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9. 29. 09:36

 

<로베르토 쥬코>

 

일시 : 2016.09.23. ~ 2016.10.18.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번역 : 유효숙

연출 : 장 랑베르 빌드, 로랑조 말라게라

출연 : 백석광, 김정호, 문경희, 김정은, 김정환, 심완준, 김수연, 황선화, 우정원, 안병찬

제작 : 국립극장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했나?

"로베르토 쥬코"는 35년 전 유럽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다.

베르나르 마리 콜레스가 거리에 붙은 지명수배자 "로베르토 쥬코"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실제 그의 연쇄살인 행각이 이 작품 속에 반영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쎄... 이 이야기는 그리 충격적이지도, 잔인하지도 않다.

혹시 초연인가 싶어 찾아봤더니

2010년에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2012년에는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두 번 공연이 됐었다.

두 번의 공연땐 어떤 분위기였을까 궁금해졌다.

이번 시즌엔 두 명의 외국인 연출이 공동 연출을 했는데

원작에 담겨있는 광기, 폭력, 비극 뿐 아니라 유머, 부드러운, 경쾌함까지 함께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런데 나는 연극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기묘한 유머러스라고...

 

난해한건 아닌데 참 여러 의미로 불친절하다.

개인적으론 쥬코의 살인행각을 더 디테일하고 잔인하게 표현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출가가 말한 그 "광기"라는게 도무지 느껴지지 않았다.

쥬코가 왜 부모를 살해했고,

왜 탈옥을 했고,

왜 사람들을 죽였는지에 대해서 이 작품은 전혀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것도 아니다.

묻지마 살인이라고 뭉둥그리기에는 확실히 뭔가 부족하다.

그래선가?

쥬코 이외의 인물들에게 이름조차 부여되지 않은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불꽃이 튄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불친절조차도 그런 배우들의 연기로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된다.

일곱개의 문과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검은 종이들도 인상적이다.

따버린 잿더미를 떠올리게 하ㄴ는 종이는 황폐한 세상과 인간관계를, 

일곱 개의 문이 일제히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은 텅 빈 종말, 소멸이 느껴졌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

인간이란 존재는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지만

누구에게도, 어디에서도 이해받지 못한다면?

 

익명(匿名)으로의 도피.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부터

모든 갈등을 시작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7. 28. 08:07

<문제적 인간, 연산>

 

일시 : 2015.07.01.~ 2015.07.26.

장소 : 명동예술극장

대본, 연출 : 이윤택

무대 : 이태섭

안무 : 김남진

의상 : 송은주

음악감독 : 이자람

출연 : 백석광(연산), 이자람(녹수/폐비윤씨)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이승헌, 이원희, 배보람 외

제작 : 국립극단

 

이윤택 연출이 한 인터뷰에서 그랬다.

이번이 내가 연출하는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그런데 이 작품, 이윤택 연출이 아니라면 가능할까 싶다.

1995년 초연, 2003년 재연, 그리고 12년 만에 올라온  세번째 공연.

솔직히 작품을 보는 내내 완벽하게 압도당해서 감히 뭐라 할 말이 없다.

제대로 주눅이 들었다.

얼마전 명동예술극장에서 본 <리어왕>이 그러니더

이 작품 <문제적 인간, 연산>이 또 다시 나를 반벙어리로 만들었다.

질펀한 난장이었고,

노골적인 꼭두새 놀음이었고,

처절한 진혼굿이었다.

 

그래, 연산의 말은 옳다.

역사는 늘 공명정대하게 기록되지 않았다.

"틀렸다. 다 틀렸다.

 늬놈들의 붓끝에 놀아나는 세상,

 나는 미친 광대였구나..."

연산의 마지막 대사가 처절하게 가슴 속에 남는다.

그리고 과거를 잊어먹고 사니까 세상이 늘 이 모양 이 꼴이라는 말도.

이 작품...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분들이 단체관람 했었으면 첨 좋았을텐데...

 

 

사전정보 전혀 없이 무대에서 대면한 배우 백석광의 연기와 집중력은 최고였다.

극 초입과 말미의 느낌이 확 다르더라.

그리고 몸의 움직임이 남달라서 찾아봤더니

한예종 무용과 출신으로 동아무용콩쿠르 대상까지 수상한 이력이 있더라.

심지어 단편 영화 감독도 했고,

대종상 단편영화제 시나라오상도 받았고

김남건이란 본명으로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배우로 무대에 설 때는 예명인 백석광을 쓴단다)

독특한, 흔치 않은 필모그라피를 가진 배우.

이런 다재다능이라면... 기꺼이 환영이다.

 

신구 연극배우들의 조화는 환상적이었고

실제 연인이라는 이자람, 백석광의 연기도 불꽃튀었다.

이윤택의 연출은 때로는 광폭했고, 때로는 유머러스했고, 때로는 서정적이었다.

무대와 의상에도 시선이 많이 머물렀고

무엇보다 소리에 넋을 놓았다.

특히 1막 녹수와 귀신 폐비 윤씨가 함께 내던 소리는,

정말 압권이었다.

 

작품을 보고 나오는데

20년 동안 작품이 왜 세 번 밖에는 공연되지 못했는지 이해가 됐다.

쉽게 올라올 수 없는 작품이기에

장면 하나 하나가 도저히 허투루 보여지지 않더라.

게다가 이자람, 백석광 커플이 함께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거라 했다.

그렇다면 그걸 놓치지 않고 목격했으니

나는 또 얼마나 행운아인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