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1. 23. 08:05

<벽을 뚫는 남자>

일시 : 2013.11.3 ~ 2013.04.12.

장소 :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원작 : 마르셀에메 <벽을 뚫는 남자>

작곡 : 미셸 르그랑

우리말 가사 : 이지혜

연출 : 임철형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마이클리, 이종혁, 김동완 (두티율) / 고창석, 임철형 (듀블 외)

        최수진, 이정화, 강연종, 성열석, 조진아, 심재현, 손승원,

        정지환, 이경미

제작 : 쇼노트, CJ E&M

 

2006년 초연때 봤었으니까 무려 8년 만의 관람이다.

개인적으로 쏭쓰루 뮤지컬을 진짜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이 작품은 작품 자체도, 출연진도 맘에 들지 않아 2번이나 재연이 되도 챙겨보지 않았엇다.

마이클리가 아니었다면 이번에도 역시 그냥 넘어갔을텐데...

(마이클리의 힘은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NDP> 다음으로 마이클리가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해서 놀랐었다.

도대체. 왜?

이 작품에 뭐가 있길래 그는 귀향을 미루고 쉬지않고 바로 무대에 섰을까?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아빠의 역할까지 뒤로 하면서...

궁금했다.

이 작품에 그가 사로잡힌 이유가 과연 뭔지가!

 

다른 건 모두 집어치우자.

마이클리는 이 작품에, 듀티율이란 인물에 정말 진짜 자신의 모든 진심을 다 담아냈다.

한국어 가사.

물론 어색한 부분들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듀티율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내가 선호하는 작품이 아니었는데도

나는 어느새 그의 리듬과 템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너무나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연기들.

그의 아름다운 미성을 넋을 놓고 듣게 만든 "평범한 보통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린 남자의 기쁨과 설렘이 그대로 느껴지던 노래들까지

<미스사이공>이후 오랫만에 들은 마이클리와 여배우와의 듀엣곡은 참 아름다웠다.

최수진 이자벨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발란스를 맞춰주는 마이클리를 보면서

뮤지컬 배우로서 그의 진가와 아름다움에 또 한 번 감탄했다.

아. 정말 사랑에 빠져버리고 싶다...

마이클리가 내게 그런 꿈을 꾸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우체국 민원처리과 귀염둥이 뚜네뚜네에게 민원 좀 넣아야겠다.

이렇게까지 귀엽기 있기! 없기!

그리고 이렇게까지 진심이기 있기! 없기!

 

도대체 마이클리는 이렇게까지 촘촘한 한국어 가사를 어떻게 외울 수 있었을까?

그가 배우이기에 가능했다는 게 답의 전부는 분명 아니다.

그는 곡 하나하나의 가사를 충분히 새기면서 이해했고

그걸 또 진심으로 객석의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불렀다.

확실히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듀티율의 노래를 통해

그가 느낀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 그 어떤 벽도 뜷을 수 있었던 듀티율처럼

객석의 있는 사람들의 마음, 그 속으로 완벽하게 들어왔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듀티율처럼 "세포물렁증"을 앓을 수밖에 없었던거다.

 

그리고 너무나 감동적이고 너무나 아름다웠던 커튼콜.

나는 그 순간만큼은 그가 듀티율이 아닌 마이클리의 모습이었노라 확신한다.

무반주로 시작되는 마이클리의 선창에

출연배우들 한명씩 아카펠라로 화음을 맞추는 모습.

그때 무대 위 배우들의 표정과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표정은

일종의 최면이었고 마술이었다.

"아름다움 인생을 위하여!"

두 번째 커튼콜이 시작되기 전 마이클리가 남긴 멘트가 귀에 내내 맴돈다.

그 두 번의 아카펠라 커튼콜을 진심을 담아 부르던 눈물맺힌 그의 눈빛까지도...

아마도 나는 아주 오래오래 그 모습을, 그 순간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진심으로 뭉클했다.

 

마이클리!

정말 보석같은 배우로구나...

작품을 빛내는 배우고, 작품보다 더 빛나는 배우로구나...

그가 이 작품을, 이 배역을 선택한 이유를

충분히 알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23. 06:38
1988년 개봉했던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레인맨>을 기억하는가?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4개 상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0여년 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
아직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킬링필드>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게 아닌
내 돈을 내고 최초로 봤던 영화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의 위대함이여~~ ^^)



영화를 보는 내내
톰 크루즈의 잘생긴 얼굴보다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어린 눈에도 엄청나 보였던 기억.
"저 사람 정말 자폐아 아니야!!"
솔직히 감동을 받았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대로 이해나 했을까....)
그 영화의 몇 장면들은 아직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아  형 "레이먼드 바비드"와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동생 "찰리 바비드"
어느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만약, 내게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형제가 어느날 나타난다면....
그것도 같은 부모밑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탈렌트와 영화배우로 유명한 임원희. 이종혁의 뒤를 이어
멋진 연극배우 김명민과
감초역의 코믹 연기의 대가 뮤지컬 배우 김성기.
그 둘이
레이몬드와 찰리를 연기했다. 



씁쓸했던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두 사람이 공연했을 때와
공연료 차이가 달라졌다는 사실 (30000 -> 25000)
대중의 힘이라는 게 가격까지도 조정하는구나 싶어
왠지 연극인들이  설움에 공감하게 된다.



<햄릿>, <에쿠우스>, <나쁜 자석>
그리고 그는 기억하기 싫겠지만 첫 뮤지컬 <카르멘>까지 (그건 좀..... @@::)
내가 아는 김영민은
연극 위에서 그대로 꽃이 되는 사람이다.
그의 몰입력은 신비감까지도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의 무대를 오랫만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랬다.
그리고 그 설램에 대한 보상을 그는 역시나 해줬다.
그의 눈물...
그 간절함과 미안함과 절실함.
어쩌면 내리는 빗소리보다 내겐 더 큰 빗소리로 남겨졌는지 모른다.



내겐 적격인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기억되는 뮤지컬 배우 김성기1
<사랑은 비를 타고>의 소심쟁이 노총각 형,
<벽을 뚫는 남자>에서 열연했던 일인다역 (그의 알콜중독 의사는 꺄아~~~),
<미녀는 괴로워>에서의 성형외과 의사에 이어, <자살 여행>까지...
그의 코믹연기는 그야말로 물이 오를데로 올라
마치 실생활도 그렇지 않은지 의심하게 만든다.
왠지 빈 듯한 헐렁함 속에 꽉꽉 채워진 치밀함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잇는 매력 포인트!



매표소 앞에 붙어 있는 홍보물.
역시 대중의 힘은 어디든 강력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여파가 이곳 공연장까지 이어지길
얼마나 바랬을까.....
(그러나 역시 대중은 대중이다!)



2시간 가량의 연극을 보면서
혹시, 
나도 <레인맨>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자나도 레이몬드는 동생 찰리를 잊지않고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매 순간순간을 전부다 기억하고 있었다.
찰리는 발음이 명확해지기도 전에 그 형을 떠나 보냈다.
(형의 자폐 증세가 동생에게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한 아버지에 의해...
그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장남 레이몬드는 눈물로 병원에 맡겼다)
찰리의 불명확한 발음은 레이몬드를 레인맨으로 만들었다.
그 레인맨은 찰리의 힘든 순간을 함께 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자신만이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친구.
자신이 만든 <레인맨>
그렇게 알고 있었던 찰리....



형과의 재회로 찰리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와의 관계까지도 회복한다.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했던 한 가정을 꾸미기까지도...
혹 마음속에 잃어버린 것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찾아보라!
어쩌면 바로 거기서
당신의 관계 회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연극 사이사이  흐르던 비틀즈의 노래와 빗소리
그리고 소극장에서 처음 만난 회전 무대
무대가 돌아가는 소음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레인맨>과 완전한 소통의 관계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