맴돈다.
한번만 로미오를 시켜달라는 머티머에게 죽는 장면을 해보라면서 헨리가 한 말

- 헨리 : 줄리엣이 왜 죽었어?
- 머티머 : 정확한 건 부검을 해봐야 알 것 같은데요...
- 헨리 : 너 땜에 죽었쟎아~~~ 너 땜에~~~ 속 상해서....
(줄리엣의 손에 있는 독약을 마시려는 머티머에게)
- 헨리 : 니꺼 먹어! 니꺼! 왜 남의 꺼 먹어~~~

따지고 보면,
로미오는 정말 줄리엣 때문에 속 상해서 자기가 가지고 온 독약을 먹고 죽었는데
난 왜 이렇게 웃기기만 한건지...

중간에 마트 김산호의 입으로 꽃가루가 들어가 상대역 루이자 최보영까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 장면이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관객들까지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생생하게 귀여운 모습이여서...


모든 사랑은 "환상"이다.
그리고 모든 공연도 역시 "환상"이다.
사랑과 공연.
두가지 환상이 만났으니 그 궁합 한 번 제대로다.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본 최보영과 강인영도 너무 반가웠다.
(강인영씨 다리 참 아팠겠어요... 당신의 멋진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존재감은 좋았어요...)
무대 양 옆에서 초대형 필 하모닉 오캐스트라 못지 않게
멋진 반주를 해줬던 두 대의 피아노까지...
오랫만에
알차고 풋풋한 공연을 봤다는 풍성한 만족감.
소문날만 하다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된다.



맘이 우울한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환상적으로 맘이 풀릴테니까...
극장을 나오면
사랑에 대한 "환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유쾌한 웃음이라는 동반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꽤 좋은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8. 25. 13:25
내게 있어 이미 브랜드로 각인된 배우 민영기 !
그가 서는 무대라면,
나는 절대로 믿을 수 있다.
절대 배신감을 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
그리고 실제로도
민영기라는 배우는 스스로 꽉 차는 무대를 만들어 낼 줄 안다.
그런 그의 더 큰 장점은
이렇게 잘났음에도 (?) 불구하고
출연하는 배우들과 더불어 더 큰 무대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배우라는 사실.
확실히 그는 "균형과 조화"를 아는 배우다.



그의 가창력과 연기 그리고 완벽한 딕션은 정말 끔찍할만큼 아름답다.
<삼총사>를 끝낸 그가 선택한 다음 작품이
바로 뮤지컬 <침묵의 소리>.
한, 일 합작뮤지컬로 9월 한국에서 먼저 막을 올리고,
다시 일본에서 공연하게 된단다



뮤지컬 <침묵의 소리>는 태평양 전쟁에 강제 징용된 "동진"이 정신병원에서 여생을 보내며 죽어가게 된 사연을 다룬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일본 아사히신문을 통해 보도된 실화이기도 하다.
민영기가 맡게 될 주인공 "동진"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넘나들며 전쟁의 충격과 사랑의 상처를 여과없이 표현해 내는 역동적인 인물이다. 
<화성에서 꿈꾸다>, <이순신> 두 역사 시대극을 성공시킨 민영기! 
그가 선택한 또 다른 시대극 <침묵의 소리>
그의 성량과 표현력이라면 멋진 작품이 나오리라 감히 확신한다.
'테라피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일 <침묵의 소리>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무용치료 등 각 분야의 치료기법이 복합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솔직히 이해는 잘 않된다.
그러나 일단을 믿어보기로 한다.
"민영기" 그가 선택한 작품이니까...


             < 청년 "동진" 역의 민영기>                 <노인 "동진" 역의 카나오 테츠오가>


한일 합작 테라피 뮤지컬 <침묵의 소리>

공연 기간 : 2009.09.04. ~ 2009.09.20.
공연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출연 배우 : 민영기, 서울시뮤지컬단 (박봉진, 곽은태, 주성중, 이연경, 유미 ...)




1973년 12월생인 뮤지컬 배우 민영기!
(올해 벌써 37살이다.... 그리고 그는 현재 점점 완숙한 배우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한양대 성악과 출신으로 처음 데뷔는 1998년 오페라 "돈조반니"란다.
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님의 제자이기도 하다.
정통 성악 전공의 민영기를 대중문화의 길로 이끈 분이기도 한 바리톤 고성현.
훌륭한 스승밑에 좋은 제자가 나온 셈.
성악가 고성현은 우라니라 창작 오페라 <이순신>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승은 오페라 <이순신>으로, 제자는 뮤지컬 <이순신>으로 서로 같은 인물을 살아냈으니
그 둘의 감회는 서로 남다르지 않을까?



<화성에서 꿈꾸다>라는 멋진 창작 뮤지컬을 만든 이윤택 연출가는
주인공 "정조"를 맡기면서 그에게 말했단다.
"처음부터 민영기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라고...
그리고 함께 출연한 배우들 또한 인정한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영기를 위한 작품이라고...."
그런데 그 말을 하는 동료들의 표정엔 시샘의 흔적조차 담겨있지 않다.
다른 누구도 아닌,
꼭 그여야 한다는 필요충분조건의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고 할까?
(민영기, 그는 정말 끔찍하게 행복하겠다....)

 

그가 출연했던,
제목만 들어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작품들.
<로미오와 줄리엣(서울예술단)>, <지킬 앤 하이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겨울 나그네>, <싱글즈>,
<달콤한 안녕>, <조지앰 코핸 투나잇>, <진짜진짜 좋아해>, <화성에서 꿈꾸다>, <클레오파트라>, <삼총사>,
<컴퍼니>, <이순신>,.....
민영기, 이 사람은
정말 열심히 뮤지컬만을 위해 달려온 배우다.
왕, 혹은 영웅 전문배우라는 닉네임도 살짝 달린 배우.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나는 매진된 공연장을 막무가내로 찾아갔었고
먹성좋은 모기떼의 총공격을 참아내며 만해광장 야외무대를  넋놓고 바라보기도 했었다.
(솔직히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모기떼를 전혀 의식하진 못했다. 
 그 쩌렁쩌렁한 울림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정신이 아득할만큼 소름돋는 기억이다.)

 

그의 지킬을, 그의 로미오를, 그의 정조를, 그의 이순신을, 그의 민우를, 그의 베르테르를
또 그의 OO을 볼 때마다 매번 어김없이 감탄했었다.
잘한다는 감탄보다는 꼭 너무나 그  인물 같다는 절실함 때문에....
그의 명확한 딕션과 감정표현 그리고 섬세함 연기에 눈이 시렸던 기억.
개인적으로 내게 "정조"에 대한 몹쓸 환상(?)을 심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언제나 부지런히 무대를 지킨 배우.
그래서 그가 무대에 선다면 난 그저 든든하고 감사하다.
충분히 보여주기에, 충분히 들려주기에, 충분히 만들어내기에.... 
눈과, 귀 그리고 내 감정까지도 완벽에 가까워지는 느낌.



그가 선택한 이번 뮤지컬 <침묵의 소리>
그는 이 작품을 가지고 처음으로 일본 공연도 해야 한다.
(서울 공연 후 일본 6개 도시 순회공연이 이어진다.)
민영기가 일본에서도 잘할까? 그리고 통할까?
그러나 나는 믿는다.
비록 언어적 소통이 쉽진 않겠지만
그라면, 그의 목소리라면.
충분히 일본인들에게도 언어적 소통을 뛰어 넘는,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충분히 전하고
더 나아가 완벽하게 이해시켜주리라는 든든한 믿음.

 

나는 그래서 항상 그가 선택한 작품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그 또한  응원할 수밖에......
그의 깊은 열정만큼
그의 깊은 노력만큼
여전히 그의 선택을, 그를 열심을 응원한다.
민.영.기.
그는 이미 브랜드가 된 배우이기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