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8. 12. 05:57
1965년까지 이런 법이 시행됐었단다.

누구도 흑인 남자가 입원한 병동이나 병실에서 백인 여자에게 간호를 요구할 수 없다.
백인이 백인 이외의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위법이다. 이 조항을 위반한 결혼은 무효다.
유색인 이발사는 백인 여자나 소녀의 머리를 손질할 수 없다.
백인 관리자는 백인을 묻는 장소에 유색인을 묻을 수 없다.
백인 학교와 흑인 학교 간에는 책을 돌려 볼 수 없고, 처음 읽은 인종이 계속 본다.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남부 짐 크로 법'
1965년까지 시행된 법이라면 그렇게 오래 된 이야기도 아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인종차별 시대를 살았던 위대한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허클베리 핀"에도 그녀들의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막막함과 안타까움의 정체는
어쩌면 백인 입장에서 황인족 역시 유색인에 불과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얗지 않은 피부는 더럽고 불결하다!



백인이면 누구나 자기 집에 유색인 가정부가 쓰는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가정부 위생 발의안!
더러운 흑인 가정부가 깨끗한 백인 가정에 질병을 옮길 수 있다!
그래서 화장실 뿐만 아니라 냉장고도, 식기도, 식기를 보관하는 찬장도
백인 주인이 쓰는 것과 철저히 불리해서 사용해야 한다!
불과 50여년 전까지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랬다.
(이런 게 바로 야만이다!)
모르고 백인 화장실을 사용한 흑인이 백인들의 몰매를 맞아 실명을 한다.
(총에 맞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란다!)
인종차별 철폐 연좌농성장에는 사납고 치명적인 독일산 셰퍼드를 푼다.
아프리카의 굶주린 가난한 아동을 위한 자선 행사를 계획하는 위대한 백인은
그들 주위에서 그들의 모든 것을 챙기느라 불합리한 노역에 시달리는 가정부에게는
그 어떤 일말의 자선도 배풀지 않는다.
우아하고 인정 넘지는 백인들을 향해
이제 그녀들이 말한다.
더러운 건 색깔이 아니라고, 흑인 구역에 질병은 없다고......



<헬프>는 5년 동안 60여 차례 거절을 당한 끝에
2009년도에 출간됐단다.
그리고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에 목록에 머물렀다,
드림윅스 사에서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참혹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꼈다.
강인하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당하지 않고 사는 것이란다.
강인함이란 진심으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12명의 흑인 가정부들이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로 엮은 책 <가정부들>
그녀들을 인터뷰했던 백인 여자는 묻는다
"두려워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녀들이 말한다.
"괜찮아요!"


그녀들이 대답이 "아니요!"라는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면
나는 그녀들이 이렇게까지 눈물겹지는 않았으리라.
"괜찮아요!"
그 대답 속에 들어있는 두려움이 나는 아프고 눈물겹다.
나는 그녀들만큼 용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앞으로도 단 한 번이라도 그녀들만큼 용감해질 것 같지도 않다.
그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강인해질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20. 06:21
 <추락> - J.M. 쿳시


 추락


지적이면서 끔찍하게 치열한 책을 만나게 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나면 정말 미칠 정도로 그 내용 속에 빠져들게 되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그런 경험을 다시 했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추락>이 바로 그런 충격을 안긴 책입니다.

오싹하다 못해 머릿속까지 서늘해지는 느낌.

J.M. 쿳시라는 작가의 책을 처음 읽게 된 게 도무지 억울하고 속상해서 화가 다 날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되실까요?

이 소설의 원 제목은 <치욕>입니다.(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왜 “추락”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번역가 왕은철이란 분이 작가와 합의해서 제목을 고쳤다고는 하는데 “치욕”이라는 원제가 더 책의 내용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J.M. 쿳시!

가장 타협하지 않는 작가이자 가장 분명하고, 가장 용감한 작가로 알려진 사람!

2003년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96회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플리처상보다 더 권위 있다고 알려진 부커상을 그것도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겠다는 전례를 깨고 세계 최초로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부커상 심사위원들은 “쿳시가 수상식에 참석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 이후의 만찬장에서도 그의 자리가 비어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를 선택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네요.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의 글은 아이스 피겔로 얻어맞은 느낌"이라고....

누군가는 또 말합니다.

"심오한 정치의식을 지니면서도 모든 단어들을 아름답게 조합하는 작가"라고요.

그의 글은 비록 이 책이 처음이긴 하지만,

실제로 여기에 나오는 모든 단어들은 에너지로 충만합니다. 그 에너지는 때론 “파렴치”한 욕망의 형태로, 때론 걱정 가득한 “부성애”의 마음으로, 때론 비난과 욕설, 그리고 원망과 싸움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살아 있기에 인정해야 하는 혹은 살아 있기에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

이 소설 안에는 그런 살아 숨쉬는 현실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글의 위대함이란,

그 안에 살아온 시대가 거짓 없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균형과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진실을 품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네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시도하기조차 어려운 일일 겁니다.

J.M. 쿳시, 이 사람의 글은 그래서 그대로 현실이 되어버립니다.


50을 넘긴 “데이비드 루리”.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대학교수 루리는 스무살 제자 멜라니와 충동적인 사랑에 빠져 잠자리를 함께 합니다. 결국 멜라니 부모의 고발로 진상위원회가 열리게 되고 루리는 추문의 한가운데 위치하게 되죠.

사과문 발표를 강요하는 그들의 요구를 거부한 루리는 결국 대학을 떠나 딸이 살고 있는 남아프리카 농장에 잠시 머무르게 됩니다.

루리는 말합니다.

“내 사건은 욕망의 권리에 관한 것이다. 어떤 동물도 본능을 따랐다는 것 때문에 벌을 받게 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의 초반은 이렇게 좀 불편하고 파렴치하기까지 합니다.

책 제목 그대로 욕망대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추락상을 보여주고 있죠.

이 루리라는 남자의 욕망은 비난받아 마땅하긴 하지만 그래도 당당함과 이유 있음에 무조건 손가락질 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이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욕망에 따라 살고 있음을 확실히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잠시 가면을 쓰고 기다리라는 주위의 권고조차 거부할 정도로요.

딸의 농장에서 함께 지내던 루리에게,

어느 날, 3명의 흑인 남성이 딸을 집단 강간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일로 급기야 딸 루시는 임신까지 하게 됩니다.

자 이제부터 이 이야기는 “치욕”의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은 단지 추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게서 생명이 시작된 딸에게 일어난 사건은 “추락”을 넘어 “치욕”으로 다가옵니다.

이 사람, 이 치욕의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버텨나갈까요?

백인 지배가 종결되고 흑인 정권이 들어선 지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이곳도 지금 혼란과 변혁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중입니다.

수백년간 지속되어 온 흑백갈등이 단순히 정권의 교체만으로 하루아침에 모두 해결될 수는 없는 일이겠죠.

어쩌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그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만큼의 희생과 포기가 필요한 건지도 모릅니다.

흑인지배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 백인의 선택,

만약 당신이 그 세계를 선택했고, 선택한 그 세계에 머무르기 위해서 값을 치러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추락도 혹은 어떤 치욕도 감당할 자신이 과연 있을까요?

살아가는 게 욕망의 문제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흑인들의 땅을 떠나라는 아버지에게 딸은 자신의 선택을 말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다시 시작하기에는 좋은 지점일 거”라고...

딸 루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걸,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밑바닥에서 출발하는 걸 배우겠다고 말합니다.

재산도, 무기도, 권리도 위엄도 그 무엇도 없는 본질에서부터 출발하겠다고요.

아비는 딸에게 묻습니다.

“넌 그 아이를 사랑하니?”

딸은 말합니다.

“아니요.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것에 관한 한 모성을 믿어야지요. 아버지, 저는 좋은 엄마가 될 작정이에요. 좋은 엄마이자 좋은 사람이 되겠어요. 아버지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보세요“

딸은 지금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 책망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불안하고 혼란한 세계를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믿음. 그들이 시작할 때 반드시 지니길 바라는 그 믿음에 대한 묵시론적 바램의 표현이죠.

불안의 시대면 여지없이 나타나 점점 커져만 가는 틈.

그 틈을 매울 수 있는 건 자신에 대한 “믿음” 그 하나뿐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한 세대와 한 세대 사이에는 커다란 장막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 장막이 내려오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해서 이미 내려진 장막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

누가, 왜, 어떻게 이런 장막을 내렸는가에 대한 진상규명 탁상공론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 장막의 끝을 잡아야만 하겠죠.

다시 끌어 올리든, 힘껏 끌어 내리든 말입니다.

지금 스스로 추락의 시대, 치욕의 시대를 산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 번 정직하게 그 질문의 방향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 견딜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당신의 치욕은 결코 당신을 추락으로 이끌진 않을 거라는 걸 믿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18. 14:21
제리 스피넬리의 <하늘을 달리는 아이>
어른이 읽어도,
그리고 아이들이 읽어도 딱 좋을 책.
재미도 감동도
그리고 신비감도 주는 내용.



제프리 라이어 매기,
이 백인 아이가 어떻게 매니악 매기란 이름의
특별한 사람이 됐는지
3편의 이야기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인종에 관해서라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보수적인 곳, 미국
흑인 거주지역과 백인 거주지역이
엄연히 존재하는 곳,
버락 오바마가 100% 순수 흑인혈통이었다면,
그랬어도 과연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의심하게 만드는 나라.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독한 편견과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사람들.
아무 것도 모른체
그 안을 뛰어다니는 백인소년 매기.
그가 새로운 가정을 만났듯
결코 합쳐질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엔 하나도 없기를 바라는 소망.
기적과 신비를 바라는 마음.
아직 어린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따뜻하고 고마웠던 책.

집이 아닌 마음을 잃어버린
다 큰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10. 06:03
J.M 쿳시의 소설 <추락>
이 작가의 책은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충격적이다. 그리고 강렬하다.



소설의 원래 제목은 <치욕>이라 하는데
난 이 제목이 더 이 책의 내용을 대변하는 것 같다.
백인과 흔인의 문제
흑인에 의해 강간당하는 남아프카에 사는 백인 여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땅에 남기를 선택한 딸



누군가를 그런 표현을 썼다.
"아이스 피겔로 얻어 맞은 는낌"이라고.
J.M 쿳시....
그의 책을 탐하게 될 것 같다.
신비하고 모호하고 그리고 명석한 사람
1940년 생, 단 아홉권의 책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사람.
가장 타협하지 않는 작가이자
가장 분명하고, 가장 용감한 작가!
심지어 그가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스웨덴 한림원은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줄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나는
이 책 한 권으로 그 고백을 100% 이해했다.



아비도 딸도.
이 책은 이해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너무나 강렬하게 살아있다.
책 속 곳곳을 팔딱거리며 뛰어다니는 생명력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