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7. 05:23

아침을 먹고 톱카프 궁전을 찾았다.3개의 문(황제의 문, 경의의 문, 행복의 문)과 4개의 정원이 있는 오스만 제국의 정궁 톱카프 궁전. 일단 엄청난 규모라 제대로 둘러보려면 꼬박 하루도 모자랄 정도다.각각의 건물들이 주는 느낌도 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론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아주 좋다. 햇빛과 바람의 방향이 정말 피부로 그대로 느껴진다. 보석방, 알현실, 하렘. 왕자들의 도서관과 여름별궁들도 이 빛과 바람의 숨결을 도저히 이기지는 못할거다.동생과 조카들을 하렘으로 들여보내고 혼자 제4정원을 거니니 부자가 되는 느낌이었다.

2시경에 궁전에서 나와 트램을 타고 에미노뉴 선착장에서 고등어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옆 정류장에서 37E 버스를 타고 에디르네가프에서 내려 코라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예전에도 이곳을 찾아갈 때 현지인의 도움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할머님 한 분과 건장한 청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아야소피아의 모자이크화는 훼손이 않이 되어 있지만 이곳은 이슬람제국 당시에도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덕에 그래도 온전하게 유지된 모자이크화가 많다.줌랜즈로 모자이크 하나하나를 최대한 당겨서 찍어봤더니 그 세밀함이 무시무시할 정도다. 특히 황금빛모자이크는 햇빛을 받으면 그대로 보석이 된다. 이건 정말 눈으로 직접 봐야만 하는데... 구시가지에서 외곽에 위치한 탓에 관광객도 다른곳보다는 한산한 편이라 시야도 충분히 확보돼 머무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조카들을 데려갈까 말까 고민하다 간 곳이었는데 다들 너무 좋아했다. 동생은 영문도록까지 샀다. 한국에 돌아가서 찬찬히 보겠다고.가이드의 탁월한 선택이 빛을 발한 순간!

돌아오는 길에 버스안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이야기하느라 버스정류장을 놓쳤다. 부랴부랴 내려서 한정거장을 걸어 카라쿄이역에서 트램을 타고 술탄아흐멧에 내려 석양에 깊게 물든 블루모스크를 다시 둘러봤다.개인적으로 이 시간대의 블루모스크가 제일 신비롭고 웅장하고 장엄한 것 같다. 블루모스크가 레드모스크로 변하는 이 모습을 다른 여행객들도 놓치지말고 꼭 봤으면 좋겠다. 나오는 길에 히포드럼 광장에서 오벨리스크들을 보고 수소로 돌아왔다. 빌헬름 2세의 샘은 보수중이라 가림막으로 막혀 있어  아쉬웠다. 예전에는 콘스탄틴 기둥이 보수중이더니..지금 이스탄불은 보수공사의 천국이 된 것 같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아쉬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예전과 비교를 하면 택도 없는 일정인데 아무래도 조카들과 함께다보니 하루에 큰 곳 2 개 이상을 둘러보기는 쉽지 않다.이스탄불 일정이 5일이라 너무 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상태로라면 일정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조카들이 묻는다."이모! 어디가!" 요즘 내 일상이 완전 예능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3. 05:24
1시간 30분 소요된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에서 내려
갈라타 다리 아래에서 유명하다는 고등에 케밥(5TL)을 하나 샀다.
흔들리는 작은 배 위에서 열심히 고등어를 구워 빵에 끼우는 모습도 신기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걸 사기위해 줄을 선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너무 비리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바짝 구워진 고등어는 비린맛보다 고소한 맛이 더 많다.
홍합밥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길거리에서 그걸 하나하나 까먹고 있을 자신은 없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못 먹어봤다
(맛있다는데...쩝!)
고등어 케밥은 양이 상당히 많아서 그냘 하루종일 가방에 넣어두고 허기지면 꺼내서 한 입씩 먹으면서 다녔다.
오래 두고 먹어도 별로 비리진 않았고
대신 지느러미하고 가시를 발라내는 게 좀 귀찮은 정도 ^^
에미뇌뉘 버스 정류장에서 카리에 박물관을 찾아가기 위해 책(프렌즈 터키)에 나와 있는 버스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근데 이건 버스 정류장이 너무 커서 또 다시 헤매기 시작했다.
결국 책에 적힌 노선을 포기하고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다.
친절한 아저씨 한 분이 직접 데려다가 버스에 태워줬다.
안타깝게도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탄거라 몇 번 버스인지는 모르겠다.
내리면서 봐야지 했는데 내릴 때가 되니까 사람들이 다들 빨리 내리라고 해서 허겁지겁 내리느라 또 못 봤다.
버스 창문으로 목까지 내밀고 저쪽으로 가라며 손짓을 해준다.
그 사람들 눈에도 내가 영 미덥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해한다! 그 심정!)


터키인들의 친절과 호의 속에 도착한 카리예 박물관(Kariye MUzesi, 15TL)
11세기에 지어진 카리예 박물관은 처음 이름은"코라 수도원" 이었다.
"코라"는 그리스어로 "교외(郊外)"를 뜻한단다.
아마도 구시가지 서쪽 외곽에 위치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터키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황홀했던 곳 중에 한 곳이다.
우선 건물이 주는 묘한 아우라에 입구에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고 있어서 마치 건물 전체가 빛을 품어내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론 건물과 햇빛이 정면대치하고 있는 팽팽한 긴강감도 느껴졌다.
카리예 박물관은 비잔틴 시대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란다.
원래는 기독교 수도원이었는데 아야소피아와 마찬가지로 오스만 제국때 이슬람 사원인 카리예 자미로 바뀌게 된다.
그때 미나레와 미흐랍도 만들어졌단다.
종교적인 이유로 지금껏 본 프레스코화들은 얼굴 부위가 심하게 훼손됐었는데
이곳은 이슬람시대때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를 석고로 덮거나 원판으로만 가려놔서
비교적 손상없이 잘 보존되어 있다.
평화와 사랑의 대명사인 종교가 극단적인 배타성과 유일성만을 강조할 때
항상 몰살(歿殺)과 괴멸(壞滅)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는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박물관 본관 정중앙에는 황금색 성경을 든 예수 그리스도 프레스코화가 있다.
그리스어로 쓰여진 문장의 뜻은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그 외쪽에는 천국의 열쇠를 손에 들고 있는 사도 베드로가,
오른쪽에는 로마까지 3차 선교여행을 했던 사도 바울의 초상화가 있다.
동쪽 홀 끝에는 부활한 예수와 24원로들,
맞은편에 아담과 하와를 죽음에서 살리는 예수의 성화가 그려져있다.
실제로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 저 높은 곳까지 어떻게 그림을 그렸을까 그자 놀라울 뿐이다.
색채의 조화와 성화의 선명도는 마치 실제의 인물을 눈 앞에서 보는 느낌이다.
높은 곳에 그려진 저 아름답고 거룩한 성화들은 지극한 간절함이자 소망이며 진실한 기도다.
그렇다.
종교에는 간절함과 소망이 전부여야 한다.
권력과 지배가 전부여서는 안된다.
터키의 자미를 보면서 자주 생각했던 어쩔 수 없는 화두(話頭).
어쨌든 바라는 건,
한 종교의 문화가 다른 종교에게 더이상 불결한 이물질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몰살과 괴멸의 역사를 또 다시 갖지는 말자는 간절한 바람도.
빼앗고 말살함으로 권위가 유지되는 믿음이라면
더이상 믿음도 종교도 아니다!
카리예 박물관의 훼손되지 않은 성화를 보면서
낯선 이방인은 인고(忍苦)와 책임(策任)으로서의 상생(相生)의 믿음을 생각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5. 08:37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달려나와 찾아간 첫번째 장소!
성소피아 성당으로 불리기도 하는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품 아야소피아.
서기 325년 건축을 시작해서 360년 완성된 그리스 정교의 총본산으로 숭배받았던 성스러운 곳이다.
중간에 화재와 혁명으로 소실돼 416년. 537년 두번의 재건을 통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단다.
게다가 한때는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는 비운을 겪었고
그때 벽면의 성화 모자이크들이 회벽으로 덮이면서 훼손되고 말았다.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규모에 일단 압도당한다.
그리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묘한 대치와 융합은
신묘하고 장엄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눈으로 실제 보고 있는데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도대체 이 거대한 건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거대힌 중앙 돔을 중심으로 커다란 원판에는 이슬람 문자가 새겨져 있다.
그 위에는 기독교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천장에는 성모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훼손된 미카엘 천사가
왼쪽에는 가브리엘 천사가 그려져 있다.
미흐람 옆의 계단은 설교단인 뮘베르 (Mimber)이고 왼쪽은 술탄이 앉던 자리다.
1층 본당 한켠에는
"마리아의 손 모양" 또는 "땀 흘리는 기둥"이라고 불리는 기둥이 하나 있다.
기둥의 움푹 패인 곳에 엄지 손가락을 넣고 손을 떼지 않고 원을 그리면 소원이 이루어 진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는지 동판이 다 반질반질하다.
(소심한 여행자도 한 번 시도해봤다. 되더라... ^^)




손상이 심하긴 하지만 책에서 봤던 유명한 모자이크가 그려져 있는 곳이 바로 아야소피아다.
2층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천국의 문"을 지나면 볼 수가 있는데
예수를 중앙에 두고 오른쪽엔 세례 요한이 왼쪽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그 옆에는 요하네스 2세와 황후 이레네가 마리아와 예수에게 공물을 바치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훼손이 심하긴 하지만 저물어가는 저녁햇살 속에서 보는 모자이크화는 
장엄한 성스러움이 느껴졌다.
1층 출입구 뒤쪽에 있는 프레스코화를 놓치는 관람객이 많았는지
거울을 통해 볼 수 있게 만든 배려에도 감동받았다.
덕분에 가던 길을 돌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터키에 있는 동안 종교의 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우스개 소리로 본전의 힘으로 여행을 하노라고 말했는데
본전의 힘은 종교의 힘에 비하면 힘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확실히 종교는 가장 무서운 무기이자 권력이다.


4개의 미나레는 모양이 달라서 궁금해했는데
각각 다른 술탄에 의해 세워져서 그렇단다.
미나레도 그렇지만 건물 안과 밖이 주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서
내가 지금 같은 건물을 보고 있는 건가 수없이 의심했다.
외부에서 느껴지는 외경심과 내부에서 느껴지는 외경심은
정확히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동일하지 않다.

터키는...
참 묘한 곳이다.
가기 전에도 막연한 신비가 있던 곳이었지만
가서 직접 눈으로 보는데도
신비감이 여전했다.
여행을 마친 지금도 그 신비감은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 나라는 도대체 나를 어디까지 끌고 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