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2. 8. 08:25

 

<베르테르>

 

일시 : 2015.11.10. ~ 2016.01.1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본 : 고선웅

작곡 : 정민선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조광화

출연 : 엄기준, 조승우, 규현 (베르테스) / 전미도, 이지혜 (롯데) / 이상현, 문종원 (알베르트)

        강성욱, 김성철 (카인즈), 최나래(오르카), 송나영(캐시) 외

제작 : CJ E&M(주) 극단 갖가지

 

제대로 된 창작뮤지컬의 시작을 알렸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올 해가 이 작품의 창작 15주년이란다.

그래서 토월에서 조승우, 엄기준, 규현 캐스팅으로 기념 공연이 올라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현대적인 감각의 <베르테르> 보다

촌스럽긴 하지만 고전적이고 애뜻했던 과거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훨씬 더 좋다.

그래서 유니버셜아트센터와 2013년 토월의 베르테르가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었다.

유니버설 버전은 정체불명으로 그로테스크했고

2013년 토월 버전은 지나치게 수다스러웠었다.

그래도 15주년 기념 공연이니 예전의 그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겠다 싶어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이번에도 가차없이 무너졌다.

2013년 토춸버전 그대로더라.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꾸는게 늘 옳은것도 아니고

적어도 이 작품만큼은 초연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는게 옳았다.

정체불명의 짬뽕같은 시대배경도, 국적불명의 춤사위도

2013년에 이어 다시 보는건데도 당혹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는 연기가 너무 좋더라.

롯데의 머리 리본을 조심스럽게 접어 품안에 넣는 모습은 두근두근거리는 셀레임이었고

롯데에게 거부당해 돌아서는 모습은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더라.

(개인적으로 이 녀석은 영화나 TV 보다는 뮤지컬 무대에 서있을 때 확실히 그답다)

그리고 베르테르의 의상이 바뀐건 불행 중 다행이다.

2013년 토월 버전 그대로여서

샛노란 조끼 위의 커다란 해바라기를 볼 생각에 암담했는데

베르테르의 의상이 tone down돼서 정말 진심으로 고맙더라.

하지만 그 고마움도 나치 복장을 떠올리게 한 알베르트의 의상때분에 다시 당혹스러웠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노래하는 문종원의 알베르트는 더 당혹스러웠다.

"블러드 브라더스"때처럼 힘을 빼고 연기했다면

노래도, 연기도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텐데....

 

아쉽다, 이 작품.

베르테르가 맞긴 한데

베르테르라고 할 수 없는 이 느낌적인 느낌.

무엇보다 제일 속상한건 엔딩장면에서 서서히 피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볼 수 없다는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의 여운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데

이제 그 느낌을 찾을 길이 없어졌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렇게 역사가 되버리려나보다.

 

그런데 나는 왜...

차마 발길을 뗄 수가 없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17. 07:31

<Blood Brothers>

일시 : 2014.06.27. ~ 2014.09.14.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극본 : 윌리 러셀 (Willy Russell)

연출 : 글렌 윌포드 (Glen Walford)

번역 : 임양혁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송창의, 조정석 (미키) / 장승조, 오종혁 (에디)

        진아라, 구원영 (존스턴 부인) / 문종원 (나레이터)

        김기순 (라이언스 부인), 배준성 (라이온스), 최유하 (린다) 외

제작 : 쇼노트 

 

다행이다.

막이 내려지기 전에 이 작품을 한 번 더 볼 수 있어서...

심지어 이번엔 OP석이라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들이 그대로 전달됐다.

이 작품... 조금만 더 올려졌다면 좋았을텐데 많이 아쉽다. 

유난히 뭉클뭉클 밀고 들어오는 감정들때문에 주체하기 힘들었던 작품.

그냥 와... 좋다...라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볼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런 캐스팅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 작품은 첫곡 "Tell me it's not true"부터 사람을 속수무책으로 허물어 뜨린다.

아니, 인트로의 트럼펫 솔로와 바이올린 솔로에 이미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한 날, 한시에, 같은 배에서 태어났지만

쌍둥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자란 두 형제의 비극적인 이야기.

이게 실제 일어난 일이라면... 최고의 비극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나는 그게 어떤 건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니까.

 

클릭B 출신의 연기자 오종혁의 에디는...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거진 여덞살인 에디를 연기할 때 좀 오그라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 녀석도 꾸준히 한걸음 한걸음 뮤지컬 배우가 되가는구나 싶어 흐뭇했다.

그래도 역시 조정석 미키의 잔망스러움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더라.

조정석은 에디는 정말 거진 여덟살 아이였다.

조정석 미키를...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냥 많이 아련하고, 아득하고, 그립다.

 "Long sunday afternoon"도 "Easy terms"도 전부 다.

병원에서 모든 걸 잊고 약물로 살아가는 미키의 모습도 참 아프고...

이 장면에서 조정석의 눈빛은... 

삶의 모든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 눈빛이더라.

그런데 그 모습이 나는...

사실은 삶을 포기하려는 몸짓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삶을 살아내고 싶어하는 절박함처럼 보여서 많이, 아주 많이 아팠다.

 

에디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미키.

그런 미키에게 두 사람이 사실은 쌍둥이 형제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엄마.

엄마는 그게 두 아이를 지켜내는 길이라고 생각했을테다.

"엄마, 왜 날 보내지 않았어...? 그랬으면 나도 쟤처럼 될 수 있었쟎아..."

미키의 마지막 말은.

두 가족의 모든 관계를 일순간에 허물어뜨린다.

쟤처럼... 쟤처럼... 쟤처럼...

모든 것은...

다 사라졌다.

 

Tell me it's not tru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18. 08:02

<Blood Brothers>

일시 : 2014.06.27. ~ 2014.09.14.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극본 : 윌리 러셀 (Willy Russell)

연출 : 글렌 윌포드 (Glen Walford)

번역 : 임양혁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송창의, 조정석 (미키) / 장승조, 오종혁 (에디)

        진아라, 구원영 (존스턴 부인) / 문종원 (나레이터)

        김기순 (라이언스 부인), 배준성 (라이온스), 최유하 (린다) 외

제작 : 쇼노트

 

요즘 드라마와 영화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정석이 드디어 무대로 돌아왔다.

이 녀석의 복귀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지...

게다가 <블러드 브라더스>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 작품이 내겐 일종의 "로망"으로 자리잡았었다.

<스위니토드>와 함께 재공연 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작품.

그런데...

기다린 보람이 너무나 있었다.

역시나 조정석은 무대 위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조성석답다.

조정석의 미키.

귀여웠고, 사랑스러웠고, 가여웠고, 안타까웠고, 아팠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천국괴 지옥을 다 경험하게 만들었다.

너무 많이 울컥했고 너무 많이 아파서 눈물이 주루룩 흘렸라.

가슴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쌍둥인줄 모르고 의형제가 된 아이들.

서로의 마음이 같다는건 이렇게 슬픈 비극이구나...

처음엔,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다.

재미있고 유쾌해서 나까지도 개구장이가 되는 느낌이었다.

조정석의 7살 철부지 연기는... 진심으로 귀여웠고 진심으로 사랑스러웠다.

정말 딱 7살 아이의 모습, 딱 그렇더라.

구원형의 넋두리에 가슴이 아리다가

두 녀석의 "long sunday afternoon"에서 본격적으로 무너졌다.

너무 급작스럽고, 너무 깊게 들어오는 무너짐이라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나는 이 작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겠구나...

가슴 속에 빗장이 채워졌다.

 

연주자가 한 명씩 한 명씩 나와 연주하는 인트로부터

무대와 조명, 넘버까지도 완벽히 나를 사로잡았다.

어쩌자고 모든 배우들은 또 이렇게까지 진심일까!

(심지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문종원까지도...)

차라리 이 작품을 안봤었다면, 전혀 몰랐었다면 참 좋았겠다.

7년형을 받은 후 만성우울증 진단까지 받은 미키의 모습.

조정석의 연기 너무 잔인할 정도였다.

내내 두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두 형제는

하나는 남고 하나는 남겨진다.

그리고 한 날 한 시에 똑같이 죽는 형제.

"왜 날 보내지 않았어? 그랬으면 나도 제처럼 될 수 있었잖아. 제처럼..."

미키의 통곡같은 말 뒤에 이어지는

결코 멈추지 않을 총소리. 총소리. 총소리.

 

어쩌나!

앞으로 나는 두 형제의 비극 앞에

절대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17. 08:48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4.02.03. ~ 2014.02.11.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뤽 플라몽동

작곡 : 리카르토 코치인테

연출 : 질 마으

출연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 바다, 윤공주, 문혜원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주최 : (주)마스트엔터네인먼트

 

세종문화회관 8일간의 앵콜 공연 두번째 관람.

마지막 서울 공연이었고, 지방 공연에 개인 스케쥴로 참여하지 못하는 마이클리의 마지막으로 그랭그와르로 무대에 서는 날이었다. 

솔직히 정말 몰랐다.

내가 오리지널팀이 아닌 라이센스 <NDP>에 이렇게 빠지게 될 줄은...

막공의 클로팽과 에스메랄라가 조휘와 바다였다면 최고의 마무리였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런 캐스팅의 <NDP>가 다시 올라오까 싶어 가슴 끝이 살짝 찡해왔다.

분명 첫관람을 했을 때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보여 실망을 했었는데 어쩌다 내게 이런 반전을 안겨준걸까?

윤형렬 콰지모도.

이 배역때문에 허리까지 망가졌다고 하는데

참 미안한 부탁이지만 할 수 있을때까지 콰지모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절절하고 간절하고 애뜻하다.

게다가 체격까지 커서 홍광호 콰지모도보다 훨씬 괴기스럽게(?) 보여 역할과도 딱 어울린다.

분장도 홍콰지보다 확실히 더 추해보였고

무대 위에서의 표정은 자신을 다 버리고 오로지 콰지모도로만 서있더라.

음색도 정말 좋고... 

그가 부르는 "불공평한 세상"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최고의 넘버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 한곡 안에 이 작품의 모든 내용이 전부 다 들어있는 것 같아서...

단 윤형렬이 불렀을때만!

내한공연 때 제롬이 불렀던 버전을 제일 좋아했었는데 순서가 뒤짚어졌다.

이 넘버만큼은 윤형렬 콰지모도가 진정한 갑이다.

 

목소리 상태가 최악이었던 문종원 클로팽을 제외하면

배우들과 댄서들 모두 마지막 투혼을 불태우더라.

문종원은 연극 <스테디레인>의 여파였을까?

고음이 전멸했고 초반에 무리해서 질렀던 몇몇 부분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참혹했다.

몇 번 시도하다가 본인도 어쩔 수 없었는지 그냥 낮춰 부르더라.

김성민 페뷔스의 악몽이 재현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래도 배역 자체가 솔로파트가 적고 대부분 떼창에 묻히는 부분이라 그런대로 재앙은 모면했다.

반대로 그랭그와르 마이클리의 목소리는 정말 좋더라.

맑음과 청아함도 참 다양하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도 감정이 복받쳤는지 마지막 커튼콜에서 울컥하더라.

근데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무대를, 작품을,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몰랐엇는데 막공의 여운이 참 깊다.

어쩌면 한동안 "NDP앓이"를 하게 되지도 모르겠다.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이 추진중이라는 소문도 조금씩 들리던데

성사된다면 참 좋겠다.

가능하면 예전 멤버들 그대로...

리사르와 멧, 나디아와 로랑의 모습도 보고 싶지만

로디 줄리앙의 클로팽과 미쉘 영강님의 프롤로는 정말이지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다.

 

<NDP>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중독.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빠져나오는 건 애초부터 쿨하게 포기했다.

더 깊게 빠지지 않는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것도 점점 힘들어질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3. 13:28

                                     <Notre Dame De Pari>

 

  - 2013.10.12. PM 3:00 -                        - 2013.10.12. PM 7:00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문종원, 조휘 (클로팽)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어쩌다 보니 종일반 관람을 했다.

3시 공연은 1층 5열에서, 7시 공연은 3층 1열에서.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가 서로 다른 캐스팅이라 욕심을 부려봤다.

프랑스 오리지널 무대가 너무 깊게 인식되어 있어서 망설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 외면한다는 게 사실상 쉽지는 않다.

처음에 봤을 때 댄서들 때문에 좀 실망했었는데

이날 공연을 보면서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저 사람들 미친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났다.

(아무래도 처음 봤을 때 내가 오리지널 무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아주 고집스럽게 관람했던 모양이다.)

맨발로 무대를 누비던 여자 댄서들의 테이핑된 발목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14명의 남녀 댄서들과 아크로바틱을 담당하는 5명의 사람들이

이 라이선스 공연을 살아있게 만드는 진정한 공로자들이고 진정한 예술가들이란 생각을

이제서야 진심으로 하게 됐다.

페부스의 "괴로워"에 믿을 수 없는 몸의 움직임을 보여준 5명의 남자 댄서들이

이어지는 "벨"에서 한 사람씩 조용히 등장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땀에 흠뻑 젖은 그들의 상반신은 보석처럼 빛나더라.

클로팽이 죽는 장면에서 댄서들의 표정도 잊혀지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집시들의 울부짖음과 군인들의 조롱기 가득한 얼굴.

그야말로 그들 하나하나가 몸이 표현하는 언어의 자음과 모음 그 자체였다. 

"bell"이란 감탄사를 에스메랄다가 아닌 이들에게 선사하고 싶어질만큼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모습이었다.

첫관람의 무례함에 대해서 홀로 얼마나 많은 반성을 했는지...

 

윤형렬 콰지모도.

정말 좋다.

5열에서 치아까지 분장한 그의 모습을 보는 건 큰 즐거움이자 감동이었다.

사실 윤형렬의 작품을 보면서 크게 감동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날은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2막 후반부의 "불공평한 이 세상"과 마지막 곡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에 슬픔과 아픔이 뚝뚝 묻어난다.

묵직한 저음이 콰지모도라는 역에 정말 잘 어울렸고

감정과 연기적인 표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윤형렬 콰지모도 때문에 다시 한 번 이 작품이 보고 싶어졌다.

 

홍광호 콰지모도.

일단 체격이 너무 작아서 흉측한 괴물의 느낌보다는 못난이 인형같은 느낌!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자그마한 홍광호의 체격이 어쩐지 콰지모도라는 역할에 이입이 잘 안됐다.

이것도 체격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를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게 좀 가볍게도 느껴졌고...

(좋게 표현하면 천진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성량이 크고 좋다는 게 솔로곡에서는 확실히 돋보였는데

"Bell"에서는 민영기 프롤로와 김성민 페뷔스 목소리까지 전부 잡아먹는게 흠이다.

성량으로치면 민영기도 남부럽지 않지만 그래도 그는 다른 배우들과 발란스를 조절을 잘한다.

아마도 경험탓이겠지.

아니면 정말 성량 조절이 안 되는건지도...

홍광호의 작품을 볼 때마다 개인적이고 성량 조절을 잘 안되는게 항상 불만이었는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역시 윤형렬 콰지모도!

 

에스메랄다는 개인적으로 윤공주가 노래도 춤도 더 좋았다.

바다는 기교가 여전히 넘치는 것 같아서...

그래도 마이크가 문제가 생겼을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이젠 정말 노련한 뮤지컬 배우가 다 됐구나 싶었다.

윤공주 에스메랄다는 요근래 본 윤공주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았다.

예전만큼의 기량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중이었는데

에스메랄다다라는 역할이 배우로서 윤공주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면 참 좋겠다.

"살리라"를 부르는 윤공주의 모습을 보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깨끗하고 힘찬 윤공주의 고음을 참 오랫만에 들었다.

 

문종원 클로팽은 과했던 아바타 분장이 약해져서 다행스러웠고

민영기 프롤로는 자신만의 프롤로를 잘 만들어냈다.

2막에서의 민영기의 뿜어내는 감정표현은 정말 좋았다.

프롤로 신부도 참 힘들었겠구나... 감정이입 되버렸다.

표정도 아주 좋았고...

마이클리의 한국어 발음은 어색한 부분이 아직 많긴 하지만 고음은 역시나 참 매력적이다.

특히 무반주로 부르는 커튼콜의 "대성당의 시대"를 듣고 있으면

이 노래 전체를 무반주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정말 깨끗한 고음을 가진 배우...

(<벽뚫남>에서 그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3층이 1층보다 음향이 더 좋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확인한 결과 사실이다.

1층에서 잘 안들렸던 가사가 3층에서는 잘 들려서 깜짝 놀랐다.

댄서들의 움직임과 조명을 보기에도 3층이 정말 좋고...

그동안 2번의 관람에서 이 조명들을 못봤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좀 억울해질 정도다.

단백하면서도 스토리와 인물들에 정확하게 포인트 맞춰진 멋진 조명이다.

어떤 화려함과도 견주지 못할 정도로 압권이다.

에스메랄다의 "살리라"에서 객석으로 쏟아지는 조명도 아주 드라미틱하다.

 

도대체 첫관람에서 나는 뭘 봤던걸까?

여행의 피곤이 덜 풀렸던걸까?

프랑스 오리지널 공연만큼 황홀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번 라이선스 공연도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

회전문을 도는 심정...

충분히 알겠다!

 

<Notre Dam De Pari>

확실히 최고의 명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29. 09:00

<Les Miserables>

일시 : 2013.04.06 ~ 2013.09.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알랭 부브릴,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곡 :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사 : 하버트 크레츠머

연출 : 트러버 넌, 존 케어드

협력 연출 : 크르스토퍼 카

가사 : 조광화

국내 연출 : 최용수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정성화(장발장), 문종원(자베르), 조정은(판틴),

        임춘길(떼나르디에), 박준면(떼나르디에 부인), 앙졸라(김우형)

        조상웅(마리우스), 박지연(에포닌), 이지수(코제트) 외

 

작년 11월 용인에서 관람 이후 6개월만의 재관람이다.

워낙 명작이라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라 용인까지 굳이 찾아가서 관람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초연 공연은 절대로 놓치지 말자는 모토다. 

재연이 초연보다 좋았던 적이 거의 없어서...

(그래서 지금 <엘리자벳>도 고민이다. 피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역시나 작품 자체는 정말 좋았다.

그리고 넘버는 한곡 한곡이 전부 에술이었다

단지 배우들이 배역에 충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는 게 많이 아쉬웠었다. 

게다가 대사의 70%는 잡아 먹던 포은아트센터의 음향 시스템은 거의 쓰나미급이었다.

무대와 객석과의 거리도 너무 멀었고...

그래서 서울 입성을 정말 기다렸었다.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힌 장발장에게 마들린느 신부는 말한다.

"그대는 정직한 사람이 되겠노라고 나에게 약속하셨소.

 내가 당신의 영혼을 사겠소.

 내가 그것을 사악한 정령으로부터 회수하여 착하신 신에게 드리겠소"

장발장이 새롭게 태어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이 장면은

확실히 뮤지컬보다 원작이 더 감동적이다.

그리고 자베르가 죽는 장면도

원작의 느낌을 뮤지컬은 도저히 살려내지 못한다.

뮤지컬의 자베르는 원작의 자베르보다 훨씬 덜 매력적이고 더 많이 평면적이다.

 

...... 이제 어쩌한단 말인가? 쟝 발쟝을 사법 당국에 넘기는 것은 분명 악행이었다. 하지만 쟝 발쟝을 자유롭게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 또한 악행이었다. 첫 번째 악행을 저지를 경우, 그것은 국가의 관리가 도형수보다 더 천하게 전락함을 뜻하였다. 두 번째 악행을 저지를 경우, 그것은 도형수가 법 위로 올라가서 법을 밟고 서 있도록 허용한다는 뜻이었다. 두 경우 모두 자베르에게는 치욕이었다. 어느 쪽을 택하건 그곳에는 죄의 요소가 있었다. 인간의 운명은 불가능이라는 것 위에 까마득히 솟은 몇몇 봉우리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봉우리들 너머에서는 삶이 하나의 낭떠러지에 불과하다. 자베르가 그 봉우리들 중 하나의 꼭대기에 도달해 있었다.

 

쟝 발쟝이 그를 산산이 흩어놓았다. 평생 그의 버팀목들이었던 모든 공리들이 그 사람 앞에서 우르르 무너졌다. 자베르에게로 향한 쟝 발쟝의 관용이 그를 심하게 짓눌렀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그리고 과거에는 거짓이나 미친 짓으로 치부했던 일들이, 이제 사실처럼 그의 뇌리에 되살아났다. ... 쟈베르는 끔찍한 무엇이 자기의 영혼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도형수에게로 향한 찬미였다. 도형수에게로 향한 존경심이라니, 그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는 그러한 생각에 몸부림을 쳐도 소용없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서 그 불쌍한 자의 숭고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몹시 끔찍한 일이었다.

선을 행하는 악당, 동정심 넘치고, 인자하고, 남을 기꺼이 돕고, 관대하고, 악을 선으로 갚고, 증오를 용서로 갚고, 복수 대신 자비를 택하고, 적을 파멸시키느니 차라리 자신이 파멸하고, 자기를 공격한 사람을 구출하고, 미덕의 꼭대기에서 무릎을 꿇고, 인간보다는 천사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도형수! 자베르는 그러한 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렇게 지속될 수는 없었다 ......

 

원작의 자베르는 센느강에 빠지기 전까지도

당국에 "업무의 개선을 위한 몇 가지 견해"라는 문서를 보낼 정도로 고지식하고 사법적인 인물이었다.

"법의 수호자"로서 평생을 바쳐왔던 정의감과 사명감이 장발장으로 인해 산산히 부서진 자베르.

그건 더이상의 명분도, 의지할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이자 자베르라는 인물의 변질을 뜻한다.

그렇게 변질된 상태로는 도저히 세상을 살아낼 수 없었다.

어떤 무엇과도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완벽한 확신,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자베르는 죽음을 선택했다.

원작을 읽으면서 나는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자베르"구나... 생각했다.

라이선스 공연에서도 이런 자베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배우 문종원은 그러지 못했다.

수치심과 치욕, 그 밑바닥에 깔린 죽음보다 더 큰 자베르의 진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입 안에서 울려서 나오는 그의 발성은 정확한 딕션까지 방해했다.

권위가 아니라 시종일관 어깨에 힘을 잔득 주는 지배자로서의 자베르만 보였다.

꼭 우리나라 고급공무원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선지 그의 "Star"를 들으면서도 나는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판틴의 침상에서 대립하는 장면은 절망적일 정도로 가사 전달이 전혀 안된다.

장발장과 자베르 전부.

포은만큼은 아니지만 서울공연장도 배우들의 발음이 잘 안들린다..

번역의 문제인지, 엔지니어의 문제인지, 공연장의 문제인지, 배우들의 문제인지, 무대 문제인지...

(이거 말고 뭐가 또 있을까???)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조절해주면 좋겠다.

 

가능하면 이 작품을 보기 전에 꼭 원작을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분명 더 많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거다.

물론 느껴지는 감동의 완전히 다르테고...

이날도 원작을 떠올리면서 보다보니 뮤지컬이 갖는 실제 깊이보다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창녀가 된 판틴이 코젯을 생각하면서 " 잘못이 뭐길래 내 딸이 죽어가나"하며 눈물로 절망하는 장면과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장면,

에포닌과 장발장의 죽음 장면은 너무나 슬프고 아팠다.

특히 에포닌이 죽는 장면에서 마리우스의 대사(가사?)는 정말 가슴 아프다.

"넌 백년도 더 살거야! 할머니가 될때까지..."

마리우스의 조상웅의 목소리가 너무 가벼워서 깊이감이 없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마리우스와 에포닌(박지연)의 조합이 마리우스와 코젯(이지수)의 조합보다 훨씬 편하다.

가볍고 코믹해보이기까지 한 마리리우스와 노래가 나올때마다 불안감이 급상승하는 코젯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마리우스와 코젯은 그저 막막하다.

김우형 앙졸라는 어쩐히 깔깔한 목소리고

(김우형은 이제 이 목소리톤으로 고정되나보다.)

정성화 장발장은 연기적으로는 무난하지만

목소리에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도형수의 목소리나 죽음을 앞에 둔 목소리나 하나같이 똑같다.

전반적으로 톤 자체가 너무 젊다.

그래선지 "Bring Him Home"이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노인과 젊은이가 아니라 젊은이와 조금 더 젊은 젊은이의 느낌이다.

그래도 마지막 곡 "Tomorrow comes"은 전체적으로 참 좋았다.

특히 판틴 조정은의 목소리와 감정은 정말 좋다.

 

개인적으로 이번 관람에서는 주조연보다 앙상블과 아역배우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ABC 카페에서의 "Red And Black"과

1막 엔딩 곡 "One Day More"는 정말이지 앙상블의 위대한 승리다.

어린 코젯의 "Castle On A Cloud"는 한편의 슬픈 동화 같았고

가브로쉬의 당찬 연기는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뭐랄까, 우리 모두가 가브로쉬에게 완전히 장악됐다는 느낌!

이 꼬맹이들의 무대 장악력 실로 어마어마했다.

요즘 아역들은 TV 브라운관에서만 무서운 게 아니라 공연계에서도 무섭다.

성인 배우들! 긴장 하자!

 

두번의 관람을 하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건,

이 작품을 조금 더 연배있는 배우들이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거다.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자꾸 아쉽다.

 

서울 공연을 다시 보게 될까?

솔직히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원작을 다시 한 번 읽게 될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9. 06:07


- 음악극 <백야(白冶)> -

일시 : 2012.02.18. ~2012.03.04.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 이정열, 이계창, 장용철, 한성식, 한동규, 문종원, 박주형, 선영
극본 : 김영인
연출 : 최용훈
작곡 : 이형주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음악극 <백야>
뮤지컬과 음악극의 차이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연출가 최용훈의 말에 의하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드라마성에 있단다.
그래서 음악극은 뮤지컬같은 스펙터클한 화려함보다는 배우를 중심으로 드러나는 드라마에 집중되어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음악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관객들 역시 <백야>를 드라마 중심으로 관람하길 당부했다.
어쩌다보니 삼일절에 이 작품을 보게 됐다.

일단 출연진이 좋아서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장용철, 한동규 배우는 캐스팅 발표가 좀 늦게 나긴 했지만)
김좌진 역엔 이계창과 이정열이 더블 캐스팅 됐는데 이날 캐스팅은 이정열이었다.
아르코 대극장에 들어서면서 꽤 오래전에 본 <청년 장준하>가 생각났다.
서영주가 장준하로 분해 정말 눈물나게 열심히 했었다.
아마도 관람한 날이 8월 15일 광복절이라 더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장소도 그렇고,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독립운동가가 주인공인 것도 그렇고 어쩐지 데자뷰스럽다.
뭐 특별히 이 나라에 대한 불타는 애국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이런 작품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기득권층에서 태어났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한 김좌진 장군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고뇌를 담고 싶었단다.
그래서일까?
일본군과의 대결보다 오히려 소소한 장면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1막 마지막에서 만주로 떠나는 사람들이 부르는 "풍년가"
......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할 일은 무엇이냐
부귀야 영화를 누렸으니 이 몸이 족할까 .....
예전부터 알고 있는 노래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구슬프고 처량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가 이렇게 센치했던가!)
그리고 마지막 커튼콜에서 모든 배우들이 함께 부른 "애국가"도.
현재 우리가 부르고 있는 곡이 아니라 일부러 최초 원곡의 애국가를 찾아서 썼다는데
참 애잔하고 뭉클하더라.



작품성보다는 출연하는 배우들이 정말 너무 열심이여서 그 모습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무대와 배경은 학예회 수준처럼 빈약했지만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정성으로도 작품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거!
분명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이다.
단지 하세가와 대좌역의 문종원은 계속 비슷한 모습을 답습하고 있느 것 같아 안타깝다.
<조로>를 보면서도 느낀건데 이상하게 딕션이 점점 안 좋아진다.
그런 배역들을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눈과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정작 대사가 뭉개진다.
이젠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닐까???
연극배우 장용철은 그런 점에서 문종원과 비교하면 훨씬 매력적이다.
지금까지 네 작품 정도 본 것 같은데 그때마다 느낌이 다 달랐고
언제나 독특한 존재감을 남긴다.
황보 역의 한동규는 무대에서 처음 본건데 이치로 경사 한성식과 다른 능청과 맛깔스러움이었다.
(살짝 뮤지컬 <영웅>의 조휘가 떠오르기는 하더라)
오민욱의 박주형, 한은희의 선영도 딕션과 감정연기가 좋았다.
처음에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전주부터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생각나 혼자 웃어버렸다.
김좌진으로 분한 이정열은 늘 그렇듯 기본은 충분히 해 주는 배우다.
표정과 눈빛이 특히 좋았다.



배우들에게 감동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 작품에 이 배우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미안하게도 참 막막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밋밋했을것 같다.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도 없고 전체적으로는 다분히 신파적이다.
흑두건 픽션도 왠지 어리숙한 것 같고...
암튼, 뭐 내 느낌이 그랬다는 거다.
배우들의 열연은 참 아름다웠지만
그것만으로 음악극 <백야>가 살아 남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노파심 한 토막!
그냥 그렇다는 거다!
혼자 마냥 안스러운 마음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2. 5. 05:50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김선영 캐스팅으로 초반에 한 번 봐서
이번에는 조승우를 제외한 다른 캐스팅으로 다시 한 번 <Zorro>를 봤다.
먼저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는 블루스퀘어의 열악한 환경에 경의로운 감탄을 보낸다.
결국 뼈마디가 노곤하고 허리가 아파 3시간이 넘은 이 공연을 다시는 못 보겠다 결정했다.
사실 예매한 날짜가 두 개 더 있는데 취소했다.
이번 관람도 수요일 낮공연 20% 할인이라는 떡밥만 아니었으면 눈도 주지 않았을거다.
초반에 1층 VIP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을 봤었다.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전체적인 조망을 보려고 2층에서 관람했다.
S석에서 봤는데 이 자리가 <엘리자벳>에서는 R석으로 둔갑해서 나왔다.
(조만간에 전석의 VIP화 내지는 전석의 R석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 씁쓸하다)
인터미션 시간에 어르신 한 분이 고함을 치셨다.
"사람은 다니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니야!"
공감 백배다.
한 사람이 이동하려면 그 줄의 모든 사람이 자동으로 일어나야 한다.
오랜 시간 관람해야 하는 관객들에게 허리 한 번 펴주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라 눈물겹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아주 화기애매한 신체접촉이 발생한다.
1층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2층은 왠만한 친밀도를 넘어서는 빽빽한 간격이다.
낯선 사람도 없던 정도 절로 생기겠다.
마른 체격인 나도 여러모로 불편하고 민망한데 체격 있는 사람들은 3시간 동안 고역이겠다 싶다.
내 돈주고 뭐하나 싶기도 하고...



일단 초반에 봤을때보다 배우 조승우의 힘이 너무 많이 딸린다.
노래와 대사는 그런데로 괜찮은데
액션은 솔직히 좀 심각한 수준.
재빠르고 영리한 여우(zorro)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겠다.
솔직히 보는 내가 다 숨이 찬다.
그러다보니 대역과의 몸놀림 차이가 너무 눈에 띄게 많이 난다.
결투 장면도 너무 느슨하고 약해졌다.
헉헉대는 조로를 친절하게도 기다려주는 병사들의 웃지 못할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무지 힘들거라는 거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띠가 나니까 좀 ㅠㅠ;;)
박건형이나 김준헌 조로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조승우 조로의 현재 모습은 그렇다.
그래도 노래는 초반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감정이 실려 있다.
깨알같은 깨방정도 너무 과하지 않게 잘 조정하는 것 같고
대사의 감정전달은 정말 탁월한 것 같다.



구원영 루이자는 배꼽친구같아 보이지 않고 좀 연상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코믹한 조연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장한 루이자의 모습이 어쩐지 어색하다.
(어릴적 모습도 순수함보다는 반푼이에 가깝다)
워낙에 이 역에 잘 어울리는 조정은의 루이지를 먼저 봐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대사, 노래, 감정 등이 왠지 다 조금씩 어긋난다.
그녀의 강한 "ㅅ" 발음도 귀에 거슬리고...
문종원 라몬은 많지도 않는 노래가 가사 전달이 안타깝게도 전혀 안 된다.
<아이다> 이후의 모든 작품에서 <아이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재웅의 라몬도 이해가 어려웠는데 문종원의 라몬은 이해 불가다.
이렇게 눈과 목소리에 힘을 주다가는 딕션을 깡그리 잃어버릴 수 있겠다 싶다.
딕션이 불확실한 배우라... 그건, 좀...
이영미 루이자.
어쩔 것인가!
김선영의 루이자를 먼저 봐버린게 문제지!
한때 이영미가 김선영보다 무대에서 더 여우같았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이 된 상태!
심지어 춤까지도...
목소리에 힘을 조금 빼고 템포도 반 박자 좀 느리게 하면 더 좋지 않으까 오지랍넓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자주 그녀에게 텔렌트 전원주 아줌마가 오버랩된다. ^^;;)



이제 점점 이런 류의 조연 캐릭터로 자리를 잡아가는 배우 박성환.
감기가 심한 것 같은데 자기 몫을 정말 충실히 잘 해내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배우 박성환이 감당하는 몫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원캐스팅이라 참 힘들텐데... (솔직히 안스럽다)
개인적으로 1층보다는 2층에서 보는 걸 권해주고 싶다.
춤을 보기에도 조명의 변화를 보기에도 2층이 훨씬 좋다.
말많은 3층에서도 한 번 볼까 싶었는데
어쨌든 <Zorro>는 이걸로  끝이다.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다.
휴~~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5. 9. 08:55


어쩌다보니 참 오래 묵혔다 쓰게 됐다.
너무 여운이 길고 깊어서?
안타깝게도 그 반대다.
이걸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그래도 본건데 몇 자 끄적여 보자는 맘에서...
용산에서 공연됐을 때는 그래도 평가가 좋았던 모양인데
(안봐서 당췌 모르겠고!)
대학로로 다시 넘어와서는 용산에서 만큼의 평가를 받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공연 사진만으로 비교해도 규모 자체에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고,
객석도 너무하다 싶을만큼 많이 비어있어 안스럽다.

사실 계획에 전혀 없던 관람이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일단 캐스팅도 괜찮았고 좋아하는 "Jazz"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을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거기다 대한민국 최고의 안무가로 알려진 서병구 선생이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니 그 신선함도 기대가 됐었고...
이 작품으로 작년에 뮤지컬시상식에서 안무상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문종원, 전수미, 심재현, 문예신 그리고 올댓걸과 올댓보이...
 

 

다 보고 기억에 남는 건
멋진 재즈 댄스도, 멋진 재즈 음악도 아니라
조금은 민망하고 과하게 흔들어대던 올댓댄서들의 심하게 볼륨업 된 엉덩이였다.
좌석이 맨 앞인 탓도 있었겠지만
솔질히 불쾌감이 느껴질 정도의 안무였다.
무대와 객석간의 거리가 멀었다면 좀 달랐을라나???
안무가 전체적으로 너무 과하다 못해 차라리 그로테스크(?) 하다.
이걸 재즈댄스라고 하는 게 맞나?
정말 열심히는 추는데 뭐랄까 난발되는 기교 앞에서 처참하게 난사당하는 느낌이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다 오싹했다.
그리고 음악도 재즈스럽긴 했었나???
차라리 공연 시작 전에 대기하는 공간에서 연주하던 음악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솔직한 심정은,
딱 낚인 것 같은 기분!


2010년에도 문종원이 이 역을 했다는데
어이없게도 참 라다메스적으로 연기를 하더라.
(제발 이날만 컨디션 난조로 그랬던거였길...)
그게 또 신경에 몹시 거슬렸다.
팔이 빠져라 흔들어도 결코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을 보는 난감함이랄까?
뭔가 붕 뜨고 겉멋이 잔뜩 들어있는 느낌.
그래서 그 속에 예술가의 고뇌와 절망감 같은 게 드러날 틈이라고는 바늘 끝만큼도 없다.
오히려 양아치같은 느낌이랄까? (죄송... 하지만 정말 그랬어요.. ㅠㅠ)
전체적으로 다 문제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거!
흔하디 흔한 칙릿 소설의 그렇고 그런 뻔한 러브 스토리.
그렇게 대놓고 심파로 가겠다 작정을 했다면
춤이라도 끝장이던가 아니면 음악이라도 끝장이던가 둘 중 하나로는 승부수를 띄웠어야 했는데
그것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카메라맨 심재현의 감초같은 코믹 연기와
데이비드 문예신의 춤은 그런 중에도 눈에 들어오긴 하더라.


퓨전도 아니고, 동서양의 만남도 아니고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사실 보고나서 끄적이는데 한참을 망설인것도 
<All That Jazz>가 내게 준 정체성의 혼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뮤지컬에서 뭘 봤어야 했을까???
아직도 나는 혼란 속에 있다.

이제 그만 All That Jazz를 보여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2. 8. 05:54
2005년 LG아트센터 초연 당시 참 많이 망설이다 지나친 공연이었다.
장장 8개월이라는 대장정이었는데...
옥주현, 문혜원이 아이다 더블 캐스팅이었고 라다메스는 이석준과 이건명.
조세르는 이정열, 성기윤, 암네리스는 배혜선, 유채정이었다.
솔직히 옥주현이라는 가수에 대한 선입견때문에 <아이다> 관람을 포기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제와서 <아이다>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원캐스팅이라는 매력때문이기도 하다.
국내협력 연출자인 박칼린은 극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원캐스팅을 고집했다는데 
정말이지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돌까지 가세하면서 더블에 트리플, 쿼드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요즘은
관객뿐 아니라 앙상블들에게도 죽을 맛을 안겨준다.
그런 의미에서 3개월이 넘는 공연 기간을
김우형, 옥주현, 정선아, 문종원 원캐스팅으로 끌고간다는 게 결코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에 정말 이런 사랑이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지는 그런 사랑.
하긴 라다메스도 "Not me"에서 스스로 인정하더라.
자신도 몰랐다고, not me ~~ not me ~~
Every Story is A Love Strory.
암네리스 정선아의 노래로 시작되는 아이다는 확실히 오프닝부터 귀를 확 끌어잡는다.
초연의 배혜선의 암네리스를 보지 못해서 알 수 없지만
정선아의 암네리스는 탁월한 선택이다.
싱크로율 100% 그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거침없는 철부지 공주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녀가 "롸~~다~~메~~스"를 외칠때면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그런 그녀가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비밀스런 사랑을 목격한 후 "I Know The Truth"를 부르는 모습은
"My Strongest Suit"를 부르는 철없고 화려한 공주의 모습과는 또 완전 딴판이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암네리스 참 불쌍한 여자구나...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보듬어주고 싶었다.



옥주현의 아이다는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했다.
감정선이 실린 노래들도 너무 훌륭했고 딕션 역시나 정확했다.
(도대체 누가 이 역할을 옥주현과 더블로 하고 싶을까?)
연기적인 면에서 조금 더 완숙해진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옥주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이 조금씩 열리는 느낌이다.
"Dance Of The Robe"에서 누비아 백성들을 향해 다짐하며 부르는 격정적인 보컬과
"The Gods Love Nubia"는
거룩하고 신비로움에 제의적인 느낌까지 갖게 한다.
(내 몸은 찢겨져도 내 혼은 불타올라~~)
2막 사막의 무덤에 생매장 되기 전에 부르는 "Elaborate Lives"
1막에서 라다메스가 메인으로 부르는 이 노래를 2막에서는 아이다가 메인으로 부른다.
애절하고 절절하고 그리고 안타까운 옥주현의 목소리는 모든 감정들을 하나씩 하나씩 쏟아낸다.
천천히 물이 흐르고 그 물에 다시 몸 전체가 천천히 젖어드는 것 같이 아득해진다.
(나 또 울컥했다. 이 부분은 정말 슬프더라)
누비아 동포를 위해 라다메스를 잊겠다고 결심하면서 부르는 넘버 "Easy As Life"
옥주현은 아이다의 심정을 그대로 담아 노래한다.
<아이다>라는 뮤지컬을 통해 지금 나는 비로소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의 옥주현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상당히 충실하구나, 그리고 배역에 정말 깊이 몰두하고 있구나가 진심으로 느껴진다.




<지킬 앤 하이드>, <미스 사이공> 등 굵직한 작품을 많이 한 김우형의 라다메스.
라다메스를 맡은 배우는 4~5시간씩 매일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일단 그런 점에서 김우형은 축복받은 몸이다.
(물론 본인은 부단히 노력해서 만든 몸이겠지만)
"Fortune Favors The Brave"를 부를 때는 괜찮은데
안타깝게도 아이다와 듀엣을 부를 때는 목소리가 거칠어서 감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다.
소리를 쥐어짜면서 부른다고 느낀 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거다.
1막에서 아이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Elaborate Lives"가 더 절절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아담 파스칼과 헤더 헤들리의 듀엣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행히 후반부에 옥주현 목소리가 덧입혀지면 격정적인 러브테마가 된다.
옥주현의 힘인지, 두 사람의 발란스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사처럼 정말 안타까웠던 "Radames' Letter"에서 김우형의 쥐어짜기는 좀 안습이었다.
(짧지만 정말 중요한 넘버였는데...)






엘튼 존의 음악과 작사가 팀 라이스의 콤비로 탄생한 뮤지컬 <아이다>
두 사람은 <라이온 킹>으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바 있다.
<아이다> 역시도 2000년도에 브로드웨이 초연되면서 파란이 되기도 했다.
그해 토니상 작곡상 외에 3개를 차지했고, 그래미 상에서도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꼭 뮤지컬을 직접 보지 않고 OST만 듣더라도 넘버들이 전부 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담 파스칼과 헤더 헤들리의 보컬은...
참 꿈처럼 달콤하고 아름답다.
헤더 헤들리의 아이다는 뭐랄까 좀 더 강하고 혁명가적인 느낌이고
옥주현의 아이다는 사랑과 동포, 조국애로 끝없이 고민하는,
훨씬 더 모성적이고 여성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막판 비극적인 결말에서 그 슬픔이 더 배가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Easy As Life"는 헤더 헤들리보다 옥주현 버전이 더 애절하고 슬프다.
더불어 아담 파스칼과 옥주현이 "Elaborate Lives"를 부른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잠깐 ^^




2005년 국내 초연당시 <아이다>는 무대와 의상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브로드웨이 Palace Theater에서 공연되었던 <아이다>의 무대와 의상을
공연이 끝난 후 그대로 한국으로 공수하는 이력을 세워서...
지금은 심심치 않게 그렇게 하고 있지만
브로드웨이 본 무대와 의상을 직접 공수해서 공연한 건 <아이다>가 최초였다,
무대 셋업만도 자그만치 6주의 시간이 걸린단다.
그래서 대극장에서도 선듯 대관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우리나라에도 5년이 지나서야 성남아트센터가 고마운 결정을 해서
6주간의 무대 셋업을 마치고 <아이다>는 원케스팅의 향해를 과감히 시작했다.
(성남아트센터 음향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미스 사이공>과 <아이다>를 보면서 선입견이 좀 깨졌다)
개인적으로 옥주현이 몸관리를 계속 잘 해줬으면 좋겠다.
120% 환불의 불운이 다시 없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옥주현이 아니면 <아이다>가 의미가 없을 것 같기 때문에...
놀랍게도 뮤지컬 배우로서의 옥주현의 존재감이 이 정도까지다.
그리고 그건 확실히 이유있는 존재감이다.
(좋겠다. 그녀 ^^)




공중의 수영장에서 2명의 여자가 수영하는 장면,
화려한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My Strongest Suit"는 눈을 황홀케 했다.
3분 30초 동안 4.2초마다 조명이 바뀐다는 "Another Pyramid"
(무대감독은 무래 50여회의 큐싸인을 보내야 한단다)
검정과 붉은색 두 가지 색감만으로도 엄청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신비롭기까지 하다.
박물관에서 시작되는 처음과 마지막 모습도 인상적이고
두 연인이 무덤 속에 갇히면서 사각의 틀이 조금씩 작아지는 엔딩 모습도 아련하고 어쩐지 신화적이다.
무대 연출과 매커니즘이 화려함과는 또 별개로 아주 신비롭고 새롭다.
조명과 의상, 무대 배경도 전체적으로 아주 조화가 잘 됐고...
그렇다고 시종일관 엄청난 셋트로 물량공세를 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내내 펼쳐지는 것도 아닌데
시선을 끄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재즈, 팝, 락, 포크송, 블루스, 가스펠까지 아우르는 엘튼 존의 음악도 
그 다채로움이 주는 묘한 조화가 신비감까지 느껴진다.
따지고 보면,
참 그렇고 그런 뻔한 love story일 뿐인데...
그걸 알면서 점점 <아이다>에 현재진행형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여전히 꿈꾸는 건가?
그래 어쩌면 정말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다 사랑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다>의 처음과 끝이 Every Story Is A Love Story 인 것 처럼 어쩌면 그게 정말 진실인지도...
아이다,
그 뻔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가 참 아프다.
성남까지 너무나 멀고 먼 여정이지만 어쨌든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