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3. 3. 09:10

 

<남자충동>

 

일시 : 2017.02.16. ~ 2017.03.26.

장소 : 대학로 TOM 1관

극작, 연출 : 조광화 

무대 : 손호성

출연 : 류승범, 박해수 (장정) / 손병호, 김뢰하 (아버지) / 황정민, 황영희 (어머니) / 송상은, 박도연 (달래)

        전역산(유정), 문장원(단단), 이현균, 백승광, 정승준, 박광선, 류영욱, 고유안

제작 : 프로스랩

 

조광화 연출이 연출 데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연극을 올린대서 살짝 기대했다.

혹시라도 <됴화만발>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어서...

기대와는 다르지만 <남자충도.과 <미친키스>도 나쁘지 않다.

세 작품 다 내가 못 본 연극이니까...

개인적으로 조광화는 뮤지컬보다 연극을 연출할 때 그 진가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게다가 뮤즈(?) 박해수와 만나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그래서 이 연극도 류승범이 아닌 박해수를 선택하는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역시나 옳았다.

무대에서 펄펄 나는 박해수를 보는건 언제나 즐겁다.

박햬수의 장점은,

펄펄 날지만 절대로 과장하지 않는다는거다.

게다가 진중함과 버텨내면서 평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작품에서도,

조직폭력배에 불과한 장정에게 끝없이 동화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어느 면에서는 인과응보가 아닌 처절한 비극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처절한 비극이긴 하다)

 

박해수, 김뢰하, 황영희.

이 연기의 신들 때문에 2시간이라는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울랄라시스터즈"의 막내 박광선의 연기에도 깜짝 놀랐고

전역산, 문장원의 연기에도 찬사를 보낸다.

사실 이런 말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게,

무대 위 열 두 명 배우 모두가 다 그 역할의 연기신이더라.

관객 입장에선 정말 오랫만에 볼 맛 제대로 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류승범 장정은 박해수 장정과 얼마나 다를지 슬슬 궁금해온다.

지금보다 더 커지면 직접 확인해보는 걸로! ^^

일단은 자중~~!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2. 12. 07:58



<유도소년>


일시 : 2015.02.07. ~ 2015.05.03.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대본 : 박경찬, 이재준

연출 : 이재준

출연 : 홍우진, 박훈, 박해수(경찬) / 차용학, 박성훈, 김호진(민욱)

       정연, 박민정, 박보경(화영) / 오의식, 박정민, 임철수(요셉)

       윤여진, 조현식, 신창주(태구) / 우상욱, 양경원, 이석(코치)

제작 :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 <유도소년>

"간다 10주년 퍼레이드"로 작년에 공개된 이 작품은 소극장 연극으로 이례적인 흥행돌풍을 일으켰었다.

매 공연때마다 매진이 계속됐고 결국 2주 연장 공연까지 돌입했었다.

그러나1

그래도 내 표는 없었다는거!

다시 앵콜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이번엔 꼭 봐야지 했는데

여기에 박해수 배우까지 가세한다니 봐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망설임없이 프리뷰 박해수 첫 공연을 예매했다.

음....

정직하게 말하자!

아무리 강력한 자기최면을 걸어도 박해수를 고등학생으로 보는건 많이 힘겨운 일이더라.

(뭐 늙수구래한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하지만, 이게 또 "간다" 작품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진선규도 고등학생을 연기하는데 박해수 쯤이야 충분히 애교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그리고 철없는 무모함, 오기, 좌절, 신속한 포기(?)를 연기하는 모습이 

몸만 큰 아이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간다의 작품은 배경이 거의 과거라서

배우의 나이듦(?)이 이젠 묘한 매력으로 받아들여지더라.

특히나 배우 이석과 김호진의 연기가 참 맘에 들었다.

박보경은 어머니역은 참 맛깔스러웠는데 화영 역은 전체적으로 살짝 오버스런 느낌이었다.

임철수와 신창주 콤비의 코믹한 연기도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 작품은

스토리보다는 음악이,

음악보다는 상황이

상황보다는 배우가,

배우보다는 연출이 훨씬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직픔 전체에 흐르는 7080 노래들이 내 시간의 태엽을 뒤로 돌려놓더라.

그게 "간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신해철의 노래때문에 작품과 상관없이 많이 아팠다.

또 다시 실감되더라.

내 위태로운 젊은날을 위로해준 유일한 사람이 이제 없다는게.

그래서 <유도소년>을 다시 보는 일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다.

잠깐이지만 과거의 시간속으로 들어가는게 너무 아파서...


젊은 날의 파이팅은...

이제 모두 끝났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24. 08:54

<Man From Earth>

일시 : 2014.11.07. ~ 2015.02.22.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원작 : 제롬 빅스비 (Jerome Bixby)

각색 : 배삼식

연출 : 최용훈

출연 : 박해수, 문종원, 여현수 (존 올드맨) / 김재건, 최용민 (윌 그루버)

        서이숙, 김효속, 이주화 (이디스) / 이대연, 이원종, 손종학 (댄)

        정규수, 한성식 (해리) / 조경숙, 이영숙 (린다)

        이주연, 박지나, 강하람 (샌디) / 정구민, 오근욱, 백철민 (아트)

제작 : (주)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 (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영화로 먼저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일부러 챙겨보지 않았다.

이유는 아무런 사전정보없이 출연배우의 연기력 하나만 믿고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선택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Man from Earth>

이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내가 이렇게까지 실제적으로 받아들일 줄은 정말 몰랐다.

구석기 후기부터 현재까지 14,000년 동안 이어진 동굴인간 존 올드맨의 생애가

정말로 나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갔다.

자신이 늙지 않음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시간은 10년.

그래서 10년을 주기로 옮겨다니는 유목민의 삶을 사는 존 올드맨의 선택은

과연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을끼?

그런 생각을 했다.

인간은 때론 인간적일 필요가 없다고.

직관과 본능을 앞세우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도, 공간도, 관계도 있다고.

그리고 동물적이라는게 꼭 지능적으로 미개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도.

올드맨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면서도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이 모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는 이유가 뭐냐?"고.

올드맨이 답한다.

"진짜 나로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진짜 나로서... 진짜 나로서... 진짜 나로서...

아주 무섭고 용기있는 대답이라 오히려 막막했다.

 

결핍때문이라고,

공허한 삶이 만들어낸 망상일 뿐이라고,

아니 알츠하이머가 찾아왔다고...

그런데 참 재미있는건,

올드맨은 단 한 번도 스스로를 불사(不死)나 불멸(不滅)의 존재라고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죽음이 두렵냐는 윌의 질문에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렇다.

공평하게도 누구에게든 단 한 번의 삶뿐이다.

단지 그게 우리의 기준과 지식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시간의 연속이었느냐, 찰나였나의 차이일 뿐이다.

시간을 풍경으로 인식한다면,

14,000년의 시간 역시도 풍경일 수 있겠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죽는다.

심지어 살아있는 않는 것들조차도 죽는다..

신화(神話)도, 지식도, 기억도, 감정까지도...

올드맨이 자신이 불사의 존재라고 말했다면 오히려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었을거다.

물론 그럴 경우 그가 광기(狂氣)의 인간으로 보호감찰이 될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그게 나을까? 내가 미쳤다면?"

어쩌면 샌디의 대답은 정답일 수 있겠다.

"당신이 저 사람들의 우주를 파괴할순 없으니까요..."

존과 샌디의 짧은 대사가 나는 너무 아프고 또 아프더라.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너무나 매혹적인 향연(香宴)의 연속이었다.

(아쉽게도 샌디는 빼야할듯... ㅠ.ㅠ)

특히 존 올드맨 박해수의 연기는 이날이 두번째 날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전작 <프랑켄슈타인>과 교집합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연기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정말 좋더라.

연기하는 내내 표정이 너무나 좋아 눈을 떼기가 참 힘들었다.

멋진 작품이고, 멋진 배우들이었고, 멋진 연출이고, 멋진 무대였다.

덕분에 제대로 미학적이고, 탐구적이고, 논리적이고, 지적이고, 매혹적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관람하고 나오는데 이작품을 기획한 이종원씨가 계단에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다가가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초면에 염치없이 고백했다.

"너무 좋은 작품이었고, 아주 매혹적인 시간이었다"고...

(.... 아마 많이 놀라지 않으셨을까???)

 

Man from Earth.

존 올드맨처럼 나 역시 인간이 성스러울 수 있다는 희망을 믿는다.

왜냐하면 모든건 여전히 가능하니까...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4. 08:33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10.10. ~ 2014.11.09.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본 : 낙 디어 (Nick Dear)

연출 : 조광화

무대 : 정승호

출연 : 박해수(Creature), 이율(Victor Frankenstein)

        정영주(De Lacey & Madam Frankenstein)

        박지아, 전경수, 이현균 외

제작 : 연극열전, 예술의전당

 

꼭 한 번은 더 보고 싶었다.

아마도 인간의 오만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인간만이 "유일"하다는 생각,

그 유일함에 대한 집착은 인류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나는...

이 유일함이라는 오만함이 광적인 종교의 맹신보다 더 무섭다.

그건 또 다른 광기이자 파멸의 시작이기에...

세기말보다 더 세기말적인 이 시대에

인간답다는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가치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럴수만 있다면,

차라리 인간이 아니고 싶다.

 

 

괴물에 의해 창조된 또 다른 창조물의 들숨과 날숨이 나를 옭아맨다.

계속되는 질문의 시작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인간인가?

나는 살아있는가?

나는 누구에 의해,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나는 만들 자가 있다면,

내의 창조주는 나를 버렸는가? 아니면 보호하고 있는가?

 

태(胎)의 버려짐은 태(態)를 바꾼다.

그리고는 결국,

멸(滅)을 향해 치닫는다.

구원할 길이 없다.

 

파라다이스는,

사라졌다.

영원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15. 08:01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10.10. ~ 2014.11.09.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본 : 낙 디어 (Nick Dear)

연출 : 조광화

무대 : 정승호

출연 : 박해수(Creature), 이율(Victor Frankenstein)

        정영주(De Lacey & Madam Frankenstein)

        박지아, 전경수, 이현균 외

제작 : 연극열전, 예술의전당

 

올해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공연계의 핫이슈다.

올초 엄청난 폭풍을 몰고왔던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그랬고

조광화 연출의 이 연극도 그렇고...

배우 박해수와 조광화의 만남만으로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컸다.

그런데 실제로 내 눈 앞에서 확인한 모습은,

그 기대감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원작을 충실하게 따르는듯하면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결말을 이끌어가는 충격적인 반전.

마치 불시에 급소를 가격당한 느낌이더라.

인간만이 유일한 존재여야 한다는 오만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안겼다.

자신이 만든 창조물의 창조물이 된다!

그것도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창조물이라면... 

그걸 우리는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넌 인간이 아니야, 넌 단지 내가 만든 실험실의 동물일뿐이야!"

빅터가 괴물에게 했던 말은 빅터의 "원죄"가 되어 되돌아왔다.

빅터의 파라다이스와 창조물의 파라다이스는...

빅터도 창조물도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먹어버렸다.

결과가... 참혹하다.

되돌릴 수가... 도저히 없겠다.

 

박해수의 연기는 정말이지 모든걸 압도할만큼 엄청나더라.

그야말로 말 그대로 괴물같았다.

그래선지 상대적으로 이율 빅터의 균형감이 살짝 무너지긴 했지만

솔직히 그걸 느낄 겨를이 없었다.

박해수가 보여준 괴물은 인간의 탄생과 성장 과정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창조된 괴물이 냈던 첫소리,

괴성에 가깝던 그 소리가 나는 꼭 "엄마"를 찾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건 야수성보다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가까워 더 안스럽고 아팠다.

빗소리, 새의 날개짓과 소리를 흉내내는 모습은 천진함의 극치였고...

이런 괴물의 모든 성장 과정과 변화를 보여준 박해수 모습은,

정말이지 접신의 경지였다. 

솔직히 경외감까지 느껴지더라.

이 작품이 갖는 여운은.

배우 박해수에게도, 나에게도 꽤 크게 작용하겠구나...

공연장을 나오는 마음끝이 묵직했다.

 

한 번 더 예매한 상태인데,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괴물의 마지막 대사,

그걸 다시 들어야 한다는게 솔직히 너무 두렵고 무섭다.

 

어리석은 인간아!

왜 그렇게 생각해!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늬가 숨이 끊어지면,

난 널 다시 살려낼거야!

온전하게 너의 기억을 그대로 가진,

나를 만들어낸 그 실체를 다시 살려낼거야!

늬가 숨이 끊어지면,

나에게 잘못을 빌고 날 너의 동반자로 인정해줄때까지 계속 살려낼거야!

날 버린 널, 그 원죄를 후회할때까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20. 08:41

<맥베스>

일시 : 2014.03.08. ~ 2014.03.23.

장소 : 명동예술극장

원작 : 윌리엄 세익스피어

연출 : 이병훈

출연 : 박해수, 김소희, 곽은태, 이종무, 송영근, 한동규 외

제작 : (재)국립극단

 

윌리엄 세익스피어 탄생 450년을 맞아 국립극단이 "450년 만의 3색 만남" 이라는 타이틀로 연극 세 편을 기획했다.

이병훈 연출의 <맥베스>를 시작으로 정의신 연출의 <노래하는 샤일록> 그리고 마지막 작품은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다.

사실 세익피어만큼 재미있고 대중적인(?) 작품도 없긴 하지만 반대로 세익스피어만큼 어려운 작품도 없다.

고전은 고전을 면치 못해서 고전이라는데... 세익스피어가 내겐 딱 그렇다.

사실 이 작품도 망설였는데 결국 박해수의 필모그라피를 외면할 수 없어 관람했다.

<맥베스>, <햄릿>, <오셀로>, <리어왕>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재미있는 건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 의외로 드물다.)

공연을 보기 전에 원작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는데

요즘 다른 책들에 빠져 있느라 미처 챙겨 읽지 못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느라 또 다시 고전했다.

 

마녀들의 장난기같은 예언이 저주가 되어 파멸에 이른 멕베스!

인간이란 그렇더라.

자신의 욕망으로 스스로 자멸해 버리고

기껏 정신차리면 그 욕망을 더 크고 노골적으로 만드는 여자가 있다.

결국 시위를 떠난 화살은...

무슨 짓을 해도 되돌아 오지 않는다.

인생은 바보들이 지껄이는 이야기.

결국 아무것도 없다!

 

무대도 조명도 음향도 의상도 전체적으로 좀 특별했다.

이 모든 게 아주 의도적인 표현이었다고 생각되는데

기괴하기도, 그로테스크하기도, 황량해 보이기도 했다.

뭐랄까? 무대가 전체적으로 되돌아 오는 느낌이랄까?

거울 효과 혹은 부메랑 효과!

모든 대사와 행동들이 사방에 설치된 투명한 반사판에 함부러 부딪친 후

최초의 사람에게로 다시 되돌아 오는 느낌이다.

그것도 몇 배 더 강력해져서 되돌아오는 되먹임 현상.

그래선지 작품 속에 빠져들수록 일종의 공황상태에 휩싸이게 되더라.

당혹스러웠고 많이 난감했다.

배우들의 힘, 그것 때문이었을가?

(무시 못하겠다!)

 

배우 박해수.

개인적으로 박해수는 뮤지컬보다 연극, 그 중에서 고전을 할 때 존재감이 엄청나다.

발성과 연기, 목소리톤과 표정이 고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다.

(특히 어두운 무대에서 조명 하나만 받고서 있을 때는 고대의 기사나 왕의 느낌이다)

참 감당하기 어려운 배역이었을텐데.

배우 박해수는 피하거나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표현하더라.

구토처럼 꾸역꾸역 밀고 나오는 맥베스의 숨겨진 욕망과

결국 삶의 파멸를 야기하게 만드는 수렁같은 죄책감.

나는 박해수가 표현한 멕베스에게서 "인간"의 본성을 봤다.

선과 악?

욕망과 파멸?

 

그래, 확실하다.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어차피 생명이란 영원하지 않은 거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5. 11:39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일시 : 2013.10.09. ~ 2013.10.20.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소포클레스

대본,작사 : 한아름

작곡 : 최우정

연출 : 서재형

출연 : 박해수(오이디푸스), 박인배(코러스장), 임강희(이오카스테),

        이갑선, 임철수, 오찬우, 김선표, 김중오, 박지희, 김정윤, 이천영,

        김재형, 인진우, 지석민, 김혜인

주최, 제작 : LG 아트센터 

 

이 대단한 작품에 대해 도대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이 작품은 내게 2013년 최고의 작품으로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거다.

솔직히 말하면 대사 한 줄 한 줄을 내 살과 뼈 마디마디에 새기고 싶은 심정이다.

모든 장면들과 모든 대사들을 날 것들처럼 그대로 살아서 내 속에서 춤을 춘다.

이 작품...

충격과 감탄, 경악과 흥분이란 단어로는 이 작품의 발끝조차도 표현할 수 없다.

마치 내가 그대로 매장되는 느낌이었다.

죽은 아오카스테의 황금브로치로 스스로 눈을 찔러 검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다름아닌 나같다.

그런데 어쩌면 좋나!

뽀족한 죽창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

이 뻐근하고 잔인한 아픔을 도대체 어떻해야 감당해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든 결코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아니! 빠져나오지 않으련다!

 

결정과 선택은 피할 수없는 인간의 숙명!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매순간마다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오는 그 운명을 향해

나는 과연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운명은 화살과 같아서 자신이 쏜 방향으로 날아간다는데...

내가 운명지어진 신탁(神託)이 나는 두렵다.

 

태어나서는 안 될 운명이 태어나

죽여서는 안되는 사람을 죽이고

결혼해서는 안되는 사람과 결혼을 해

낳아서는 안될 자식들을

낳고 알아서는 안될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구나 

부은 발 "오이디푸스"의 내려진 신탁은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하고 극악무도한가!

이 모는 것들,

결코 그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그가 알고 행한 일도 아닌데...

아니 오히려 그 비극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걷고 또 걸었는데...

정해진 운명의 수레바퀴에 갈갈이 찢겨 결국 자신의 눈을 스스로 찌른채 지팡이에 의지에 테베를 떠난 오이디푸스.

그의 마지막 대사를 나는 통곡처럼 삼켰다.

 

"나는 살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이 작품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다.

완전히 미친 작품이다.

1000여석의 LG아트 객석을 텅텅 비우고 무대 위에 360석 규모의 객석을 만든 것도 미친 짓이고

고대의 그것처럼 코러스를 이렇게까지 살려낸 서재형 연출도 미쳤고

이 어려운 작품에 이런 가사를 붙인 한아름도 미쳤고

이 느낌을 멜로디로 만든 최우정도 미쳤고

피아노와 사람의 소리로만 이렇게 가차없이 몰아부치는 배우들도 미쳤다.

고통스럽지만 행복했겠다.

이 모든 미친 사람들은!

심지어 이 사람들은 소리를 아주 선명히 보이게, 잡히게 만들었다.

그건 두 가지 감각이 공존하는 공감각의 영역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탄생이었다.

광기(狂氣) 그 이상의 작품.

 

열린 문을 통과해 어두운 객석을 따라 들어가면서도

검은 장막이 내려진 무대로 올라가면서도

마치 무언가에 홀리고 있다는 느낌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이 난처하고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아주 제의적이고 주술적인 아우라가 무대를 넘어 비어있는 객석까지도 가득하다.

자리에 찾아 앉기조차도 어딘지모르게 망설여졌다.

뇌쇄적이라는 말.

이 작품은 내 뇌 전체를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녹여버렸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 시선과 심장과 머리와 온몸을 다 움켜쥐고 조여온다.

처음이다.

배우도 아니면서 이 작품의 대사 전채를 통째로 외워버리고 싶다는 생각!

아마도 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나는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홀로 길을 떠나야했던 오이디푸스의 뒷모습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원죄처럼 영원히 내 가슴이 남겠다.

 

...... 그는 누군가? 오이디푸스

       자식들을 위해 , 형재를 위해 스스로 길을 떠났다.

       오이디푸스를 보라!

       저 뒷모습을 본 자라면 명심하라.

       누구든 삶의 끝에 이르기 전에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지 말라 ......

 

어차피 다가올 멸망이라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가차없이 다가와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26. 07:54

<삼천 - 의자왕의 여인>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감독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의상 디자인 : 김혜진

조명 디자인 : 구윤영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뮤지컬 <삼천> 세번째 관람.

11월까지 예정된 공연을 마치고 며칠동안 close하더니 12월부터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새롭게 올린단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바뀐건지 또 궁금해서 조카와 관람을 했다.

한 시즌 안에서 내용을 대폭 갈아엎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새로워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서윤미의 전작 <블랙메리포핀스>에 비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감성적인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아 좋았었다.  

포스터도 확 바뀌었고,

부제도 "망국의 꽃"에서 "의자왕의 여자"로 바뀌었다.

좀 짐작은 된다.

예전보다는 로맨스(?)쪽이 더 부각되겠구나 하고... 

 

사치와 향락, 미색에 빠져 결국 백제를 패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의자왕!

그런데 당시 백제의 도읍 부여는 삼천 명의 궁녀를 둘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단다.

역사는 어디까지나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고 전해지는 법!

의자왕과 관련된 역사 역시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의 <삼국사기>의 기록에 철저하게 비롯됐다.

실제로 의자왕은 성군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민정치를 펼쳤던 인물이었단다.

어쩌면... 정말로...

의자왕은 전쟁때문에 백성들의 삶이 궁핍하고 피폐화되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당나라에 항복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들 제대로 알겠는가!

그 시대의 정확한 현실과 시대 상황을...

 

예상대로 의자왕-연화, 진장군-연화의 애뜻한(?) 장면이 조금 더 부각이 됐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의자왕이 좀 찌찔한 캐릭터로 표현된 부분이 생겼다.

개인적으론 이전이 훨씬 더 설득력있어 보인다.

'정치 - 여자 - 정치'의 흐름이라서

마지막 장면쯤에 의자왕이 예식에게 "왜 이길 수 없다고만 생각하느냐!" 고 울부짖는 장면이 좀 생뚱맞아졌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연화 생각만 하겠다는 분이 갑자기 절규하시니...

(예전 장면에서 군왕의 비애와 절망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는데.)

두 장군에 대한 무게중심은 수정된 공연에선 어느 정도 수평을 이룬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예전에 진장군을 실질적인 주인공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엔 예식장군에게도 무게가 어느 정도 분산됐다.

확실히 예식의 본심과 충심은 예전보다 훨씬 잘 드러난다.

사실 진장군보다 예식 장군의 비애가 더 크고 무거운편 아닌가!

예식장국의 충심이 그래서 나는 더 슬프고 아팠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훨씬 더 풍성해지고 조금 더 격해졌다.

(아마도 북소리가 메인으로 치고 나오는 부분이 많아서이리라)

소극장 규모에서는 살짝 오버되는 장중한 느낌의 편곡도 몇 곡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이전보다 좋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연화가 하얀 소복(?)을 입고 절벽을 오르면 장면 연출은 잘 바뀐 것 같다. 

바닥엔 드라이아이스가 깔리고 하늘엔 하얀 꽃가루가 흩뿌려져서 사뭇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생과 사, 그 모호한 경계를 보는 것 같다.

그와 반대로,

백강암자 장면과 궁남제 장면은 이전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

백강암자에서는 마치 연화가 진장군에게 작업을 거는 느낌이라 좀 거부감이 들었고

(이 부분에서 최주리의 연기가 어색해서 더 그랬는지도...)

궁남제 장면은 또 반대로 의자왕이 작업남처럼 느껴진다.

궁녀에게 작업거는 왕이라니... 찌찔해도 너무 찌찔해~~

(그래도 왕인데! 작업씩이나 거시다니!)

 

작품 자체가 대폭 바뀐 건 아니지만

프리뷰 기간도 아니고 한창 공연 중인 작품을 잠시 중단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수정을 했다는 건 참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

감춰져있어서이해도가 떨어졌던 부분은 살려내고

불필요한 장면들은 과감하게 잘라낸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서윤미, 좀 아팠겠다!)

그러다 보니 감성적인 부분들이 좀 줄어든 것 같아 그건 좀 아쉽긴하다.

그래도 안 좋게 수정된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예전에 최주리 연화를 봤을 때

춤과 노래가 기대보다 못해서 좀 실망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배역 소화를 잘했다.

춤도 어색하지 않았고 노래가 정말 좋아졌다.

특히나 초반부 의자왕과 연화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대와 조명, 의상과 헤어는 뭐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관람이었다.

 

사담이긴한데,

정상윤은 이렇게 변한 의자왕 캐릭터에 혹시 불만은 없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좀 불만인데...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5. 07:44

<삼천 - 망국의 꽃>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대본 : 서윤미

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올 상반기에 만들어진 서윤미의 <블랙메리포핀스>를 아주 인상깊게 봐서인지 뮤지컬 <삼천>도 기대가 많이 됐었다.

백제를 멸망의 길로 인도한 의자왕과 삼천 궁녀 이야기.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삼천 궁녀가 사실은(작품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뜻한 三天이라는 이름의 한 명의 궁녀라는 설정!

서윤미는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기발하고 참신한 발상.

게다가 우리나라 고대사를 끄집어 낸 젊은 작가의 쉽지 않은 도전이 세삼 대견스럽다.

<블랙베리포핀스>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역시 시선을 끈다.

특히 정성윤과 전성우는 서윤미의 뮤즈라고 불러도 되겠다.

두 배우의 목소리톤은 비슷하면서 또 묘하게 다른다.

부드럽고 세련되면서 시니컬한 정상윤과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강함이 묻어나는 진성우의 목소리 톤은 서로 의외의 조화와 대립을 이룬다.

동성애스러우면서도 서로 적대적인 관계.

둘의 목소리는 그런 대립과 조화가 있어 긴박하면서도 의외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화려한 무대와 극적인 클라이막스, 폭발적인 노래에 익숙한 관객의 눈과 귀엔

이 작품이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이 은밀한 비밀은 나누는 것 같아 좋았다.

감정과 시선, 그리고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이 작품이 방식이 참 신선하고 아름답다.

4인조 국악밴드의 연주도 수다스럽거다 소란스럽지 않고 극에 잘 융화된다.

국수가락 늘어진 것 같은 무대(쓰고 보니 참 염치없는 표현이긴 하다)도 의외로 신비감을 주면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물들의 중첩과 대립을 아우르고 가려주는 효과가 있어 인상적이다.

단순하면서고 깊이감과 속도. 그리고 절박함가지 느껴지는 무대다.

절벽의 끝을 향해 걷는 의자왕과 연화의 심정이 무대의 가파른 경사 안에 오롯이 담겨있다.

아득했고 그리고 황량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성이 가득했고 진중했다.

아직까진 예식장군 박해수와 연화 홍지희의 노래가 조금 불안하지만

아직 초반이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박해수의 연기와 순간 집중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화 홍지희의 춤사위는...

배우 자체가 어색함을 이겨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은 분위기와 뉘앙스가 중요한 작품인데 연화의 어색함이 자꾸 극 속에 묻어난다.

경력과 시간이 지나면 좀 달라질거라 믿고 기다려보련다.

정상윤은 역시나 참 멋진 배우다.

자신이 드러날 곳과 배경이 되어야 하는 곳을 영리하게 잘 찾아낸다.

개인적으로 목소리에 감정을 담는 법을 잘 알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니컬하고 이중적인(넓은 의미에서) 분위기의 역할을 정상윤만큼 잘 소화하는 배우도 드물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서윤미의 안목은 참 정직하고 정확하다.

(서윤미-정상윤 페어의 작품이 앞으로 몇 편이나 더 나올지지 궁금하다.)

작품을 보면서 의자왕만 왜 머리가 현대식이지 했는데 프리뷰때만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혹시 설마 지각??? ^^)

전성우 진장군.

참 멋진 미성을 가진 배우다.

그 미성이 또 의외로 강단지고 탄탄하다.

사춘기 소년 같기도 하고, 산전수전 다 겪어 무심해진 사람 같기도 해서 야뉴스적인 매력이 있다.

이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점점 더 궁금해진다.

 

뮤지컬 <삼천>의 스토리 자체는 솔직히 흥미롭거나 치밀하지는 않다.

심지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음모와 계략(?)조차도 참 성실하게 술술 고백한다.

(참 착하고 죄책감 많은 인물들이시다.)

그래선지 긴박감, 긴장감은 여간해선 느끼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서술방식과 무대 활용은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하게 한다.

게다가 배우들의 의상과 머리모양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무대 조명도 좋다.

음악이 좀 밋밋하지만 이런 스토리에 격정적인 노래가 이어지는 것도 좀 언발란스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독특하고 색다른 느낌이라 괜찮았다.

1달 후, 2달 후 작품의 깊이와 배우의 몰입도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기꺼이 지겨보고 싶을 만큼 마음이 가는 작품이다.

11월 17일.

다시 보게 될 <삼천>이 은근히 기대하되고 기다려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4. 6. 06:11

 <게이 결혼식>

 

장소 : 학전 블루 소극장

일시 : 2012.03.01 ~ 20.12.07.01.

출연 : 서현철, 남문철 (에드몽) /  최덕문, 이희준, 최대훈 (앙리)

        노진원, 김늘메 (도도) / 우지순, 민성욱 (노베르)

        송유현, 민정 (엘자) 

연출 : 민준호

제작 : (주)적도

기획 : 학전

 

 

프랑스 코미디 연극 <게이 결혼식>

일찌감치 조기예매를 하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연극을 보려고 한 건 단지 서현철이라는 배우가 출연해서다.

남명렬, 김영민, 서현철, 정승길, 윤소정. 서은경.

나름대로 내가 격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연극배우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되도록이면 놓치지 않고 챙겨보려는 편이다.

얼마 전에 남명렬이 출연한 <모래 정거장>과 <죄와 벌>을 놓치고서도 얼마나 속상했던지...

(공연 기간도 너무 짧았고 개인적인 일때문에 시간이 전혀 안 맞았다)

 

연극배우 서현철.

점점 브리운관에서의 활약상도 커지고 있긴 하지만

(얼마전에 <해를 품은 달>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오기도 했다)

나는 TV에서보다는 공연 무대 위에서 만나는 서현철이 더 좋다.

사람을 마냥 유쾌하고 즐겁게, 밝게 만든다.

그것도 악의 없는 건강하고 씩씩한 웃음.

(내가 골백번 환골탈퇴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성향 ^^)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무대와 관객을 장악하는 능력 또한 엄청나다.

개인적으로 코믹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서현철이 출현하는 작품은 주저없이 선택한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껏 본 연극, 뮤지컬 중에서 괜히 봤다 싶은 작품도 없다.

(그렇다고 서현철이 출연하는 작품을 적게 본 것도 아닌데...)

 

엄청난 금액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고모의 유언에 따라 억지로 결혼을 하게 되는 앙리(이희준).

그것도 어릴적부터 절친인 친구 도도(노진원)와의 위장 게이 결혼.

서로 win win 하기 위해 1년의 기간을 둔 계약 결혼이라지만

자꾸 예기치 않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이 시작된다.

명문있는 카톨릭 집안의 장남은 버젓히 게이잡지에 결혼 기사가 실리고

도도는 앙리의 여자친구 엘자(박민정) 때문에 졸지에 장애인 게이 남동생이 된다.

아들 앙리가 진짜 게이라고 믿은 아버지 에드몽(서현철)는

그 와중에 자신도 그렇다면 편안하게 커밍 아웃 하신다.

거기에 이 모든 계획의 출발점인 이혼 전문 변호사 친구 노베르(민성욱)의 이혼 싸움까지...

좀 심하다 싶을만큼 여기저기서 사건이 연발탄처럼 빵빵 터진다.

재미있는 건 보고 있으면

등장인물 각자가 순간적으로 머리 굴리는 소리가 다 들리는 것 같다.

애드립도 아닌데 마치 애드립처럼 느껴지는 거짓말의 향연이라니!

포복절도까지는 아니지만 시종일관 재미있고 유쾌하게 봤다.

등장하는 다섯 명의 배우 전부 연기도 괜찮고...

다만 앙리, 도도, 노베르가 친구로 나오는데

상대적으로 도도역의 배우가 좀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다는 게 흠이라면 흠.

뭐 프랑스는 나이랑 친구랑 아무 관계없다고 한다면 대략 할 말은 없다.

 

몰랐었는데 앙리 역의 이희준이 요즘 TV와 영화에서 주목받는 중인가보다.

오늘 김남주와 영화 <화양연화>를 패러디한 장면이 기사화됐는데 사진 분위기 상당히 좋다.

표정이랑 풍기는 느낌도 상당히 괜찮고...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나올 장면이라는데

처음엔 이 사진을 보고 이희준인 줄 전혀 몰랐다.

하긴 영화 <화차>에서도 꽤 인상기게 봤는데 거기서도 이 사람인줄 몰랐다.

(영화에서는 훨씬 더 나이가 들어보였는데... 요즘 회춘하셨나???)

요즘 TV나 영화에서 공연배우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오만석, 전수경과 홍지민, 박혜미는 이미 TV 유명스타가 됐고

김무열이나 신성록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신성록은 군에 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hold 중이고)

지금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는 <더킹 투 하츠>에서는 조정석이

사극 <무신>에는 이석준, 뱍해수, 김영필 등 제법 많은 공연배우들이 나온다.

신선한 느낌도 있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를 찾다보니

기본기 탄탄한 공연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섭외가 가는 모양이다.

반대로 가수나 탈렌트들이 공연무대에 서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둘 다 장단점이 있긴 하겠지만

서로의 영역에 해악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분명히 시작은 연극 <게이 결혼식>이었는데 어쩌다 완전히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끙!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