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9. 2. 11. 14:04

 

<지킬 앤 하이드>

 

시 : 2018.11.13. ~ 2019.05.19.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지킬 앤 하이드>

극본, 작사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지킬&하이드) / 윤공주, 아이비, 해나 (루시) / 이정화, 경아 (엠마)

        김도형, 이희정 (어터슨) / 김봉환(댄버스 경), 강상범, 홍금단, 이창완, 이상훈, 이용진, 김이삭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터테인먼트

 

인간의 이중성.

요즘 심리적으로 내 상태는 지킬이 아니라 하이드에 가깝다.

그런 생각이 든다.

지킬이 선(善)이고 하이드가 악(惡)이라는게 정말 맞는건가....하는 생각.

지킬은 고전적인 지식인의 전형이다.

무슨 이유였을까?

지킬이 첫넘버 "I Need to Know"의 가사가 유난히 송곳처럼 가슴에 박혔다.

" ......... 알길 원해,

 왜 인간은 본능 속에 악한 것에 유혹당해.

 끝내 스스로 영혼을 태우는가.

 알아야 해, 그 진실을.

 신이시여. 내 길 이끄소서, 내 눈 밝혀주소서 

 나는 가리라 당신의 뜻과 함께

 가야만 해. 그 숨겨진 빛을 향해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오직 나만이 가야 할 험난한 길

 나는 가리, 알아야 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저지른 오류와 똑같은 오류를 범하는 지킬.

도덕적으로 자신과 다수의 위선가들과는 다르다 그의 확신은

그 자체가 아주 위험한 자만이고 오만이다.

인간은 그냥 인간일 뿐.

악한 것도 인간이고, 선한 것도 인간이다.

정직함으로 따진다면 달의 뒷면인 하이드가 더 진실된다.

왜냐하면 그의 악은 어느정도는 단죄의 의미가 담겨있으니까.

그게 살인의 방법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확실히 드라마틱한 전개는 불가능했겠지만!

요즘은 가끔씩 하이드를 꿈꾼다.

어렸을때 투명인간을 꿈꾸듯 그렇게 하이드를 꿈꾼다.

확실히...

문제가 있는 정신상태다.

 

조승우는,

이 작품에 관한 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작품과 인물 모두를 자유자재로 주무르고 있다는 느낌.

연기자가 왜 연기를 잘해야 하는지를 백과서전적으로 보여주는 배우다.

계산됨직한 강약과 악센트는 듣고, 보고, 느끼는 완벽한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봐도 너무 봤다 싶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라는 배우의 연기때문에 또 다시 리셋이 된다.

지킬보다 다 고집스럽고,

하이드보다 더 무시무시한 배우.

아이비는 이쯤되면 가수보다는 뮤지컬배우라는 해야 맞을것 같다.

게다가 아주 질힌디.

연기도, 노래도 다.

실력만큼이나 역대 최고의 미모를 발산하는 루시 ^^

민경아 엠마는 기복이 좀 있는것 같고

루시와의 듀엣곡 " In HIs Eyes"에서는 소리가 뚫고 나오지 못해 좀 아쉬웠다.

어터슨은 개인적으론 김도형이 더 좋더라.

이희정 어터슨은 살짝 too much 해서...

 

사실 요즘 모든게 심드렁이다.

이것도 한 달 전에 본 걸 지금에서야 쓰는 중이다.

아마도 무미건조한 심드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12. 12. 08:28

 

<지킬 앤 하이드>

 

시 : 2018.11.13. ~ 2019.05.19.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지킬 앤 하이드>

극본, 작사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지킬&하이드) / 윤공주, 아이비, 해나 (루시) / 이정화, 민경아 (엠마)

        김도형, 이희정 (어터슨) / 김봉환(댄버스 경), 강상범, 홍금단, 이창완, 이상훈, 이용진, 김이삭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터테인먼트

 

<지킬 앤 하이드>는,

너무 잘 알아서 재미있기도 하고,

또 너무 잘 알아서 어떤 면에서는 재미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헤드윅> 이후로는 2년 만의 뮤지컬 복귀고,

이 작품으로는 4년 만의 복귀인 조승우.

조승우의 티켓 파워는 이번에도 역시나 당당하고 거침없었다.

드라마와 영화로 숨가쁘게 달려온 조승우의 숨고르기.

뮤지컬이 그에게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도 "무대 배우"라 말할 정도니 조승우를 조승우답게 만드는 곳도 "무대"이긴 하다.

 

일단,

오랫만에 봐서 그런지 재미있게 봤다.

특히나 무대가 완전히 리뉴얼돼 새로운 느낌이었고

의상과 조명톤도 조금 달라졌다.

시대배경을 앞서가는 실험실이 살짝 이질적이지만

리뉴얼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니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

솔직히 이 작품에 관한한 배우의 연기에 대해 언급할 내용은 없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지킬 앤 하이드"란 공장에서 찍어낸 것 처럼 다들 잘 한다고.

백 번 공감한다.

그렇다고 기계적이란 뜻은 아니고

다들 기본 그 이상을 매번 해준다.

심지어 신예 루시인 "해나"까지도 기본 이상은 하더라.

(톤과 연기가 살짝 부자연스러운건 어쩔 수 없고...) 

이정화 엠마는 강함이 느껴지는 엠마였고

예상과는 다르게 조승우와의 듀엣이 흔들리는 것 같아 놀랐다.

조승우는...

연기로는 말 할 게 없다.

단지 초연부터 봤던 매니아로서 예전만큼의 파워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full power로 질러대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 정도가 파워가 깊이가 딱 좋긴하다.

(홍광호 지킬을 망설이는게 그 놈의 Full Power 때문이라서) 

 

아! 그리고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의 이용진.

하이드의 말을 빌려,

"다른 사람일거라 생각했나?" 였다.

특히 스파이더는 역대급.

멋졌다.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4. 7. 20:1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드디어 <J & H> 10주년 서울 공연이 끝이 났다,

류정한이 아니었다면 막공을 챙겨볼 생각도 못했을텐데...


아직 지방 공연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로써 어찌됐든 5개월 간의 대장정이 끝이 났다.

이번 10주년 공연에서 류정한과 조승우 모두 200회 공연을,

어터슨 김봉환 배우는 900회라는 경의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박은태와 조강현 두 배우의 새로운 지킬도 만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조강현 지킬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날 공연을 보면서 2012년 2월 샤롯데에서의 마지막 <J & H >가 오버랩이 됐다.

그날 공연을 보고 그랬었다.

"완성'이라는 찬사보다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최고"였노라 고백하겠노라고,

지킬과 하이드라는 역할은 류정한이라는 배우에게 헌정하겠노라고,

그래서 이제부터 내 마음 속 지킬은 영원히 영구결번이 될 것이라고...

그런데 10주년이라는 타이틀 앞에 

영구결번은 마법처럼, 거짓말처럼 채워졌다.

오랫만에 다시 주인을 만난 배역은 정말이지 거칠 것이 없더라.


"축제"라는 말을 썼던가!

10주년 공연에 서면서 배우 류정한이 그랬다.

축제를 하는 마음으로 즐기겠노라고...

솔직히 처음엔 그 말 뜻이 이해가 안됐다.

"Transformation"과 "Alive", "Confrontation"에 "축제"라는 단어가 가당키나 하느냔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잘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잘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진실이더라.

심지어 배우 류정한은 하이드일때조차도 너무나 편안해졌다.

그런데 그 편안함 속에 묘한 떨림까지 담겨있다.

익숙함과 낯섬의 공존.

zero base!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Jekyll & Hyde>

너무 익숙해서 요즘에는 급기야 관람 중간에 토막잠을 자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날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This is the moment"를 들으면서는 너무 아파서 눈물을 평펑 흘렸고

"The way back"에서는 지킬과 함께 속수무책으로 절망했다.

두려움이 용기로, 용기가 확신으로, 확신이 절망으로, 절망이 파괴로 변해는 과정이

나는 왜 그렇게까지 실제적으로 느꼈을까?

어쩌면 극이 보여주지 않은 그 다음 이야기들이 발목을 잡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지킬의 절규도 아팠지만

하이드의 절규가 너무나 많이 아프고 슬펐다.

(나란 인간이 하이드에 더 가까운 성향이기 때문인지도...)

하이드의 절규에 공감하는 순간 알았다.

아... 나는 평생 이 작품에서 자유롭지 못하겠구나...

좀처럼 끊어질 줄 모르는 박수와 환호속에서 

다시 또 길을 잃었다.


머무를 때는 현실이라도

떠나고나면 비현실이 되어야만 하는데 출구를 찾지 못하겠다.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하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31. 07:5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작품 이제 원도 없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또 다시 보게 되는걸 보면 

첫정이라는게 정말 무섭긴 무섭다.

이번 시즌도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고 그전에 3층에서 세 명의 지킬을 한 번씩 더 보자 결정했다.

일종의 고별의식이라고 해두자.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제일 안타까웠던건,

조승우의 목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넘버에서는 포텐이 터지는걸 제대로 못봤다는 거다.

(연기는 정말 좋은데...조승우도 나이를 들긴 들었나보다.)

3월 28일 토요일 낮공,

객석 분위가가 뭔가 좀 묘하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이날이 조승우 생일이었다고 하더라.

꼭 그것때문은 아니겠지만 이날의 공연은 이번 시즌 내가 본 <J & H> 중에서 단연코 best of best 였다.

1막 첫장면 "lost darkness"와 "I need to know"를 보면서

목이 여전히 안좋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연기가 너무 좋아서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주 오랫만에 조승우 지킬을 보는거긴 하지만 그동안 연기적인 부분에 변화가 많아졌더라.

지킬도 하이드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 시즌 <헤드윅> 처럼 배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특히나 하이드는 마치 자신의 일부처럼 어떠한 이질감없이 아주 편안하게 표현하더라.

게다가 하이드일때 길어진 호흡과 목안을 긁어대며 내는 소리는 예전보다 훨씬 더 괴기스럽고 섬득하게 다가왔다.

이사회 장면에서는 지킬의 절실함과 절박함이 최고조로 표현했다.

순간순간 휙휙 변하고 달라지는 눈빛들.

1막도, 2막도 모든 순간이... 지킬과 하이드가 수시로 벌이는 컨프론테이션이더라.

이사회 장면에서 무릎을 꿇은채 간청하고

약혼식장에서 엠마 곁을 떠나기 싫어서 버티다 어터슨에게 앙탈(?)을 부리고,

레드렛에서 화장실 가는 것 처럼 자리를 잠시 비우고

"The dangerous game"에서는 이상하게 연민이 가득했고

"confrontation"에서 침을 뱉어 깜짝 놀랐다.

앞선 공연에서 이런 행동들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표현들이 개인적으로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특히 "confrontation" 마지막에 하이드가 지킬을 향해 "네가 하~~~~이드!"라고 절규하는 장면은...

와, 이건 정말 끝이더라.

그야말로 'This is the moment" 가사처럼 

다 던지고 다 바치더라.

진심으로 멋졌다, 조승우!

개인적으로 confrontation은 류정한의 표현이 제일 좋았는데

조승우가 절대로 변치 않으라리 믿었던 그걸 뒤집어 버리더라.


스티븐 킹이 말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안에 또 다른 자기가 있다고.

그게 자신이 전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음모가일 수도, 교활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그렇다면 지금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는 아마도 하이드쪽에 더 가까운 모양이다.

지킬보다 하이드에 훨씬 더 기울어지는 걸 보니...

존재에 대한 완강한 부정과 거부,

그게 사람을 악(惡)하게 만든다..

악은...

만들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 21. 07:52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류정한은 <Jekyill & Hyde>라는 작품에서만큼은 더이상 여한이 없겠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다.

이제 이번 시즌 <Jekyll & Hyde>는 어떠한 아쉬움없이 작별할 수 있겠다.

물론 완벽한 완성을 본 건 아니다.

하지만 배우가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집중,

그리고 무대와 관객 모두를 아우르는 절정의 몰입을 봤으니 이걸로 충분하다.

아니 차고 넘친다. 적어도 나는...

이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 류정한은 힘들고 고된 작업이라는건 늘 말했었다.

그런데 10주년 공연에서의 류정한은 힘듬과 고됨을 뛰어 넘었다.

"미쳐야 미친다"고 하던데...

이제 급기야는 평온한 광기가 무대를 장악하더라.

내가 이 작품을 이렇게까지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됐구나...

그리고 그 편안함 속에서 나는 더 깊고 더 완강하고 몰입했다.

그는... 이 작품을, 이 무대를 배우로서 아주 완벽하게 즐기고 있다는게

눈으로, 귀로,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졌다.

절감했고 감탄했다.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이제 뭘 해도 되겠구나.

그의 눈 속에(In his eyes) 속에 모든게 다 있더라.

지킬에게서 하이드를 본 순간,

하이드에서 지킬을 본 순간.

서로 어긋나고 피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만나질 수밖에 없는 그 순간들이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음향때문에 늘 조금은 아쉬웠던 His work and nothing more도 이번엔 아주 선명했다.

선명해서 더 아팠다.

자꾸만 내 스스로가 동화된다.

그렇구나...

이제 정말 이 작품을 놓아줄 때가 됐구나...

잘 이별할 수 있게 해줘서 류정한이라는 배우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다 당신 덕분이다.

고맙다. 진심으로...

 

아쉬울 것도, 부족할 것도

이젠 더 이상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8. 08:41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원래 박은태 캐스팅은 한참 후에 볼 예정이었는데 입소문이 너무 좋아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급하게 3층 맨 앞자리를 예매했다.

박은태의 지킬은 상상이 되는데 솔직히 "하이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루시와 엠마도 많이 고민했는데 결론은 소냐와 조정은으로 선택했다.

(전부 뉴페이스로 보기에는 위험부담이 좀 클 것 같아서...)

어쨌든...

박은태 자칼은...

지칼은 노래도 연기도 아주 좋았다. 

"I need to know"도 "This is the moment"도 박은태이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렸고

고음은 역시나 아주 깨끗하고 선명하더라.

그런데... 하이드는,

역시 아직 미완이다.

지킬만큼 하이드를 장악해내지는 못하더라.

하이드의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라 참 다양했다.

때때로 박은태의 목소리도 자주 출몰했고.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 같긴한데 하이드일때 템포가 아주 빠르다.

빠르다 못해 너무 급해서 무언가에게 쫒기고 있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지킬의 넘버들은 대체적으로 괜찮았고

하이드 때는 악센트를 조절하면서 밀고 당기면서 부르는게 신선하면서 특별했다.

"confrontation"은 대사에 가까운 포효로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론 좀 별로였다.

박은태가 어딘지 하이드에게 밀리고 있는 느낌.

그리고 역시나 너무 빠르더라.

시작하는 첫 호흡부터.,,

개인적으로 하이드는 잔인함이 느껴질 정도로 여유로운게 좋은데...

(하이드 입장에서의 살인은 솔직히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 명확한 이유가 있는 위선자의 단죄이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어쨌든 뉴페이스 지킬은 박은태가 최선이었을테고

확실히 최선이기도 하다.

박은태 지킬은,

아직까지는 배역의 고통보다 배우의 고통이 더 크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의 그가 훨씬 더 기대된다.

그때쯤이면 다른 누구도 아닌 박은태만의 지킬을 볼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완성된 모습은 확실히 안지만 가능성은 너무나 충분하다.

그러니까 이번 시즌에서의 박은태의 도전은... 

성공이다.

 

너무 몸이 불어서 레드렛을 레슬링 무대로 만든 소냐 루시의 외형은 많이 안습이었지만

노래는 정말 3명의 루시 중와의 비교를 무의미하게 한다.

소냐의 "A new life"를 들으니

오랫만에 정말 속이 펑 뚫리더라.

조정은 엠마는 역시나 모성애가 가득하다.

가냘픈 강건함.

무대 위에서 이쁜척, 고운척, 착한척 하지 않아서 더 이쁘고 곱고 착한 엠마.

그래서 나는 조정은 엠마가 참 좋다.

이 작품에서 엠마는 늘 "out of my mind"였는데 조정은이 들어오면서부터 엠마가 in my mind가 됐다.

 

박은태, 조정은, 소냐.

이 조합의 선택은 옳았다.

공연 후반부에 박은태 지킬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까지 박은태의 성대가 무사하길 기원하며...)

그때도 주저없이 똑같은 캐스팅을 선택하게 될 것 같다.

제법 신선했고 아주 익숙했다.

그래서 상호보완적이더라.

 

재미있네, 지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2. 06:33

이런 젠~~장!
나는 완전히 작살났고 일격에 숨통이 끊겼다.
어떻게 이렇게 차가운 불 일 수 있고, 뜨거운 얼음 일 수 있느냔 말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고 들은 건 절대로 현실이 아니다.
도대체 이 어메이징한 감정을 어떻게 정리하고 다스려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든 추스려보겠다고 주섬주섬 감정을 주워담는 내 모습은 왠만한 슬랩스틱쯤 거든히 초월하고도 남는다.
어쩌자고 내게 이런 짓을 했느냐고...
각인(刻印) 위에 새로운 화인(火印)이 더 크고 깊게 새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뮤지컬 배우 류정한을 통해서 체화(體化)하는 중이다.
그렇게 숱하게 봤던 <지킬 앤 하이드>를...
나는 또 다시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느꼈다.
그리고 류정한의 막공은 지금까지의 봤던 모든 지킬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할 만큼,
확실히 강렬하고 엄청난 위력를 발휘했다.
그의 최후는 완전히 새로웠고 그리고 확실히 치명적이었다.


젠장! 오래 가겠다. 지금 이 느낌.
모든 것이 마지막이다.
심지어 공연의 모든 대사조차도 그의 마지막과 관련있는 것처럼 빙의된다.
덴버스가 그 물꼬를 튼다.
"오늘이 마지막이네, 헨리!"
뭐야? 덴버스경!
당신도 오늘이 그의 마지막 날이란 걸 알고 있었던거야?
(이런, 젠장! 난 지금 멀리 떠나버렸고 그리고 확실히 아프다.)



"This is the moment"
피겨요정 김연아에게만 "clean"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의 마지막 "This it the momont"는 정말 황홀할만큼 clean 했다.
기억하는가?
노래가 끝나고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박수소리를...
오늘 공연은 이 끝없는 박수소리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상당히 지연이 되겠구나
확실히 예상했던 그대로...
더불어 MR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연주라는 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MR이었다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으리라...)
"This is th moment" 부터 1막 마지막 "alive 2" 까지
난 이 사람이 내 숨통을 직접 자신의 손 안에 쥐고 있는 게 아닌가 몇 번씩 의심했다.
어느새 입 안에는 침이 가득하고 숨소리는 가빠지고 동공은 최고조로 열린다.
숨을 쉬는 것도 침을 삼키는 것도 눈을 깜빡이는 것도 아까울만큼 집중해버린 처절한 결과다.
(외형상으로 보자면 내 모습은 완벽한 반편이거나 혹은 약물중독자, 둘 중 하나다.)
마지막 "This is the moment"를 마친 그도 감회가 밀려왔던 모양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이 될 모든 한 장면 한 장면에 최고조의 집중력과 열정을 발휘했다.
느꼈다.
그에게 <Jekyll & Hyde>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그러니까 그는 지금 자신의 일부를 그곳에 영원히 남기고 있는 중이었다.
더불어 함께 공연한 무대 위 배우들도 그의 마지막 공헌에 헌정하듯 최선의 호흡을 보여줬다.
소냐 루시의 떨리던 목소리와.
(그녀, 정말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
정은 엠마의 의연한 눈빛.
그리고 20 여명의 조연들과 앙상블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완벽했던 그 모든 것들...



<천국의 눈물> 때문에 내한한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자 프랭크 와일드 혼이
류정한의 "confrontation"을 직접 보고" Kick-ass" 를 연발했다지만,
아마 그가 마지막 "confrontation"을 봤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동안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잃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불혹을 넘긴 동양의 한 뮤지컬 배우가 타국으로 보쌈되는 광경을 처절하게 목격했을지도...
Kick-ass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류정한이 보여준 지킬과 하이드의 마지막 대면은 지배적이고 압도적이었다.
치열했고 강렬하고 처절했고 그리고 비장했다.
급기야 보는 사람의 혈관을 지배해 온 몸을 휘어잡더니 근육 하나하나를 통제하고 마비시킨다.
(이건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는Transfromation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허접한 글에서 그의 마지막 지킬 넘버를 하나하나 들먹이며
어디가 어땠고, 어디가 폭풍 감동이었고, 어디가 끝장이었는지를 되집어 말하는 건
참 주제 넘고 의미없는 일이지만 이것 하나는 꼭 말하고 싶다.
그가 확실히 떨고 있었다는 걸...
순간순간 감회와 회환에 젖어 조용히 무대 위에서 떠는 그를 보면서 나는 진심으로 아득했다. 
그러나 그는 떨림마저도 아름답게 통제하더라.
떨쳐버림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그 떨림에 집중함으로써...
그는 이 마지막 무대에서 그의 지킬을 완성시켰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혹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솔직히 "완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8년이란 시간동안 그는 노랫말 그대로 육신과 영혼을 다 걸어서
이 작품에 던졌고 바쳤음을 나 역시 충분히 봐왔고 그리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완성"이라는 찬사보다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최고"였다고 고백하는 게 더 정직한 진심이리라. 
마지막까지 참 마법같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커튼콜 마지막 등장에 모두 엄지 손가락을 올려주던 무대 위 함께한 배우들의 모습과
거의 전석 기립으로 그의 모든 연기과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던 모든 관객들의 모습도.
그리고 촉촉히 젖은 눈과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하던 그의 모습도...
이제 그는 그렇게 배우로써 또 한 페이지를 끝마쳤구나,
진심으로 느꼈다.



그를 보면서 아름다움이 이렇게 장렬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확실히 그의 마지막 지킬은 여러 의미로 장렬했고 아름다웠다.
그는 그렇게 그의 마지막 지킬을 떠나보냈다.
그러나 류정한의 지킬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지킬이 공연되는 한,
모든 지킬의 무대 위에는 류정한이라는 예술가가 남긴
8년의 모든 열정과 모든 고뇌와 모든 땀과 모든 수고가
영원히 머물며 좁은 구석구석까지 펄떡이며 살아 있을 걸 안다.
그러니 그의 지킬은 결코 끝난 게 아니다.
아니, 결코 끝날 수 없다.
따라서 내가 느껴야 할 감동과 두려움 역시 결코 끝날 수 없다.
불멸의 무대로 돌아온 그를,
이제 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환.영.해.야.한.다.

  

공식적으로 류정한의 모든 지킬의 행보는,
그의 선언처럼 이제 끝이 났다.
그리고 아쉬움과 그리움은 고스란히 빈자리가 되어 남겨졌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지킬들아!
아무도 이 자리를 탐내지 마라!
비록 빈 자리일자라도 이 곳은 그대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결코 그대들에 의해 채워질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류정한의 무대를 관음하는 황홀경을 아는 사람은
그 자리의 유일한 주인이 누구인지 안다!
그 자리는 영원히 영구결번된 그 상태 그대로
오직 한 명에게만 헌정(獻情)될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20. 00:33
또 다시 Jekyll & Hyde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번 공연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재정상태를 all kill 시킬 정도로 all in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이라는 빅뱅과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까지 겹쳐져서 초반부터 열띤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오디 컴퍼니의 광고 문구 그대로 사상 초유의 티켓 전쟁이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고
살아남지 못한 사람은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가련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함과 더불어 
누군가의 은혜로운 티켓 양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까지는 제발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그러니 제발 지키자...)
그 첫번째가 12월 14일 류정한 J & H였다.
사실 티켓 예매를 할 때 차 떼고 포 떼고 나니까 고맙게도 선택의 폭이 확실이 줄긴 했다.
일단 선민 루시는 내 취향이 아니라 차로 떼버리고
김소현 엠마는 죄송스럽게도 요즘 너무 노쇠한 목소리를 내주시기게 포로 떼기로 했다. 
(이렇게해서 정말 미안하게도 홍광호와 김준헌은 차도 포도 아닌 셈이 되고 말았다...)



공연 초반에 앙상블과 조연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어 내심 걱정스러웠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계속해서 보고 있는 J & H.
공연을 하는 배우에게도,
중독처럼 몇 번씩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어쨌든 이 공연은 위험한 함정이고 치명적인 유혹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렇게 얼치기 매니아를 자처하게 된 것도
순전히 2004년부터 J & H가 발단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일 년에 몇 편씩 보는 게 전부였는데...
물론 지금까지 보면서 실망했던 공연도 있고 끔찍하게 소름돋았던 공연도 있다.
그래서 고운정 미운정 외에도 다른 정이 있다면 그 모든 정들이 다 들어버린 공연이다.
어쩌면 관 속에 들어있던 나를 벌떡 일으켜 세상으로 나오게 한 게 이 공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고마움에 매번 애뜻한 심정이 되버리는 건지도...
매번 J & H가 오픈되면 가슴이 묘하게 아파온다.
그리고 그 아픈 마음은 또 묘하게도 공연을 보고 나면 한동안은 다독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도 항상 또 다른 의미의 이중성과 타협하고 싸우는 중인지도 혹시 모르겠다.



류정한 지킬 그리고 류정한 하이드.
다른 건 말고 그것만 생각하자.
류정한의 지킬은 다정하다. 그러나 폐쇄적일만큼 고집스럽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납득이 불가능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지독히 탐미적이다. 그러나 일방적이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냉혹하다. 그러나 불의하지 않다.
류정한 지킬은 순하다 그러나 결정 앞에 단호하다.
류정한 하이드는 비열하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사랑스럽다. 그러나 너무 많이 외롭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잔인하다. 그러나 잔혹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섬세하다. 그러나 작게 표현하진 않는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대범하다. 그러나 손끝과 표정까지 치밀하다.
류정한의 지킬은 유하다 그러나 연약하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본능적으로 파괴적이다. 그러나 근거없는 파괴는 결코 아니다.
류정한의 지킬은...
 류정한의 하이드는...
내겐 그랬다.
어찌됐든 매번 실망이 아닌 지독한 감동을 준다.
비록 그가 결정적인 노래에서 삑사리를 작렬한다고 해도
(설령 그 부분이 "This is the moment" 같은 결정적인 노래에서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이라는 결정적인 부분일지라도...)
그게 최선을 다하는 중에 나오는 실수이기에 조금도 불쾌하지가 않다.
그리고 소위 그 삑사리에 대처하는 류정한의 능숙함과 노련함이 나는 또 좋다.
(편애라고 말한다면... 그렇다! 난 그를 편애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는 류정한이 J & H 를 다시 한다고 발표했을 때 새로운 해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
또 다시 달라졌다.
특히 하이드로 분할 때 모습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확실히 더 거대해졌다.
더 비열해졌고, 더 파괴적이고, 더 음산해졌고, 더 대범해졌고, 더 유혹적이다.
순간순간 본성을 드러내려는 하이드를 막기 위해 애쓰는 지킬은 또 어떤가! 
안스러움과 함께 어딘가 숨겨주고 싶은 깊은 연민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마지막"이라는 자신의 말에 지금 책임을 다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매 장면마다 그게 느껴져 나는 또 섬뜩하고 무서웠다.
이 작품을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인지
객석에 앉아있는 나조차도 분명히 느껴질 정도다.
처음엔 분명 지킬로 시작됐는데 류정한의 눈은 점점
한 쪽엔 지킬을, 또 한 쪽엔 하이드를 담는다.
그 눈빛 속에 치열한 싸움이 무대에서 번득이는 집요한 시선으로 드러난다.
다른 사람도 봤을까?
지킬일 때 그의 눈 속에 하이드를.
그리고 하이드일 때 그의 눈 속에 지킬을...
그닥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눈빛은 강렬함 그 이상으로 빛났고 딕션은 어전히 선명했다. 
고요함 속 굳은 결의 뒤에 압박처럼 점점 상승되는 공포감 "The Transformation"
잔혹한 괴기스러움 뒤에 느껴지는 정당하기까지한 통쾌함 "Alive"
소름돋을 만큼 자극적이고 부러울만큼 관능적인 "Dangerous game"
"The way back"의 안타까운 절망과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
섬득하리만큼 잔인한 충돌 "Confrontation"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어터슨의 대사로 배우 류정한에게 말하고 싶다.
"자넨 할 만큼 했네!" 라고...
그리고 엠마의 마지막 대사까지도 빌리련다.
"이제 편히 쉬세요!"



사실은 김선영 루시의 완벽함에 대해서도
(그녀의 춤은 정말 눈부신 발전이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그 빨간 모자는 꼭 집고 넘어가고 싶다.)
조정은 엠마의 불안함 대해서도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만
(전체적으론 엠마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성량이 확실히 딸린다. 
 지고지순함도 느껴지지만 왠지 새침떼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류정한, 그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이미 할 말은 다 해놓고... 쯧쯧!)
아, 참! <스위니 토드>의 비델리 "정현철"을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을 하느라 너무 바빴겠다.
(그전까지는 세비지경과 스파이더가 1인 2역이었는데...)
그런데 두 인물의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 개별화에는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그리고 주교님과 프룹스는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으신 모양이다.(솔직히 도플갱어인줄 알았다)
새로운 곡 "I need to know"가 추가돼서 기대를 했었는데
(예전에 J & H 내한공연에서 브래드 리틀이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물과 기름같이 동떨어진 넘버라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내용을 가사에 꾸겨넣어서 랩도 아닌 정체불명이 노래가 되버렸다.
차라리 이 곡을 빼고 예전처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애드립같은 코믹 요소가 많이 등장한 건 좀 거슬렸다.
단정해지고 깔끔한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시 Jekyll & Hyde는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하나보다.
"첫 정이 무섭다"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12. 9. 08:38

벌써 2년 전 일이다.
병원 송년회로 <지킬 앤 하이드> 단체 관람을 했었다.
그때 관람 Tip으로 병원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있었다.
엉성하게 쓰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쓴 거니까...
또 다시 지킬 앤 하이드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킬 앤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오늘은 책이 아니라 좀 다른 걸 소개해 보려구요.
우리 병원 송년회 때 보게 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책의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잘 몰라도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6년 발표한 원작의 제목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Dr. Jekyll & Mr. Hyde)>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구요,(이미 다들 잘 아실테니까...)
우리가 보게 될 뮤지컬 <J & H>를 뮤지컬 넘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구요.

먼저 1막.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가 있는 의사 지킬은 정신질환을 앓은 아버지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선과 악을 구별하는 약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생체실험을 반대하는 위원회의 거부에 급기야 자신의 몸에 주사 바늘을 꽃게 되죠.
이 부분에서 나오는 뮤지컬 넘버 “This is the moment”라는 노래는 모든 뮤지컬 남자 배우들의 꿈의 넘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킬의 고뇌와 결단을 표현해야 하는 이 곡은 듣는 사람은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부르는 사람은 저음과 고음의 영역을 넘나들어 죽을 듯이 힘든 곡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J & H" 남자 배우 오디션에선 항상 이 곡이 지정곡으로 등장하죠.
이 노래를 잘 소화한다면 공연을 이끌고 나갈 기본은 된다고 평가하게 됩니다(실제로 이 곡을 흔히 말하는 삑사리 없이 부르기란 왠만한 내공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주사약이 온 몸이 퍼지게 되면....
드디어 선한 지킬의 몸에서 하이드가 서서히 등장하게 됩니다.
1막과 2막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같이 등장하는 넘버가 두 곡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그 첫 번째 곡을 만나게 됩니다.
“The Transformation”이란 곡이죠.
실험에 대한 결과를 궁금해 하고 있는 지킬의 몸에서 뭔가가 서서히 나오면서 그의 몸짓, 말투, 표정, 시선까지 변화시킵니다.
하이드...
무대 위를 장악하는 그의 모습을 드디어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죠.
“Alive 1”
하이드로 변신한 지킬이 드디어 하이드의 힘과 사악한 본능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하이드는 악의 속성에서 자유를 느끼게 되죠.
악의 은밀한 비밀에 대한 신비감 그리고 파괴를 향한 갈증이 예고되면서 무대 위를 압도하게 됩니다.
“Alive 2”는 1막의 ending 곡입니다.
하이드의 살인행각은 무대 위에서 그대로 그려집니다.
하이드의 불의 심판을 직접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사탄 편에 서서 끊임없이 충돌하며 파괴하겠다는 하이드의 외침에 잠시 등골이 오싹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1막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랩니다. 아마도 제 안에도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지...)



이제 2막이 시작됩니다.
하이드는 단지 지킬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었지만 이젠 점점 더 지킬의 대부분이 되어 가는 걸 그 자신도 막기가 힘들어 집니다.
지킬은 분리된 자신의 두 모습과 싸워야 하는 육체적인 고통 이외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이드에게서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는 물론이고 하이드의 먹이감 루시까지도요.
“Dangerous Game”
이 뮤지컬 전체에서 가장 끈적끈적하고 어찌 보면 선정적인 느낌까지 주는 곡입니다.
하이드와 루시가 부르는 이중창으로 그가 사악한 인간임을 알면서도 육체적인 쾌락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루시의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입니다.
지킬의 부탁으로 도시를 떠날 준비를 하는 루시...
“A New Life”라는 노래와 함께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루시의 등에 결국 하이드는 칼을 꽂게 됩니다.
하이드의 갑작스런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라는 장면이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 들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려도 아마 많은 분들이 놀라실 겁니다.
참 여러번 봤는데 저 역시도 매번 놀랐으니까요...
루시의 주검 앞에,
하이드는 서서히 지킬로 돌아옵니다.
또 다시 지킬과 하이드가 함께 등장하며 부르는 노래가 등장할 차례네요.
J & H 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Confrontation”
(이 곡을 한 곡을 부르고 나면 배우의 몸무게가 2~3kg 쯤 빠지는 건 우수운 일이라고 하네요)
지킬과 하이드가 한 소절씩 번갈아 부르며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죠.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 만화나 코미디에서 반은 여자, 반은 남자처럼 꾸미고 나와서 노래 부르는 거 보신 기억 있으시죠?
그런 식이긴 하지만 느낌은 훨씬 더 강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를 풀어헤친 하이드와 머리를 묶은 지킬을 한 사람이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정확하게 구분이 되는 두 명의 목소리와 행동(특히 손놀림에 주의해 보세요 ^^)
그리고 조명의 분리까지...
실제로 전 이 부분을 연기하고 쓰러져서 동료 배우에 의래 끌려서 퇴장하는 배우를 본 적도 있답니다.
다행히 다음 씬을 계속 연기하긴 했지만 보는 저도 많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네요.
마치 제가 하이드를 만들어 낸 것 같은 죄책감이...
(몹쓸 놈의 혼연일체 무아지경이 발동한거죠)

결말은...
그래도 선이 승리는 해야 하겠죠.
그런데 그 승리를 이끌어 가는 건 결국 지극한 아픈 사랑에 의해섭니다.
결국...
누구의 승리하고 할 수 있을까요?
지킬? 아니면 하이드?
결정은 직접 보게 될 사람이 선택할 문제이긴 하겠지만요...

* 찾아봤더니 저희가 보는 날 캐스팅이,
홍광호(지킬), 임혜영(엠마), 김선영(루시)네요.
일단 루시 역할의 김선영 씨... 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자입니다.
전 가수 소냐가 하는 루시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저한테 여지없이 한 방 크게 먹인 배우 되시겠습니다.
(꽤나 얼얼했습니다... ^^)
홍광호 지킬... 이런 큰 역할은 처음 하는 배웁니다.
느낌은 조승우 지킬과 흡사하다는 평이 있던데 일단 노래 실력은 좋습니다.
다른 두 명의 지킬보다는 디테일에 더 신경쓰지 않을까 생각되네요.(제가 이 사람 공연을 3개 정도 봤었는데 디테일과 감성 전달이 좋더군요.)
엠마 역의 임혜영 씨는 제가 직접 본 작품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요즘 흔히 말하는 열심히 크는 배우라는 평가가 있네요.
이 뮤지컬은 97% 지킬에 의해 이끌어가는 공연입니다.
(실제로 지킬과 하이드가 극 전체에 약 98% 정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날 지킬의 컨디션이 공연의 전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게 되죠.
이 역을 맡는 배우는 자부심도 대단하지만 그 무게감에 절로 살이 빠진다고 하네요.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다가 스스로 고사한 배우도 있을 만큼 배우로써의 존재감과 책임감에 엄청난 압박을 주는 역할이죠. 한번 연기하고 다시 못하고 있는 배우도 있구요.
그런 걸 보면,
관객이라는 게 참 호사스런 자리란 생각도 듭니다.

단,
그 몹쓸 놈의 혼연일체 무아지경의 경지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정면으로 맞설 준비 되셨나요?
그가 찾아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