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2.30 <불편해도 괜찮아> - 김두식
  2. 2010.05.13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1
읽고 끄적 끄적...2010. 12. 30. 06:08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라는 부제를 달고
81편이라는 상당한 분량의 영화와 드라마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책을 쓴 김두식이라는 사람의 이력이 특이하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고 군법무관과 검사를 지냈다.
지금은 경북대 법대에서 헝법, 형사소송법, 여성과 법률 등을 가르치고 있고
와이프가 공부 중에는 2년 정도 모든 걸 멈추고 전업주부로 나선 경력까지 있다.
법조인이 쓴 영화 이야기!
왠지 상당히 고리타분하고 이론적으로 옳은 소리만 따박따박 할 것 같은 생각.
그런데 이 사람의 글은...
확실히 시각이 다르고 무엇보다도 무거운 부분을 건드리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꽤 예리하고 날카로워 정신이 번쩍 들기까지 한다.
이 영화 속에, 이 드라마 속에
사실은 이런 인권 문제가 내포되고 숨어있었구나,
내 텅 빈 시선을 후비고 파내는 것 같아 솔직히 민망하고 무안했다.
책을 읽고 생각했다.
"정말 불편해도 괜찮은가?" 를... 

 



<목   차>
청소년인권
성소수자 인권
여성과 폭력
장애인 인권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영로가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의 문제
차별의 종착역, 제노싸이드


9개로 나눠진 각 챕터들은 개인적으로 "무지"보다는 "무관심"에 대한 일침이었다.
모든 인간에겐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지랄 총량의 법칙"
그래서 사춘기 자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게 다 자기 "지랄"을 쓰는 것이겠니거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생각해보면 사춘기에 "지랄"을 쓰는 게 그래도 낫지 싶다.
다 커서 늦바람나듯 지랄을 쓴다면 그게 더 초난감이지 않을까?
"우리 부모는 둘 다 서울대 나왔어!"라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단다.
"똥 밟았네!"
이런 이야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법조인이라...
무지 낯설지만 한편으로 통쾌하고 후련하기까지 하다.
더불어 내가 무지 재미있게 봤던 영화들이
단지 재미로만 볼 영화가 아니었구나를 생각하니 민망해진다.
저자는 말한다.
...... 영화를 볼 때마다 자신을 누구와 동일시할 것인지 조심스럽게 선택해보십시오.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 '불편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면, <300>이 10원자리 팬티를 입은 타잔 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저질임을 개닫게 될 것입니다 ......
모든 사회문제는 양면성을 있단다.
그래서 헷갈리는 상황일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란다.
'의심스러울 때는 약자의 이익으로' 해석하라!
그러면 누구의 입장에 서야 할지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조기유학에서부터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엘리트주의까지.
대처리즘에서 정치파업, 비정규직 문제까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장애인 인권,
그리고 영화등급 문제와 흑맥갈등의 인종주의, 종족의 멸종이 목적인 제노싸이드까지.
이 책에서 아우르는 이야기는 넓고 광대하다.

영화등급 역시 논리의 무제라기보다 권력의 문제일 때가 많다.
모든 검열은 자의성의 함정에 빠지게 마련입니다. 검열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누구보다도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고 부모의 마음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그런 독선이 '제 마음대로'의 검열결과를 낳습니다.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검열사는 최소한의 역할에 그쳐야 합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검열하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과 감시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누군가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하는 생각은 우리 권리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늑대에게 넘겨주는 위험하고도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입니다. 백인을 제외한 다른 인종에 대한 마음속 깊은 우월감, 편견, 경멸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백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국어를 하는 동남아 출신이나 중국 출신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릅니다. 중국어, 태국어, 몽골어, 파키스탄어 등이 들리면 한국사람들의 얼굴에는 당장 불쾌감이 스쳐지나갑니다. 그런데도 인종차별문제가 나올 때마다 "우리나라만큼 외국인에게 온정적인 나라가 없다" 든지 "외국인노동자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있는 서민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온정적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의 서선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판단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무슨 시혜를 베풀자고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불러들여 저임금으로 주로 3D에 속하는 일을 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대로
나는 참 많이 불편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무지와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읽으면서 점점 더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며칠전에 본 <황해>가 목구멍에 걸려 좀처럼 넘어가질 않는다.
내가 김구남이 될수도, 
면가가 될수도,
충분히 있는 세상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5. 13. 06:29
개인적으로 꼭 읽고 싶었고 궁금했던 책이다.
우리나라 거대 재벌 삼성의 고위 임원이었던 변호사 김용철이
대한민국 신흥 독재자인 삼성의 범죄사실을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양심고백한 책.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도움으로
2007년 양심선언을 했고 그 과정과 그 이후의 일들을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살아있는 권력인 삼성의 불법로비와 무세승계(無稅承系)에 관한 고백과 증언들.
글의 내용보다 더 섬득한 것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얼마전에 경영복귀를 선언하고 돌아온 이건희의 재산과 권력은
그 전에 비해 더 확고해졌다.
"삼성"을 파헤치는 건 정말 "대한민국"을 파헤치는 일인가?
"삼성"이 무너지면 정말 "대한민국"도 함께 무너지는가?
"삼성"의 이익은 정말 "대한민국"의 이익인가?
재벌의 힘은 거대하게 은밀하고 구체적으로 불법적이다.



이 책은 전부 3부로 되어 있다.

1부. 불의한 양심에도 진실은 있다.
2부. 그들만의 세상
3부. 삼성과 한국이 함께 사는 세상

삼성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아낸 검사 김용철를 삼성은 1997년 8월 영입한다.
그리고 처음의 약속과는 다르게 그를 인맥을 통한 대검찰 로비스트로 이용한다.
삼성은 그에게 엄청난 돈을 쥐어줬고 그 돈으로 차곡차곡 사법부를 길들이기를 원했다.
그는 고백한다.
"내 청춘을 고스란히 묻었던 검찰이, 그들이 뿌린 돈으로 썩어가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로웠다"고...
사제단과 그가 공개한 삼성 비리는 크게 세 범주로 나뉜다.

1. 삼성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및 탈세와 이를 감추기 위한 회계조작
2. 경영권 불법 세습 및 이 과정에서 저지른 법정 증거 조작
3. 정,관,법조,언론계에 대한 광범위한 불법 로비

2004년 8월 모든 걸 정리하면서 삼성을 떠난 그는
삼성에서 일한 7년 동안은 지옥에서 보낸 시절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후배 법조인들에게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기업으로 가는 일을 진정 말리고 싶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수시로 무모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상사로 모시며 법률 조언을 하는 것은
범죄조직의 내부조직원이 되는 일과 같기 때문이란다.



성공한 재벌은 결코 처벌하지 못한단다.
과거 성공한 구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던 것처럼...
그러니 일단 수단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한 재벌'이 돼라!
그러면 그 과정에서 저지른 모든 죄는 저절로 사면 받는다.
알고 있던 사실을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일은
더 참혹하고 두렵다.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삼성의 불법 로비, 불법 비자금으로 대선자금 전달,
이건희의 생일파티를 위한 비용 10억,
비자금 관련 비리 주범들이 도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입주자와 방문자의 출입까지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건물로 설계된 도곡동 타워팰리스.
회장님 말씀이 곧 헌법이 되는 왕족같은 재벌 총수의 지배권과 대물림되는 경제 권력.
세금을 피하기 위해 홍라희의 리움 미술관을 통해 구입되는 고가의 자산축적용 미술품.
권력과 자본의 결탁은 책을 읽어갈수록 숨통을 조여온다.
"비자금 = 회계조작 = 탈세"
이 절대무변의 연결고리를 결코 끊어질 수 없는 공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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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즉 현직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죽은 권력' 즉 전직 대통령을 조준했던 정치수사를 보면서 이건희는 '죽지 않을 권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존 권력이 죽고, 새로운 권력이 태어나도 계속 성역을 보장 받았으니 말이다.

이건희가 잇는 곳은 늘 온도를 25~26도에 맞춰야 했다. 실내 공기의 질은 해발 600m 조건에 맞춰졌다. 이건희의 전화에는 임원과 직접 연결되는 단축키가 있다. 아무 때나 단축키를 눌러 통화한다.
이건희의 집이 있는 이태원동, 한남동 일대에는 리움미술관을 포함해 승지원, 이재용의 집, 딸들인 이부진, 이서현의 집 등이 몰려 있다. '그들만의 마을'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리움미술관을 세운 목적 가운데 하나가 '그들만의 마을'과 관계가 있는 셈이다. 미술관이 이건희 일가의 집들을 보호하는 요새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고가의 미술품이 있는 미술관에 도둑이 드는 것을 막는다는 핑계로, 경비원을 대거 배치했다. 사실상 '그들만의 마을'에 일반인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배치된 경비원들이다.
한남동 리움미굴관 바로 아래에 삼성 수뇌부와 그 가족을 위한 치과병원이 있다. 특이한 것은 병원에 수납 창구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인을 상대할 일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오직 총수의 뜻만을 따르는 구조본이 짜준 매뉴얼대로 움직여 온 경영자에게서 정상적인 판단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총수의 변덕스러운 취향, 총수 가족의 이익을 최우선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조직이 구조본이다. 이런 조직에서 내리는 판단 역시 정상적인 경영판단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에서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사람은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서 회사의 위상을 높인 사람이 아니다. 이건희, 이재용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대개 회사가 저지른 비리의 공범들이다. 삼성에서는 비리 공범이 돼서 수뇌부와 비밀을 나누는 사이가 돼야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반도체 기술자'보다 '비자금 기술자'가 위에 있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 비리에 대한 수사는 할 수는 있어도 해결하지는 못할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를 뿌리째 장악하고 있는 삼성의 힘을 꿰뚫어본 말이었다.

삼성의 사장단, 고위 임원, 구조본의 핵심 보직의 임원 및 간부 등은 거의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차명계좌가 있다. 명백히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조세포탈 등의 범죄이다. 삼성 사장단이 갑자기 조사를 받는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예금 때문이었다. 대기업 경영자의 계좌에 거액이 입금돼 있는 걸 수사기관이 알면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자기도 모르는 돈 때문에 엉뚱한 혐의를 뒤집어쓴 사장으로서는 억울한 노릇이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특검 수사 전에는 이건희의 삼성생명 지분이 4.54%에 불과했다. 그런데 삼성 비리를 수사하겠다던 조준웅 특검은 차명으로 관리돼온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이건희 몫으로 인정해 줬다. 그 결과, 이건희의 삼성생명 지분은 20.76%로 불어났고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됐다.

아무리 흔들어도 꿈쩍하지않는 견고한 주류 질서, 그것을 지탱하는 힘은 끈적끈적하고 촘촘하게 엉켜 있는 인맥이다. 검사 시절, 법조 비리를 수사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연루된 자들이 모두 특정 학교 동문이었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복잡하게 얽힌 인맥은 불법도 합법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재벌의 비리를 공개해 봤자 소영없다고 이야기했다. 삼성 비리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자, 이런 목소리에 "역시나" 하고 힘이 실렸다. 이들은 말한다.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고. "질 게 뻔한 싸움에 뛰어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내 생각은 다르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수는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