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9. 29. 09:36

 

<로베르토 쥬코>

 

일시 : 2016.09.23. ~ 2016.10.18.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번역 : 유효숙

연출 : 장 랑베르 빌드, 로랑조 말라게라

출연 : 백석광, 김정호, 문경희, 김정은, 김정환, 심완준, 김수연, 황선화, 우정원, 안병찬

제작 : 국립극장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했나?

"로베르토 쥬코"는 35년 전 유럽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다.

베르나르 마리 콜레스가 거리에 붙은 지명수배자 "로베르토 쥬코"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실제 그의 연쇄살인 행각이 이 작품 속에 반영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쎄... 이 이야기는 그리 충격적이지도, 잔인하지도 않다.

혹시 초연인가 싶어 찾아봤더니

2010년에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2012년에는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두 번 공연이 됐었다.

두 번의 공연땐 어떤 분위기였을까 궁금해졌다.

이번 시즌엔 두 명의 외국인 연출이 공동 연출을 했는데

원작에 담겨있는 광기, 폭력, 비극 뿐 아니라 유머, 부드러운, 경쾌함까지 함께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런데 나는 연극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기묘한 유머러스라고...

 

난해한건 아닌데 참 여러 의미로 불친절하다.

개인적으론 쥬코의 살인행각을 더 디테일하고 잔인하게 표현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출가가 말한 그 "광기"라는게 도무지 느껴지지 않았다.

쥬코가 왜 부모를 살해했고,

왜 탈옥을 했고,

왜 사람들을 죽였는지에 대해서 이 작품은 전혀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것도 아니다.

묻지마 살인이라고 뭉둥그리기에는 확실히 뭔가 부족하다.

그래선가?

쥬코 이외의 인물들에게 이름조차 부여되지 않은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불꽃이 튄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불친절조차도 그런 배우들의 연기로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된다.

일곱개의 문과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검은 종이들도 인상적이다.

따버린 잿더미를 떠올리게 하ㄴ는 종이는 황폐한 세상과 인간관계를, 

일곱 개의 문이 일제히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은 텅 빈 종말, 소멸이 느껴졌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

인간이란 존재는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지만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이해받지 못한다면?

 

익명(匿名)으로의 도피.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부터

모든 갈등을 시작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6. 22. 08:41

 

<갈매기>

 

일시 : 2016.06.04. ~ 2016.06.29.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안톤 체흡

번역 : 오종우

연출 : 펠릭스 알렉사

출연 : 오영수, 이승철, 이혜영, 이창직, 이정미, 이명행, 박완규, 박지아, 황은후, 강주희, 김기수, 정찬호

제작 : (재)국립극단

 

2012년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이혜영이 출연한 <헤다 가블러>라는 연극을 봤었다.

그때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그녀의 온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너무 매혹적인 모습이라 연극이 끈난 후에도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녀가 <갈매기>의 아르까지나로 다시 무대에 선단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열일 재쳐놓고 이 작품을 볼 이유가 충분했다.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으론 "안톤 체흡"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 전체에 안개처럼 깔린 우울함도 그렇고

모호한 허무주의적인 결말도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한다.

특히 이 작품은 더 그렇다.

(하지만 안톤 체흡의 갈매기가 깃털같은 가벼워지는건 또 너무나 싫고!)

 

요즘 연극도 뮤지컬처럼 외국 연출가와의 협업이 꽤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 작품도 2014년 <리처드 2세>로 호평을 받았던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을 맡았다.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루마니아라도 그다지 밝은 성향은 아니라 혹시나 바닥을 뚫는 우울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상 작품은 내가 지금껏 본 <갈매기> 중에서 가장 가벼웠다.

그리고 균형감도 너무 많이 기우뚱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까지나(이혜영)에게 너무 포커싱이 됐더라.

그래서 뜨레플레프는 끝까지 철딱서니 없는 미숙한 아들이 되버렸고.

니나의 존재감도 종잇장처럼 한없이 얇야졌다. 

(연기가 좀... 그렇기도 했고)

압권은 중간중간 소린이 부른 기예란의 "백세인생"이었다.

그야말로 헐~~~~ 이다.

(이 노래를 왜 넣은거지? 웃자고? 헐....)

그 와중에 뜨리꼬린 이명행의 연기는 참 좋았거...

(아르까지나가 밀어서 짐더미 위에 넘어지는 슬램스틱은 빼고...)

예상을 전혀 못했는데 

전체적으로 극이 너무 가벼웠고 당황스러웠고

니나와 뜰레플레프가 배경이 되버려서 놀라웠다.

게다가 무대도, 영상도, 무대 효과도 여러모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까지나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혜영이 전부인 <갈매기>였다.

그래서 균형감이 무너진,

낯설어도 한참 낮선 안톤 채흡의 <갈매기>였다.

 

It's over!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2. 18. 07:55

 

<날 보러와요>

 

일시 : 2016.01.22. ~ 2016.02.21.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연출 : 김광림

출연 : OB팀 - 이대연, 권해효, 유연수, 김뢰하, 이항나, 류태호, 황석정, 공상아, 차순배

주최 : 국립극단, 프로스팹

  

드디어 연극 <날 보러와요>를 봤다.

매번 나와 어긋났던 작품인데 이번에 놓치지 않고 봐서 다행이다.

사실 관람하기 전에 OB와 YB 중 어느 팀으로 볼까 고민했었는데

아무래도 20주년 기념공연이니 초연 배우와 초연 연출로 보는게 좋겠다 싶었다.

(YB팀은 변정주 연출이 수장이다.)

아마도 초연의 배우들이 이 작품을 다시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실제로도 보니까 나이대에 무리수가 보이긴 하더라.

김뢰하가 서른 초반으로 나온다는게...  아무래도 좀...

게다가 영화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와 박해일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연극과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를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더라.

정말 죄송한 말인데 류태오화 박해일은.. 김뢰하보다 더... ㅠㅠ;;

 

하지만,

그런 웃픈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터미션 없이 공연된 두 시간 내내 숨 한 번 제대로 못쉈다.

연기의 신들만 죄다 모아놔서인지 장면 장면이 다 황홀이다.

이 배우들을 이렇게 한 번에 볼 기회가 다시 언제 또 있을까 싶으니 아쉽기까지 했다.

넘치지도 않았고 부족하지도 않았다.

누구 한 명 튀는 배우 없이 발란스와 텐션 다 좋았다.

(굳이 꼽자면 남씨부인 역의 황석정 배우가 살짝 과하긴 햇다 ^^)

그리고 처음 알았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이면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걸.

김광림 연출이 이 작품을 쓸 때 엄청난 양의 리서치를 했다고 하는데

그 힘이 이 작품을 20년 동안 롱런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참 좋은 작품이고,

참 좋은 연출이고,

참 좋은 배우들이다.

미치게 보고 싶었던 연극을 이렇게 봐서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참 좋다.

놓쳤으면 어쩔뻔 했나 싶다.

날 보러 오라는데, 나는 보러 갔다!

하하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10. 07:57

 

<시련>

 

일시 : 2015.12.02.~ 2015.12.28.

장소 : 명동예술극장

대본 : 아서 밀러 <시련>

번역 : 김윤철  

연출 : 박정희

출연 : 이순재, 이호성 (댄포스), 이문수, 정재진, 지현준, 최광일, 채국희, 정운선, 김정호 외

제작 : 국립극단

 

아서 밀러의 <시련>은 실제로 일어난 살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1692년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벌어진 "세일럼 마녀재판"

당시 종교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

총 25명을 교수형 시켰다.

집단의 광기가 만들어낸 잔인한 살육의 현장.

그리고 그 비이성의 광기에 정면으로 맞서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겠노라 결단하는 한 사람.

존 프락터가 처형장으로 쳐연히 그러나 당당히 걸어가던 마지막 장면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순교자의 발걸음이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모든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거짓을 숨기려는 욕망,

진실을 감추려는 욕망,

진실을 밝히려는 욕망,

거짓을 말하려는 욕망,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려는 욕망,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욕망,

권위를 지키려는 욕망,

신념을 지키려는 욕망,

나의 욕망, 너의 욕망,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욕망.

 

작품을 보는 내내 이 모든 위선들과 욕망들에 화가 치밀고 넌덜머리가 났다.

과거 청도교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일처럼 느껴져 숨이 막혀왔다.

마녀사냥... 마녀사냥... 마녀사냥...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는 과연 어느 누가 존 프락터처럼 행동해줄까!

마녀를 만들어 삿대질하는 손가락들로 가득한 세상이다. 

 

"당신은 악마를 보았습니까?"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말이 없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침묵으로 동조하는 악마에 불과할 뿐이니까...

 

저이는 이제 자기의 고결함을 되찾으신 거예요.

하나님께선 그걸 제가 다시 빼앗는걸 용서치 않으실 겁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6. 08:13

 

<리어왕>

 

일시 : 2015.04.16. ~ 2015.05.10.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윌리엄 세익스피어

윤색 : 고연옥

번역, 연출 : 윤광진

무대 : 이태섭

출연 : 장두이, 조명진, 서주희, 이영숙, 오동식, 이윤재, 이동준, 서은경,

        이갑선, 유상재, 이기돈, 송의동, 김성환, 홍아론, 이승헌, 송호진

제작 : 국립극단

 

<리어왕>은 1605년 세익스피어가 41세에 쓴 희곡으로 인간 영혼이 겪는 시련을 가장 절실하게 묘사한 비극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은 한결같이 지금 읽어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만큼 앞서간다.

게다가 재미까지 있다.

그러나 그 재미 속의 통찰력은 깊고 어렵다.

그래서 생각없이 책을 읽거나, 연극을 보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거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이 올라올따마다 관람이 망설여졌던건.

무식의 소치가 드러나는 것도 두렵고

또 다시 고전(古傳)앞에서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는 나를 보는 것도 안스럽고 해서...

그렇게 혼자만의 고민 끝에 관람을 결정한 작품이 바로 <리어왕>이다.

일단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이 다시 만났다는데 애정이 급상승했고

또 그냥 지나치기엔 배우진이 최상이었다.

작품 한 편에 이 모든 배우들을 다 만날 수 있다는건 다시 없을 기회고 잿팟이다.

걱정과 망설임따윈 던져두고 극장으로 향했다.

 

명동예술극장의 세계고전 시리즈 첫번재 작품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도대체 이 작품에 대해 내가 감히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엄청난 광풍(狂風)이었고, 페부를 부수는 일침이었다.

다시 없을 명작.

요근래 몇 년 동안 본 모든 작품을 통틀어 Top of the Top이다.

세익스피어의 대사들에 이렇게까지 직격탄을 맞고 너덜거리게 된 건 난생 처음이다.

연극이 아니라 현실이더라.

과거가 아니라 지금이더라.

보여지는게 아니라 오감으로 그대로 느껴지는 모든 순간이었다.

내가 아비를 배반한 거너릴이었고 리건이었고, 에드먼드였고 

내가 딸들을 저주하고 폭풍우치는 황야에서 미쳐 날뛰는 리어왕이었고  

내가 리어왕을 돕다 눈이 파내지는 클로스터 백작이었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 넝마를 걸치고 미친척 위장한 에드거였다.

윤광진 연출이 그랬다.

리어왕은 에베레스트와 같아서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 자리라고.

그래서 높이를 측정할 수 없다고.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 뼛속까지 제대로 느꼈다.

 

위태롭게 허공에 매달린 무대 위로 그대로 쏟아져 내리던 2톤의 물줄기는

느닷없는 마주침이었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이런 무대가... 이런 표현이... 가능한 거구나...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는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로 섬득했다.

그야말로 광기(狂氣)가 광기(光氣)로 화하더라.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대로 하나의 만신전(萬神殿)이었다고 말하면 이해가 될까?

특히 리어왕 장두이와 글로스터 백작 조명진, 에드거 이갑선의 연기는 정점에 또 다시 정점을 찍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세익스피어의 원작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그것도 아주 충실하고 꼼꼼하게 번역된 책을 찾아서!

 

세상에!

이 작품이 나를 고전의 폭풍우 속으로 들어서게 하려나보다.

그럴거라면 제대로 빠져봐야겠다.

또 다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될지라도...

 

"비야, 쏟아져 내려라!

 천지를 진동시키는 너 천둥아!

  이 세상 둥근 땅덩이를 납작하게 때려라!

 창조의 모태를 부수고 배은방덕한 인간의 씨를 말려 버려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20. 07:51

<유리 동물원>

일시 : 2014.08.06. ~ 2014.08.30.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테네시 윌리엄스

연출 : 한태숙

출연 : 김성녀 (아만다), 이승주 (톰), 정운선 (로라), 심완주 (짐)

        최영(첼로)

기획 : 명동예술극장

 

우리에게 <욕망이란는 이름의 전차>로 유명한 테네스 윌리엄스의 또 다른 작품 <유리 동물원>

내가 이 연극을 관람한건 순전히 배우 이승주 때문이다.

연극배우 이승주.

20대의 이승주는 대견스러우면서도 솔직히 이해가 안되는 연기자였는데

지금 무대에 서있는 30대의 이승주는 아주 건장하고 단단한 배우가 됐다.

SBS 공채 연기자에 합격하고도 무대를 선택한 이승주.

(어떻게라도 TV에 한 번 나오려고 안달복달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이렇게나 많은데...)

이유는 어의 없을만큼 간단 명료했다.

TV보다 연극무대가 본인과 더 잘 맞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이 말은 젊음의 허세도 객기도 아니더라.

연극무대에서 한 인물을 살아내는 이승주를 보는 건 매번 짜릿한 기쁨이었다. 

게다가 작품의 편수가 늘어날때마다 확실히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M. 버터플라이> 이후 배우 이승주를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군에 포함시켰다.

 

아만다, 톰, 로라, 심지어 짐까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 모두는 세상을 피해 숨느라 급급하다.

수다와 잔소리, 과거의 영광 속으로, 영화 속으로, 유리 동물원 속으로,

혹은 거짓과 허세 속으로...

현재를 살아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웅켜쥐고 한사코 놓치 않는다.

또아리가 풀리는 순간 그들만의 세상은 유리로 만든 동물처럼 산산조각난다

작품을 보면서 손님에 불과한 "짐"에게조차도 연민이 일었다.

홀로 설 수 없는, 누군가에게 기대져야만 보이는 야망.

전 체하고 나쁜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그의 삶 역시 유리처럼 부서지기 쉬운 삶이다.

빛을 비추면 화려해보이고 그럴 듯해 보이는 유리 동물원.

차라리 그대로 깨져버린다면 아무 문제가 안된다.

문제는 깨진 조각들이 서로 부딪치며 여기저기 남길 상처들이다.

연극을 보는 내낸 나는 그게 참 버겁고 무겁고 힘겹고 아팠다.

내가 톰이라면...

달아났을거다. 분명히!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참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덫이로구나.

 

아만다, 톰, 로라.

"톰"은 <유리 동물원>의 작중 화자이자 등장인물이다.

갈등관계의 중심에 있는 아들이면서 전지적 시점을 가진 해설자이기도 한다.

흐름을 잘못타면 혼란스럽고 산만하게 보일수 있었을텐데 배우 이승수는 참 페이스 조절을 잘하더라.

딕션은 정확했고 연기는 과정된 표현없이 자연스럽고 안정적이었다.

때로는 헐렁하고 개구진 소년같기도,

때로는 광기에 휩싸인 탕아같기도,

때로는 막다른 골목에 홀로 갇혀버린 사람 같기도 했다.

심정적으로 톰에게 참 많이 동화됐다.

상황이 아주 조금은 비슷하기도 했고...

너무 오래, 너무 자주 침묵중인 배우 정운선을 무대에서 봐서 개인적으론 아주  반가웠다.

그녀는 정말 딱 "로라"같은 분위기를 풍기더라.

작품은 전체적인 무대도, 조명도, 배우들 연기는 아주 좋았다.

간혹 뜬금없이 첼로 연주가 삐걱이는게 좀 흠이긴 했지만 ^^

 

테네시 윌리엄스는 확실히 안톤 체흡보다는 덜 난해하고, 더 재미있다.

조금 더 세련되고 모던하고 흥미롭다고나 할까!

혹시라도 너무 어둡고 너무 어려울까봐 걱정했었는데

묵직함과 유쾌함을 다 가진 아주 괜찮은 작품이었다.

재관람의 유혹이 강하게 느껴질만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9. 08:38

<줄리어스 시저>

일시 : 2014.05.21. ~ 2014.06.15.

장소 : 명동예술극장

대본 : W 세익스피어

연출 : 김광보

출연 : 손종학(시저), 윤상화(브루터스), 박완규(카시이스)

        박호산(안토니), 정태화(시인)    

제작 : 명동예술극장

 

세익스피어의 정치극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 평가받는 <줄리어스 시저>가 명동예술극장과 김광보 연출의 손에 의해 올려졌다.

솔직히 말하면,

관람을 결정했던 건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보다

김광보 연출과 명동예술극장의 독자적인 뚝심에 대한 믿음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본을 다녀온 후 처음 보게되는 연극이라 기대감도 컸다.

(대략 열흘의 공백에 불과했음에도 주말을 공연없이 보내니 많이 허전하더라)

작품을 보기 전에 타인의 후기에 동요되는 편은 아니지만

들려오는 후기들이 좀 심상는 않아 살짝 걱정은 했다.

직접 보고 난 느낌은...

솔직히 혼란스럽고 모호하다.

이게 정말 "김광보 연출"이 맞나 의심도 했다가

"김광보 연출" 맞네! 인정도 하다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지?

혼자 극과 극을 오가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치열한 관람하게 관람했다.

 

무대와 조명, 의상과 음향은 정말 좋았다.

전체적인 해석과 표현도 나쁘지 않았다.

마피아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도

메트리스의 키아노리브스를 대놓고 페러디한 안토니의 느낌도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2년 전 공연된 삼국유사 시리즈 중 한 편인 <로맨티스트 죽이기>가 자꾸 오버랩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충분히 이해도 됐다)

그리고 원작에 등장하는 여자를 제외시키고 오직 열여섯명의 남자배우로만 무대를 꾸민다고해서

내심 아주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작품일거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본 느낌은,

아주 많이 소란스럽고 수다스러웠다.

심지어 브루터스(윤상화)와 카이사르(박완규)가 대립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동네 아줌마들의 썰전을 방불케하더라.

당황스러웠다... 아주 많이...

게다가 시종일관 으쌰으쌰하면서 우스꽝스럽게 뛰어다니는 배우들과

난데없이 벌떡벌떡 일어서던 시체들.

뛰어다니는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됐고 이상하진 않았지만

굳이 그렇게 코믹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순간 내가 태능선수촌에 와 있는건 아닌가 착각까지 들더라.

(열맞춰서 참 잘도 뛰더만!)

 

가장 결정적으로 충격이었던 건 브루터스 윤상화.

시종일관 아무런 감정없이 너무나 열심히, 너무나 성실히 읽어나가던 대사들.

차라리 표정까지도 그렇게 무미건조했다면 좋았을텐데 그건 또 너무나 비장하고 심각하더라.

대사와 표정 사이의 어마어마한 괴리감.

보는 내내 너무 많이 괴로웠다.

결국은 도저히 참아내지 못하고 브루터스가 나오는 장면마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분명 윤상화 배우가 맞긴한데 내가 지금껏 알던, 봤던 윤상화는 도무지 아닌 것 같다.

이게 도대체 뭐지?

김광보에 의해 의되된 연출?

<줄리어스 시저>라는 제목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사실은 시저도, 브루터스도 아닌 안토니에게 포커스를 내주기 위한 계획된 의도었을까?

상당히 모호한 신파극 한편을 본 느낌이라 지금까지도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차라리 아예 난해했다면 이해 자체를 포기하고 순수하고 관람이라도 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토니 박호산의 연기는 눈을 사로잡았다.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이해됐던 단 한 명의 인물.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박호산이 보여준 웃음은

살인마처럼 잔인했고 독사처럼 사악했다.

 

부화뇌동(附和雷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게 이게 아니었을까?

이 작품을 본 내 느낌도 딱 그렇고!

국민이란 그런 것이고

권력 또한 그런 것이다.

 

Et tu, Brute...

(누군가의 뒷통수를 노리는 누군가는 언제나, 항상, 늘 있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20. 08:41

<맥베스>

일시 : 2014.03.08. ~ 2014.03.23.

장소 : 명동예술극장

원작 : 윌리엄 세익스피어

연출 : 이병훈

출연 : 박해수, 김소희, 곽은태, 이종무, 송영근, 한동규 외

제작 : (재)국립극단

 

윌리엄 세익스피어 탄생 450년을 맞아 국립극단이 "450년 만의 3색 만남" 이라는 타이틀로 연극 세 편을 기획했다.

이병훈 연출의 <맥베스>를 시작으로 정의신 연출의 <노래하는 샤일록> 그리고 마지막 작품은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다.

사실 세익피어만큼 재미있고 대중적인(?) 작품도 없긴 하지만 반대로 세익스피어만큼 어려운 작품도 없다.

고전은 고전을 면치 못해서 고전이라는데... 세익스피어가 내겐 딱 그렇다.

사실 이 작품도 망설였는데 결국 박해수의 필모그라피를 외면할 수 없어 관람했다.

<맥베스>, <햄릿>, <오셀로>, <리어왕>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재미있는 건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 의외로 드물다.)

공연을 보기 전에 원작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는데

요즘 다른 책들에 빠져 있느라 미처 챙겨 읽지 못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느라 또 다시 고전했다.

 

마녀들의 장난기같은 예언이 저주가 되어 파멸에 이른 멕베스!

인간이란 그렇더라.

자신의 욕망으로 스스로 자멸해 버리고

기껏 정신차리면 그 욕망을 더 크고 노골적으로 만드는 여자가 있다.

결국 시위를 떠난 화살은...

무슨 짓을 해도 되돌아 오지 않는다.

인생은 바보들이 지껄이는 이야기.

결국 아무것도 없다!

 

무대도 조명도 음향도 의상도 전체적으로 좀 특별했다.

이 모든 게 아주 의도적인 표현이었다고 생각되는데

기괴하기도, 그로테스크하기도, 황량해 보이기도 했다.

뭐랄까? 무대가 전체적으로 되돌아 오는 느낌이랄까?

거울 효과 혹은 부메랑 효과!

모든 대사와 행동들이 사방에 설치된 투명한 반사판에 함부러 부딪친 후

최초의 사람에게로 다시 되돌아 오는 느낌이다.

그것도 몇 배 더 강력해져서 되돌아오는 되먹임 현상.

그래선지 작품 속에 빠져들수록 일종의 공황상태에 휩싸이게 되더라.

당혹스러웠고 많이 난감했다.

배우들의 힘, 그것 때문이었을가?

(무시 못하겠다!)

 

배우 박해수.

개인적으로 박해수는 뮤지컬보다 연극, 그 중에서 고전을 할 때 존재감이 엄청나다.

발성과 연기, 목소리톤과 표정이 고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다.

(특히 어두운 무대에서 조명 하나만 받고서 있을 때는 고대의 기사나 왕의 느낌이다)

참 감당하기 어려운 배역이었을텐데.

배우 박해수는 피하거나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표현하더라.

구토처럼 꾸역꾸역 밀고 나오는 맥베스의 숨겨진 욕망과

결국 삶의 파멸를 야기하게 만드는 수렁같은 죄책감.

나는 박해수가 표현한 멕베스에게서 "인간"의 본성을 봤다.

선과 악?

욕망과 파멸?

 

그래, 확실하다.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어차피 생명이란 영원하지 않은 거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29. 12:33

<햄릿>

일시 : 2013.12.04. ~ 2013.12.29.

장소 : 명동예술극장

원작 : W. 세익스피어

윤색 : 이양구

연출 : 오경택

무대 : 정승호

출연 : 정보석, 남명렬, 서주희, 김학철, 박완규, 이지수 외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정보석이 배우로서 가장 하고 간절하고 하고 싶었던 역이 "햄릿"이란다.

하지만 도저히 함부로 도전할 수 없는 역이라 매번 망설였단다.

그런 그가 드디어 "햄릿"을 도전했다.

그런데 연습하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여러번 하차를 생각했단다.

이해된다.

역시 세익스피어의 "햄릿"은 어렵고 난해한 텍스트임에 분명하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도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연극으로 제대로 본 게 이번이 두번째다.

(내 첫번재 "햄릿"은 김영민이었다. 좋았다.)

"To be or not to be!"

아마도 이 대사는 지구가 명망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을 유일한 명제가 아닐까!

사실 나는 이 대사를 햄릿의 입으로 듣게 될 줄 알았는데

(누군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제대로 허를 찔렸다.

 

젊은 연출가 오경택의 <햄릿>은 놀랄만큼 파격적이었다.

양철 합판(?)을 이용한 무대는

결코 발설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내야하는 울부짖음처럼 들렀다.

빛과 소리를 적절하게 활용한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고...

그런데... 이 작품...

정말 난해하다.

텍스트 보다 훨씬 더.

솔직히 첫 장면에서 락음악에 맞춰 해드뱅잉을 하는 클로디어스를 보는 순간 당황했다.

현대의 옷을 입은 <햄릿>.

그런데 대사는 자주 신파조였고 

참 미안한 말이지만 배우들은 너무 올드했다.

현대적인 해석을 보여줄거였다면

무대도, 시대도, 분위기도 더 완벽하게 현대적이었으면 좋았을것 같다. 

배우 정보석의 열연은 확실히 아름다웠다.

공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 목소리가 많이 잠겨있는 건 안타깝더라.

정말로 정보석은 이 작품에 모든 걸 다 걸었던가!

혤쑥해진 몸피가 <햄릿>이 되기 위해 노력한 

정보석의 고뇌와 집념을 보는 것 같아 가슴 한 끝이 뭉클해왔다.

 

사실 이 작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기대보다 느낌이 덜 했던 건

아마도 내가  정통 고전극 <햄릿>을 그리워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관람하면서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가 많이 떠올랐다.

새로운 해석과 파격적인 표현.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욕심이 너무 컸던 것 같다.

배우들 간의 연기의 갭도 너무나 컸고

전체적으로 어딘가 균형감이 자꾸 어긋나는 느낌.

게다가 객석 바로 앞에서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무대는 참 거슬렸다.

 

그냥 좀 모르겠다.

현대적인 해석이라고 해도  진중하고 묵직한 <햄릿>을 느끼고 싶었는데 

내겐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하게 다가왔다.

아쉽다.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5. 16:07

<광부화가들>

일시 : 2013.09.13. ~ 2013.10.13.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리 홀 (Lee Hall)

번역, 연출 : 이상우

출연 : 강신일(올리버), 김승욱(조지), 김중기(라이언), 민복기(해리),    

        채국희(헬렌), 송재룡 (지미), 이원호, 권진란, 김용현

제작 : 명동예술극장

 

2010년 명동예술극장에 올려졌을때 꼭 봐야지 하면서 놓쳐버린 작품이다.

다시 올려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더 매력적인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강신일 한 명 만으로도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는 그런 작품.

연극 <레드>에 이어 두번째 화가 역할.

개인적으로 강신일의 대사톤을 너무나 좋아한다.

조근조근하면서 사람을 단번에 사로잡아 극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목소리.

그래서 강신일이 출연하는 연극은 꼭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다.

그가 연말에 다시 <레드>의 마크 로스코로 돌아온단다.

강필석과 한지상과 함께...

덕분에 올 연말은 좋은 작품으로 마무리할 수 있겠다.

<광부화가들>은 강신일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극단 차이무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래서인지 연극 <거기>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상우 연출이 초연보다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끌고 가고 싶었다는데 의도만큼 된 것 같다.

아주 무겁지도, 아주 가볍지도 않으면서 때때로 묵직한 뭔가를 던져준다.

보면서 계속 뮤지컬 <빌리엘리어트>가 떠올랐는데 역시나 리 홀의 극작이었다.

(사전 정보 전혀 없이 갔더니만...)

실제 광산촌 출신인 리 홀(Lee Hall)에게 광부와 광산의 이야기는 절대적인 트라우마이자 창작의 근원인 모양이다.

올리버 킬번을 연기한 배우 강신일의 인터뷰 내용도 아주 인상적이다.

 

“제가 2,30대였을 때 연기하면서는 배우 개인적으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내 안에 어떤 이가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많았어요. 연극 속 ‘올리버’가 겪게 되는 비슷한 경험이죠. 이제 나이 50이 지나서 배우로서 그런 것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지만, 더 크게 발전을 시키지 못한 건 아닌가.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러 역을 맡으면서 너무 타성에 젖어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나 역시도 유사한 질문들과 여러번 대면했다.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꼭 정답이 아니더라도...

 

무대 위 3개의 대형 스크린으로 직접 그림을 보여주는 방식도 아주 흥미로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고흐, 세잔느의 명화들도 있지만

우드홀 탄광박물관이 영구 소장하고 있다는 실제 애싱턴 그룹의 그림 10점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색감의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광부들이 그렸다는 그림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적어도 내 눈에 이들은 광부가 아닌 천재로 보인다.

"애싱턴 그룹(The Ashington Group)"은 1934년부터 1987년까지 꽤 오래동안 활동했던 실제 광부화가들의 그룹이다.

당시 이들이 영국 화단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것 역시도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예술과 노동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했다.

만드는 것과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이들은 유명세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전업화가가 아닌 끝까지 광부라는 직업을 고수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한 어둡고 좁은 갱도를 파내는 일을 그들은 왜 그만두지 못했을까?

작품 속에서 지미(송재룡)가 10살에 처음 광부를 하면서 느낀 공포를 눈물로 회상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나는 올리버 킬번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 역시도 결혼도 못한채 갱도에서 사망한 형의 처자식을 부양하는 입장이었다.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절한 이유가

자신의 본질을 지키고 싶어서?

모르겠다.

나라면 헬렌(채국희)의 제안에 고민없이 당장 OK를 했을텐데... 

 

대사들이 가진 힘이 정말 어머어마하다.

어떻게든 이 작품의 대본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라이언 : 혹시 미술관에 가본 적이 있나요?

광부 : 우리, 이 동네를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광부예요!

라이언 : 그럼, 그림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까? 평생?

광부 : 없는데요!

 

헨리 : 아름다움이라고요? 농담해요? 이 동네에 살아 봤어요? 이 동네 삶에 아름다움이라는 거 없어요!

라이언 : 예술은 나 자신이예요, 예술은 나 자신을 아는 거예요.

 

데이트 미술관 견학 장면에서 고흐의 그림앞에서 광부화가들이 나눈 대화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정점을 찍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조지 : 반 고희의 "방"을 보고 있으면 그냥 구경하는 느낌이 아니야!

지미 : 그래, 고흐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어!

올리버 : 반 고흐가 말하는 거 같았어. "예술은 생활이다"

헨리 : 진정한 예술은 나누는 거야. 예술은 주인이 없어!

올리버 :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 거야. 바로 그게 예술이야!

 

이 작품은 자연스럽게 일련의 과정에 집중하게 만든다.

작품 자체의 진행(과정)도, 배우들이 연기하는 방식(과정)도 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했다.

고의의 "별이 빛나는 밤"같은 작품이었다.

오랫동안 내 속에 밝게 빛날 그런 작품.

다행이다.

긴 여행 후 첫관람한 작품이 이 작품이어서...

노곤한 여독의 피로를 이 작품이 제대로 풀어줬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