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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2 <카산드라의 거울1,2> - 베르나르 베르베르
  2. 2010.10.15 <컨설턴트> - 임성순
읽고 끄적 끄적...2011. 1. 12. 05:56
한국인이 나온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 작년 말에 나왔다.
자신의 책을 출판하는 "열린책들"이 얼마나 고마웠으면
사장 아들 이름을 등장인물로 만들었을까?
하긴 우리나라만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먹히는(?) 나라도 없긴 하겠다.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소녀 카산드라와
시립 쓰레기 하치장(시쓰장)에 사는 인간 폐기물 4명.
그리고 그 루저 4명 중 한명이 한국인(정확히 말하면 북한인) 김예빈이다.
일단 베르베르의 전방위적이고 전지구적인 상상력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확실히 베르베르는 "꾼"은 맞긴 하다.

사람들은 보긴 하지만 눈여겨보지는 않아.
듣긴 하지만 귀 기울여 듣지는 않아
알긴 하지만 이해하지는 못해

어쩌면 모든 인류의 비극은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테러에 대한 예지력이 있으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운명이라니...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직접 테러를 막기 위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루저들과 함께 사생결단 하는 수밖에. 



어머니는 대학자였고, 아버지는 거물 정치인,
비정상 아동(자폐아) 전문가와 미래 전문가의 만남.
그리고 그 둘 사이에 태어난 수학의 천재 다니엘과 미래를 보는카산드라
그러나 열세 살 이전의 기억이 존재하는 않는 소녀 카산드라.
자폐증 영재 아동을 위한 실험.
부모는 자식의 자식들을 직접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다.
실험 23 다니엘, 실험 24 카산드라.
부모는 카산드라가 13살 때 테러에 의한 폭발로 죽고
가까스러 살아 남은 카산드라는 13살 이전의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린다.
과거를 잃어버린 사람이 미래를 예지한다는 기막힌 상황.
카산드라의 운명이 쉽지 않으리라는 건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요즘 솔직히 베르나르의 소설에 대해서 좀 식상해하는 중이다.
신화와 과학을 뭉뚱그려 섞어서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를
그것도 반복적으로 세뇌하듯 참 무던히도 계속 쓰고 있는 것 같아서...
확실히 <개미>나 <타나토노트>와 같은 참신함을 느끼기는 더 이상 힘들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삽화처럼 끼어들어 있는 그림들은 특히나 못마땅하다.
자국에서는 누가 그렸는지, 혹은 삽화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삽화가 나올때마다 솔직히 난감했다.
무수한 SF 영화들과 그 주인공들,
그리고 자신이 쓴 책 제목들으 교모한 이용.
어쩐지 이 사람 요즘 참 미디어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베르나르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건,
아무래도 그의 미디어적인 속성이 대체 어디까지 나아갈까에 대한 의구심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남은 건,
고대 신화들이나 다시 한 번 챙겨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카산드라 카젠버그의 모험>
이 책도 정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찾아나 볼까 한다.
동명이인에게서 위로라도 받고 싶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0. 15. 05:45
1억원 고료 제 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총 281편으로 국내 장편 소설 공모 사상 최다 응모 기록을 세웠단다.
그리고 그 중에서 최종 3작품 중에서 선택된 작품이 <컨설턴트>다.
소설을 쓴 작가 임성순은 1976년생 젊은 작가고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데뷔작으로 멋진 잿팟을 떠뜨렸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한때 실서증(글을 쓰지 못하는 증상)을 앓기도 했다는데
적어도 나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쓰지 못하는 괴로움과 절망을...
그 절망을 이기고 <컨설턴트>를 쓴 임성순은
이 소설이 "회사"를 주제로한 3부작 중에 1부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에 집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2부 <문근영은 위험해>와
공리주의가 진정한 선(善)인가를 묻는 3부 <전락>을 통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을 계획이란다.
(기대해보자. 이 두 권의 책 역시도...)
작가는 대학시절 곽경택 감독, 안권태 감독의 연출부 생활도 했단다.
역시나 책 속에서도 영화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어쩌면 어느 틈에 슬슬 영화화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와 관료제의 의사결정구조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져도 그것이 정확히 누구의 책임인지를 말하기 어렵게 됩니다. 어떤 이의 '정상적인' 결정 때문에 다른 이는 엄청난 고통을 겪거나 심지어 굶어 죽는 일까지 생기게 되죠. 얼핏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보이는 것들이 과연 자연스러운 죽음인가를 따져 묻고자 했습니다."
책을 출판하면서 작가 임성순은 말했다.



컨설턴트!
직업란에 기입하기에 소위 뽀대나는 직업이다.
왠지 모호하면서도 마치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요즘 세대에 이 "뽀대"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PC통신 시절 추리소설 동호회에 소설을 몇 편을 썼던 주인공은
군대를 제대하고 어찌하다 이 뽀대나는 직업을 갖게 된다.
(선택이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모든 인생은 음모다.) 
구조조정 컨설턴트인 그가 컨설팅하는 일은
소위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는 살인 청부다.
처음엔 본인도 그 사실을 잘 몰랐다.
거액의 돈을 주면서 넘겨받은 등장인물과 상황으로 주인공이 죽는 소설을 쓰는 단순한 창작(?)이었다.
그런데 그가 쓴 소설이 소위 "킬링 시나리오"가 되버린 거다.
자신이 쓴 소설의 내용과 똑같은 일을 기사로 확인하면서 물론 주인공은 잠시 혼란에 빠진다.
따지고 보면 "누구에게나 죽어 마땅한 이유" 한가지쯤은 있다.
당연히 주인공은 점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물론 거기에는 점점 늘어나는 통장의 잔고 또한 한 몫을 한다.
여기에 또 당연한 대사 역시 빠질 수 없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블러드 다이아몬드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조롱이며 동조다.
차례차례 구조조정되는 사람들의 이름에 내 이름을 옮겨본다고 해도 딱히 반론의 여지가 없는...
책 속의 주인공은 그래서 끝까지 익명이다.
따지고보면 수억명이 바글거리며 피튀기게 살고 있는 지구상에서 나란 존재 역시 익명이다.
그러니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굳이 만고의 진리인 give and take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익명의 내 행동이 익명의 누군가를 가차없이 사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 모든 게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 위에 있는 뭔가에 의해 내가 "조종"되고 있었다는 거다.
뭐 특별할 것 없는 현실의 모습이다.



세계는 다이아몬드 구조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형은 결코 혼자 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뭔가 지탱해줄 삼각형들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다시 세상의 그림을 삼각형으로 만들......
그리고 그건 다양하다.
정말 다양하고 세상에 그런 존재들은 너무나 많다.
다이아몬드의 구성원들은 침묵한다.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대가로,
죽음은 자신의 죄가 아니다. 처벌받을 이유도, 책임질 일도 없다.
무엇보다 그 대가를 그들 역시 향유하고 있으니까.
피는 달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이 문장을 읽는데 섬득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을 나는 공포소설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낚시질을 당한다고 해서 맛잇는 미끼를 뭐든 덥석덥석 물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그러다간 정말 회로 떠질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사실 모두 공모자며
모두 종범(從犯)이고
모두 교사범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