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7. 2. 09:23

부다 언덕을 내려와 다시 세체니 다리를 건너

헝가리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걸었다.

야경 투어를 신청하긴했지만 그걸로 끝내는건

국회의사당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

가는 길에 "1956"이라는 연도가 눈에 띄였다.

지하에는 전시관도 있어서 들어가봤더니 추모관이었다.

공식 명칭은,

In Memoriam 1956 October 25th.

1956년 10월 23일 스탈린에 반대하여 자유를 갈구한 부다페스트 시민들에 의해 일어난 시민혁명.

11월 10일까지 이어진 혁명은

소련군이 개입하면서 혁명군의 패배로 끝이 나긴했지만

헝가리 민주주의의 서막을 알리는 도화선이 됐다.

(우리와 똑같은 역사를 가진 헝가리)

 

 

불에 그을리고 구멍뚫린 저 국기는 매년 10월 23일,

혁명기념 공식행사때마다 게양이 된단다.

자유를 외치며 죽어간 사람들을 기리기위한 뜻이리라.

역시나 무감해지지 않는다.

다뉴브강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동상은

시인이라는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난다.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 근심에 잠긴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다뉴브강울 따라 쭉 나열된 주인 잃은 신발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때

나치 유대인들을 신발을 벗게 한 후 총으로 쏴서 다뉴브 강에 밀어 넣었단다.

이 조형물들은 실제 신발은 아니고

억울하게 죽어간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2005년 만들어진 청동 신발들이다.

이곳 역시 무심하게 바라볼 수 없는 곳.

 

 

야경의 진수를 보여주는 헝가리 국회의사당.

예약을 하면 가이드 투어로 내부 관람이 가능하지만 나는 또 다시 스킵.

시간이 없어서 어쩔수 없다 싶다가도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내부도 본 적이 없긴하다.

헝가리 국회의사당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국회의사당이란다.

(제일 큰 국회의사당은 런던)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해서 만들었데

100% 헝가리의 인력과 건축자재로만 만들었단다.

헝가리인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건물.

뜨거운 날씨였지만

바닥 곳곳에 연무가 피어올라 바닥의 열기를 식혀줬다.

좋아라하며 이리저리 뛰어나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를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사랑스런 눈동자.

 

헝가리 국회의사당이 아름다웠던건

아마도 이 기억 때문인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28. 13:07

어부의 요새(Halaszbastya)는

마치시 성당을 재건축한 건축가 프리제시 슐렉의 작품이다.

19세기에 시민군이 왕궁을 지키고 있을 때

어부들이 주축이 돼서 적의 기습을 막기 위해 만든

헝가리 애국정신을 상징하는 요새란다.

그당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길드가 어부들의 길드여서

파워게임에서 승리했다는 설도 있다.

(아무래도 도나우 강변을 끼고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햇빛이 쨍하니 하얀 외벽이 대리석처럼 빛났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하얗게 펼쳐진 어부의 요새까지.

마치 일부러 짜맞춰 놓은 것처럼 완벽한 조화다.

반대편 현대식 건물 외벽에도

또 하나의 어부의 요새가 오롯이 숨어있다.

숨은 그림 찾기 혹은 반전의 묘미 ^^

어부의 요새에는 모두 일곱개의 원뿔이 있는데

헝가리에 처음 청작해 뿌리를 내린 일곱명의 마지르족을 뜻한다.

헝가리는 우리처럼 이름 앞에 성(姓)을 먼저 쓰는 나라이기도 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말갈족의 후예라 형제의 나라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러기엔...시간의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외형적인 차이가 커서...)

 

 

1층은 그냥 돌아다닐 수 있지만

2층은 1000HUF의 티켓을 사서 들어가야 한다.

view의 차이를 크게 날 것 같지는 않고,

사람이 많고 적고의 차이는 있겠다.

tip을 주자면 밤에는 무료라는 사실 ^^

(야경보러 다시 올때 꼭 놓치지 말자!)

마차시 성당과 어부의 요새 사이에 있는 기마상은

마차시 성당이나 당연히 마차시 왕이라고 생각할테지만 전혀 아니다.

헝가리 최초의 국왕인 이슈트반의 기마상.

이슈트반 왕이 성인이 된 배경은,

죽음 직후 그의 무덤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서

교황 그레고리 7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기에 이른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헝가리 화폐 10,000 포린트에

그의 초상화가 있으니 기마상의 얼굴과 비교해봐도 흥미롭겠다.

그런데 나도 10000 포린트는 못봐서 알현하진 못했다.

가진거라곤 5,800 포린트가 전부라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6. 26. 11:25

세체니 다리를 건너 부다왕궁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푸니쿨라 타는 곳이긴한데

나는 걸어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좌우로 초록 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언덕을 올라가는 소소한 즐거움.

그걸 피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푸니쿨라 타는 곳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저렇게 이쁜 산길이 펼쳐진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올라갔는지

계단 가운데가 내려앉기도 했고 살짝씩 어긋나기도 했다.

더 심해지면 보수를 할테지만

지금 모습은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정감있더라.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내려다 보는 풍경도 너무 좋았다.

 

 

왕국 정문 왼쪽편에는 날개를 펼친 커다란 새가 도나우 강변을 내려다보고 있다.

헝가리 민족을 상징하는 전설의 새 투롤(Turul)로

유럽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새 조형물이란다.

물론 전설도 있다.

어느 나라든 하나쯤 가지고 있는 건국과 관련된 전설 ^^

교대식이 있었는지 돌아가는 기마단도 봤고

(초록색 망토가 참 선명하더라)

이 여행의 첫번째 젤라또도 이곳 부다왕국에서 먹었다.

무릇 유럽을 여행할때는,

1일 1젤라또는 기본 중 기본이다.

달달한 여행을 더 달달하게 만드는 비법 ^^

 

 

부다왕궁엔

국립현대 미술관, 루드비크 박물관, 역사 박물관, 세체니 도서관이 있는데

시간이 없는 나는 가차없이 skip의 연발이다.

그래도 발길을 옮기다 마음이 닿은 곳을 만나면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멈춰서 눈맞췄다.

이정표 이쪽 저쪽에 조금씩 마음을 나눠주면서.

 

화창하니 참 좋다.

날씨도... 마음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