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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9.12 Love sLOVEnia - Bled 호수 새벽 산책 3 (블레드섬)
- 2018.09.11 Love sLOVEnia - Bled 호수 새벽 산책 2
- 2018.09.10 Love sLOVEnia - Bled 호수 새벽 산책 1
사람이 아무도 없는 블레드 호수.
이게 정말 실화인가 싶다.
왜 이 좋은 풍경을 보는 사람들이 고작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을까?
혼자 조용히 다닐 수 있는건 감사한데
이 좋은걸 나혼자 독차지하고 있다는건
아무래도 두루두루 황송한 일이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새벽 4시에 눈뜨자마자 바로 나올 걸...
살짝 후회도 했다.
자주 걸음을 멈췄고
그래서 자주 아득했다.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도 못했다.
막연하고 바라봤고,
그 막연함에 발이 묶이고,
몸이 묶이고,
맘이 묶였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
그냥 이 곳의 먼지 한 톨로 남아있다 그대로 사라진대도
두렵거나 무섭지 않겠다 싶었다.
그게 가능만 하다면...
산책 중 만난 깜짝 선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위로 두둥 떠오르는 커다란 풍선.
벌룬투어 중인 모양이다.
하늘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블레드 호수는 어떤 모습일까?
잠깐 굼금했다가 또 잠깐 부러웠다가...
블레드성에서 본 것과 비슷은 하겠구나 싶어 위로가 됐다.
세상에 다시 없는 이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새벽빛을 봐놓고서
난 뭘 또 바라는지...
욕심을 놓자.
여기서 더 바라는건,
정말 염치불구다.
그래도 한 가지 욕심내자면,
이 산책이 내내 끝나지 않기를...
블레드에서의 1박을 계획했던 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블레드 호수를 걸어서 한 바뀌 돌아보기 위해서!
누군가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2시간이 걸린다고도 했다.
내 경우는,
중간중간 사진을 찍느라 멈춰야 하기 때문에
2시간 이상을 예상했다.
다행히 전날 일찍 잠이 들어서
새벽 4시경에 잠에서 깼다.
날이 너무 밝아 놀랐다.
새벽의 빛이 아니라 한 낮의 빛이라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밖으로 나오니 확실히 새벽빛이 다르긴 하다.
물빛도 다르고,
물에 비치는 그림자도 다르고...
거의 혼자였고
스쳐 지나간 사람도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 고요함을 오래 차지할 수 있다는건
더없는 축복이고 감사다.
최대한 천천히 걸어야 겠노라 다짐했다.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이고,
다시 오지 못할 곳이고,
다시 오지 못할 걸음이기에
한 걸음 한 걸음이 처음 같았고 마지막 같았다.
천지창조의 한 걸음.
최후의 심판인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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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