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8. 19. 07:50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과거"는 떠올리는 동안은 더이상 과거도, 멈춰있는 시간도 아니다.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일 뿐.

여기 비탄으로 가득한 과거를 가진 한 사람, 아니 한 존재가 있다.

비탄은... 서서히 그 존재의 시간을 바꿔놓는다.

시간의 길이와 시간의 결, 시간의 기능 모두를!

급기야 그 시간은 공간까지 잠식해온다.

결국은 머릿속에, 가슴속에, 심장 속에 완전히 새로운 지형을 들어선다.

결코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유일한 세상.

불멸의 존재에게 다른 불멸의 세상이 열린다는건,

피할수 없는 비극이다. 

방법이 없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수밖에는...

 

<Dracula>

솔직히 말하면 작품 자체는 내겐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매혹당한 이유는,

드라큘라로 무대에 서있는 "류정한" 때문이다.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이렇게까지 온 몸과 마음을 다 던져 맹목적으로 헌신한다는건.

작품을 뛰어넘는 감동이고 전율이다.

숨결도, 움직임도, 목소리와 생각까지도

아니 심지어는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드라큘라를 위해 존재하는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존재하는 이 공간이, 내가 존재하는 이 시간이 이곳 아닌 그곳으로 옮겨지는걸  설명할 길이 없다.

시간과 공간의 틈이...

류정한이라는 배우로 인해 또 다시 열렸다.

때로는 어떠한 저항도 못해보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있다.

지금처럼...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작품을 보면서 자꾸 눈을 감게 된다.

이건 모든걸 다 놔버리는 침몰의 의미일까?

단언컨데 아니다!

다른 모든 것들을 다 배제하고 그의 소리에만 집중해도

신기하게 모든게 보이고, 모든게 느껴진다.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소리가 눈을 대신할 수 있다는 걸 깨끗히 인정하는 중이다.

느닷없이 자리잡은 새로운 감각의 출현!

아... 참 다행이다.

혹시라도 내게 무슨 일이 생겨 앞을 못보게 되더라도

류정한의 무대는 지금처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나를 쓸어내린다. 

그의 소리는 가느다란 머리카락의 떨림까지 그려내는 정교한 붓같다.

 

이쯤되면 조금은 무던해질때도 됐건만

나는 또 어쩌자고 매번 경이롭고, 매번 새롭고, 매번 감탄할까!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늘 그랬다..

그 시간동안 류정한이란 배우는 내겐 늘 치명적이고 독보적인 뮤지컬 배우였다.

게다가 그 자리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 적이 없었고

그건 앞으로도 역시 그럴거다.

 

대체라니...

누가 감히 이걸 꿈꿀까!

사로잡힌 자는,

그저 사로잡힌 자의 예의를 다하면 그뿐!

다른 길은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8. 07:54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또 다시 <Dracula>다.

평소 공연관람이 워낙 많다보니 좌석에 대한 욕심은 자연스럽게 버리게 됐다. 

공연 관람 하나로 파산을 자초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정말 좋은 작품, 정말 좋은 배우가 하는 공연은  딱 한 번 좋은 좌석에서 관람한다는 나름의 원칙은 있다.

(그게 매번 배우 류정한의 작품이긴 하지만...)

단 한 번 허락(?)된 좋은 좌석에서의 관람.

8월 7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무대가 앞으로 많이 나와서 그런지 예술의 전당 B블럭 4열에서의 관람은... 

배우의 표정과 감정을 아주 세밀하게 읽을 수 있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미 익숙한 이야기인데 마치 처음 보는 이야기처럼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만들만큼..

그리고 다섯번째 관람 중 처음으로,

"she"에서 눈물을 흘렀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장면은 내가 끔찍히 싫어하는 장면이다.

회상장면이라지만 앙상블의 움직임이 너무 산만하고 황당해서 차라리 영상으로 처리를 하지... 내내 그랬었다.

그런데 이날 류정한 드라큘라의 표정을 따라가면서 이 장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에 몰입하게 되더라.

"A perfect life"와 "Loving you keeps me"에서도 여지없이 무너졌지만

그 이후까지도 "She"에서 시작된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내내 먹먹했다.

 

류정한이란 배우.

예전엔 확실히 그랬다.

가끔씩 결정적인 넘버에서 결정적인 삑사리(?)를 내긴 헸지만 연기보다 노래가 훨씬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노래와 연기 모두 다 너무나 좋다.

매일 레전드를 갈아엎을 정도로...

게다가 요즘엔 삑사리를 들어본게 도대체 언젠가 싶을 만큼 넘버 소화력이 안정적이다.

매번 최상의 상태에서 최상의 소리로 무대에 선다.

딕션은 정말 누구 말처럼 결벽증이 느껴질 정도로 정확하다.

도대체 평소에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무대에서 매번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아마도 일상의 모든 것이 무대에 포커싱 되어 있지 않을까?

<프랑켄슈타인>에서 <드라큘라>로 이어지는 작품이 묘하게 배우 류정한이 아닌 인간 류정한을 걱정하게 만든다.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무대에 있어줘서 많은 이들이 행복하긴한데

매번 다른 삶을 온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그는 과연 어떨까?

폭풍같은 터널 끝에

류정한은 여러 의미로 다른 레벨의 배우가 됐다.

그 터널을 지나오면서...

스스로 포기하고 놓아버린 것들이 참 많았겠구나 싶어 진심으로 안스러웠다.

마치 드라큘라처럼...

 

류정한과 조정은의 조합을 보면서 언제나 매혹적이라 생각했는데

이날 두 배우의 표정과 연기에서는 "고혹"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건 관능을 뛰어넘는 묘한 신비함이었고 떨림이었다.

"Mina's seduction"에서 어제 처음으로 느껴졌던 드라큘라의 두려움.

어쩌면 드라큘라는 자신의 마지막을 이때 이미 선택했던 건 아닐까?

두 연인에게 허락된, 축복받지 못한 마지막 밤을

두 배우는 표정으로, 눈빛으로, 감정으로, 손끝으로 다 표현했다.

너무 아프고, 너무 간절해서 숨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Train Sequence"에서 서로를 보호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은 현실의 간절함 그대로였다.

또 다시 경계가 허물어지는구나..

그건 환(幻)이기도 하고 몽(夢)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 모든게 "눈빛" 때문이었을거다.

무대위에서 내내 마주한 배우 류정한의 그 눈빛.

한 번도, 잠시도 미나에게서 떠나지 못하던 드라큘라의 그 간절한 눈빛.

붉은 렌즈 속에 감춰진 그 눈빛에 나는 홀렸고, 멈췄고, 갇혔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

무슨 뜻인지 너무나 잘 알겠다.

완벽한 광(狂)의 세계.

충고하건데...

제정신으로 살고 싶다면 절대로 류정한의 작품에 빠지지 말라!

빠지지 않으려면 모든 호기심을 접고 우연이라도 보려 하지 말라!

잠깐이라도 보게 됐다면,

그랬다면...

빠져나오는건 애당초 깨끗이 포기하라.

 

"It's over"는 따위는

결코 오지 않는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4. 5. 29. 09:10

6,7월에 올려지는 작품 중에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 몇 편 있다.

먼저 뮤지컬로는,

류정한, 김준수, 조정은, 정선아 주연의 뮤지컬 <드라큘라>와

조정석의 뮤지컬 복귀작 <블러드 브라더스>,

무지 예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마이클리 <프리실라>도 있고

<모차르트>와 공연기간이 겹쳐지는 창작뮤지컬 <살리에르>가 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작품은 공연장도 세종문화회관이다.

<모차르트>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고 <살리에르>는 세종M씨어터.

이 두 작품, 은근히 경쟁관계 형성되겠다. 

라이센스 VS 창작

대극장 VS 중극장

모차르트 VS 살리에르 등.

(배우진과 제작진, 제작비까지 제법 흥미진진한 구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드라큘라>는 류정한이 주연이라 제일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1992년 개봉했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드라큘라>를 워낙 인상적이어서 궁금해하는 중이다.

지금껏 내가 봤던 <드라큘라> 영화중 단연코 최고였던 작품.

그때 드라큘라는 게리올드만이었고, 위노나 라이더가 미나를

그리고 아주 젊은 키아노 리브스가 조나단이었다.

앤서니 홉킨스가 반헬싱이었고 모니카 벨루치가 루시.

캐스팅도 화려했지만

개리올드만의 "드라큘라" 연기는 정말이지 매 장면이 압권이었다.

아주 섹시했고, 아주 우아했고, 아주 아름다웠고, 아주 강렬하고, 아주 절망적이었다.

요 며칠 유투브로 다시 한 번 찾아봤는데

20년도 더 된 영화인데도 하나도 촌스럽지않고 여전히 좋다.

이 영화보면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과 게리올드만이 진짜 "드라큘라"는 아닌가 의심까지 했었다.

그 이후에 좋아하는 영화배우에 "게리 올드만"을 서슴치 않고 적어 넣었더랬는데...

(요즘 말로 하면 한때 게리 올드만의 덕후였던 셈이다)

 

유투브로 프랭크 와일드 혼의 <드라큘라>도 몇 번 봤는데

젠장!

류정한에게 딱인 배역이다.

스토리도 그렇고 드라큘라가 부르는 넘버도 그렇게 적역이란 생각이 점점 확실시된다.

그나저나 류정한은 "루시"가 나오는 작품과는 인연은 인연인가보다.

하는 작품마다 "루시"들이 나오니...

나중에 류정한과 루시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정말 한 번 써볼까???)

일단 이 작품은 자리욕심을 완전히 버렸다.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전혀 없더라.

나머지 작품들도 어느 정도 기대는 되지만 몇 번씩 보게 될 것 같지는 않고

창작뮤지컬 <살리에르>는 좀 기대가 된다.

정상윤 살리에르가 전혀 상상이 안돼서...

<라카지>를 봐서는 <프리실라>에 꽃힐 것 같진 않지만 마이클리의 활약 여부에 따라

재관람 여부는 달라질 것 같고

<블러드 브라더스>는 지금 생각으로는 한 번 정도 볼 생각인데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혹 모르지, 이 작품이 의외로 복병이 돼서 치고 나올지도!

 

 

기대되는 연극은 당장은 두 편 정도.

박호산, 김재범, 전성우가 출연하는 <데스트랩>과

(그런데 김재범, 전성우, 윤소호가 같은 역이다. 참 애매하다...)

이명행이 한석규 역으로 출연한다는 <8월의 크리스마스>.

싱크로율 가히 100%라 하겠다.

개인적으론 TV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남명렬 배우의 차기작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고.

중간중간 명동예술극장이나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 좋은 작품이 올라오면 보게 될 것 같고

하반기에 LG 아트센터에서 올려질 김광보 연출의 신작도 기대작 중 한 편이다.

(도대체 어떤 작품을 어떤 배우들과 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올 하반기에는 아마도 내 생활에 큰 변화가 올 것 같다.

긴축경영이 필요한 때.

공연을 안보고 사는 건 도저히 못할 것 같고, 솔직히 자신도 없지만

적어도 자리 욕심은 완전히 버리려고 한다.

정말 좋은 자리에서는 딱 한 번만 보는 걸로!

(<드라큘라>도 그렇게 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자중과 자제.

하반기 공연을 선택하는 키워드는 이 단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4. 5. 23. 08:02

올해 올려진 뮤지컬 예정작에 <스위니 토드>가 있었다.

그리고 충무아트홀 대관에도 일정이 있었고.

오디션도 완료되어 주요배역도 정해졌다는 소식도 분명 들었다.

그동안 "~~~카더라"에 하네 마네 말이 많긴 했지만 

내내 부정하면서 정말 꿋꿋이 믿었다.

그정도로 너무 보고 싶은 작품이었고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그랬는데 5월 20일 뮤지컬 헤븐의 박용호 대표가 공식적으로 공연 취소를 알렸다.

 

2007년에 LG아트에서 초연으로 올려졌을때

이 작품을 보고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괴기스럽고, 잔인하고, 아름답고, 슬프고, 기묘하고, 황당하고, 가엾고, 불쌍하고 안타깝기까지...

객석에 앉아 프롤로그부터 몰입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뒷통수를 후려치듯 귓청을 내리찍던 기괴한 소리.

그 소리는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길었고 심지어 듣기조차 거북한 불쾌함이었다.

아. 그런데 그 불쾌함이 얼마나 황홀하던지...

초장부터 나를 완벽히 매혹시켜버리더라.

"등골이 오싹할 얘기, 시퍼런 눈빛의 한 남자"로 시작되는 첫곡 "The Ballad of Sweeney Todd"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야말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상상을 깨는 불협화음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손드하임 최고의 수작 <스위니 토드>

재공연이 된다는 소식에 정말 심장이 쫄깃쫄깃했었다.

혼자 작정도 했다.

이 작품에 올인하겠노라고!

그랬더랬는데... 그랬더랬는데...

이 작품이 엎어졌단다.

내가 뭐라고 기운이 다 빠진다.

 

 

이럴줄 알았으면 초연때 많이 봐둘걸 그랬나보다.

캐스팅별로 두 번 본 게 못내 아쉽다.

류정한 - 홍지민 - 홍광호 - 임태경

양준모 - 박혜미 - 한지상 - 이동명

초연 캐스팅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임태경도 천상의 목소리를 잃기 전이었고 토비어스는 한지상과 홍광호가 더블 캐스팅이었다.

(정말 풋풋했고, 정말 귀여웠고, 정말 열심이었다)

그때 이 녀석들 보면서 조만간 한 몫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역시나 두 사람 모두 최고의 배우가 되어 무대위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홍광호가 <미스사이공> 첫공연을 무사히 마쳤다는 기사도 오늘 봤다. 객석의 환호가 대단했다는 후문이...)

 

기괴한 톱니바퀴와 거다란 원형 무대.

2층에 있는 스위니 토드의 비밀스런 이발관도 지하에 있는 파이굽는 커다란 오븐도 떠오르고 

불협의 아름다움이 폭발하던 넘버들도 계속 떠오른다. 

어쩌자고 프롤로그의  빈 의자와 조심조심 걸어가던 아이의 모습까지 이렇게 선명한지...

끼~~~이~~~이~~~익!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시종일관 몰아쳐서 딴 생각할 틈이 전혀 없었던 작품.

주조연뿐만 아니라 앙상블까지도 최상이었는데...

젠장!

계속 떠올리다보니 더 선명해지고 더 그리워진다.

"앓이"가 시작되려나보다.

 

이 매혹적인 이발사는 도대체 언제쯤 영업을 시작하려나!

여기 단골손님 한 명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데.

2007년부터 지금까지 쭉~~~~

 

 

 

 

 

<Sweeney Todd OST>

Act 1
Prelude
The Ballad of Sweeney Todd
No Place Like London
The Worst Pies In London
Poor Thing
My Friends
Green Finch And Linnet Bird
Ah, Miss
Johanna
Pirelli’s Miracle Elixir
The Contest
The Ballad of Sweeney Todd
Wait
Kiss Me
Ladies In Their Sensitivities
Pretty Women
Epiphany
A Little Priest


Act 2
God, That’s Good!
Johanna
By The Sea
Wigmaker Sequence
The Letter
Not While I’m Around
Parlor Songs
City On Fire
Final Sequence
The Ballad of Sweeney Todd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4. 1. 12:48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정말 많이 기대하면서 기다렸던 류정한 빅터와 박은태 괴물.

드디어 이 두 사람의 조합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내가 이 작품에 매혹당해버렸다는 건 애초부터 깨끗하게 인정해버렀지만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하고, 듣게 하고, 느끼게 했다.

그걸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남루하고 구차하게 느껴질만큼... 

완벽한 그로기(groggy) 상태.

가차없이 쏟아지는 무차별 폭격앞에 지금 폐허가 되버렸다.

과연 나는 복구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는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몰고갈 수 있을까?

참 잔인하게 아름답고 처절하게 아프다.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하나뿐.

광기(狂氣)

도대체 주말 첫공연에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아버리면 남은 3회 공연은 어찌 하려고...

No day but today!

무대 위 그들의 모습이 딱 그랬다.

젠장, 너덜거리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패배를 인정하게 만드는 작품이로구나.

 

빅터 류정한.

미친 연기고, 미친 노래고, 미친 표현이다.

특히 "나는 왜"에서는 정의와 욕망의 충돌에 따라 순간순간 변하는 얼굴 표정이 정말 압권이었다.

당장 줌인으로 클로즈업시켜 보고 싶을 정도로...

이 매력적인 기괴함을 대체 어찌할까!

"위대한 생명창조..."는 이 곡만으로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라 명명해도 무방할 정도다.

눈 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이해라는 게 되지 않았다.

이렇게 다 쏟아내고 어떻게 다음 장면 연기가 가능할까!

무대에 서있는 것 자체도 거의 기적처럼 보이던데...

정말이지 그 순간만큼은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창조주라 부를 수밖에는 없겠더라.

 

그리고 빅터일 때 살짝살짝 드러나던 자크의 모습과

반대로 자크일 때 살짝씩 드러나던 빅터의 모습은

인간이 갖는 이중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을까?

술집에서 빅터가 앙리에게 살인이라도 하고 싶다고 고백할 때는 자크의 잔인함이,

자크가 괴물에게 실험일지를 읽어줄 때는 확실히 빅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부분은 유준상, 이건명과 확실히 차이가 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또 다시 레벨을 벗어나려는 모양이다.

(나 역시도 또 다시 깨끗하게 인정하자!)

게다가 박은태와의 발란스는 <엘리자벳>때 이미 알아챘지만 이 작품에서 레전드를 찍는다.

"단 하나의 미래'와 "한 잔의 술"은 두 사람의 음색이 너무나 잘 맞아서 정말 황홀하더라.

 

박은태 앙리.

아마도 나는 그의 "너의 꿈 속에서"를  최고의 연가(戀歌)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이보다 더 절절한 사랑이 세상 어디에 존재할까?

지금 나는 동성애를 운운하려는게 결코 아니다.

앙리가 빅터에게 보여준 사랑은 인간의 한계와 범위를 벗어나는 사랑이다.

가히 신성(神性)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사랑.

빅터는 "생명창조"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고

앙리는 "신성의 사랑"으로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신의 심판에서 도저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다.

 

그리고 시종일관 표정없는 얼굴과 속삭이듯 읊조리던 박은태 괴물.

속에 괴물의 모든 히스토리가 다 담겨있는 것 같아 나는 참 슬프고 아프고 저렸다.

울부짖음도, 서러움도, 원망도, 분노도, 희망도,

다 담겨 있더라.

그러다 빅터의 입에서 "앙리"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돌변하는 표정과 격양되는 목소리.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상처"다.

한지상 괴물은 존재를 부정당한 자의 상처가

박은태 괴물은 관계가 거부된 자의 상처가 보인다.

그런 생각도 들더라.

한지상 괴물이 바랐던 건 복수 혹은 심판이었지만

박은태 괴물이 바랐던 건 구원이었다고...

그래서 한지상 괴물에게 빅터의 실험일지는 일종의 "살생부"처럼 느껴졌고

박은태 괴물에게 빅터의 실험일지는 "기도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박은태 괴물의 마지막 대사가 나는 오히려 평온하게 들렸다.

"혼자가 된다는 슬픔, 그게 나의 복수야."

그 말을 끝으로 괴물은 "쉼"의 상태로 침잠한다.

그토록 바랐던 구원의 세계로...

(총구를 빅터에게 넘겨준 행위엔 그런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창조주여! 당신이 나를 창조했듯 이제 나를 구원하소서!)

혼자 남은 빅터는.

이제 스스로를 구원해야만 한다.

그게 삶이든, 죽음이든.

 

이 작품은 참 많이 불친절하다.

심지어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수시로 등을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불친절한 "외면"이 품고 있는 간곡한 진실을...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

볼 수 있는 것과 봐야만 하는 것.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 사이에서 나는 그걸 내내 생각했다.

 

문득 공포감이 밀려온다.

이 작품은 과연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까?

 

이건 정말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4. 08:27

<Carmen>

일시 : 2013.12.03. ~ 2014.02.23.

장소 : LG 아트센터

대본 : 노먼 알렌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 머피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바다, 차지연 (카르멘) / 류정한, 신성록 (호세)

        임혜영, 이정화 (카타리나) / 에녹, 최수형 (가르시아)

        이미라, 유보영 (이네즈 고모) / 이정열 (맨도자 시장)

        태국희, 임재현, 최호중, 서경수 외

제작 : 오넬컴퍼니, (주)뮤지컬해븐

 

무한애정하는 류정한이 출연한다고 해도

<카르멘>은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요즘은 공연이 시작되기 3~4개월 전부터 예매가 시작되니 호불호를 결정하기도 전에 예매부터 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된다.

그러다보니 작품이 취향과 안 맞을 경우 취소수수료도 만만치 않고...

이 작품도 취소수수료때문에 세번째 관람까지 하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화려한 쇼뮤지컬을 보고 있으면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면서 극도의 피곤이 몰려온다.

<카르멘>도 그런 의미에서는 어쨌든 치명적인 작품이 맞긴 하다.

 

두번째 관람한 차지연 카르멘은 확실히 좋더라.

차지연은 아주 작정한게 분명하다.

<카르멘>은 그야말로 차지연에 의한, 차지연을 위한, 차지연의 작품이다.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보고 있으면 눈이 부실 정도다.

노래도 연기도 감정도 템포도 타이밍도 춤도 다 너무 좋더라.

개인적으론 바다 카르멘보다 차지연 가르멘이 훨씬 좋다.

바다는 재능과 끼로 주위를 끌어당기는 고양이 느낌이라면

차지연은 내면 깊숙이 뭔가를 품고 천천히 움직이는 표범 같다.

바다는 경쾌한 탱고 느낌이고 차지연은 진한 블루스의 느낌.

뭐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차지연의 체격이 조금만 더 왜소해보였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남자배우들과 서있을 때 얼굴 크기도 전체적인 모습도 커보여서

때때로 집시가 아니라 전사(戰士)같은 느낌인게 아쉽다.

차지연도 자신의 외적인 모습이 아마도 내내 트라우마 혹은 상처였던 모양이다.

안면 축소 수술을 하려고 돈까지 모았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그러다 그 돈을 들고 영국으로 날아가 돈이 다 떨어질때까지 공연을 보고 왔다나!

 

류정한 호세는 무대 위에서 여전히 여우같았고

상대 여배우들을 최대한 돋보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서포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선지 이정화도 처음 봤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좋아졌다.

에녹은 노래와 연기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강렬했고

특히나 이 작품에서는 배역의 매력보다 에녹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문득 에녹이 <아이다>의 라다메스를 해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귀를 사로잡는 넘버는 남자 네 명이 부르는 "A woman like that(그런 여자)"과

카르멘이 부르는 "If I could(그럴 수만 있다면".

특히 차지연이 부르는 'If I could"는 정말 애절하고 진심이 담겨있어 뭉클하다.

커튼콜에 눈물 범벅으로 나오는 차지연의 모습은 참 감동적이더라.

그리고 깡촟깡총 뛰면서 차지연에서 박수를 보내는 류정한의 모습도 참 보기 좋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번째 관람까지는 도저히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

공중에 긴 천을 매달아놓고 움직이는 실크 액팅이나 각종 불쇼와 서커스들이

신기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무섭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게 이렇게 단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17. 08:34

<Carmen>

일시 : 2013.12.03. ~ 2014.02.23.

장소 : LG 아트센터

대본 : 노먼 알렌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 머피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바다, 차지연 (카르멘) / 류정한, 신성록 (호세)

        임혜영, 이정화 (카타리나) / 에녹, 최수형 (가르시아)

        이정열, 유보영, 태국희, 임재현, 최호중, 서경수 외

제작 : 오넬컴퍼니, (주)뮤지컬해븐

 

이 작품 참 기대했었다.

류정한과 차지연, 에녹의 출연 만으로도.

솔직히 말하면 배우 외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갔다.

그야말로 백지 상태로 관람했는데 보는 내내 반복되는 데자뷰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아이다>, <몬테크리스토>, <루돌프>, <J & H>, <스칼렛 핌퍼넬>에 심지어 <NDP>까지...

인터미션때 확인해봤더니 역시나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다.

확실히 프랭크 와일드혼은 <J&H> 이상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는 것 같다.

계속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만 반복적으로 답보하고 있다는 느낌.

이 작품의 넘버나 인물의 엮힘과 무대 위 표현들이 자신의 전작들과 너무나 많이 겹쳐진다.

심지어 몇몇 곡은 <몬테크리스토>의 넘버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았다.

특히 가르시아의 곡은 리듬과 톤, 분위기가 "지옥송 2"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이런 것도 장르의 유사성이라고 해야하나?)

 

 

솔직히 말하면 작품에 대한 매력은 거의 없었다.

훨씬 더 관능적이고, 훨씬 더 유혹적이고, 훨씬 더 본능적이고, 훨씬 더 끈적하길 바랬는데

의외로 아주 평이하고 스토리나 장면에 대한 임펙트는 없었다.

무대와 의상은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쯤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고

캐릭터 역시도 참 중구난방으로 방대하고 모호해서 산만하기까지 했다.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캐릭터는 예언자.

등퇴장을 비롯해서 분장과 의상, 노래, 연기가 다 의문투성이고 뜬금없다.

처음에는 집시무리의 한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것도 아니고 일종의 독립군이시더라.

(예언자가 원래 독립군이긴 하지만... 아라비아나 이슬람권에서 넘어오신 분 같기고 하고...)

놀라운 마술과 화려한 서커스 퍼포먼스는...

태양의 서커스 카피 같았고 조금은 유치했다.

과도하게 길기도 하고...

에녹 가르시아 나오는 장면은 그래도 괜찮더라.

(아마 이것도 에녹이라는 배우의 역량이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론 작품 보다는 배우 개개인이 보여준 역량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던 작품!

 

차지연은 정말 작정을 하고 작품에 올인한 모양이다.

성대가 좋은 편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저렇게 목을 써도 괜찮을까 걱정스럽다.

(<아이다>때도 한동안 목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차지연의 끈적거리는 보컬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에서는 아주 딱 맞아 떨어져서 정말 듣기 좋더라.

첫 곡 "Every woman in the world"부터 귀를 확 끌어잡더니

"A woman like me"와 "If I could"에서 정점을 찍는다.

대체적으로 차지연은 듀엣보다는 솔로곡들이 늘 듣기 좋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랬다.

게다가 이상하게 류정한 호세와는 왠지 살짝씩 어긋나는 느낌이더라.

몇몇 장면들은 좀 더 무너지듯 불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연기적인 면이나 감정면에서도 지금껏 본 차지연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았다.

체격때문에 집시가 아니라 전사 혹은 수장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쉽지만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래도 에녹 가르시아와의 "You belong to me"는 정말 좋더라.

두 마리의 야수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느낌이랄까?

차지연의 액션이 다소 과하긴 했지만 아주 팽팽한 장면이었다.

 

류정한 호세.

이 작품에서 호세는 솔직히 "카르멘"의 배경일 뿐이다.

즉, 돋보이거나 과도한 집중을 받아서는 안되는 역할이 바로 호세다.

도대체 류정한 정도 되는 배우가 왜 배경같은 호세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됐는데 이제는 좀 알겠다.

남자 주인공에 익숙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기꺼이 배경의 역할을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수행하더라.

덕분에 "카르멘"이 더 돋보이고 자유로울 수 있었다.

차지연 카르멘과의 첫곡 "A woman like me"은 너무 날카로웠지만

다른 듀엣곡들과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특히 임혜영 카타리나와의 듀엣은 정말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 같더다.

불혹의 나이를 지난 사람에게 청년의 모습이 보이다니...

게다가 서경수와 친구로 나와서 이건 좀 너무한다 싶었는데

무대 위에서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을 실제로 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

확실히 배우는 배우다.

 

에녹 가르시아와 임혜영 카타리나도 아주 좋았다.

그래도 이쯤되면 임혜영도 배우로서 변화라는 걸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러다 혹시 여자 임태경이 되는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에녹은 이제 뮤지컬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맡겨도 다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딕션과 표정, 넘버 소화력과 연기도 다 좋더라.

배우로서 재능도 많지만 노력도 참 많이 하는 사람같다.

점점 더 성량도 좋아지고 고음도 시원하고

체격 조건이 좋은 것도 배우로서는 큰 장점이다.

언젠가 "애녹"이 크게 사고 칠 작품이 나올 법도 한데...

배우로서의 가능성 끊임없이 증폭중인 "에녹"을 주목하자!

 

솔직히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아직까지 결정을 못내리겠다.

작품 자체는 별론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주말에 바다 카르멘, 최수형 가르시아, 이정화 카타리나까지 보고 나면 어느정도 결정이 될 듯.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 그런데 작품 너무 길다.

   좀 과감하게 쳐냈으면...

 

 

 

 

Carmen OST

 

<ACT1>
1. 프롤로그(Prolog)
2. 운명의 바람(The Winds of Fate) - 예언가
3. 세상은 너의 것(The World Is Yours) - 멘도자 시장, 이네즈 고모, 컴퍼니
4. 단 하나의 기도(My Only Prayer) - 호세, 카타리나
5. 운명의 바람 Rep.(The Wind of Fate Repr.) - 예언가
6. 세상의 모든 여자(Every Woman In The World) - 카르멘, 컴퍼니
7. 나 같은 여자(A Woman Like Me) - 카르멘, 호세
7A. 너 같은 여자(Woman Like You) - 주니가 총경
8. 착한 잘못(While He’s Waiting) - 이네즈 고모
9. 품에 안겨(I Want You Tonight) - 호세, 카타리나
10. 여자답게(Walk Like a Woman) - 카르멘, 컴퍼니
11. 홀로 추는 춤(We All Dance Alone) - 카르멘
12. 그런 여자(A Woman Like That) - 호세, 파비오, 멘도자 시장, 주니가 총경
13. Viva! - 카르멘, 판초, 컴퍼니
14. 운명처럼(Meant to be) - 카르멘, 호세
15. 돌이킬 수 없는(No Turning Back) - 풀 컴퍼니

<ACT2>
16. 발리후!(Ballyhoo) - 판초, 컴퍼니
17. 너는 내가 지킨다(You Belong to Me) - 카르멘, 가르시아
18. 열쇠(The Key) - 멘도자 시장, 이네즈 고모
19. 다른 사람이 된 나(The Man I Have Become) - 호세
20. 그럴 수만 있다면(If I Could) - 카르멘
21. 성 테레사(Saint Theresa) - 카타리나
22. 이젠 알아(A Fool in Love) - 카르멘, 카타리나
23. 착한 잘못 Rep.(While He's Waiting-Repr.) - 이네즈 고모
24. 위대한 솜씨(발리후! Rep./Ballyhoo-Repr.) - 판초, 컴퍼니
25. 걱정 마(Be Afraid) - 가르시아
26. 피날레(운명의 바람/Finale) - 예언가
27. 한 번의 사랑 - 카르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26. 08:27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벌써 네번째 관람이 되버렸다.

변명을 하자면,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최상의 캐스팅이었다.

류정한, 최현주, 카이, 김도형, 신영숙.

내가 그토록 바랐던 초연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는 날.

김도형과 카이의 듀엣, 류정한과 카이의 듀엣, 카이와 최현주의 듀엣.

그리고 류정한, 카이, 신영숙, 최현주의 솔로곡.

어들이 부르는 넘버 한 곡 한 곡은 전부 다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다.

그 이야기 속의 숨겨진 단어 찾기!

오늘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이 작품을 이야기하련다.

나는 이제부터 "단어"를 추적하려고 한다.

내 머릿속에만 봉인되어 있던 단어들에 대한 추적.

그걸 기록하려고 한다.

 

류정한이 표현하는 찰스 다네이는 "절제"다.

결코 전소(全燒)되어질 수 없는 슬픔의 끝을 그는 품고 품고 또 품는다.

염세와 숭고함 사이의 그 교차되지 않는 막막한 폐허의 땅에 직접 발자국을 꾹꾹 새기며 길을 낸다.

길을 만드는 사람.

아! 이 작품을 류정한이란 배우는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그의 여정 속에서 나는 그걸  절실히 느꼈다.

게다가 그가 보여준 "절제" 속엔 "미(美)" 이상의 것이 담겨있다.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몇 번의 순간들, 순간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깨끝이 턱턱 무너졌다.

 

최현주 루시를 보고 있으면 루시의 "견고"함에 매번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 견고함을 표현하는 방법은 온기가 실감될 정도로 따뜻하고 다정하다.

류정한 시드니의 결핍이 "삐딱함"으로 표현된다면

최현주 루시의 결핍은 모든 걸 인정하고 이해하는 포용의 형태다.

둘은 reflection의 가사처럼 정말 다른 세계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인데...

납득되어질 수 없는 다른 세계 사람을 최현주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류정한과 최현주.

두 사람의 표현방식은 묘하게도 상호보완적이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시드나와 루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이 두 사람이(배우 말고) 샴쌍둥이처럼 느껴진다.

온전한 삶을 위해서 한 사람의 희생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샴쌍둥이...

나는 과연 그 둘 중 누구를 선택할 수 있을까???

 

카이의 찰스는 "선함"의 다른 이름이다.

찰스의 모든 선택은 강직함에 가까운 "선함"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거란걸 아는 절박함에도

선함을 위한 찰스의 선택은 너무나 단호하다.

그래서 도저히 막을 수 없다.

그게 루시일지라도...

그건 세상에 자신의 선함을 기필코 보여주겠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의 표현이다.

타인이 받을 상처과 아픔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아픈 게 찰스다.

찰스의 선택은 그래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세상을 향해서다.

부드러운 선함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

카이의 찰스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신영숙의 마담 드파르지는 쌓이고 쌓인 "한(恨)"이다.

백민정의 마담 드파르지가 살의에 가까운 독기를 보여줬다면

신영숙은 자의든, 타의든 오래 참고 견딘 사람이 갖는

감히 깊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절망과 슬픔이다.

그녀의 버텨온 이유는 결코"복수"뿐만은 아닐거다.

그래선가!

그녀의 최후는 오히려 편안했다.

오래고 긴 한의 굴레에서 비로소 벗어난 것 같아서. 

(그런데 신영숙, 몸이 안 좋아 보인다. 혹시 어디가 아픈건가???)

그리고 나를 너무나 많이 감동시켰던 <두 도시 이야기>의 앙상블들.

확실히 이들이 이 작품의 진정하고 주인공이다.

이들은 마치 지구상에 이 작품 하나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들같다. 

그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집중과 몰입은 일종의 광기였다.

"미쳐야 미친다!"

그래, 아무래도 이 말은 진실인 모양이다.

 

어쩌면 마지막 관람이라는 현실감이

나를 더 감상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 작품 때문에 나는 잠시 꿈을 꿀 수 있었다.

잠시 숨을 쉴 수 있었다.

비록 잠깐뿐일지라도

나는 오랫만에 평온했다.

그거면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3. 08:48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다시 돌아온 찰스 디킨스의 명작 <두 도시 이야기>

소위 말하는 위대한 고전들이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만들어지면 꼭 원작을 찾아서 읽어본다. 

그래서 이 작품도 작년에 초연이 됐을때 일부러 원작을 읽었다.

그때 개인적으로 받았던 느낌은,

원작보다 훨신 더 풍성하고 깊이있는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거였다.

(대문호 찰스 디킨스에겐 참 죄송스런 발언이지만...)

<몬테크리스토>도 <레미제라블>도 원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아니었다.

똑같이 생긴 찰스 다네이와 시드니 칼튼을 도대체 어떻게 설정할지도 궁금했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상당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초연때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는 평들도 많았지만

skill의 화려함이 주는 감탄보다 feel에 녹아들면서 육화되는 감동때문이었는지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게다가 22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는 왠만한 클래식 연주회를 능가할만큼 깊이감있고 웅장했었다.

(김문정의 욕심이 얼마나 고맙던지...)

다시 돌아온 <두 도시 이야기>

궁금했다.

초연때의 받았던 그 감동이 얼마만큼 다시 찾아와줄지가...

 

류정한 시드니, 최현주 루시, 카이 찰스.

예상은 했지만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지고 간곡해졌다.

배역에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아니면 정말 깊숙히 스며들었다고 할까!

그냥 그대로 시드니였고, 루시였고, 찰스였다.

이 세 배우의 조합은 정말 황홀할만큼 싱크로율도 좋고 서로 만들어내는 케미도 더없이 좋다.

남녀 듀엣도, 남남 듀엣도, 솔로곡도 어쩜 그렇게 다들 황홀함을 선사하던지!

배역에 완벽히 몰입하고 있음이 그대로 눈 앞에 보여진다.

 

류정한 시드니!

시드니의 첫장면 동선이 초연과 달라서 말들이 있는 것 같던데

류정한 시드니는 초연때와 똑같은 동선으로 등장했다.

(배우에게 선택권을 줬던걸까? 아니면 류정한의 고집이었을까?

 서범석과 윤형렬의 동선이 어떤지 몰라서 비교는 못하겠다.)

염세주의자이긴 하지만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알콜의존증 환자(?) 시드니.

류정한의 시드니는...

말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또 다시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한다.

어딘가 이런 사람이 있다고 믿고 계속 물 속만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나르시시즘.

(참 삐딱한 나르시시즘이다.)

초연 때는 "I Can't Recall"에 감탄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곡에 다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넘버의 느낌이 다 달라서 시드니의 넘버로 그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특히 루시의 결혼식 장면에서 "If dreams Come True"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빛은...

도저히 설명 못하겠다.

가질 수 없는 여자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빛과, 그 눈빛보다 더 간절한 그 마음..

아! 시드니는 결코 루시를 떠날 수 없겠구나... 확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시드니 스스로 다진 의지도, 신념도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밖에는 도저히 없다는 거다.

선별과 선택을 할수조차 없는 그런 것.

류정한이 보여주는 시드니가 그랬다.

"Let Her Be a Child"

이 노래가 그렇게 간절하고 애뜻하고 슬펐던 이유는 그래서다.

그리고 이 넘버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에 고였던 눈물은,

시드니의 눈물, 바로 그것이었다.

단지 보는 것 뿐인데도 내 가슴이 쿵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찮다... 괜찮다... 오래 나를 다독여야만 했다.

 

최현주 루시는 초연때보다 더 강건하고 아름다워졌다.

(지금 난 외형을 보고 말하는게 절대 아니다!)

그 사랑스런 눈빛이라니...

누구라고 그녀를 보면 사랑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상대역들은 몰입하기가 참 쉬웠을 것 같다.

찰스도 시드니도 그리고 마네트 박사와 프로스 아줌마까지도!

"Whthout a Word"에 감정을 다 쏟아내는 최현주 루시의 모습을 보면 늘 경이롭다.

루시도, 최현주도 무대에 서있는 것조차 힘겨울것 같다.

시드니 말대로 루시는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여자다.

(그리고 최현주는 더더욱 더!)

루시를 최현주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초연때부터 최현주가 내겐 루시의 진리다.

그리고 카이의 찰스도.

최수형의 찰스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래도 첫관람은 꼭 카이여야만 했다.

초연때 카이와 류정한이 남긴 듀엣의 활홀함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끝없이 끌어 당긴다.

팽팽하기도하고 서로를 연민하기도 하고...

묘하다.

남자의 듀엣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게 좀 믿겨지지 않지만 실제로 그랬다.

게다가 카이는 뮤지컬 첫데뷔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솔직히 연기적인 면에서는 큰 기대fmf 안했었는데 깜짝 놀랐었다.

귀족적이면서도 순수하고 다정한 카이의 찰스.

제발이지 카이를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는 신영숙보다는 아무래도 약하다.

(어쩔 수 없다. 이건 신영숙 탓이다!)

"ㅅ" 발음은 너무 쎄고,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아무래도 좀 거슬린다..

그래도 이 작품에선 이런 단점들이 역할과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서 다행이자만

호흡은 내내 아쉬웠다. 

초연때 정상훈 바사드가 너무 갑칠맛나는 쫀득쫀득한 연기를 선보여서인지

김대종 바사드는 좀 밋밋했다.

로리 아저씨도 좀 아쉽고...

(어디선가 <아이다>가 막 튀어 나올 것만 같아 ㅠ.ㅠ)

박용수 로리는 루시에게 부모가 갖는 깊은 애정이 느껴졌는데

김덕환 로리는 사무적이고 직업적이다.

(그야말로 법적인 대리인 딱 그 느낌!)

그래선지 박송권 제라가 "이제 시드니씨는 못 돌아오는 건가요"라고 물을 때도

아무 감정없이 느껴진다.

뭐 너는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투로.

(나만 그랬나?)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건 음악.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졌버렸다

게다가 브라스는 좀 경박한 수준이다.

제임스 바버가 스피디하게 연출했다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대사의 타이밍과 오케의 연주만 과하게 성급해진것 같다.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삭제한 건 아주 좋았지만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한 호흡과 간격이 꼭 필요한 작품이다.

그런데 어딘지 배우도,오케도 뭔가에 쫒기는 인상이 강하다.

특히 1막에서는 더.

다행히 류정한 시드니가 등장하고부터는 속도가 좀 진정된다.

(성급한 속도를 컨트롤한 사람이 과연 누굴까? 혹시 류정한? 어쩌면 그럴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이 작품은 여전히 참 좋은 작품이고 그리운 작품이다.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마냥 그리운 그런 작품! 

다시 보게 된다면,

(당연히 다시 보겠지만!)

이번엔 신영숙까지 포함힌 초연멤버 그대로 관람하련다.

신영숙의 "Our of Sight, Out of Mild"가 무지 그립다.

 

* 다음 관람 땐 꼭 오페라글라스를 가지고 가야겠다.

  류정한의 표정을 아주 세세히 읽기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26. 08:28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류정한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와 출연이 겹쳐지면서 전반부에 10회 공연을 그야말로 폭풍처럼 달렸던 그의 마지막 공연날이었다.

딱 한 번 보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막공을 예매했었다.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안 그랬다면 또 다시 몇 번씩 보는 기질이 발동됐을테니까.

(제발 <두 도시 이야기>도 제어가 가능해야할텐데...)

 

류정한의 세번째 몬테크리스토.

표정과 눈빛이 이뤄낸 완벽한 하모니였다.

이 남자, 어쩌자고 이렇게 점점 더 세밀해지고 섬세해지나!

이렇게되면 그의 시드니는 또 한 단계 진화를 하게 될텐데...

익숙함은 새로움을 부른다.

적어도 지금의 류정한이라면!

그는 "몬테크리스토"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컨트롤했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에드몬의 본모습을 잃지 않는다.

아니 잃을 수 없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몬테는 강인한 눈빛 속에서도 늘 충돌과 혼돈이 뒤섞인다.

망설임과 단호함.

그 사이에서 스스로 무게중심을 정확히 옮기겨가 류정한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그의 여우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제 근느 배우로서 배역에 편안히게 스며든다.

하지만 연기는 치열해지고 섬세해졌다.

예전의 그와 지금의 그는 확실히 좀 달라졌다.

이쪽도, 저쪽도 다 좋다. 

오랫동안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길들여졌다.

그의 연기 방식과 변화에.

불만은 없다.

미안한 발언이지만 나는 배우 류정한에 관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공정성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다.

 

1막 마지막곡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역시나 류정한 버전이 최고다.

감정몰입의 극대화.

이 넘버는 그렇다.

기교보다는 감정의 폭발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곡인데

(그렇다고 삑사리의 향연이라는 그릇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시하는 걸 절대 반대!)

역시나 영리하게 잘 표현했다.

4명의 인물들을 완벽하게 마리오네트화시키는 능력이라니...

게다가 2막 "덫/더 많이 더 높이"는

메이스트로 류가 지휘하는 세기말적인 "악의 교항곡" 같았다.

"하루 하루 죽어가"는 처연했고

"과거의 내 모습"은 회환으로 가득찼다.

액션은 좀 힘들어하는 게 보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보여진 감정연기와 표정, 눈빛은 지금껏 봤던 몬테크리스토 중에서 가장 좋았다.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한 배우의 진중한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은근히 작품운이 따라주지 않는 윤공주.

그녀의 메르세데스는 1막보다 2막이 훨씬 좋다.

나 혼자만 느낀건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톤과 호흡이 예전과는 어딘지 달라졌다.

살짝 이질감이 느껴졌다.

윤공주는 메르세데스를 아주 강하고 단호는 여인으로 표현했다.

옥주현과 비슷하게 가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언제나 그대곁에"는 힘이 느껴진다.

사랑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주는 힘.

무엇으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한 여자의 힘.

그래선가?

윤공주 메르세데스는 몬데고에게도 에드몬드에게도 너무 강하다.

앞부분과 뒷부분은 조금 더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더 좋았을텐데...

박철호 아베 파리아는 무대를 완전히 휘어잡았다.

연기, 표정, 타이밍 모두 아주 기막혔다.

자칫 잘못하면 코믹하게만 보여질 수도 있었는데

극의 포인트를 살리면서도 적절한 선을 잘 유지했다.

파리아 신부가 죽는 장면은 가슴이 찡해져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백주희 루이자는 해적선 장면은 아주 좋았는데

(해적들의 디테일한 연기도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2부 카니발 장면은 좀 밋밋했다.

한지연 루이자같은 섹시함과 은밀함이 없어서였을까?

뭐가 됐든 첫인상이라는 건 쉽게 잊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앙상블은 노래는 전체적으로 좀 약했지만 연기적인 면에서는 디테일이 더 강화됐다.

의도적인 연출이었던 것 같은데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복수 장면에서 몬테크리스토의 개입이 더 많아진 것도 훨씬 좋았다.

LERROM international이 "morrel"이라는 의미였다는 것 이번에 보고야 알았다.

예전 버전에서도 좀 그렇게 해주시지...

(나, 예전에 이게 도대체 뭔 뜻인가 싶어  lerrom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봤더랬다.ㅋㅋ)

알버트와 발렌타인의 "아름다운 거짓말"이 없어진 건 좀 아쉽다.

억박(?)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던 곡이었는데...

그래선지 둘의 비중도 예전보단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따지고보면 이 둘은  에드몬드와 메르세대스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 몬데고.

최민철의 몬데고는 단연 최고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에서 반전처럼 변하는 그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나쁜 놈 소리가 절도 나온다.

(당글라스와 빌포트보다 훠~~얼~~~씬 더 나쁜놈!)

몬데고 버전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몬테의 버전과는 또 완전히 다르다.

다 잃은 자의 처연함과 끝을 내겠다는 극단의 복수심이 뒤섞인 최후의 일격!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최민철의 캐릭터.

 

지방공연이 남아있긴 하지만 류정한의 몬테는 이걸로 끝이다.

본인은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몰라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출연을 결정했다는데

아무래도 류정한에게서 몬테를 떠나보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EMK가, 그리고 관객들이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그의 다음 "지옥송"을 기다려봐도 좋지 않을까?

 

* 류정한 막공이라 넘버가 끝날때마다 관크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류정한 팬들은 깔끔하다.

   이들의 매너는 정말이지 인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공연 중에는 적정선의 환호를 보내고

   커튼콜에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 갈채를 쏟아 붓는다.

   (사진 찍는 사람도 없고!)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특정 팬들의 과도한 환호성이 작품의 흐름을 깨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어쩔수없이 눈살을 찌푸려진다.

   그런데 적어도 류정한의 팬들에게선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문득, 임태경 몬테 관람이 두려워지는 건 왜일까???

   (경험상 여기 관크가 제일 쓰나미급이다... 벌써부터 무섭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