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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21 두번째 자그레브 (Zagreb) - 자그레브 대성당 그리고 아듀
  2. 2016.06.16 반 옐라치치 광장 1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21. 08:28

2년 전에도 저 모습이였는데

오른쪽 첨탑의 보수는 언제쯤에야 끝이 날까... 싶다가도,

속도전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똑 같은 시간이지만,

유럽인의 시간과 한국인의 시간은 속도의 체감이 참 다르다.

늦장이 아닌 여유와 신중함이 느껴진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뭐든 빨라야만 살아남는 우리나라이고 보면

유럽의 느린 시간은 경험할 때마다 참 부럽다.

 

 

파란 하늘을 받치던 대성당도 좋았지만

지금처럼 구름이 내려앉은 대성당의 모습도 참 있다.

어딘가 동양의 수묵화같은 느낌.

내부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그곳 내부스테인드 글라스와 장미창에 발길이 붙잡히면 안되니까...

자고로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

 

 

대성당을 지나 반옐라치치 광장으로 빠졌다.

이곳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

조금 더 돌아다니다 자그레브 터미널까지 트랩을 탈 것인지,

아니면 걸어서 푸른 말밥굽을 지나 터미널까지 갈 것인지를.

일생의 마지막 자그레브일테니

구글맴을 믿고 한 번 걸아가보자 결정했다.

2새 30분 셔틀을 타면 되니까 천천히 걸으면서 이동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구글맵 바보라는거.

결국은 핸드폰을 집어 치우고 현지 사람들한테 물어 물어서 찾아 갔다.

푸른 말발굽이 아닌 이상한 길을 통해서...

뭐 어쨌든 결국 도착은 했다.

그럼 됐지 뭐!

가끔은 나도 내가 국제미아로 남지 않고 매번 다시 돌아오는게 신기하다.

아직까지는 소매치기도 안 당해봤고

가방도 잃어버린적 없으니

사기를 당한 적도 없으니

여행운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그거라도 있으니.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6. 16. 08:04

자그레브 구시가지의 중심 반옐라치치 광장.

반옐라치치 광장 옆 일리차 거리를 기준으로

북쪽의 고르니 그라드와 남족의 도니 그라드가 나뉜다.

대성당과 성 마르크 교회 등 대부분의 볼거리는 고르니 그라드에 모여있고

도니 그라드는 식당과 카페가 모여있다.

그야말로 하루에도 열 두번은 더 넘게 왔다갔다 해야 하는 곳.

하지만 일요일은 의외로 한산했다.

물론 관광객도 많고, 이벤트같은 거리 공연도 하고, 

멋진 자동차에 시승도 할 수 있었지만

상가들이 문을 열지 않거나 아예 일찍 닫아서 상업도시로서의 분주함은 없었다.

돌라체 시장은 폐장 시간이 훨씬 지나서 휑했고...

 

 

광장 한가운데 서있는 기마상의 주인공은 요십 옐라치치다.

1866년 처음 이곳에 세워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잠시 철거되기도 했었는데

1990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자그레브의 랜드마크가 됐다.

요십 옐라치치(1801~1859)는 크로아티아의 총독으로

농노제를 폐지하고 크로아티아에 최초의 선거를 시행한 혁신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이 기마상을 만든건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다.

여기엔 얽히고 설킨 사연이 좀 있는데.

당시 크로아티아는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달마티아의 연합국이었고 헝가리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헝가리는 또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를 받는 중이었는데 합스부르크 왕가를 상대로 한창 독립혁명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이때 옐라치치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군대를 이끌고 헝가리와의 전쟁을 벌인다.

(당연히 합스부르크 왕가의 세력을 등에 업고!)

결론은!

러시아까지 합세하면서 헝가리의 독립 혁명은 실패로 끝이 난다.

그러니 오스트리아 입장에서는 옐라치치가 얼마나 이쁘고 기특했겠는가!

자그레브 한가운데 그의 기마상을 떡하니 세워준거다.

뭐 최종 결론은 헝가리-오스트리아가 평화롭게(?) 합쳐지면서

헝가리는 자치권을 되찾고, 옐라치치는 그야말로 닭 쫒던 개...의 신세가 되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어쨌든 한때 옐라치치를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이뻐했던건 엄연한 진실.

처음 기마상이 세워졌을땐 옐라치치가 들고 있는 칼의 끝은 헝가리를 향하고 있었단다.

그러다 1991년 공산주의 시대가 막이 내리고 크로아티아가 독립하면서 남쪽으로 칼 끝 방향을 바꿨다고.

기마상 하나에도 이렇게 뒷이야기가 많으니 찾아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옐라치치 동상 옆에 있는 만두쉐바츠(Mandusevac) 분수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자그레브(Zagreb)"라는 지명에 대한 유래.

옛날 옛날에 어떤 장군이 이곳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목이 너무 말라 주위를 둘러보게 됐단다.

그랬더니 저기 저 쪽에서 작은 여자아이가 혼자 물을 긷고 있는게 보였다.

아이에게 물을 얻어 마신 장군은 이름을 물어봤다.

"제 이름은 만다(Manda)예요..."

그리고 "물을 긷다"를 크로아티어어로 하면 "자그라바타(Zagrabiti)"란다.

그러니까 "Zagreg"는 "Zagrabit"에서 파생된 말이고

분수의 이름은 여자아이의 이름을 따서 "Manduseva"가 됐다.

땅 속에 묻혀있던 분수는 1986년 광장을 재건할 때 발견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분수의 완성은 아이들이다.

저 해맑은 아이들이 없었다면

분수는 얼마나 심심하고 무미건조했을까?

 

,

햇살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찬란하게 부서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게 바로 이 풍경의 핵심이고 완성이었다.

 

Journey is smile of child...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