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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7 <체크! 체크리스트> - 아툴 가완디
  2. 2010.02.09 달동네 책거리 84 : <사막의 꽃> 2
읽고 끄적 끄적...2010. 7. 27. 06:36
제목과 표지만 보고 그냥 넘어가버릴 뻔 했던 책이다.
아툴 가완디.
몇 년 전에 이 사람의 책을 한 권 읽었었다.
<나는 고발한다. 현대 의학을>이라는 제목의 상당히 괜찮았던 책.
꽤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도 아직 그 책의 내용은 선명하다.
세계적인 외과의인 그가 눈부신 과학이 이뤄낸 현대의학의 불완전함이랄까
아니면 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적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갔던 책이다.
임상의 사례들을 고스란히 체화할 수 있었던 글.
그 책을 보면서,
와~~ 의사가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다니... 하고 놀랐었는데.
게다가 아툴 가완디는 의사로서도 그리고 WHO의 위원으로서도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
(즉, 무지 바쁜 사람이란 뜻 ^^)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통제할 수 있는 것에서 왜 실패하게 될까?
그 이유는 "무지와 무능" 때문이라고 아툴 가완디는 지적한다.
피할 수 있었던 실수들이 벌어질 때마다 사람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막대한 지식의 양과 복잡성은 우리를 구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막대한 부담감이 되기도 한다.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험을 통해 축적되고, 사람들이 보유한 지식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결점을 보충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이 플요하다.
그 전략은 바로 "체크리스트'라고 아툴 가완디는 말하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들을 실제로 등장시킨다.
항공사의 체크리스트, 건축 설계에서의 체크리스트.
그리고 급기야는 이 체크리스트를 병원 수술장 안으로 도입을 과감히 시도한다.
수술로 인한 합병증은 절반 이상이 예방 가능한 것에서 발생한단다.
수술 중 환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근본적인 요인 네 가지는
감염, 출혈, 안전하지 못한 마취,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태가 그것이다.
체크리스트는 실제로 수많은 수술에서 실수할 뻔했던 경우들을 잡아냈다.
그는 자원한 세계 각국의 병원 중에서 8개 병원 선정해 실험에 들어갔다.
(8개 병원 중에는 심지어 낙후된 아프리카 병원도 몇 곳 포함되어 있다)
그 결과, 수술 환자들의 심각한 합병증 비율이 체크리스트 도입한 후 35% 떨어졌다.
환자 사망률은 47% 감소했다. 감염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수술받은 후 출혈이나 다른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수술실로 되돌아가야 하는 환자도 25% 감소했다.
놀랍지 않은가?
단지 1~2분 동안 이루어진 체크리스트가 보여준 놀라운 결과가...
(분량으로 치면 한 페이지가 넘지 않는 정도의 체크리스트)


2005년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가트리나.
당시 현장의 관리자가 뉴올리언즈의 상황을 유일한 통신 수단이었던 메일로 보냈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료들은 그 메일을 확인하지 않았다.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하지 못한 정부측은 뉴올리언즈의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즉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을 정도니 아마도 심각한 상황은 아닐거라는...)
즉, 메일을 확인했다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더 빠르게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대처법은 월마트의 대처법보다도 훨씬 늦었고 덜 실질적이었다.
중앙집권적은 대처와 자율의지로 신속하게 대처한 사례를 보면서
체크리스트란 권력을 분배하는 의미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마도 내가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라 이 내용들이 더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외부에서 봤을 때 병원, 의료라는 직업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의외로 권위와 습관, 그리고 타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부분들이 많다.
그것들이 바로 실수와 연결되는 것이고,
의료에서의 실수란 한 사람 혹은 다수의 생명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1~2분의 짧은 시간이, 한 장 분량의 체크리스크가
사소한 실수를 사전에 잡아 교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해서 놀라운 결과를 이룰 수 있다면
체크리스트의 효과는 대단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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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리스트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실패에 대비해 아주 많은 경험을 쌓은 노련한 사람도 실수할 수 있으며 이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비책이란 물론 체크리스트다. 체크리스트는 일종의 인지의 안정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은 우리의 정신적인 허점을 잡아낸다. 정신적인 허점에서 부실한 기억력과 산만한 주의력, 대충 넘어가는 습관 등이 있다. 때문에 체크리스느는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체크리스는 권력에 대한 완전히 상반된 철학을 바탕으로 복잡하고 범상치 않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때 적용해야 하는 철학은 의사결정의 권력을 중앙에서 주변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경험과 전문지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하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이다.
체크리스트는 권력을 분배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체크리스트의 목표는 단순히 체크 박스에 체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팀워크와 규율이란 문화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체크리스트에는 좋은 체크리스트와 나쁜 체크리스트가 있다. 나쁜 체크리스트는 내용이 애매모호하고, 너무 길며, 쓰기 힘들고, 비실용적이다. 그런 것들은 체크리스트가 사용될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무직원들이 만든다. 그들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바보로 간주하고 모든 단계를 설명하려고 애를 쓴다. 그들이 만드는 체크리스트는 사람들의 두뇌를 활성화시키기보다느 정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좋은 체크리스트는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간단명료해서 심각한 상황에서도 쉽게 쓸 수 있다. 좋은 체크리스트는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단계를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즉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조차 잊어버리거나 놓칠 수 있는 단계를 상시키겨주는 것이다. 좋은 체크리스트는 매우 실용적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2. 9. 05:52
 <사막의 꽃> - 와리스 디리. 캐틀린 밀러


책 썸네일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는 여자의 다리 사이에 나쁜 것이 있다고 믿는답니다. 그래서 그 믿음에 따라 청결하지 않기 여자 성기는 반드시 어릴 때 제거해야만 한다고 믿고 실제로 그런 행동들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도 자행하고 있습니다.

“여성 할례”로 알려진 여성 성기 절제술(FGM : Female Genital Mutilation).

“관습”이라는 미개한 전통에 따라 어린 계집아이들은 녹슨 칼끝에 자신의 몸을 내어놓습니다. 살점을 마구 도려낸 상처는 핏자국과 고름이 범벅된 채 찢어지고 어린 아이들은 그렇게 여러 달, 밤낮으로 신음 소리를 내며 다리를 꽁꽁 싸맨 상태로 자리에 누워 지냅니다.

가족의 한 둘쯤은 이 관습에 의해 이미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할례”라는 이름의 FGM.

FGM은 대개 미개한 환경에서 산파나 마을의 나이 많은 여자에 의해 마취 없이 시행됩니다. 그녀들은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술 도구로 사용하죠. 그 중에는 녹슨 면도날, 칼, 가위, 깨진 유리 조각, 날카로운 돌 등도 있습니다.

가장 적은 손상이라는 것도 음핵의 덮개를 절제하는 방법인데 그렇게 되면 여자는 평생 성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고 합니다. 가장 심한 방법은 “봉쇄술”로 지퍼처럼 아예 꿰매버리는 것으로 소말리아 여성의 80 퍼센트에게서 행해지고 있는 방법이죠.

그것도 아카시아 나무 가시로 찢어진 살에 구멍을 여러 개 뚫은 다음 희고 질긴 실로 엮어 꿰매는 원시적인 방법입니다.

봉쇄술을 받은 직후에는 쇼크, 세균 감염, 요도나 항문의 손상, 파상풍, 방광염, 패혈증, HIV 감염, B형 간염 등의 증세와 합병증이 올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골반이나 비뇨기계에 만성, 또는 희귀성 염증을 유발시켜 불임이 되기도 하고, 성기 주변에 낭포나 종기가 생기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신경종이 생기기도 합니다. 또 소변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생리가 복부에 고여 생리통, 불감증, 우울증이 생겨 급기야는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성 할례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

이 책, <사막의 꽃>은 한 여자가 세상을 향해 자신의 경험을 용감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야만적인 전통에 의해 희생되는 숱한 아프리카 소녀들을 구해내기 위한 외침이며 동시에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정신적 할례”에서 벗어나길 희망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와리스 디리...

소말리아어로 “사막의 꽃”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그녀는 소말리아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듯 유목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족의 수가 곧 노동력인 나라에서 그녀는 늘 물을 찾아 뜨거운 사막을 맨발로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실제로 5살에 할례를 받았던 그녀는 그때의 고통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죠.

어느 날,  아버지에게 낙타 다섯 마리를 지참금으로 가지고 온 예순이 넘는 노인에게 시집가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것도 그녀 나이 13살에...

맨발에 문맹인 그녀는 그렇게 소말리아에서의 삶을 버리고 새벽의 길을 향해 떠납니다.

뜨거운 사막 위를 오로지 걷고 또 걸어 대도시에 도착하죠.

여기에 그녀의 삶을 전부 나열하는 것은 아마도 신파에 불과한 일일 겁니다.

와리스 디리(Waris Dirie).

그녀는 소말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자 유엔의 특별인권대사입니다. 2004년 "세계 여성의 상-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지금 그녀는 전 세계를 돌며 아프리카 자매들의 고통을 종식시키려는 FGM 철폐운동의 상징이 되어 있습니다.



                  <여성 할례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부족의 어린 소녀들>

아프리카 사람들은 4천 년이 넘도록 여성의 성기를 절제하는 할례라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것이 코란의 가르침이라고 ale고 있지만 사실은 여성을 성적으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무지하고 이기적인 남자들에 의해 강요되고 장려된 관습일 뿐입니다.

아프리카 남자들은 할례를 받은 아내를 원합니다. 딸을 가진 엄마들은 그 요구에 응하여 딸들에게 어릴 때 할례를 받게 하죠. 그러지 않으면 영영 남편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할례를 받지 않은 여자는 불결하고 방탕하여 아내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는 결혼하지 못한 여자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엄마들의 임무는 딸들에게 가능한 최고의 남편감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서양의 부모가 딸을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을 자신들의 의무로 여기듯 딸에게 할례를 받게 하죠.

이렇게 일 년에 2백만, 하루에 6천 명의 소녀들이 “순결한 몸”으로 시집가기 위해 여린 살점들을 난자당합니다. 그건 종교적인 전통이 아니라, 여성의 쾌락을 용납할 수 없는 근엄한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에 근거한 것이죠.

이 불결하고 엽기적인 상상력과 정면 승부하기 위해 그녀는 현재도 전 세계를 누비며 FGM 철폐를 외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모델이 되기 전 그녀의 직업은 가정부였고, 글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맥도널드 주방 청소 담당자에 불과했죠.

그런 그녀가 우연한 기회에 모델이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는 새로운 유목민으로 나오미 캠벨, 신디 크로포드, 클라우디아 쉬퍼, 로렌 허튼과 함께 나란히 런웨이 무대를 서게 됩니다.

베네통, 리바이스, 레블론의 모델로 활동하고, “오일 오브 올레이”라는 미국 화장품 최초의 흑인 여성 모델이 되어 활약합니다. 뮤직 비디오 출연, <엘르>, <얼루어>, <글래머>, <보그> 등 세계적인 패션잡지의 표지 모델이 되어 신화적인 사진작가 리차드 애비든과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유목민 생활로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해 휘어진 O자 다리를 가지고서 말이죠.

그녀의 성공을 눈여겨 본 BBC 방송국은 1995년 <뉴욕의 유목민 A Nomad in New York>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마리 끌레르>라는 잡지의 로라 지브라 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자신의 할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죠.

그녀는 말합니다.

“할례를 받은 이후 내게 생겼던 건강상의 문제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여자들을 괴롭힌다. 무지에서 비롯된 관습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고통스러운 일생을 보낸다. 우리 엄마처럼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막의 여자들을 누가 도울 것인가? 누군가가 말없는 소녀를 대신해서 나서야 했다. 나도 그들과 같은 유목민이었으므로, 그들을 돕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자신이 할례를 받게 된 이유를 생각해 내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그럴싸한 이유를 생각해 낸다면 자신이 당한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유는 찾지 못하고 분노만 더해갔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평생 담아두고만 있던 비밀을 말하기로 했다고...

그 일이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을 전 세계 수많은 어린 여성들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수백 명, 수천 명도 아닌, 수백만 명의 소녀들이 할례를 받았고 그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 현실. 비록 자신은 이미 상처를 받았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고백한다고...

이 인터뷰는 <여성 할례의 비극>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어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은 변하죠.

그녀의 꿈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말리아에서는 여성 할례가 금지된 것 아니?"


야만적인 여성 할례.

그러나 이 책은 무지의 관습에서 비롯된 “육체적 할례”뿐만 아니라 동시에 더 오래고 더 집요하기까지 한 “정신적 할례”에 대한 고발이기도 합니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에 의해 야만적으로 도려내지고 비위생적으로 꿰매지는 “정신적 할례”의 폐해에 대한 고발!

육체의 고통도 이렇게 참혹하고 끔찍한데 정신적 할례에 대해 그렇게까지 무감하게 불감으로 살아도 되느냐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그릇되고 왜곡된 관습의 칼날은 아름다워야 할 인간의 삶을 평생 불구자로 만듭니다.

마치 깨지 못한다면, 부서버리지 못한다며, 고백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몸은, 당신의 정신은 평생 멈추지 않을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살게 되리라 뼈아픈 경고를 하고 있네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됩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그리고 정당하고 바르게 살아야 할 이유,

그러니까 충분히 있었네요.


당신의 육체는, 당신의 정신은,

오랜 금기와 관습의 할례로 뚝뚝 피를 흘리고 있진 않나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