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26. 07:48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Jekyll & Hyde>가 한국공연 10주년이 됐다.

나 역시 2004년 코엑스 오디토리움 초연부터 봐서인지 감회가 새롭다.


2004년에는 지금처럼 가격대가 높은 것도 아니고 피켓팅도 아니라서 비교적 쉽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심지어 조승우 회차조차도!)

지금은 광클의 잼뱅이인 관계로 1층에서의 관람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버렸다.

오랜 관극의 이력이 자리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리게도 했고...

지금도 선명하다.

2011년 2월 27일 샤롯데씨어터.

배우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무대가 있던 날.

객석과 무대는 엄청난 회한과 환호에 잠겨있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의미가 이렇게 절박하고 간절한 그리움일 수 있다는게 참 애뜻하고 아픈 시간이었다.

그렇게... 엄중하게 마지막을 선언했던 그가

10주년이라는 타이틀 앞에 아주 책임감있게(?) 무너졌다.

물론 처음엔 그의 복귀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첫공을 마친 그가 말하더라.

"반복해서 죄송하지만 다시 번복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Jekyll & Hyde>한국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에 조승우와 류정한이 빠진다는건...

확실히 말이 안되긴 한다.

그리고 초연부터 함께 해 온 소냐까지도...

 

짧은 후기를 쓰기 전에 고백의 말부터 하자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

나 역시도 너무나 잘 안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안으로 굽는 팔을 가진게 지금처럼 당당한 적도 없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완벽한 공연도 아니었고,

블퀘의 음향은 안타까웠고,

이사회 장면은 조금 많이 밋밋했고,

(이 장면은 여섯명의 Hyde가 무대에서 Jekyll을 향해 야수처럼 으르렁거려야 했는데....)

10년을 계속 사용한 무대는 꾀죄죄함의 진수를 보여줬지만!

(특히 지킬 응접실의 빨간 쇼파는 많이 심했다.

 꼭 재활용센터에서 방금 주워다 놓은 느낌... 묵은떼, 찌든떼, 기타 등등 10년의 세월동안 켜켜이 쌓인 온갖 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류정한의 <Jekyll & Hyde>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새로운 "시작"을 목격하는 걸로도 넘치게 충분했다.

 

10년의 시간을 지나오는 동안

류정한 "Jekyll"은 더 완곡해지고 절실해졌고

류정한 "Hyde"는 더 날카롭고 예리한 단죄(斷罪)의 칼날이 휘두르더라.

그리고 그 칼끝은 상대가 누군인지 정확히 알고 깊게 들어오는 파괴력이었다.

치명상을 안기기에 충분한...

눈과 귀만큼 매혹적이고 매섭고 무서운건 없다는데

나는 또 다시 맨처음 그날처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10년의 시간이

나를 아주 먼 곳까지 이끌었다.

아...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이제 "Hyde"까지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구나.

그걸 지금 저렇게 온 몸으로 거침없이 표현해내고 있구나.

몸과 몸이 만나 무대에서 보여지고, 읽혀지고, 이해되는 언어 속에는

이렇게 잠깐의 여백도 끼어들 틈이 없다는걸 또 다시 목격했다.

젠장!

이번에도 역시 벗어날 재간이 없겠구나.

어떻게든 끝장을 봐야만 내를 놓아줄 작품. 

 

그는 지금 당신들의 눈과 귀에 말을 걸고 있다.

이것이 그의 신중함이다.

그를 보지 않은 사람은 그를 부인하겠지만

그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당신이 보고 듣는 그 모든 곳에

그가 있다.

 

If you are hear, Just remember him!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0. 29. 08:32

<영웅>

부제 : 누가 죄인인가!

일시 : 2012.1016. ~ 2012.11.18.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대본 : 한아름

작곡 : 오상준

안무 : 이란영

연출 : 윤호진

제작 : 에이콤인터내셔날

출연 : 김수용, 임현수 (안중근) / 김도형, 이희정 (이토 히로부미)

        홍기주, 리사 (설희) / 송상은, 이수빈 (링링)

        황만익, 박송권, 김영철, 정의욱,민경옥, 장기용, 김덕환,

        윤선용, 김영완 외

 

일단 정말 착한 가격이라서 놀랐다.

어쨌든간에 뮤지컬 <영웅>은 매번 재공연될때마다 다시 챙겨보게 되는 작품이다.

초연때 느낀 감동이 엄청나서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매번 애정과 관심을 담뿍 담고 관람하게 된다.

안무도 환상적이었고, 무대 셋트도 획기적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뮤지컬 넘버가 가슴속으로 그대로 파고들었다.

(적어도 이 작품을 보는 순간만큼은 누가 뭐래도 나는 조국을 위하는 애국자로 빙의된다!)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칠 땐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

가슴대신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를 치게 된다.

류정한, 정성화, 양준모 세 명의 안중근이 전부 내겐 깊은 감동과 인상을 남겼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새롭게 만난 또 한 명의 안중근 김수용.

정말 기대를 많이 한 배우라서 일찍부터 예매를 하고 기다렸었다.

배우 스스로도 이 역할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기도 했지만

지끔껏 뮤지컬 배우로서 김수용이 쌓아온 역량과 이력 역시 안중근이라는 배역을 충실히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김수용 안중근은,

비장하고 진지했다. 

그는 연기도, 노래도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고 열심이었다.

단지 그의 얇고 가벼운 목소리가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묵직하고 깊이있게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장부가"나 "누가 죄인인가"같이 점점 힘이 실리는 넘버가 진중하게 살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고음부에서 간간히 루케니 발성으로 넘버를 소화하는 것도 약간 이물감이 느껴졌고...

인물과 작품에 아주 비장하게 접근은 했지만 특유의 음색때문에 

어쩔수없는 괴리감 같은 게 느껴졌다.

그래도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에 충실한 모습을 보는 건 역시 아름답다.

 

어쩌면 내게 <영웅> 초연의 이미지가 너무 깊게 각인됐는지도 모르겠다.

외무대신(윤선용)은 군인이 아니라 간신배 같았고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같다.

전체적으로 너무 과장된 인물이 되어 버렸다.

목소리는 너무 기름져서 뭐랄까 느끼한 바람둥이 같은 이미지였다고나 할까?

김내관(김덕환)의 목소리톤은 내관이 아니라 거의 왕의 포스였다.

2막 법정장면에서는 그 목소리가 나쁘지 않았는데

1막에서는 아이다 아버지와 자꾸 중첩이 돼서 혼자 난감했다.

조도선(박송권)은 노래가 너무 불안했고,

대사톤과 노래를 부를 때의 톤이 완전히 달라서 개인저으론 좀 이상했다.

(조휘의 미니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그러기엔 노래가...)

유동하(김영철)도 노래와 감정이 좀 부족했다.

교도소 장면에서 수의를 전달하는, 너무나 해맑던 간수의 표정도 충격적이었고...

그래도 가장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던 캐스팅은 설희역의 리사였다.

1막 등장부터 삽겹살로 이제 막 회식을 끝내고 나온 것 같은 기름진 입술을 보면서 혼자 기겁했었다.

뮤지컬을 그래도 꽤 많이 했는데도 설희의 넘버를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거의 재앙 수준의 대참사다.

노래와 대사, 연기 다 심각했다.

특히 본인이 그렇게 자신있어하는 고음부분은 특별히 더 절망적이었다.

(오죽했으면 기차에서 제발 빨리 뛰어내렸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을까!)

참 미안한 말이지만 링링역의 이수빈이 리사보다 오히려 몇 수 위로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좀 막막하고 답답했다.

그래도 조마리아(민경옥)은 절절한 노래는 역시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민경옥의 절절함과 간절함은 여전하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라고해도충분히 믿겠다.

(민경옥 이분 때문에 이번 시즌 <영웅>을 보면서 위로받았다)

 

그냥 좀 답답하고 안스러웠다.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작품이라서 심난한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영웅>은 좋은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번 시즌 앙상블들은 정말이지 최고로 환상적이었다.

추격장면의 역동성과 긴박감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사생결단으로 무대를 채우던 앙상블을 보면서 진심으로 감동했다.

이번 시즌 <영웅>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붜래도 바로 이들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15. 00:07

알고 예매한 건 아니었는데
이 날이 작곡가 이영훈의 기일이란다.
그래서 혼자 더 애뜻해졌던가?
세종문화회관 초연 때 노래에 억지로 짜맞춘 스토리가 많이 어색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느낌이 꽤 좋았었다.
아련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뭔가 그리워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LG아트센터에서 <광화문 연가>가 재공연된다고 했을때 내심 기대했었다.
심지어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스크린에 비친 "광화문 연가" 악보를 보면서 오랫만에 가슴이 살짝 설래기도 했다.
(나도 어느새 옛 기억들을 추억하는 나이가 됐구나 싶어 조금 처연해진 것도 사실이다)
윤도현, 송창의, 박정환, 리사 등 초연 멤버들의 재공연도 궁금했지만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조성모와 최재웅에 대한 기대감도 사뭇 컸었다.
비운(?)의 다리 부상으로 "모차르트"를 김준수에게 내줘야했던 조성모가 드디어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선다!
미안한 말이지만 현재 그는 발라드 황제라는 가수로서의 입지도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작품이 조성모에게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지 않을까?
그래서 조성모 자신도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어 기대감이 컸었다.
얼마전에 절친 조승우, 조정은과 <조로>를 마친 최재웅도 쉴 짬 없이 바로 <광화문 연가>의 "상훈"을 선택했다.
그래서 최소한 나쁘지는 않을 거라 확신했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결론은 너무 안타까웠다.
초연보다 더 약해지고 어수선한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더 가볍고 코믹하게 만들어버렸다.
노래도 몇 개 추가되고 빠진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이 훨씬 더 좋았다.
왜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부분들을 끼워넣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까?
지용도, 상훈도, 현우도 다 코믹해졌다.
심지어 이미 코믹했던 조진국과 안정숙의 코믹의 수준은 거의 정신질환에 가깝다.
공연을 보면서 조진국의 목에 감긴 머플러를 몇 번씩이나 힘껏 잡아당기고 싶던지...
데모 장면은 현실성이 전혀 없어 민망했고
(방패만 나오던 그 황량한 무대는 또 어쩔 것인지...)
청바지에 흰 티를 애써 맞춰입고 나온 대학생 데모대들은 마치 대학 응원 동아리 신입생 발표회처럼 엉성했다.
리사는 계속되는 작품들 때문인지 목소리에 피로감이 가득하다.
1막 마지막 노래에서는 고음이 많이 불편하고 조마조마했다.
현재의 상훈 최재웅은,
마치 자신이 어디까지 저음을 낼 수 있는지 도전이라도 하는지
시종일관 톤의 변화없이 저음으로만 굳건하게 파더라.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 무대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아픈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설정이었나?
그랬다면 실패다.
덕분에 최재웅의 연기를 보면서 처음으로 크게 실망하는 개인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훈보다 더 문제는 과거의 상훈 조성모다.
솔직히 이 사람이 발라드의 황제 맞나 싶었다. 
모든 노래를 어쩜 그렇게 뽕기 흐르게 부르던지...
본인은 강약을 조절해서 부른다고 했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마치 태진아, 송대관 디너쇼에 온 느낌이었다.
발성과 노래, 연기적인 기교와 액션이 너무 심하게 형편없다.
특히 노래 할 때 가사 전달 엉망이다.
("깨끗이"를 "개긋이"이 라고 발음하는데 정말이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공연을 보면서 미안한 말이지만 조성모가 모차르트를 못하게된 게 여러모로 참 다행스런 일이지 싶었다.
정말 반성해야한다.
간절함만 가지고 준비안 된 상태에서 무대에 선 배우와,
형편없는 배우를 버젓히 무대에 세운 연출가와 제작자 모두!
이지나 연출이 그랬다.
세종에 비해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디테일에 충실해졌다고...
미안하지만 스케일도, 디테일도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
현재의 상훈과 과거의 상훈의 잦은 만남도 너무 거슬렸고
시도 때도 없이 현재의 인물이 과거의 인물에 개입하는 걸 보는 건
일종의 강요된 고문이었다.
늬네 동네에서나 잘 하세요~~~
진심으로 그러고 싶었다.




무대 뒤 스크린에 비치는 허접한 신문기사들의 나열도 한심했다.
왜 이렇게 만들어버렸을까?
누가 이렇게 바꿔버렸을까?
이날 공연해서 현우 역의 이율과 지용 역의 정원영만 아니었다면
그냥 박차고 나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오랫만에 공연 보면서 정말 과하게 피곤해져버렸다.
처음엔 분명 신선했었는데
이제 재미가 붙었는지 1막과 2막 시작 전에 나오는 LG 아트 센터의 자체 안내 방송은
과한 수준을 넘어 생뚱맞은 정체불명의 퍼포먼스가 됐다.
그러다 조만간 개그작가로 스카웃 되시겠다.
하려면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멘트를 하던가.
(뭐 작품도 그닥 분위기를 갖출 형편은 못되지만)
모든 게 과유불급이다.

박정환, 윤도현의 초연 멤버를 다시 보고싶긴 한데 올 핸 그냥 넘어가련다.
이번 <광화문 연가>를 보면서 한 가지 다짐한 건,
괜찮은 초연 공연들은 놓치지 말고 잘 챙겨서 보자는 거다.
재공연이 될 때 이렇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하니까...
어찌됐든 전체적으로 모든 공연들이 초연 때보다 코믹해지고 가벼워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는 걸 충분히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광화문 연가>가 그랬어야 했나고!
정체불명으로 변한 작품을 보면서 참 정체불명으로 씁쓸했다.
제발, 그러지 말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9. 13:57

* 4월 5일 PM 8:00
  - 윤도현(한상훈), 리사(최여주), 김무열(강현우), 양요섭(강지용), 김태한(조진국), 구원영(안정숙)
* 4월 6일 PM 4:00
  - 송창의(한상훈), 리사(최여주), 김무열(강현우), 허규(강지용), 김태한(조진국), 구원영(안정숙)

 

작곡가 이영훈의 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
기획단계만도 참 오랜시간이 걸렸다는데
드디어 완성돼서 광화문 한복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이다.
원래는 송창의. 김무열, 허규 캐스팅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윤도현, 김무열, 양요섭 캐스팅 표가 굴러들어와(?) 이틀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기대감이 있었던가? 내가?
일단은 이영훈을 기억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특별한 마음이 이 작품을 만든 거고
또 30 여곡 뮤지컬 넘버의 원곡 자체가 워낙에 완성도가 높은 곡들이라
음악만 들어도 실망스럽지 않을 거라는 어느 정도의 믿는 구석은 있었다.
걱정했던 건 이영훈 곡이 너무 서정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에
오히려 그게 작품의 한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 곡들로 스토리를 구성한다면 좀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관람 후 전체적인 느낌은...
초연이라는 걸 감안했을때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우려했던 것처럼 곡에 스토리를 끼워맞추느라 무리수가 따르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걸 현재의 상훈과 지용이라는 캐릭터가
스토리텔러(정확히 말하면 viewer의 입장)로 전면에 나서면서 조금 만회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곳곳에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 그걸 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참신함이었다.
목소리 톤이 좋은 배우들을 잘 선택했다는 느낌!
어느 한 배우 튀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듣기 좋은 합창단처럼 조화로웠다.
넘버 자체가 새로운 곡들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요라 
관객 입장에서 마음이 일찍 열린다는 장점도 분명 한 몫 했을 것이다.
학생 시위 장면이나 라틴댄스 장면이 별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작품 전체에 잘 녹아있다.
확실히 이지나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고
연출과 무대, 그리고 조명에도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스크린을 이용한 배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광화문 연가>처럼 멋지고 적절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기립박수를 쳐도 모자랄 것 같다.
(여기서 자꾸 <천국의 눈물>의 그 허접스런 스크린이 자꾸 아른거린다... 또 다시 부끄럽다...)
덕수궁 돌담, 그 위로 활짝 피어있던 음표로 만든 라일락 꽃과 나뭇잎들,
정말 첫사랑처럼 내리던 하얀눈과 앙상하지만 따뜻했던 커다란 겨울나무,
(아무래도 그건 상훈의 분신이었던 것 같다)
여주가 밟고 가던 꽃잎가득한 길과,
"깊은 밤을 날아서"에 나오던 동화같은 애니메이션 배경,
교보문고와 분주하게(?) 들락날락하던 수많은 책들...
사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만큼 눈 속에 담기는 것들이 많았다.
삼각형의 구도로 놓여졌던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정사각형을 이용한 마름모꼴 무대.
상하 양 쪽 모서리 끝을 비추던 하얀 길 위로 현재와 과거의 상훈이 스쳐가는 모습.
시간과 공간이 묘하게 합치되면서 분리되는 그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질만큼 인상적이다.
양쪽 사이드와 오케스트라 피트석까지 이용한 빈 틈 없이 무대 사용 역시도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을 표현해준다.
시간을.. 공간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솔직히 많이 놀랍고 감탄스러웠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1층보다는 2층에서 관람하는 걸 권하고 싶다.
 전체적인 무대와 배경, 조명의 변화를 충분히 느끼면서 관람한다면 훨씬 더 느낌이 좋을테니까...)

 
다양한 장르로 편곡된 이영훈의 주옥같은 곡들을 듣는 건 참 특별한 의미였다.
내가 정말 많이 좋아했던 이영훈의 노래들,
"옛사랑", "슬픈 사랑의 노래", "소녀", "그녀의 웃음소리뿐", "사랑이 지나가면", "기억이란 사랑보다"...
무대를 보고 있으면 그 한 곡 한 곡에 저절로 애뜻함히 생기게 된다.
개인적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서 본 배우 송창의는
상훈이란 배역을 너무나 잘 소화했고 노래 역시도 너무 훌륭했다.
딕션과 감정표현도 너무 좋았고...
현우역 김무열도 이영훈의 곡들과 목소리 톤이 상당히 잘 맞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비스트 멤버라는 양요섭군.
(사실 난 비스트도 모르고 양요섭도 모른다....)
또 아이돌스타 한 명 캐스팅 됐나보다 했는데 의외로 연기와 노래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더블캐스팅이었던 허규보다 양요섭에게 훨신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허규의 지용은 너무 가볍고 촐랑맞다는 생각을 했는데
양요섭은 천진하면서도 비밀을 간직해 묘한 안스러움까지 풍기더라.
아직 어린 나이고(게다가 무지 동안이라 고등학생인줄 알았다...) 처음 서는 뮤지컬 무대라는데
그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자기 배역을 충실하게 표현했다.
"시를 위한 시"를 부르던 그 떨리던 목소리란...
(이 녀석때문에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데뷔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하나 고민중이다... ^^)

작품 자체가 작곡가 이영훈에 대한 헌정공연의 의미가 물론 컸겠지만
마지막 부분 진국(김태한)과 정숙(구원영)의 상훈에 대한 신파적인 표현은
좀 노골적인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확실히, 꽤, 상당히 괜찮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더 어린 세대들에게 이 이야기가, 이 노래가 전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 시대를, 그리고 그 시대의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광화문 연가>가 오래 기억되고 남겨질 수 있다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까...

 
                                                          <광화문 연가>

 
                                                   <송창의 상훈 커튼콜>

                                                  <윤도현 상훈 커튼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