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2. 13. 08:32

 

<네버 더 시너>

 

일시 : 2018.01.30. ~ 2018.04.15.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극작 : 존 로건 (John Logan)

연출 : 변정주

출연 : 조상웅, 이형훈, 강승호 (레오폴드) / 박은석, 이율, 정욱진 (롭) / 윤상화, 이도엽 (대로우)

        이현철, 성도현 (크로우) / 윤서원, 이상경, 혁선준 

제작 : 달 컴퍼니

 

이 연극이 기대됐던 이유는,

연극 <레드>를 쓴 존 로건의첫번째 작품이라는 점과,

변정주 연출 및 출연배우에 대한 믿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뮤지컬 <쓰릴미>에 대한 개인적인 격한 애정 때문이다.

동일한 사건을 가지고 만들어진 뮤지컬과 연극이라니...

게다가 11년 전에 처음 소개된 뮤지컬 <쓰릴미>는 매니아층도 두텁고

매 시즌마다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오는 작품이다.

(리뉴얼해서 다시 돌아온다고 했는데... 언제쯤이면 볼 수 있을까????)

 

연극은,

뮤지컬 <쓰릴미>만큼은 아니었지만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연극의 주인공은 쓰릴미의 주인공보다 더 비열하고 더 가차없다.

죄책감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자신들이 감옥에 들어와 있다는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투다.

실험을 했고, 그 실험의 결과로 죽은것 뿐인데

왜 들 난리들인지....

시종일관 죄의식 없이 킥킥대는 두 사람의 모습이 현실같아서 많이 끔찍했다.

스스로를 뛰어나다고 믿는 인간들이 그래서 무섭다.

일상을 비일상으로 만들고, 비일상이 일상으로 만들어 버리니까.

니체는 참 속상하겠다.

내가 이러려고 초인이론을 내세웠나 자괴감도 들겠다.

 

더군다나 지금은

이런 일들이 일상이 되버린것 같아 더 끔찍하다.

죄는 미워하되 죄 지은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궤변의 시작이 됐던 사건.

하지만 어쩌나...

죄가 미운게 아니라 죄를 지은 그 사람이 미워 죽겠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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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6. 13. 13:00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b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박은석 (올리버)

        임강희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5월 3일 시원하게 날려버린 1막에 대한 연극열전 측의 보상.

그 당시만 해도 마지막 캐스팅이 미공개 상태라

공개된 회차 중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이명행, 박은석, 김지현을 선택했다.

(티켓 잡기 정말 어려운 캐스팅들.)

다행히 열전 측에서 잡아준 좌석이 최상의 위치라 정말 좋았다.

작품 좋고, 캐스팅 소중하고, 좌석 환상적이고...

행운이구나 싶었다.

 

체중이 많이 불은 박은석의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역시나 박은석 올리버는 명불허전이다.

1958년의 올리버는 더 간절하고 진실해졌고

2017년의 올리버는 더 귀여워지고 사랑스러워졌다.

개인적으로  박은석 올리버의 1막 1장을 좋아하는데

오랫만에 다시 보니 꿈같았다.

조명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속삭임"에 대해 말하는 장면.

순수함과 신비감이 공존하는 장면.

게다가 이번엔  대사 사이 사이 여백을 줘서 여운이 더 깊었다.

마치 코린트만 위에 올리버와 나란히 서서 올리버가 듣는 목소리를 함께 듣고 있는 것만 같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만나는 그런 느낌.

일종의 전율이 훓고 지나간다.

 

이명행 필립의 2막 진료실 장면은 너무 아프다.

아파서 미치겠다.

몸 안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

중간 중간 입술이 바짝 마를 정도로 타들어가는 음성

이명행은 1958년의 필립의 상태를 목소리 하나로 그야말로 다 표현해낸다.

거짓과 진실 앞에서의 고통을 대변하는 울음까지.

겪어야 하는 필립도,

봐야만 하는  나도,

견디는게 너무 힘들다.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잃었다면 꼭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찾은 길은

절대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 인생, 어떤 식으로든 의미있는, 아니면 최소한 그걸 찾으려는 노력,

그래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진실한 삶...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모두 괜찮아 질거예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9. 27. 08:14

 

<Closer>

 

일시 : 2016.09.06. ~ 2016.11.13.

장소 : 예그린씨어터

극작 : 패트릭 마버

연출 : 노덕

출연 : 박소담, 이지혜 (앨리스) / 이동하, 박은석, 김선호(댄)

        김소진, 송유현 (안나) / 배성우, 김준원, 서현우 (래리)

제작 : (주)악어컴퍼니

 

2010, 2013, 2016년.

이렇게 세 번 연극 <클로져>를 봤다.

2010은 문근영, 이재호, 배성우, 진경 캐스팅이었고

2013년은 이윤지, 신성록, 김영필, 차수연,

2016년은 박소담, 박은석, 송유현, 김준원 캐스팅이으로 관람했다.

그러고보니 공교롭게도 앨리스는 소위 말하는 핫한 여자 탈렌트들이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앨리스는 2013년의 이윤지다.

(댄은 박은석, 래리는 김영필, 배성우 다 좋았고 안나는 차수연 ^^)

재미있는건,

이 연극은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더 지날수록 명확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라는 거다.

처음봤을땐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대사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무감해졌다.

그건 이 작품에 익숙해져서야 아니라,

사랑이라는게 뭐 그리 대단한게 아니라는걸 다 알아버렸기 때문이지 싶다.

"안녕... 낯선 사람..."

말줄임표에 들어갈 문장부호가 물음표든 느낌표든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순간이 영원일 수 있고,

영원이 순간일 수 있다는걸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서툰 사람들의 이야기.

심지어 무대 위에 보여지는 모습도 사랑을 만들어가는 행복한 시간보다

치졸하고 너저분하게 헤어지는 시간들이 대부분이다.

사랑이라는게,

사실은 상대방에게 지워낼 수 없는 스크레치를 남기기 위한 고분분투인지도 모르겠다.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일까?

흘러갈 순간을 진실이라고 믿고 간절해지는 이유.

새로운 사랑 앞에서 지금까지의 사랑을 끝내려는 사람 .

참 남루하고 구차하다.

댄도, 랠리도, 안나도, 앨리스도 참 못나고 불완전한 인간이다.

 

온전히 가까워질 수 없는 낯선 사람들.

연인(戀人)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7. 22. 08:30

 

<페스트>

 

일시 : 2016.07.20. ~ 2016.09.30.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알베르 카뮈 <페스트>

대본 : 김은정, 노우진

음악 : 서태지 

연출 : 노우성

편곡, 음악감독 : 김성수

출연 :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 (리유) / 김도현, 윤형렬 (랑베르) / 오소연, 린지 (타루) / 김수용, 조휘 (코타르) 

        조형균, 정민, 박준희 (그랑) / 황석정, 김은정 (리샤르), 이정한 외

제작 : (주)스포트라이트, (주)보스톤이앤엠

 

참 이렇게 넋을 놓게 하는 작품도 없다.

27일에 서태지가 관람을 한다는데 제발 안 봤으면 좋겠다.

손발이 오그라질 정도로 내가 다 부끄럽다.

서태지는 무슨 죄고, 카뮈는 또 무슨 죄인가!

그나마 서태지가 카뮈보다는 행운이다 싶다.

적어도 이 꼴은 전혀 모르테니까.

기억에 남는거라곤 김성수 음감의 편곡과 커튼콜 이후의 곡 버뮤다 크라이엥글 뿐이다.

그 좋은 서태지 노래로 어떻게 이 따위 허접한 작품을 만들었는지 화가 난다.

박칼린이 이 작품에서 왜 손을 뗐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더불어 박칼린은 겁나 현명했다...) 

이게 뮤지컬은 맞나?

제대로 된 노래를 들은 기억이 없다.

프리뷰니 점점 좋아질거라고 위로하기엔 대본과 연출이 노답이다.

이건 관객에 대한 엄청난 기만이고, 서태지에 대한 기만이고, 카뮈에 대한 기만이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 공연...

이대로 접는게 옳다.

대사도 너무 많고, 스토리는 유치 찬란하고, 주제도 없고, 중심도 없고, 내용도 없고...

무대도 점점 이상해지고, 의상도 황당하고...

심지어 배우들에게 연민이 생기더라.

이 허접한 대본을 연기하느라 시종일관 기를 쓰는게 짠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1막 오프닝의 리샤르 김은정은 테러도 이런 테러가 없다.

페스트보다 더 치명적인 존재다.

1막이 끝나고 그냥 갈까 정말 많이 고민하다 2막은 설마 괜찮아지겠지 싶어 버텼는데

크나큰 실수였다.

2막 내내 깔끔하게 가버리지 못한 나를 탓하며 앉아 있었다.

눈을 질끈 감았버린게 몇 번이지 셀 수도 없다.

노래도 아깝고, 배우도 아깝고, 내 시간도 아깝다.

.............................

젠장! 그만 하자!.

여기서 더 나가면 살벌한 육두문자가 난발하는 활극이 펼쳐질것 같다.

그냥 다 잊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1. 18. 08:59

 

 

<엘리펀트송>

 

일시 : 2015.11.13. ~ 2016.01.31.

장소 : 수현재 씨어터

극본 : 니콜라스 빌런 (Nicolas Billon)

번역 : 김승완

연출 : 김지호

출연 : 박은석, 정원영, 이재균 (마이클) / 김영필, 정원조 (그린버그) / 정영주, 고수희 (피터슨)

제작 : (주)나인스토리, (주)수현재컴퍼니

 

의도한건 분명 아닌데 

요즘 계속해서 아픈 작품들만 읽고 보고 있다.

사랑과 희망, 그리고 기억과 사실들.

개인의 역사라는 건 사실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허상 혹은 사실인지도 하겠다.

그리고 이것들의 균형에 문제가 생가면 삶은 위태로워진다.

지속될게 아니라면 "사랑"을 줘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희망을 키우게 될테니까...

스스로의 태어남 자체를 "사고"라고 생각하는 마이클.

그러나 나는 그 아이에게 어떠한 죄도 물을 수 없다.

그 아이는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 위해 절박하게 외쳤을 뿐이고

그걸 이해하지 못한건 그들이다. 

만약 그들이 이해했다면, 알아챘다면

마이클은 "가치"를 찾을 수 있었을까?

 

"네가 원하는게 뭐니?"

그린버그의 질문에 마이클은 대답한다.

"자유요, 선생님!"

자유... 자유... 자유...

마이클이 말한 자유란 8년간 입원 중인 병원에서의 퇴원이 아닌

완벽한 해방, 즉 죽음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었겠지만

8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 명석한 아이는 희망과 가치를 잃었다.

 죽음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마이클의 독백같은 대사가 계속 가슴에 남는다.

"사람들은 이 질문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요. 나는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

 

* 배우들의 연기는 진중하고 섬세했다.

  눈빛과 동작 하나 하나 허투루 흘려보내는게 없더라.

  누군가는 마이클에 비해 그린버그와 피터슨의 존재감이 너무 약하다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김영필과 정영주의 연기에 감탄했다.

  그 두 배우의 완벽한 조력은 박은석에게 마이클이란 인물을 성실하게 집요하게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작품이 어렇게까지 동화되진 못했을거다.

  위험하고 슬픈 작품이다.

  그래서 외면되지 않는 작품이다.

  아마도 나는...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내게 거리감이라는게 조금 생겨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24. 08:24

<Capone Trilogy>

 

일시 : 2015.07.14. ~ 2015.09.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Jamie Wilker

번역 : 성수정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김종태 (Old Man) / 박은석, 윤나무 (Young Man)

        김지현, 정연 (Lady)

제작 : (주)아이엠컬처

 

김종태, 박은석, 정연의 Loki를 마지막으로 <카포네 트릴로지> 캐스팅별 모든 애피소드를 다 봤다.

이후로는 배우들 한 명씩 교차 캐스팅해서 공연하기도 하고, 

마지막 5일은 특별공연도 한다는데 어쨌든 나는 여섯번의 관람으로 이 작품과는 이별하기로 했다.

에피소드를 다 보고 난 후의 개인적인 취향은,

로키는 이석준, 윤나무, 김지현 캐스팅이,

루시퍼와 빈디치는 김종태, 박은석, 정연 캐스팅이 좋았다.

(제일 좋았던 에피소드는 Lucifer)

에피소드 Loki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하다.

정말 숨 쉴 틀 없이 배우를, 관객을 몰아친다.

템포도 워낙 빨라서 배우들 입장에선 흐름을 놓치면 아찔해질 수 있을텐데

관객들 코 앞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단 생각이 절로 들더라.

진중한 남자 배우들이 코믹한 멀티맨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는데

두 배우 다 내 예상치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김종태는 루시퍼 닉의 아우라가 너무 강해서 괜찮을까 싶었는데 기우더라.

오히려 박은석보다 전체적인 느낌도 훨씬 좋았다.

(아마도 앞으로 김종태 배우의 작품을 계속 찾아 보게 될 것 같다)

박은석의 비글리오는 좀 그랬다.

빈디치나 평소 박은석 느낌 그대로여도 괜찮았을텐데 과장이 과했다.

그런 신파조의 어투보다는 차라리 느끼함의 절정을 보여주는게 더 좋았을텐데 싶다.

그래도 벨보이 번과 카포네 바지사장 볼드는 아주 좋았다.  

롤라 킨은 정연 배우도 나쁘진 않았지만 김지현쪽이  타이밍도 순발력도 더 좋았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작품에서는 경력이란걸 무시할 순 없는 모양이다.

 

익명으로 혹은 다른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기!.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롤라 킨의 탈출이 많이 부러웠다. 

지금까지의 나를 지우고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이름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거.

그게 비록 의도하지 않은 범죄에 대한 도피일지라도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성공의 여부는 사실 누구도 모른다.

설령 그 결과가 참담한 실패로 끝난대도.

나는 롤라 킨이 선택한 탈출을, 해방을, 자유를 열렬히 응원한다.

그러니 부디 성공하길...

Amen!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4. 08:17

 

<Capone Trilogy>

 

일시 : 2015.07.14. ~ 2015.09.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Jamie Wilker

번역 : 성수정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김종태 (Old Man) / 박은석, 윤나무 (Young Man)

        김지현, 정연 (Lady)

제작 : (주)아이엠컬처

 

아. 젠장!

이 작품 이럴줄 정말 몰랐다.

이렇게까지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라니...

원래는 Lucifer만 예매를 했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도저히 그냥 갈수가 없어서

무척 섭섭한 자리로 Vindici까지 현매해서 연달아 관람해버렸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주말에 Loki - Lucifer - Vindici를 순서대로 관람하는걸 적극 추천한다.

여의치 않다면 나처럼 Lucifer와 Vindici를 연결해서 보고 Loki를 따로 보는게 추천하고

Lucifer와 Vindici는 반드시 Lucifer를 먼저 보기를 추천한다.

 

suspense <Lucifer-타락천사>

사실...

이 연극을 보겠다 작정한 첫번째 이유는 박은석이고,

두번째 이유는 이석준이었다.

그런데 가장 먼저 본 Lucifer에서 김종태 배우에게 완벽하게 매혹당했다.

김종태의 닉을 보면서 감정적으로 정말 많이 동요됐다.

마피아의 수뇌부지만

조직보다, 심지어는 그 자신보다 한 여자를더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하는 한 남자.

마피아의 사랑이라니...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이 말도 안되는 삼류양아치같은 조합이 나를 동요하게 만들다니...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

그 정도로 김종태의 닉은 완벽하게 현실로 다가왔다.

그냥... 참 많이 안스럽고 아팠다.

그리고 혼자 생각했다.

Lucifer는 생명조차도 걸 수 있는 확고한 "믿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런 유일한 믿음이 지금 무너지려 한다면....

세상은 그대로 종말이다.

김종태는 그런 닉의 상황과 심리의 변화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졌다.

닉의 행동과 표정 그리고 대사톤에 집중하면서 알게 됐다.

아... 김종태란 배우가 이 작품 속으로 나를 끌어당기는구나... 하고.

여러 의미로 내겐 아주 완벽한 닉이었다.

(진심으로 멋졌다. 김종태 배우!)

 

그리고 Hard boiled <Vindici-복수의 화신>

세 편의 작품 모두가 워낙 독특한 형식이지만

vindici는 특히나 더 독특한 구성이었다.

대사 중간 중간 빈디치의 독백이 수시로 치고들어오는데

녹음된 독백과 공연 현장에서의 감정이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붕 떠버릴수도 있겠더라.

그런데  박은석은,

역시나 아주 영리했다.

개인적으론 지금보다 더 hard boiled한 복수였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그리고 두 편의 옴니버스에서

낙과 빈디치를 완벽하게 서포트해준 정연 배우는 말 그대로 보석이더라.

어쩜 두 편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깜작 놀랐다.

사실 Loki까지 볼 생각은 없었는데

정연 배우때문에 챙겨보게 될 것 같다.

서포트도 이렇게 눈부신 활약인데

본인이 메인인 Loki 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세 명의 배우와 연결되는 세 편의 옴니버스.

그리고 100명만이 들어갈 수 있는 렉싱턴 호텔 661호.

비밀스런 이야기와 좁은 공간이 주는 묘한 밀폐감이

극을 보는 내내 짜릿짜릿한 긴장감을 안겼다.

특히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어서

코 앞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액션을 그대로 본다는 것도 짜릿하더다.

너무 밀접한 거리때문에 배우들은 집중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확실히 배우는 배우다!

그리고 김태형 연출의 작품 선별 능력은 이번에도 탁월했다.

 

아무래도 이 작품.

매니아층 제대로 형성하겠다.

롱런이 기대되는 매록적인 작품.

Capone Trilogy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19. 08:41

 

<레드>

 

일시 : 2015.05.03. ~ 2015.05.31.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정보석, 한명구 (Mark Rothko) / 박은석, 박정복 (Ken)

주최 : 신시컴퍼니

 

연극 <레드> 두번째 관람.

그리고 결정했다.

이 두 번의 관람으로 이번 시즌 <레드>는 끝내자고.

이 강렬하고 아름다운 텍스트를 아직은 초,재연의 기억으로 간직하자고.

그래도 이번 시즌도 첫 관람보다는 두번째 관람이 훨씬 좋았다.

한명구 배우가 그답지 않게 대사를 여러 차례 씹는 걸 제외하면... ^^

 

원형(原形)이라는게 있다.

아마도 강신일 로스코, 강필석 켄이 내겐 <레드>의 원형이 되버린 모양이다.

내가 이 작품에서 의미있게 생각하는 대사는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로스코의 질문이다.

"뭐가 보이지?"

똑 같은 단어의 조합이지만 처음과 마지막 질문의 뉘앙스는 완전히 다르다.

켄이 작업실에 처음 온 날의 "뭐가 보이지?"는

정해진 이미지, 강요된 대답이 이미 존재했다.

즉, 켄의 시선이 아닌 로스코의 시선에 지배당한 질문이었다.

넌 내가 정해좋은 이걸 봐야만 해!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켄에게 자신만의 세상을 위해 떠나라며 던지는 "붜가 보이지?"에는

켄의 시선이, 켄의 의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네가 보는 그것을 찾아 넌 지금 떠나야만 해!

 

어쩌면 그건 로스코가 로스코에게 보내는 경고였는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두 자아의 치열한 싸움, 

이 작품이 보여주고 싶었던게 그게 아닐까?

켄은 로스코의 과거이기도 하고,

로스코의 현재이기도 하고,

로스코의 미래이기도 하다.

로스코이기도 하고, 로스코가 아니기도 하고, 로스코 그 너머이기도 한 존재.

작품의 크라이막스는 그래서 로스코가 아닌 "켄"이다.

 

아무래도 조만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찾게 될 것 같다.

마크 로스코, 그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그의 레드를 직접 두 눈으로 마주봐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12. 07:59

 

<레드>

 

일시 : 2015.05.03. ~ 2015.05.31.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정보석, 한명구 (Mark Rothko) / 박은석, 박정복 (Ken)

주최 : 신시컴퍼니

 

많이 놀랐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였고, 연극 레드(Red)였다.

게다가 한명구와 박은석이었다.

그런데 왜 강렬하지도, 치열하지도 않았을까?

이유가 뭘까 혼자서 혼란스러워 하는 중이다.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의 초연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재연을 보면서 미학적인 아름다움에 경의롭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대사 하나 하나가 전부 클라세가 되어 가슴속으로 담겼는데 즈금의 <레드>는 아직은 그렇지 않다.

역시나 <레드>는 쉽지 않는 텍스트로구나.. 절감했다.

연출도 김태훈이었고 무대도 여신동이 맞는데 왜 이런 이질감이 느껴졌을까?

그런 생각을 들더라.

먄약에 내가 초연과 재연을 보지 않고 지금 이 작품을 처음 보는 거라면 어땠을까?

 

고백컨데...

이 작품에서 배우 강신일의 존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했고 지대했다.

작품의 무게감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강신일은 로스코 자체였고,

로스코는 강신일로 인해 다시 재현됐었다.

강신일 로스코와 강필석 켄의 갈등은 다툼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소신을 건 치열한 논쟁이었다.

두 사람이 보여준 세대와 세대의 갈등은

마크 로스코를 켄으로, 켄을 마크 로스코로 만드는 일종의 융화였다.

지금처럼 서로 조롱하고 다그치고 징징대는 모습은 확실히 아니었다.

한명구와 박은석 배우 모두 아직까지는 역할에 완전히 동화되지는 못한 느낌이다.

한명구 로스코는,

곤조로 가득한 예술가의 아우라보다 고집불통 외골수의 호통이 더 많이 느껴졌다.

박은석 켄은,

목소리톤이 가늘고 높아서 개구진 느낌이 강했다.

 

무대 위에 놓여진 그림들의 색감도,

크기가 달라진 로스코의 책상과 놓여진 위치도

바퀴를 달아 움직이게 만든 작업테이블도 어딘지 낯설고 산만하다.

<레드>가 맞긴 한데 아진 완전한 <레드>가 아닌 느낌.

그냥... 좀 그림움이 가득해져버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13. 08:27


<드림걸즈>


일시 : 2015.02.26. ~ 2015.05.25.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극본 : 톰 이언 (Tom Eyen)

작곡 : 헨리 크리거 (Henry Kreger)

안무,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차지연, 박혜나, 최현선 (에피) / 윤공주, 박은미, 유지 (디나)

       김도현, 김준현 (커티스) / 최민철, 박은석 (지미)

       이승원, 유승엽 (씨씨) , 난아 (로렐), 이종문, 김웅곤 외

제작 : OD뮤지컬 컴퍼니 (주)

 

<드림걸즈>는 영화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2009년 뮤지컬로 올라왔을때 오히려 챙겨볼 마음이 안생겼던 작품이다.

일종의 선입견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흑인 R&B 소올을 우리나라 배우들이 과연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리고 솔직이 영화에 출현했던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귀기(鬼氣)가 느껴질 정도로 시종일관 무시무시한 가창력이었고 표현이었다.

한동안 "Listen"에 푹 빠져 살기도 했었는데...

스토리를 보강해서 재공연 된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쇼뮤지컬이 내 취향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번엔 한 번 보자고 생각했다.

딱 한 번 볼거라 아무래도 캐스팅 선택에 신경이 쓰이더라.

에피를 최현선과 차지연 둘 중 누구로 해야하나 고민하다 결국 초연 에피 차지연을 선택했다.

(지미까지 최민철이었다면 더없이 좋았을텐데.... 요건 좀 아쉽긴하다.)


결론은...

이번에도 역시나 쇼뮤지컬은 나랑은 도무지, 당췌 안 맞는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왔다.

차지연 에피, 윤공주 디나, 난아 로렐 다 노래를 잘한다는건 깨끗하게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거다.

시종일관 끝없이 강강강강(强强强强)의 연속이다.

한 명만 그렇다면 상관없는데 세 배우 다 최대출력을 사용하니 

듣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가 질려버리더라.

"나 잘 하지!"

"어때 죽이지!"

"엄청 높게 올라가지!"

"이 정도면 정말 끝장이지!"

........................

개인적으론 몇몇 장면에서 견뎌내질 못하고 귀를 막기까지 했다.

(질러대는 소리들이... 꼭 무차별적인 폭력... 같았다...)

드림걸즈인데,

드림도, 걸즈도 내겐 별 감흥이 없더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세 여인이 너무 쎄다보니 오히려 남자 배우들 연기가 더 눈에 들어오고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김준현은 전작 <마리앙투아네트> 오를레앙 공작과 캐릭터가 겹쳐지긴 했지만

야심으로 가득한 커티스를 아주 잘 표현해줬다0.

극 초반과 후반의 커티스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고

특히 김준현 특유의 말투나 표정이 배역과 아주 딱 맞아 떨아졌다.

박은석은 캐릭터 탓이긴 했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고

차라리 지미가 아니라 커티스를 했었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승원 씨씨는 <드라큘라>에 이어 칭찬받아 마땅하고

특히나  "family"를 부를 때는 미성이 참 돋보이더라.

배우 정원영은 신인도 아니고, 얼굴도 꽤 알려졌는데 너무 이 배역, 저 배역에 다 써먹더라.

카드 돌려막기도 아니고...

차지연은 배역 때문에 일부러 살을 찌운것 같은데

요리연구가 빅마마 포스가... (ㅠ.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넘버는

"Listen"eh "One night only"도 아닌 "Steppin' to the bad side"

솔직히 말하면...

김준현의 공이 크다.

야비한 커티스가 멋져보였던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을듯.

그나저나 텅 빈 객석 2층 보니 

오디의 초연 실패작 <닥터 지바고>가 떠오르더라.

이 작품도 혹시 <드림걸즈>처럼 다시 올라오게 되는건 아닐까?

(그렇다면 손을... 아주 많이, 전폭적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아마도 이번 <드림걸즈>도 오디컴퍼니에 짭짤한 수익을 남기진 못할 것 같은데...


쇼뮤지컬은,

여러모로 참 험난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