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5.09.03 로마 콜로세오 (Colosseo)
  2. 2015.07.20 무지개 그리고 석양
  3. 2009.10.15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4. 2009.05.31 거짓말 같은 일들...
여행후 끄적끄적2015. 9. 3. 08:18

로마의 상징 콜로세오(Colosseo)

로마에 가는 모든 사람들은 예외없이 콜로세오를 찾아 간다.

파리에 가면 에펠탑에서 사진을 찍듯

로마에서는 콜로세오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로마에 왔음이 증명된다.

로마에 와서 콜로세오를 안보고 가는 사람은...

아마도 단언컨데 단 한 명도 없을거다.

그래서 그 주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로 북적이고

성수기때는 입장하려는 줄뿐만 아니라 티켓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줄도 엄청 길다.

고대 로마로의 통과의례이자 현대 로마의 로망인 곳.

콜로세오.

 

 

 

서기 72년에 만들어진 콜로세오는 고대 로마 시민들의 최고의 사교장이자 유흥 장소였다.

지금은 1/3 정도만 남아있지만

원래는 지름 156~188m, 둘레 527m, 높이 48.5m의 거대한 원형 경기장으로 총 4층의 건축물이었다.

1층은 왕과 귀빈들만 들어갈 수 있었고

2, 3층은 일반석, 그리고 4층은 입석으로 천민들의 자리였다.

4층까지 총 7만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80여 개의 아치문 위에 번호가 표시되어 있어 지정된 아치문으로 15분이면 입퇴장이 가능했단다.

저지대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배수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물을 채워 모의해전까지 열렸다니 엄청난 고대 건축물이긴 하다.

게다가 80여가 넘는 아치의 기둥은 전부 다른 양식으로 만들어졌는데

1층은 도리아식, 2층은 이오니아식, 3층과 4층은 코린트 양식이다.

4층에는 가죽차양을 설치하는 시설까지 있어 뜨거운 햇빛을 가릴 수도 있었단다.

그야말로 현대의 실내경기장이 우숩게 느껴질 정도.

4층은 거의 뜯겨져 있는데

포로 로마노처럼 르네상스시대에 귀족들과 교황들의 집을 짓기 위한 건축자재로 무자비하게 사용됐다.

그리고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도...

 

한때 콜로세오는 만신창이로 버려졌었는

<콜로세오의 식물도감>이라는 책자가 발간될 정도로 잡초가 무성한 폐허지였단다.

그러다 교황 베네틱투스 14세가 이곳을 기독교 순교지로 정하고 그 안에 큼지막한 십자가를 세우게 된다.

그 이후부터는 차기 교황들이 복원할 수 있는 데까지 복원해 더 이상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 

그래서 지금도 부활절을 앞둔 성금요일이면 콜로세오 앞에서 대규모 촛물 미사가 열리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란다.

그러니까 저 십자가가 콜로세오를 부활시킨 거룩한 성물이다.

 

 

글쎄... 개인적으로 검투사들 살육의 현장인 내부보다는

웅장한 외부의 모습이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특히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는 콜로세오는 깊고도 오묘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사위는 빛이 남기는 흔적을 따라 카메라가 함께 움직인다.

이럴 때면 건축물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완벽한 생명체같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바라보니 저만큼 앞쪽에 무지개가 떴다.

(비록 사진은 흔들렸지만...)

내 입에서도 절로 감탄사가 새어나온다.

또 다시 무지개라니...

어둑해지는 하늘 사이로 신기루처럼 떠있는 무지개.

이번 여행은 무지개와 인연이 깊다.

전부 세 번의 무지개 목격 ^^

일곱빛깔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라는 의미였을까?

 

 

어스름과 함께 콜로세오 일대에 하나 둘 불이 켜진다.

분명 똑같은 곳일 뿐인데

빛의 흐름, 그 잠깐이 차이가 다른 시간을 불러낸다.

그대로 모든게 멈춘다.

다만 돌바닥에 주저앉아 그대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뿐.

 

맹렬한 노숙(路宿)의 욕망.

그걸 잠재우고 돌아서기가

콜로세오에서는 왜 그렇게 억울하던지...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5. 7. 20. 08:29

요즘 일주일에 서너번은 퇴근후 자전거를 탄다.

중량천까지 왕복 30km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다녀오면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그 시간 하늘의 변화가 정말 예쁘다.

지난 금요일,

오랫만에 반차를 내서 일찍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자전거 탈 땐 물병도 안 챙기고 MP3 하나만 목에 달랑 걸고 나가는데

이 날은 좀 천천히 다녀올 생각에

조그마한 가방에 물병과 핸드폰까지 챙겨서 출발했다.

 

 

성수대교를 지나 잠실쪽으로 달리다 잠깐 자전거를 세웠다.

해가 지려는 하늘은 참 신비롭다.

저 하늘 색을, 저 구름 색을, 저 물 색을 물감으로 재현할 수 있을까?

지열을 품은 뜨거운 바람조차 다정하다.

자전거를 탈 때 핸드폰을 안가져갔던 이유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분명히 찍고 싶은 생각이 들테고

그러면 자주 멈출게 뻔해서였다.

역시나...

자주 풍경에 눈이 갔고

그럴때마다 자주 브레이크를 밟았다.

 

 

잠실까지 갔다 돌아오는 길.

중량천을 막 지나오는데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아주 거다란 무지개가 떴다.

처음엔 몰랐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뭔가를 보고 있길래 쳐다봤더니 거짓말처럼 무지개가 보였다.

급하기 브레익크를 밟았다.

내 기억에 지금껏 본 무지개 중 가장 크지 싶다.

심지어 한강 표면에서 빛이 반사되면서 잠깐 쌍무지개가 뜨기도 했다.

그냥, 뭔가 행운의 징후를 본 것 같아서...

 

 

동작대교를 지나오는 길.

석양이 곱게 물들었다.

도저히 그냥은 못가겠더라.

아예 자전거를 한켠에 세워놓고 자리를 잡았다.

넋이 저절로 놔지더라.

이 시간이 지나면 개와 늑대의 시간이 시작될테다.

물빛과 하늘빛이 같아지는 시간.

그대로 있다가는 시간 속에 갇혀버릴 것 같아 서둘러 자전거에 올랐다.

아무래도... 핸드폰은 두고 다녀야 될 것 같다.

 

한강 자전거 도로.

그곳이 요즘 내 여행지다. 

삶은 여행...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15. 06:41

"여행" 같은 책이 있다.
누구도 동반하지 않고 떠나는
혼자만의 짧은 여행같은 그런 책.



"요시모토 바나나"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너무나 좋아해서
"바나나"라는 pan name을 만든 그녀
그리고 느긋하게 몽환적이며
부도덕적이게도 아름다운(?) 소설
무지개



눈부신 햇살과 새하얀 모래,
투명한 바다와 레몬색 상어
그리고 아내가 있는 한 남자에 대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생각하는
한 여자의 감정의 기록.
타이티섬와 동경(東京)
그 생경한 국적(?) 안에서 길을 찾아가는
그녀의 감성과 내면의 언어들.



고갱을 생각하게 하는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
그런데 어쩐지 그림 속 그녀들의 표정과 입매는
사뭇 비밀스럽다.
그럼에도 감추고 있는 것을 너무나 강렬하게 말하고 싶어하는 욕망의 눈빛
문득, 그 이야기를 전부 들어주고 싶어진다...



뜨거운 이국의 햇살 아래
차가운 열정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 읽고 나면 나른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사람,
불륜일지라도 왠지 인정해주고 싶어진다.
참 위험한 마음의 고백...



그런 사람이 있다.
죽어가는 식물에게 선명한 생명의 색을 돌려주고
무관심으로 거칠어진 동물의 털에 반짝반짝 윤기를 주는 사람
그리고 그런 작은 생기들로
은밀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
죽어가는 생명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눈치 챌 수 있게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인정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이런 방식으로 사랑을 키워갈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결국 단념을 확신하기 위한 떠난 여행에서
오히려 더 큰 확신을 가지고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겠구나.
그리고 돌아오길 바라는 기다리는 마음도 있겠구나...



불륜을 미화하려는 동의의 표현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결말이 내겐 다행스럽고도 동시에 위험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여행 속에서 얻은 마음이기에
조금은 이해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
끈질기게 몽환적이다.
다 읽어버린 지금쯤은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건가?

이렇게 차갑게 관능적일수도 있구나...
열대의 뜨거운 햇빛,
반짝이는 에메랄드 물빛 속에서
내 몸 구석구석도 레몬빛 관능으로 느리게 헤엄치고 싶다.
파라다이스를 향한 차가운 열정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5. 31. 16:23
국민장을 위해
봉하마을을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차 주위를 맴돌았다는 흰 비둘기.
떠난 분의 마음이었을가?
평화를 기원하는....



영정사진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던 하얀 나비.
하고 싶은 말들
그대로 날개짓으로 남기고...



하늘에 떠 있던 오색 채운
마른 하늘 위에 남긴
못다한 마지막 유언



믿어지지 않는
거짓말 같은 현상들.
함께 울었구나... 함께..
온 몸이 투명해져
마침내 다시 빛으로 남겨지다...



붉은 쪽달
모두 함께
붉은 눈물 흘렸던 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