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2. 26. 08:3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동안 이 작품과 관련된 떠들썩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관람 여부에 대해 솔직히 고민을 됐다.

그러다 취소마감 시간을 넘겼고

이왕 예매한거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아무래도 날이 날이니만큼 저석매진이 됐고

예상은 했지만 전후좌우 사방이 완벽하게 연인들로 가득했다.

연인들 틈에서 홀로 독거노인의 처량함과 측음함을 풍기며 꿋꿋하게 버텨냈다.

그리고 최종 결론은,

나쁘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또 다시 역시 류정한이로구나... 를 절감하는 시간이었고

배우의 평정심이 작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드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어떠한 잡음에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확실한 control maker다.

일말의 흔들림없이 정면승부를 하더라.

작품에 대해서도. 배우라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더라.

이제 확신이 생겼다.

이 작품과 아주 편안하게 이별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

아쉬움도 후회도 이젠 안 남겠다.

 

지킬의 집요함과 하이들의 편안함.

그걸 하나하나 표현해내는 배우 류정한의 모습은 참 아름답더라.

서로를 견재하면서 버텨내는 지킬의 손, 하이드의 손을 보는 것도,

검은 눈 속에 순간순간 교차하는 두 자아의 모습을 보는 것도,

고통이자 황홀이었다.

"The way back"에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내가 완벽히 무너졌고

(이 무너짐을 내가 얼마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confrontaton"은 누가 뭐래도 우리 나라에서는 류정한의 단연코 최고다.

두 개의 자아가 하나의 자아로 합쳐지는 모습...

이번에도 또 보고야 말았다.

표현이 하도 거침없다보니 기괴함미저 느껴졌다.

마지막 지킬이라는 다짐이 그를 무대 위에서 이렇게 거대하게 만들었구나...

후회를 만들지 않겠다는 간곡함이 장면마다 느껴진다.

그는...

완벽한 소진(消盡)으로 다시 깨어나고 있구나.... 

극진한 아름다움 앞에 나는 자주 떨렸고 자주 울컥했다.

 

됐다.

나의 지킬은 아걸로 완성이다.

류정한으로 시작된 지킬을 이렇게 류정한이 완성시켰다.

그거면 충분하다.

차고 넘치게 행복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10. 07:3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어쩌다보니 벌써 네번째 관람이 됐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류정한, 소냐, 조정은 캐스팅.

이 안정적인 캐스팅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오랫만에 아주 편안하고 여유롭게 관람했다.

재미있는건,

내가 이 작품의 동선과 조명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거다.

그게 때에 따라선 포커싱에 방해가 되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극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지킬을 동선을 그대로 따라다니면서

이번엔 특히나 배우 류정한의 표정과 연기를 더 관심있게 지켜봤다.

확실히 예전보다 류정한의 지킬에선 하이드가

류정한의 하이드에선 지킬이 더 자주, 더 많이 느껴진다.

그것도 아주 간절하고 집요하게.

 

몰랐었는데 지금껏 내가 이 작품을 보면서

하이드가 느끼는 고통에 대해 내내 외면했다는걸 알았다.

아주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로 선과 악을 구별했고

거기에 지킬과 하이드를 곧이곧대로 대입시켰던거다.

(정말이지 보인는게 전부는 아니더라.)

하지만 절실함과 간절함, 절박함은 지킬에게서보다 오히려 하이드에게서 더 느껴졌다.

하이드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위선자들을 단죄하기 위한 시간이.

그러니까 그건 일종의 시한부 생의 선고였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람이 어떻게 평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단죄라는 것도 사실은 지킬에게서 비롯된 개인적인 복수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하이드란 존재는,

지킬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한 가련한 존재였던건 아닐까!

비로소 하이드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웠다.

하이드의 눈 속에 순간순간 보여졌던 지킬의 눈빛.

그 눈빛을 보면서 가둔 자와 갇힌 자의 절망을 외면하기가 앞으론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악의 본질은,

지킬도 하이드도 아닌 "간절함"이었다.

그게 그들 모두를 파괴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