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6. 9. 08:38

<줄리어스 시저>

일시 : 2014.05.21. ~ 2014.06.15.

장소 : 명동예술극장

대본 : W 세익스피어

연출 : 김광보

출연 : 손종학(시저), 윤상화(브루터스), 박완규(카시이스)

        박호산(안토니), 정태화(시인)    

제작 : 명동예술극장

 

세익스피어의 정치극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 평가받는 <줄리어스 시저>가 명동예술극장과 김광보 연출의 손에 의해 올려졌다.

솔직히 말하면,

관람을 결정했던 건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보다

김광보 연출과 명동예술극장의 독자적인 뚝심에 대한 믿음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본을 다녀온 후 처음 보게되는 연극이라 기대감도 컸다.

(대략 열흘의 공백에 불과했음에도 주말을 공연없이 보내니 많이 허전하더라)

작품을 보기 전에 타인의 후기에 동요되는 편은 아니지만

들려오는 후기들이 좀 심상는 않아 살짝 걱정은 했다.

직접 보고 난 느낌은...

솔직히 혼란스럽고 모호하다.

이게 정말 "김광보 연출"이 맞나 의심도 했다가

"김광보 연출" 맞네! 인정도 하다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지?

혼자 극과 극을 오가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치열한 관람하게 관람했다.

 

무대와 조명, 의상과 음향은 정말 좋았다.

전체적인 해석과 표현도 나쁘지 않았다.

마피아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도

메트리스의 키아노리브스를 대놓고 페러디한 안토니의 느낌도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2년 전 공연된 삼국유사 시리즈 중 한 편인 <로맨티스트 죽이기>가 자꾸 오버랩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충분히 이해도 됐다)

그리고 원작에 등장하는 여자를 제외시키고 오직 열여섯명의 남자배우로만 무대를 꾸민다고해서

내심 아주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작품일거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본 느낌은,

아주 많이 소란스럽고 수다스러웠다.

심지어 브루터스(윤상화)와 카이사르(박완규)가 대립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동네 아줌마들의 썰전을 방불케하더라.

당황스러웠다... 아주 많이...

게다가 시종일관 으쌰으쌰하면서 우스꽝스럽게 뛰어다니는 배우들과

난데없이 벌떡벌떡 일어서던 시체들.

뛰어다니는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됐고 이상하진 않았지만

굳이 그렇게 코믹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순간 내가 태능선수촌에 와 있는건 아닌가 착각까지 들더라.

(열맞춰서 참 잘도 뛰더만!)

 

가장 결정적으로 충격이었던 건 브루터스 윤상화.

시종일관 아무런 감정없이 너무나 열심히, 너무나 성실히 읽어나가던 대사들.

차라리 표정까지도 그렇게 무미건조했다면 좋았을텐데 그건 또 너무나 비장하고 심각하더라.

대사와 표정 사이의 어마어마한 괴리감.

보는 내내 너무 많이 괴로웠다.

결국은 도저히 참아내지 못하고 브루터스가 나오는 장면마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분명 윤상화 배우가 맞긴한데 내가 지금껏 알던, 봤던 윤상화는 도무지 아닌 것 같다.

이게 도대체 뭐지?

김광보에 의해 의되된 연출?

<줄리어스 시저>라는 제목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사실은 시저도, 브루터스도 아닌 안토니에게 포커스를 내주기 위한 계획된 의도었을까?

상당히 모호한 신파극 한편을 본 느낌이라 지금까지도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차라리 아예 난해했다면 이해 자체를 포기하고 순수하고 관람이라도 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토니 박호산의 연기는 눈을 사로잡았다.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이해됐던 단 한 명의 인물.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박호산이 보여준 웃음은

살인마처럼 잔인했고 독사처럼 사악했다.

 

부화뇌동(附和雷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게 이게 아니었을까?

이 작품을 본 내 느낌도 딱 그렇고!

국민이란 그런 것이고

권력 또한 그런 것이다.

 

Et tu, Brute...

(누군가의 뒷통수를 노리는 누군가는 언제나, 항상, 늘 있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20. 08:25

<칼집 속의 아버지>

일시 : 2013.04.26. ~ 2013.05.12.

장소 : 국립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대본 : 고연옥

연출 : 강량원

출연 : 김영민, 김정호, 윤상화, 박완규, 박윤정 외.

주최 : (재)국립극단

 

쉽지 않은 작품일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아 작품을 꼭 보겠다 작정한 이유는 국립극단에 대한 믿음과 출연배우에 대한 믿음이 막강했다.

김영민, 김정호, 윤상화, 박완규.

이들을 한 무대 위에서  만날수 있다는 건 거의 전율에 가까운 기쁨이다.

이해력을 총동원해서 몇날 며칠을 소처럼 꾸역꾸역 되새기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러다 결국 두 손을 들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이 작품을 꼭 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작품은 훨씬 어려웠지만

다행히 이해불가까지는 아니었다.

신화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꿈과 현실을 오가는 전개로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유머 또한 잃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김영민"을 갈매를 탁월한 선택이다.

배우 김염민은 내겐 "에쿠우스"의 알렌 이미지가 늘 선명하다.

알렌을 할 당시의 그의 나이를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내 눈엔 보여진 그는 확실히 소년의 모습, 알렌의 그것이었다.

김영민의 스펙트럼이란!

참 넓다.

게다가 깊기까지 한다.

소년도 중년도 혹은 노년까지 다 아우르면서 거기에 깊이까지도 품고 있다.

때로는 이지적이고 고집스러우면서도 때로는 어리숙하면서 뭔가 의뭉스런 느낌도 갖게 한다.

솔직히 정체를 잘 모르겠다.

40을 훌쩍 넘긴 사람이 무사의 몸이 되기 위해 저렇게 멋진 몸을 만들었다는 것도 실로 놀랍다.,

확실히 그는 누가 뭐래도 천상 배우다.

이 작품을 쓴 작가 고연옥은

길 떠나는 무사 갈매 역을 애초부터 김영민을 생각하면서 썼단다.

배우와 캐릭터가 자석처럼 서로 끌어 당겼다고.

(배우로서 이런 말을 한 번이라도 듣게 된다면 정말 황홀하지 않을까!) 

 

김영민의 갈매는 역시 좋았다.

꿈 속의 꿈, 현실 위의 현실.

아비를 죽인 원수를 찾아 7년 간 길을 헤매는 지상의 마지막 무사 갈매.

그러나 칼이 무섭고, 사람을 죽여야 하는 게 너무나 싫은 갈매.

세상의 모든 아들은 늘 자신의 아비를 뛰어넘아야만 한다.

갈매에게도 이 원형의 화두가 던져진다.

신화의 세계는, 아비의 세계는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한 세계이며 동시에 신이 신이길 포기한 세계다.

그 세계 속에서 갈매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

"눈앞의 적을 치는 것으로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스스로의 질문 앞에 갈매는 답을 선택한다.

자신을 죽임으로서 그 꿈에서, 그 아비에게서, 그 인간들에게서 벗어난다.

멋진 선택이다.

갈매의 선택을 보면서 어쩌면 정말 그가 예언된 지상의 마지막 무사가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길에 대한 고민과 질문, 그리고 선택의 이야기.

나는 이 작품을 그렇게 이해했다.

인트로처럼 보여줬던 무대 위 새의 날개짓,

점점 넓어지던 그 원의 흐름을 떠올리며 그 새가 갈매라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또 다시 멋지다!

이런 상징적인 의미들.

 

배우들의 연기는 표현이 불가할만큼 엄청났다.

딕션과 연기, 동작들을 보고 있으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검은등과 아비의 역할을 했던 배우 김정호의 연기는 신내림의 그것과 흡사했다.

그 많은 대사들을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딕션과 호흡과 타이밍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그건 일종의 전율이었고 신비였다.

독특한 필모그라피를 가진 참 대단한 배우.

지금껏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다섯편 정도 본 것 같은데

매번 감탄하게 된다.

특유의 톤과 말투를 작품 속에 매번 다르게 잘 녹여낸다.

이 작품 속에서도 한 인물을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표정과 말투로 연기해서

마치 여러 명의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윤상화의 능청스런 연기도,

박완규의 허풍스런 액팅과 연기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작품의 힘보다 배우들의 힘과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던 작품이다.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이 작품을 지금만큼 이해하진 도저히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진심으로 이 배우들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나의 해설자들이여!

그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