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5. 29. 17:21


2010년 작년이 안중근 서거 100주년 되는 해였다.
기념적인 의미였는지 어떤 나름대로의 사명감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2009년부터 안중근 의거와 관련된 괜찮은 작품들이 많이 창작됐다.
뮤지컬 <영웅>과 연극 <나는 너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작품들.
특히 이 작품 <나는 너다>는 월간 객석이 제작을, 한동안 학력위조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던 윤석화가 연출로 복귀하는 작품이라 이목을 끌기도 했다.
거기다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후손 송일국의 첫 연극무대 도전이기도 했고...
생애 첫 연극데뷔인 송일국은 극 중에서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중생 1인 2역을 감당해야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
초연에 출연했던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가 조마리아역을, 그리고 뮤지컬과 연극에서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해선이 초연에 이어 안중근의 아내 역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송일국이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성패가 달라진다고 하겠다.
(어깨 참 무겁겠다)

연극 <나는 너다>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 시리즈 그 두번째 작품으로 선정돼 다시 토월극장에 올려진 작품.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 시리즈(솔직히 이 타이틀! 참 맘에 안 든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연극을 선정해 더욱 밀도있는 공연으로 업그레이드해 선보인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다.
뭐 작년에 이 작품을 보지 않아서 얼마나 업그레이드됐는지 개인적으로 알 길은 없지만...

영웅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가?
영웅의 아들도 영웅이이어야 하는가?


연극은 질문을 던지고 또 남긴다.
호부견자(虎夫犬子)
호랑이같은 아비, 개같은 자식
동양평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민족의 영웅 안중근.
그 아비의 둘째 아들이었지만 매국노로 낙인 찍혀 비참하게 일생을 마친 아들 안중생!
연극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에서 아들 안중근이 끝없이 헤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몽환적인 안개와 황량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
영웅 안중근의 아들은 왜 그곳에 버려져 방황하고 있는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둘째 아들 안준생.
사람들은 그가 아비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굴욕적으로 절을 했다며
친일파ㆍ변절자라 욕하고 몰아세운다.
일본군에게 독이 묻은 과자를 받아온 사람도 그이고
그 과자를 형에게 먼저 줘서 피를 토하며 죽게 만든 이도 그라고 손가락질한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입에서 반복되는 단어는 오직 하나, 치욕!
아들 안중생은 절망과 두려움, 절규 속에서 묻는다.
"나라가 망했으면 망한 대로 살지... 왜 집안을 망치고 자식을 망칩니까?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들의 오래고 거친 절규에 아비는 드디어 답을 한다.
"나는 너다! 
 바로 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건
품 안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스크린 속 안중근의 모습이다.
암전이 되면 스크린 속의 안중근은  불시에 몸을 움직여 품에서 브라운 권총을 꺼내든다.
"대한독립 만세!"와 함께 들리는 7발의 총성.
(시작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극은 영웅 안중근의 삶에 춧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안중근의 죽음을 통해 겪게되는 가족들의 삶에 촛점이 맞춰진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 후
그의 가족들은 혹독한 심문을 받는다.
어머니 조마리아는 아들에게 말한다.
항소하지 말고 의연하게 죽음을 선택하라고...
아들이 죽은 후 어머니는 홀로 괴로워하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모성에 괴로움이다.
아들이 사실은 항소하하고 말해주길 바란 건 아니었을까?
어미의 욕심이 그런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건 아닐까?
연극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깊고 그리고 안타깝다.

송일국의 연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괜찮았다.
너무 비장미가 풍겼다는 걸 제외하면...
몰입을 너무 깊게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단점처럼 느껴졌다.
동작과 표정이 조금 부자연스럽다.
결국은 안중근이 안중생과 다르지 않고
안중생이 안중근과 다르지 않다 말하면서
그 융합과 포용이 잘 표현되지는 못한 것 같다.
둘의 연결성을 찾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스크린으로만 등장하는 고종황제 강신일과 이토 히로부미 송영창의 연기는
극 속에서 꽤 깊이감을 준다.
특히나 "영웅은 어디 있는가!" 절규하는 고종의 눈물은
깊은 울림과 함께 절망과 회한을 안긴다.
(역시 강신일씨 연기 잘한다)
가슴을 찡하게 하는 감정적인 부분도 많고
시간을 되돌아보며 성찰하게 만드는 부분도 적절히 잘 구성된 것 같다.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도 과하지 않고 적당했고
주,조연 이외의 배우들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배우 한명구의 딕션과 발성은 귀에 그대로 꽃힌다.
(얼마전에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한 명배우 ^^)


단점을 꼽으라면,
이승과 저승의 중간쯤 되는 곳을 표현한 무대와 의상 정도!
(거의 넝마주의 수준이었다. 꼭 이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표현이 너무 지저분했다.
(지저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나 역시도 참... 막막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꽤 완성도 있는 작품이다.
놀라울 정도로 색다른 시도였고 참신한 해석이었다. 
좋은 연극으로 발전해서
오래오래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0. 12. 08:13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 되기도 했던 <대디 플라이 대디>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문식, 이준기가 주연이었고 영화 제목은 "대디 플라이"
(안타깝게도 흥행은 그야말로 대참패였다)
코리언 재패니즈 가네시로 가즈키.
일본에서 한국계 일본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럽고 괴로운 일인 것 같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코리언 재피니즈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가벼운 책이다.
그러나 결코 가볍기만한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역사가 너무 깊고 처절하다.
그 역사 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정착해야했던 코리언 재패니즈들의 삶은.
이지매와 조롱, 비난의 연속이라는 걸...
재일동포 3세들이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사실은 참 아프고 안타깝다.
"국적"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소속감인지
가벼운 성장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무겁게 절감했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교포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에 수여되는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그것도 최연소 수상자라는 이력까지 남겼다.
그리고 이 책은,
실제 그의 가정사를 그대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스기하라의 아버지가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로 나오는데 가네시로 가즈키의 아버지도 그랬단다.
그 역시도 초,중학교는 조총련계를 다녔고
이후 아버지의 전향으로 국적을 바꾸고 일본인 학교로 전학을 했다.
그당시 조총련계로부터는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일본인에게는 조센징으로 이지매와 차별을 당해야 했단다.
청소년 시절이 늘 차별과 정체성의 혼란기였던 거다.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또한 그 모습 그대로다.
"우리는 나라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비록 소설에 나오는 대사지만 그 울림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깊다.
같은 동양계면서 한국이나 중국 사람들의 피는 더럽다고 생각하는 일본.
아직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제국주의적인 우월감.
미국의 영웅주의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미국의 영웅주의는 멋모르는 꼬마들에게는 꿈과 희망이라도 잠깐 주지....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생각하면 묘한 사이비 종교집단 같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럴 수 있다는 게 솔직히 무서울 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 책이 일본에서도 출판됐을텐데 어땠을까?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그닥 일본에서 많은 읽은 소설은 아닐듯 싶다.
일본이라는 나라...
다른 나라에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무지 보수적이고 이기적이고 우월적이니까...
그런 재일동포를 대한민국 또한 재대로 보호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조총련계를 선택하는지도 모르겠다.
...... 우리들의 몸에는 자기들의 직계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독특한 '징표'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데, 그 징표는 무지무지 오랜 시간이 흐르거나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내내 변하지 않고 자손에게도 이어져 내려간단 얘기야. 그래서 그 징표를 기준으로 삼으면 엄청난 수의 가족이 결집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얼마난 대단한 결집력을 등한시하고 있는 중인가!
조총련 민족학교의 자아비판도, 일본 학교의 조선인 사냥도
지금 대한민국의 무관심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다.
가벼운 성장 소설을 읽고
내가 너무 깊게 오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동화냐, 배척이냐.
어쩌면 책 속의 딜레마가 아니라
내가 품고 있는 오랜 딜레마가 책을 빌어 고개를 든 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아직까지 늘 같은 질문을 매여있다.
난 누구지?
도대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