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2. 8. 05:54
2005년 LG아트센터 초연 당시 참 많이 망설이다 지나친 공연이었다.
장장 8개월이라는 대장정이었는데...
옥주현, 문혜원이 아이다 더블 캐스팅이었고 라다메스는 이석준과 이건명.
조세르는 이정열, 성기윤, 암네리스는 배혜선, 유채정이었다.
솔직히 옥주현이라는 가수에 대한 선입견때문에 <아이다> 관람을 포기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제와서 <아이다>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원캐스팅이라는 매력때문이기도 하다.
국내협력 연출자인 박칼린은 극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원캐스팅을 고집했다는데 
정말이지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돌까지 가세하면서 더블에 트리플, 쿼드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요즘은
관객뿐 아니라 앙상블들에게도 죽을 맛을 안겨준다.
그런 의미에서 3개월이 넘는 공연 기간을
김우형, 옥주현, 정선아, 문종원 원캐스팅으로 끌고간다는 게 결코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에 정말 이런 사랑이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던지는 그런 사랑.
하긴 라다메스도 "Not me"에서 스스로 인정하더라.
자신도 몰랐다고, not me ~~ not me ~~
Every Story is A Love Strory.
암네리스 정선아의 노래로 시작되는 아이다는 확실히 오프닝부터 귀를 확 끌어잡는다.
초연의 배혜선의 암네리스를 보지 못해서 알 수 없지만
정선아의 암네리스는 탁월한 선택이다.
싱크로율 100% 그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거침없는 철부지 공주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녀가 "롸~~다~~메~~스"를 외칠때면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그런 그녀가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비밀스런 사랑을 목격한 후 "I Know The Truth"를 부르는 모습은
"My Strongest Suit"를 부르는 철없고 화려한 공주의 모습과는 또 완전 딴판이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암네리스 참 불쌍한 여자구나...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보듬어주고 싶었다.



옥주현의 아이다는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했다.
감정선이 실린 노래들도 너무 훌륭했고 딕션 역시나 정확했다.
(도대체 누가 이 역할을 옥주현과 더블로 하고 싶을까?)
연기적인 면에서 조금 더 완숙해진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옥주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선입견이 조금씩 열리는 느낌이다.
"Dance Of The Robe"에서 누비아 백성들을 향해 다짐하며 부르는 격정적인 보컬과
"The Gods Love Nubia"는
거룩하고 신비로움에 제의적인 느낌까지 갖게 한다.
(내 몸은 찢겨져도 내 혼은 불타올라~~)
2막 사막의 무덤에 생매장 되기 전에 부르는 "Elaborate Lives"
1막에서 라다메스가 메인으로 부르는 이 노래를 2막에서는 아이다가 메인으로 부른다.
애절하고 절절하고 그리고 안타까운 옥주현의 목소리는 모든 감정들을 하나씩 하나씩 쏟아낸다.
천천히 물이 흐르고 그 물에 다시 몸 전체가 천천히 젖어드는 것 같이 아득해진다.
(나 또 울컥했다. 이 부분은 정말 슬프더라)
누비아 동포를 위해 라다메스를 잊겠다고 결심하면서 부르는 넘버 "Easy As Life"
옥주현은 아이다의 심정을 그대로 담아 노래한다.
<아이다>라는 뮤지컬을 통해 지금 나는 비로소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의 옥주현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상당히 충실하구나, 그리고 배역에 정말 깊이 몰두하고 있구나가 진심으로 느껴진다.




<지킬 앤 하이드>, <미스 사이공> 등 굵직한 작품을 많이 한 김우형의 라다메스.
라다메스를 맡은 배우는 4~5시간씩 매일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일단 그런 점에서 김우형은 축복받은 몸이다.
(물론 본인은 부단히 노력해서 만든 몸이겠지만)
"Fortune Favors The Brave"를 부를 때는 괜찮은데
안타깝게도 아이다와 듀엣을 부를 때는 목소리가 거칠어서 감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다.
소리를 쥐어짜면서 부른다고 느낀 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거다.
1막에서 아이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Elaborate Lives"가 더 절절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아담 파스칼과 헤더 헤들리의 듀엣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행히 후반부에 옥주현 목소리가 덧입혀지면 격정적인 러브테마가 된다.
옥주현의 힘인지, 두 사람의 발란스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사처럼 정말 안타까웠던 "Radames' Letter"에서 김우형의 쥐어짜기는 좀 안습이었다.
(짧지만 정말 중요한 넘버였는데...)






엘튼 존의 음악과 작사가 팀 라이스의 콤비로 탄생한 뮤지컬 <아이다>
두 사람은 <라이온 킹>으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바 있다.
<아이다> 역시도 2000년도에 브로드웨이 초연되면서 파란이 되기도 했다.
그해 토니상 작곡상 외에 3개를 차지했고, 그래미 상에서도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꼭 뮤지컬을 직접 보지 않고 OST만 듣더라도 넘버들이 전부 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담 파스칼과 헤더 헤들리의 보컬은...
참 꿈처럼 달콤하고 아름답다.
헤더 헤들리의 아이다는 뭐랄까 좀 더 강하고 혁명가적인 느낌이고
옥주현의 아이다는 사랑과 동포, 조국애로 끝없이 고민하는,
훨씬 더 모성적이고 여성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막판 비극적인 결말에서 그 슬픔이 더 배가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Easy As Life"는 헤더 헤들리보다 옥주현 버전이 더 애절하고 슬프다.
더불어 아담 파스칼과 옥주현이 "Elaborate Lives"를 부른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잠깐 ^^




2005년 국내 초연당시 <아이다>는 무대와 의상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브로드웨이 Palace Theater에서 공연되었던 <아이다>의 무대와 의상을
공연이 끝난 후 그대로 한국으로 공수하는 이력을 세워서...
지금은 심심치 않게 그렇게 하고 있지만
브로드웨이 본 무대와 의상을 직접 공수해서 공연한 건 <아이다>가 최초였다,
무대 셋업만도 자그만치 6주의 시간이 걸린단다.
그래서 대극장에서도 선듯 대관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우리나라에도 5년이 지나서야 성남아트센터가 고마운 결정을 해서
6주간의 무대 셋업을 마치고 <아이다>는 원케스팅의 향해를 과감히 시작했다.
(성남아트센터 음향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미스 사이공>과 <아이다>를 보면서 선입견이 좀 깨졌다)
개인적으로 옥주현이 몸관리를 계속 잘 해줬으면 좋겠다.
120% 환불의 불운이 다시 없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옥주현이 아니면 <아이다>가 의미가 없을 것 같기 때문에...
놀랍게도 뮤지컬 배우로서의 옥주현의 존재감이 이 정도까지다.
그리고 그건 확실히 이유있는 존재감이다.
(좋겠다. 그녀 ^^)




공중의 수영장에서 2명의 여자가 수영하는 장면,
화려한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My Strongest Suit"는 눈을 황홀케 했다.
3분 30초 동안 4.2초마다 조명이 바뀐다는 "Another Pyramid"
(무대감독은 무래 50여회의 큐싸인을 보내야 한단다)
검정과 붉은색 두 가지 색감만으로도 엄청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신비롭기까지 하다.
박물관에서 시작되는 처음과 마지막 모습도 인상적이고
두 연인이 무덤 속에 갇히면서 사각의 틀이 조금씩 작아지는 엔딩 모습도 아련하고 어쩐지 신화적이다.
무대 연출과 매커니즘이 화려함과는 또 별개로 아주 신비롭고 새롭다.
조명과 의상, 무대 배경도 전체적으로 아주 조화가 잘 됐고...
그렇다고 시종일관 엄청난 셋트로 물량공세를 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내내 펼쳐지는 것도 아닌데
시선을 끄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재즈, 팝, 락, 포크송, 블루스, 가스펠까지 아우르는 엘튼 존의 음악도 
그 다채로움이 주는 묘한 조화가 신비감까지 느껴진다.
따지고 보면,
참 그렇고 그런 뻔한 love story일 뿐인데...
그걸 알면서 점점 <아이다>에 현재진행형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여전히 꿈꾸는 건가?
그래 어쩌면 정말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다 사랑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다>의 처음과 끝이 Every Story Is A Love Story 인 것 처럼 어쩌면 그게 정말 진실인지도...
아이다,
그 뻔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가 참 아프다.
성남까지 너무나 멀고 먼 여정이지만 어쨌든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2. 05:45
궁금하긴 했다.
김훈의 동명소설 <남한산성>이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쉽게 만들어지기 힘든 작품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배경이며, 대사며, 심난한 독백같은 모든 느낌을 전달한다는 게
책의 표현데로 가파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오래 고민을 하다 겨우 공연이 끝 무렵에 결국 찾아 봤다.
지금은 내 심정은...
다행이구나 싶다.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묘하게도 나와는 항상 인연이 없던 배우였던.
김수용, 성기윤, 손광업, 배혜선
드디어 이 모든 사람들을 한 작품 속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명성만큼이나
무대 위에서 꽤 인상적인 그리고 꽤 괜찮은 모습을 남겨줬다.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모습엔 어딘지 묘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느껴진다.
특히 초연의 무대일 경우에는 더욱 더.
어쩌면 그들의 역량에 따라 이 초연의 무대가
초연이자 막공이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품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영웅>과 <남한산성>
지금 공연되고 있는 두 개의 대형 창작 뮤지컬은
그래서 기특하면서 동시에 절박하다.
그리고 그 양면성은 무대 위에서 그대로 긍정적인 적나라함으로 드러난다.



원작 김훈, 극본 고선웅, 연출 조광화
꽤 괜찮은 아니 상당히 괜찮은 조합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후 고선웅, 조광화 
두 사람의 멋진 콤비네이션을 다시 한 번 보게 되다.
그리고 의상과 무대...
전체적으로 대나무를 무대 배경으로 삼아 묘한 신비감을 준다.
텅 빈 대나무의 옹골찬 꼿꼿함과 수직성.
결국은 모든 이의 마음이었으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조(성기윤)의 마음.
청과의 화친으로 살 길을 도모하자는 최명길(강신일)의 마음.
청과의 무력 충돌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김상헌(손광업)의 마음.
자신을 버린 조국을 똑같이 배반하고 청의 길라잡이가 되어버린 정명수(이정열)의 마음.
청을 찾아가 화친의 편지를 전하고 목숨을 버리는 오달제(김수용)의 마음.
그 모든 대쪽같은 마음들이 산성을 만들어 머무르게 했을 거라고...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이 모순된 명제 앞에 누구들 절박하지 않을까...
"당면한 문제를 당면할 뿐"이라 했던가...



청의 황제 홍타이지(서범석)의 등장의 웅장함과 섬뜩함은
내리는 눈을 맞으로 초라하게 남한산성으로 피접하는 인조와의 운명과 대비된다.
눈발 속에서 인조의 음성은...
날리는 눈처럼 분분했고 심난했고 아득했다.
"그것이 왕이 결정한 일이더냐?"
그 짧은 말 속에는 힘 없는 왕의 어쩔 수 없는 무력감과
최후의 결정에 대한 절망감이 묻어 있다.
청의 황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인조의 모습.
어쩌면 그 고개를 다시는 들고 싶지 않았으리라.
땅의 찬 기운과 함께 차라리 사늘히 굳어지길 바라지 않았을까?
서러운 기운에 내 몸까지도 가늘게 떨린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여기까지 왔구나...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다.
<영웅>도 그렇고 <남한산성>도 그렇고...
특히 <남한산성>의 무대와 음악은 참 많은 걸 느끼게 한다.
더 좋은 작품으로 진화되길 지금 초연의 무대를 보면서
희망하게 됐다.
주연같은 열정의 앙상블까지...
그들 한명 한명에게 아름다웠다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모두가 쌓은 견고한 <남한산성>은
사실은 극의 결말과는 다르게
몹시 아름다웠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