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6. 1. 7. 08:09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오르한 파묵, 주제 사라마구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만의 Big 3 작가다.

우리나라에 출판된 책은 현재까지 총 7권이고

그 중 <더 리더>, <귀향>, <다른 남자>,<주말>에 이어 <여름 거짓말>까지 모두 5권을 읽었다.

이 중에 나를 실망시키거나 혹은 읽는 동안에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게 만들었던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심지어 <더 리더>는 몇 번을 읽었는지 셀 수조차 없다.

2014년 이 아름다운 독일 작가가 박경리문학상을 수상자로 결정됐을 때

내 일처럼 정말로 좋아했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아름다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참 좋겠는데...

 

 

성수기가 끝나고
바덴바덴에서 보낸 밤
숲 속의 집
밤의 이방인
마지막 여름
뤼겐 섬의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남국 여행

 

7편의 단편 모두가 다 보석같다.

책에서 그러더라.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순전히 의지만으로도 의무를 취미로 만들 수 있고 책임을 사랑으로 바꿀 수 있다고.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사랑도, 행복도, 슬픔도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전부 의지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것처럼, 잘 사는 것처럼 보여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생의 거짓말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된다.

내가 지나온 생의 거짓말과 대면하는 등장인물을 보는건

마치 거울을 마주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 진실은 열정적이고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추악하죠.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해요. 그리고 당신을 늘 자유롭게 해줘요. 지금 당장 깨닫지 못하면 시간이 좀 지나면 알게 돼요 ......

 

행복이라는 이름의 껍데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걸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바흐에 대해서도.

마지막 일곱번째 단편은 아예 바흐의 곡을 틀어놓고 읽었다.

바흐는 적대적인 것들을 화해시키는 음악가란다.

생과 사, 진실과 거짓, 밝음과 어둠, 강한 것과 약한 것.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

바흐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독일어로 쓴 교향곡.

 

베른하르트의 지휘는 이번 곡에서도 탁월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8. 10. 06:18
<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돌아왔다!
"A special relationship"이라는 작품으로...
미국인이면서 영국에서 기사 작위까지 받은 특이한 이력의 더글라스 케네디!
이 사람의 냉소적인 치밀함은 참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났다.
나쁜 소설이다. 상당히 못된 소설이다.
더더욱 황당한 건 이 소설이 나쁜 이유가
너무나 좋은 소설, 너무나 괜찮은 소설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천상 스토리텔러로 정해진 사람이 있다.
그리고 더글라스 케네디는 확실히 그 범주에 속한다.
<빅 픽처>를 읽으면서도 치밀한 스토리 구성과 박식함에 처절할만큼 감탄했는데...
이 사람!
내게 또 그런 경험을 안겼다.
아무래도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에게 한동안은 홀릭될 것 같다.
덕분에 9월에 출판된다는 <The moment>도 지금 엄청나게 기대하는 중이다.
<더 픽처>, <위험한 관계> 단 두 권의 책으로 나를 사로잡은 작가!
이로써 베른하르트 슐링크와 마커스 주삭과 함께
더글라스 케네디는 빠른 속도로 나를 사로잡은 작가 3인방에 등극했다.
(참 볼품없는 개인적인 링크가 아닐 수 없다 ^^)


<위험한 관계>는 <빅 픽처>,<The Pursuit of Happiness>
이 세 권이 더글라스 케네디의 3대 걸작이란다.
(<The Pursuit of Happiness>는 과연 언제쯤 어떤 제목으로 우라나라에 출판될지...) 

변심한 남편의 얼굴은 처음 본 남자처럼 낯설다!

처음 소설을 읽을 땐 이 문구가 이해가 안 됐다.
나는 아내를 탓했고, 아내의 잘못을 지적했고 아내의 정신상태의 불안정을 우려했다.
그런데 사건의 중심으로 점점 들어가면서
이 모든 철저한 계획에 무시무시한 소름이 끼쳤다.
그런데 더 소름끼치는 건 어딘가 이런 일들이 분명 일어나고 있을거란 사실이다.
(명심하자! 부부는 어쨌든 정말 남이다!)
이 작품을 결코 작가가 만들어낸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치부할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가족을 상대로 벌이는 거래와 계약,
그 끔찍한 세계가 나를  분노케한다.
덕분에 나는 또 다시 "가족"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조금 무너졌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그 불완전한 감정상태에 대해서도.


가끔 궁금하다.
남편들도 아내들처럼 산후 공포와 산후 우울증에 시달릴까?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지만
특히 남편들은 아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잡은 고기에 먹이를 왜 주냐는 되도 않는 말은 제발이지 집어치우자!)
"왜 너만 유난을 떠냐?" 
"세상에 얘기 낳은 사람이 너 혼자 뿐이냐?"
물론 남편들을 일방적으로 몰아치면 억울할테지만 
그냥 내 말은 임신과 출산을 겪는 아내들에겐 특히 잘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속내는 정말 절실한 부탁이다!)
완전히 책과는 삼천포로 빠져버렸지만
어쨌든 내가 선택해서 만든 가정의 구성원에겐 정말 잘하자!
최선을 다해서...

<위험한 관계>
이 소설,
완전 공포다.
무더위 속에 등골 한 번 오싹해보고 싶은 사람 있다면 꼭 읽어 보시길... 
없던 special realationship도,
분명 생길거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2. 24. 06:39
법학을 전공한 법대 교수,
그리고 실제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이기도 한 베른하르트 슐링크.
소설을 쓰는 사법인이라...
이 사람의 책을 전부 3권 읽으면서도 난 이 조합이 여간해선 잘 믿기지 않는다.
선입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섬세한 감성을 가진 문학적인 판사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니...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귀향> <다른 남자>
세 권의 책은 경이로울만큼 아름답고 집요하고 끈질긴 이야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내 속에 남아 계속 살아있는 그런 이야기.
장편이 주는 울림도 잊을 수 없었는데 6편의 단편이 주는 울림도 만만치 않다.
전후 독일, 그리고 죄와 책임에 대한 문학적 화두(話頭)
어쩌면 그가 독일인이기에 이런 이야기들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남과 북, 동과 서로의 분리.
독일과 우리의 역사적 테제는 그렇게 문학적 테제가 되어 원죄처럼 남아있다.
독일은 과거란 시점으로, 그리고 우리는 아직 현재진행형의 시점으로...



소녀와 도마뱀
외도
다른 남자
청완두
아들
주유소의 여인



6편의 단편 중 책의 타이틀인 <다른 남자>는
스트븐 달드리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처럼 영화화가 됐었다.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트 윈슬렛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바로 그 작품... 챙겨서 봐야 하는데... 쩝!)
리처드 이어 감독이 만든 영화 <다른 남자>는
2008년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공식 개막작이기도 했단다.
책에 나오는 여섯 명의 다른 남자.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곳에서 이곳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살았고, 그리고 기억되는 남자.
그 모습을 목격하거나 혹은 뒤늦게 알게 된다면
가장 가까이 있었던, 가령 부인이나 남편은 그 뜻밖의 사실을 알고 어떻게 할까?
의외로 이야기 속의 사람들은 담담해서 처연하다.
인간의 추한 이면과의 대면의 까발림을 기대했다면...
글쎄...
내겐 이 여섯 명의 다른 남자들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떤 의미에서는 순수하고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일부러 꾸민 모습을 전부로 아는 누군가가 저쪽에 있다는 건,
어찌됐든 살아가는 데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진실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어쩌면... 어쩌면...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다른 세상을 원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베른하르트 슐링크!
그가 이번에도 나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놨다.
그러니 이곳에서 잠시...
살아봐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5. 26. 06:38
베른하르트 슐링크.
이 멋진 독일 작가의 글때문에 나는 오랫만에 충만했고 환상적으로 행복했다.
<더 리더 - 책읽어 주는 남자>를 읽으면서
전율에 가깝게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귀향>을 읽으면서 또 다시 고스란히 찾아왔다.
그러나 그 느낌은 한 단계 위의 감정이었고 감동이었다.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베른하르트 슐링크.
(이런 조합이 믿어지는가? 소설을 쓰는 판사라는 조합이...)
1944년 7월 6일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와 만하임에서 자랐다.
1981년 관공서 간의 공무 협조에 관해 쓴 교수 자격 논문이 통과되었고,
본, 프랑크푸르트 대학을 거쳐 현재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 예시바 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헌법 재판소 재판관도 겸임하고 있다.
그의 이력과 비슷한 이 책 <귀향>은 어쩌면 그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단지 주인공이 판사가 아니라 출판사 일을 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
그의 글에는 시간과 아픔과 신비와 현실이 묘하게 뒤섞여 있다.
읽고 있으면 소설이 아니라 너무나 분명하고 선명한 역사를 겪고 있는 느낌이다.
단 두 권 뿐이었는데도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뼈마다가 아리고 저렸다.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와 함께 독일에 거주하는 주인공 페터.
(모자 사이에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일종의 "금기"였다)
그는 방학 때면 스위스에 거주하는 할아버지 댁에서 매년 시간을 보냈다.
<기쁨과 재미를 주는 소설> 총서를 편집하는 일을 하는 조부모는
잘못 인쇄된 종이들을 모아 손자에게 연습장으로 쓰라며 주곤 했다.
그러면서 당부한다.
뒷 장의 소설은 읽지 말라고...
금기가 허물어지는 순간 페터의 앞에 나타나는 카를의 귀향 이야기.
잠시 잊고 있다가 성인이 된 후 우연히 이삿짐에서 다시 보게 된 이야기의 배경이
어디선가 실제 보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종의 기시감이랄까?)
페터는 직접 결말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페터는 또 다른 금기였던 아버지의 행적까지 찾아 나서게 된다. 
"오디세이아 모티브"
탈출, 방랑, 귀향...
책 속에 등장한 모든 이야기는 오디세이아 모티브로 점철된다.
급기야는 페터 자신의 인생까지도...
결국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귀향"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던가!



잃어버린 소설의 결말 찾기와 부재하는 아버지 찾기.
전쟁과 전후 세대의 이야기.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절묘한 신화의 모티브.
집을 떠나기 전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을 찾으라며 흔적을 남겼을까?
거울의 반쪽을 서로 맞춰보면서 부자 지간을 확인하고
신화 속 비범한 인물이 된 아들은 온갖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결국 아버지를 만나 적자의 정통성을 인정받게 될까?
소설의 중간 중간 나오는 귀향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신비하면서도 불안하고 불편하다.
그건 아마도 독일의 역사와 비슷하리라.
"루시퍼 이펙트"를 보는 듯한 세미나를 가장한 실험 장면은 섬득하다.
......대학원생들과  미래의 정치인, 판사, 사업가, 그리고 다른 유력가들은 극단적인 조건에서 어떤 행동을 보일까? 얼마큼 협력적이고, 얼마큼 이기적일까? 얼마나 원칙을 견지하고, 얼마나 적에게 동조할까? 서로를 배신하게 만들고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데는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얼마큼의 추위와 굶주림, 압력, 공포가 있어야 문명의 가면을 벗길 수 있을까? ......
역사와 정의의 문제, 악의 본질에 관한 예리하고 비열한 현실을
읽는 사람은 각오하고 똑똑히 목격해야 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또 다른 이야기들까지도...



페터는 아버지의 아들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해답은 혹은 결말은 여기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
권하고 싶다.
꼭 읽어보고 느껴보라고...
가슴 속에 굵은 금이 생길만큼 이 책은 특별하다.
나는 지금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또 다른 책 <다른 남자>를 꿈꾸고 있다.
이 사람을 다 읽어내고 싶다.
그의 단편 <사랑의 도피>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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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랑하면서도 사랑받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을 불공정한 것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응답받지 못한 사랑의 공정함도 있는 법이죠.

아버지에 대해 알고 나서부터 그래. 마치 아버지에게 터뜨리지 못한 분노가 다른 분출구를 찾아 헤매는 것 같아.... 그동안 난 항상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살아왔고, 설령 잠시 세상에 발을 담근다 해도 저항이 있으면 언제라도 후퇴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악의 선한 면이란 악이 선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겁니다.
가난과 고통이 진보와 문화를 가능케 하고, 폭력이 평화를 보장하고,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정의로운 혁명과 정의로운 전쟁을 성공으로 이끕니다.
나는 그가 이것을 일부러 연출하고 즐겼다고 확신했다. 그는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연구하고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려 했고, 더 나아가 학생들을 바꾸려고 했다. 어떻게 바꾸려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사과해야 하는 자기비판의 모든 형식이 결국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붕괴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항상 진실과 거짓을 행하고 있다. 다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에 대한 결정은 개인이 내려야 한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그리고 악이 자유롭게 떠돌아 다녀도 되는지 아니면 선을 위해 이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도 개인 소관이다. 이는 우리 개인이 올곧게 결정을 내린다는 것과는 다를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남은 사람들에 대한 희생자의 값어치에 비례해서 살인을 처벌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에게 있어서 아들이나 딸의 값어치, 주인에게 노예의 값어치가 그것이다. 오랫동안 흑인을 살해한 백인이 백인을 살해한 흑인보다 경미한 처벌을 받은 것도 그래서이다. 살인자로서의 행위가 더 관대한 처분을 받은 것이 아니라 희생자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종 청소의 경우는 별 양심의 가책 없이 편하게 살인을 저지를 때가 많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들을 아예 하나도 남겨 놓지 않기 때문이다. 인종 청소의 전제는 이렇다. 청소할 민족을 고립시키고, 그들을 다른 민족들과 함께 이루는 세계의 질서 속으로 편입시키지 않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그들의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3. 15. 06:10
오랫만에 영풍문고를 다녀왔다.
서점을 가면 왠지 모르게 편안해지면서
유난히 눈이 반짝거리는 나.
이때가 내가 유일하게 쇼핑(?)에 탐욕스러워지는 때다.
갖고 싶었던 책들이 너무 많았지만
그 중에서 특히나 맛있어 보이는(?) 3권의 책을 선택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예수복음>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귀향>
(탁월한 선택 ^^)



주제 사라마구의 책들은 늘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고
천명관은 몇 년 전에 <고래>라는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에 선택했다.
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땐 꽤나 신선했었는데...
그의 두 번재 소설을 보니 무지 반갑고 기대도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책 <귀향>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의 영화제작으로 뒤늦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신작이다.
또 어떤 사실(fact)을 가지고 아름답고 깊은 슬픔을 만들어냈을까?
그의 이력만큼이나 그의 글들은 내겐 즐거움과 신비다.
새롭게 손에 품게 된
세 권의 책이 주는 풍요로움.
나는 지금 아주 깊고 본격적으로 행복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19. 23:00
 
<책 읽어주는 남자 > - 베른하르트 슐링크


오늘도 역시 특별한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자극적이고, 관능적이며 모호하고, 몽환적인 책, 심지어 무기력하기까지 한 책.
먼저,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이력이 참 재미있습니다.
판사가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
논리적이고 너무나 현실적인 직업의 판사, 그리고 비현실과 상상 세계의 탐험자인 작가... (우리나라에도 어느 날 이런 조합이 한 번 나타나주면 참 좋겠습니다)
올 2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바로 이 책을 가지고 만든 영화죠.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은 책 표지가 “케이트 윈슬렛”의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예전에 출판된 책의 표지는 지금과는 많이 다릅니다.
빨간 배경 한 켠에 그림이 보이네요. 한 남자의 손. 여자의 벗은 몸에 손을 올리고 있는 성장한 남자의 손. 책의 뒷면으로 가면 그림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꽤 오래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표지가 좀 더 강렬한 빨간색이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림은... 약간 카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그 손은,
그러니까 한 여자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막 그녀의 첫 페이지를 넘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왠지 떨리네요. 마치 주인공의 간절함처럼...


한 남자가 있습니다.
세 번, 이 남자는 “한나”라는 이름의 한 여자와 일생동안 세 번 관계됩니다. 그것도 아주 깊게 그리고 은밀하게 마지막엔 지배적으로 말이죠.
첫 번째는 15살 어린 소년이었을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귀가하는 길에 소년은 느닷없는 구토 증상을 경험하죠. (이 부분, 참 재미있습니다. 예전 책엔 “황달”이라는 병명으로 나오는데 지금 책은 “간염”이라고 나오네요. 해석의 오류였을까요?)
오물로 더럽혀진 소년을 데리고 들어가 깨끗이 씻겨 집까지 데려다 준 사람이 바로 36살의 그녀, “한나 슈미츠” 입니다.
도덕성에 대한 비판의 여지가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어쨌든 15살 소년은 36살 한나를 통해 육체적인 성에 눈 뜨게 됩니다.
결과는 뻔하죠, 꼬마(그녀가 그를 그렇게 부릅니다)는 도무지 그녀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급기야 학교 공부도 소홀하게 되죠.
그런 소년에게 한나는 말합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려면 다시는 찾아오지 마!”...
그들에겐 어떤 의식 같은 절차가 있습니다.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같이 누워 있기
그녀는 항상 그에게 책을 읽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모든 의식의 시작은 “책 읽어주기”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셈이죠.
수영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소년을 본 그녀는 다음날, 사라져 버립니다. 살고 있던 집을 비우고 승진시켜주겠다는 전차 회사도 그만둔 체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녀의 실루엣은 그대로 소년에게 남겨집니다.

다시 그녀를 보게 된 건,
나치 강제 수용소와 관련된 법정에서였죠.
그녀는 가스실행 인원 선별 작업을 수행하던 여자감시원 중 한명으로 기소되어 있습니다.
다른 모든 피고인들이 문서와 보고서는 한나가 썼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심지어 스스로 시인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죠.
그러나 그는 알게 됩니다.
그녀가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는 걸...
그는 그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자, 이제 그도 더 이상 자유로울 순 없게 된 셈이네요.
법정에서 한나는 판사에게 되묻습니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라고...
어쩌면 그는 판사를 향한 질문을 자신에게 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나에게 향하는 손가락질에 개입하지 않고 그 손가락질을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스스로 수치심의 고통을 선택한 것처럼 말이죠.

세 번째 그녀와의 대면,
그는 지난 10년간 한나에게 책을 녹음해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단 한번도 편지를 보내진 않았죠. 심지어 그녀가 편지를 보냈을 때조차도 그는 답장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교도소장이 그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녀의 사면을 알리면서 18년 동안 갇혀 지낸 한나의 사회적응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죠.
한나에게 우편물을 보낸 유일한 사람이 바로 그였으까요.
마침내 사면되는 날 아침, 한나는 스스로 목을 매 자살을 합니다. 그녀가 남긴 유품들을 정리하던 그는 오래된 신문 기사를 발견합니다.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실린 신문 기사를 말이죠.
교도소장이 말합니다.
“그녀는 당신과 함께 글 읽기를 배웠어요....”

문맹은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한나는 그를 통해 읽고 쓰기를 배움으로써 드디어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성장한 셈이죠.
그가 한나를 통해 비로소 성년이 된 것처럼...
그렇다면 이 책,
사랑에 대한 책일까요?
전 사랑 보다는 지독한 그리움에 대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관통한 강렬한 그리움. 그 날카로운 대한 기록이라구요.
때론, 누군가에겐 패배가 승리가 될 때가 있습니다.
평생 한나의 실루엣에 휘감겨있던 그.
이제 그는 고향에 돌아온 셈이네요.
약간의 위장도 이젠 필요하지 않을 테죠.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자유를 손에 쥐었으니까요. 그녀의 자유 그리고 그의 자유 모두를 말입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선택했다”
그의 고백입니다.
이쯤 되면, 당신의 표정 또한 궁금해지네요....


*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케이트 윈슬렛에게 2009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줬습니다.

그런데 이 배역에 많은 사연이 있었다는 사실 아세요?

원작자는 처음부터 케이트를 주연으로 원했는데 당시 한창 촬영중인 영화가 있어 그녀 스스로 캐스팅을 고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티븐 달드리 감독과 <디 아더스>에서 함께 작업했던 니콜 키드먼에게 그 역이 돌아갔고 촬영이 시작됐다고 하네요. 그러나 그녀의 임신으로 촬영은 중단되고 말죠.

그 사이 전작의 촬영을 다 마치고 쉬고 있던 케이트 윈슬렛에게 다시 한나 역이 돌아가게 된 거라고 합니다. 결국 그녀는 이 역으로 아카데미의 꽃이 됐구요.

소년을 연기한 데이비드 크로스 역시도 사연이 있네요.

촬영 시작 당시 그는 미성년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영화가 공개되었을 때 닥칠 후폭풍을 염려해서(의외로 미국이란 나라 보수적이쟎아요...) 영화에 등장하는 베드신은 그의 18세 생일에 급히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화 시사회 후 몇몇 장면들에 대해 윤리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원작을 보면, 처음엔 강한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처음 생각과는 분명 달라져 있을 거예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대체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길래 달라지게 되는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