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5. 29. 09:00

<Les Miserables>

일시 : 2013.04.06 ~ 2013.09.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알랭 부브릴,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곡 :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사 : 하버트 크레츠머

연출 : 트러버 넌, 존 케어드

협력 연출 : 크르스토퍼 카

가사 : 조광화

국내 연출 : 최용수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정성화(장발장), 문종원(자베르), 조정은(판틴),

        임춘길(떼나르디에), 박준면(떼나르디에 부인), 앙졸라(김우형)

        조상웅(마리우스), 박지연(에포닌), 이지수(코제트) 외

 

작년 11월 용인에서 관람 이후 6개월만의 재관람이다.

워낙 명작이라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라 용인까지 굳이 찾아가서 관람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초연 공연은 절대로 놓치지 말자는 모토다. 

재연이 초연보다 좋았던 적이 거의 없어서...

(그래서 지금 <엘리자벳>도 고민이다. 피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역시나 작품 자체는 정말 좋았다.

그리고 넘버는 한곡 한곡이 전부 에술이었다

단지 배우들이 배역에 충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는 게 많이 아쉬웠었다. 

게다가 대사의 70%는 잡아 먹던 포은아트센터의 음향 시스템은 거의 쓰나미급이었다.

무대와 객석과의 거리도 너무 멀었고...

그래서 서울 입성을 정말 기다렸었다.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힌 장발장에게 마들린느 신부는 말한다.

"그대는 정직한 사람이 되겠노라고 나에게 약속하셨소.

 내가 당신의 영혼을 사겠소.

 내가 그것을 사악한 정령으로부터 회수하여 착하신 신에게 드리겠소"

장발장이 새롭게 태어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이 장면은

확실히 뮤지컬보다 원작이 더 감동적이다.

그리고 자베르가 죽는 장면도

원작의 느낌을 뮤지컬은 도저히 살려내지 못한다.

뮤지컬의 자베르는 원작의 자베르보다 훨씬 덜 매력적이고 더 많이 평면적이다.

 

...... 이제 어쩌한단 말인가? 쟝 발쟝을 사법 당국에 넘기는 것은 분명 악행이었다. 하지만 쟝 발쟝을 자유롭게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것 또한 악행이었다. 첫 번째 악행을 저지를 경우, 그것은 국가의 관리가 도형수보다 더 천하게 전락함을 뜻하였다. 두 번째 악행을 저지를 경우, 그것은 도형수가 법 위로 올라가서 법을 밟고 서 있도록 허용한다는 뜻이었다. 두 경우 모두 자베르에게는 치욕이었다. 어느 쪽을 택하건 그곳에는 죄의 요소가 있었다. 인간의 운명은 불가능이라는 것 위에 까마득히 솟은 몇몇 봉우리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봉우리들 너머에서는 삶이 하나의 낭떠러지에 불과하다. 자베르가 그 봉우리들 중 하나의 꼭대기에 도달해 있었다.

 

쟝 발쟝이 그를 산산이 흩어놓았다. 평생 그의 버팀목들이었던 모든 공리들이 그 사람 앞에서 우르르 무너졌다. 자베르에게로 향한 쟝 발쟝의 관용이 그를 심하게 짓눌렀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그리고 과거에는 거짓이나 미친 짓으로 치부했던 일들이, 이제 사실처럼 그의 뇌리에 되살아났다. ... 쟈베르는 끔찍한 무엇이 자기의 영혼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도형수에게로 향한 찬미였다. 도형수에게로 향한 존경심이라니, 그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는 그러한 생각에 몸부림을 쳐도 소용없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서 그 불쌍한 자의 숭고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몹시 끔찍한 일이었다.

선을 행하는 악당, 동정심 넘치고, 인자하고, 남을 기꺼이 돕고, 관대하고, 악을 선으로 갚고, 증오를 용서로 갚고, 복수 대신 자비를 택하고, 적을 파멸시키느니 차라리 자신이 파멸하고, 자기를 공격한 사람을 구출하고, 미덕의 꼭대기에서 무릎을 꿇고, 인간보다는 천사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도형수! 자베르는 그러한 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렇게 지속될 수는 없었다 ......

 

원작의 자베르는 센느강에 빠지기 전까지도

당국에 "업무의 개선을 위한 몇 가지 견해"라는 문서를 보낼 정도로 고지식하고 사법적인 인물이었다.

"법의 수호자"로서 평생을 바쳐왔던 정의감과 사명감이 장발장으로 인해 산산히 부서진 자베르.

그건 더이상의 명분도, 의지할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이자 자베르라는 인물의 변질을 뜻한다.

그렇게 변질된 상태로는 도저히 세상을 살아낼 수 없었다.

어떤 무엇과도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완벽한 확신,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자베르는 죽음을 선택했다.

원작을 읽으면서 나는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자베르"구나... 생각했다.

라이선스 공연에서도 이런 자베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배우 문종원은 그러지 못했다.

수치심과 치욕, 그 밑바닥에 깔린 죽음보다 더 큰 자베르의 진실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입 안에서 울려서 나오는 그의 발성은 정확한 딕션까지 방해했다.

권위가 아니라 시종일관 어깨에 힘을 잔득 주는 지배자로서의 자베르만 보였다.

꼭 우리나라 고급공무원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선지 그의 "Star"를 들으면서도 나는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판틴의 침상에서 대립하는 장면은 절망적일 정도로 가사 전달이 전혀 안된다.

장발장과 자베르 전부.

포은만큼은 아니지만 서울공연장도 배우들의 발음이 잘 안들린다..

번역의 문제인지, 엔지니어의 문제인지, 공연장의 문제인지, 배우들의 문제인지, 무대 문제인지...

(이거 말고 뭐가 또 있을까???)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조절해주면 좋겠다.

 

가능하면 이 작품을 보기 전에 꼭 원작을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분명 더 많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거다.

물론 느껴지는 감동의 완전히 다르테고...

이날도 원작을 떠올리면서 보다보니 뮤지컬이 갖는 실제 깊이보다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창녀가 된 판틴이 코젯을 생각하면서 " 잘못이 뭐길래 내 딸이 죽어가나"하며 눈물로 절망하는 장면과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장면,

에포닌과 장발장의 죽음 장면은 너무나 슬프고 아팠다.

특히 에포닌이 죽는 장면에서 마리우스의 대사(가사?)는 정말 가슴 아프다.

"넌 백년도 더 살거야! 할머니가 될때까지..."

마리우스의 조상웅의 목소리가 너무 가벼워서 깊이감이 없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마리우스와 에포닌(박지연)의 조합이 마리우스와 코젯(이지수)의 조합보다 훨씬 편하다.

가볍고 코믹해보이기까지 한 마리리우스와 노래가 나올때마다 불안감이 급상승하는 코젯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마리우스와 코젯은 그저 막막하다.

김우형 앙졸라는 어쩐히 깔깔한 목소리고

(김우형은 이제 이 목소리톤으로 고정되나보다.)

정성화 장발장은 연기적으로는 무난하지만

목소리에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도형수의 목소리나 죽음을 앞에 둔 목소리나 하나같이 똑같다.

전반적으로 톤 자체가 너무 젊다.

그래선지 "Bring Him Home"이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노인과 젊은이가 아니라 젊은이와 조금 더 젊은 젊은이의 느낌이다.

그래도 마지막 곡 "Tomorrow comes"은 전체적으로 참 좋았다.

특히 판틴 조정은의 목소리와 감정은 정말 좋다.

 

개인적으로 이번 관람에서는 주조연보다 앙상블과 아역배우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ABC 카페에서의 "Red And Black"과

1막 엔딩 곡 "One Day More"는 정말이지 앙상블의 위대한 승리다.

어린 코젯의 "Castle On A Cloud"는 한편의 슬픈 동화 같았고

가브로쉬의 당찬 연기는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뭐랄까, 우리 모두가 가브로쉬에게 완전히 장악됐다는 느낌!

이 꼬맹이들의 무대 장악력 실로 어마어마했다.

요즘 아역들은 TV 브라운관에서만 무서운 게 아니라 공연계에서도 무섭다.

성인 배우들! 긴장 하자!

 

두번의 관람을 하면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건,

이 작품을 조금 더 연배있는 배우들이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거다.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자꾸 아쉽다.

 

서울 공연을 다시 보게 될까?

솔직히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원작을 다시 한 번 읽게 될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3. 22. 19:14


2009.3.21 세종문화회관 PM 7:30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로 만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예전에 프랑스 오리지날 공연팀이 왔을 때
거의 중독에 가깝게 봤던 뮤지컬.
<매혹>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던 기억
회복되지 않을 중독을 꿈꾸기도 했었는데...

한국팀이 만든 NDP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처음 만나다.

오리지날의 기억을 뭉개지 않아줘서
한없이 고마웠던 공연 (돈주앙의 악몽을 털어내다.....)
멋진 B-boy들과 아크로바틱 무용수들
그리고 7명의 배우들...

그 마지막 커튼콜의 감동까지.....
좋은 기억 담아줘 고마웠다고.....



약혼녀와 집시여인 에스메랄라 사이에서 방황하던 페뷔스 최수형 
(심하게 사랑스런 기럭지의 소유자 ^^)
멋진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집시의 왕 클로팽 임호준
(오리지날 공연에서 내가 완전 버닝했던 인물... )


극을 해설자, 멋진 목소리의 소유자 거리의 시인 그랭구와르 박은태,
그리고 한 여자를 신보다 더 사랑해 욕정의 노예가 되어 버린 신부 프롤로 서범석
(당신 항상 최고였다는 거 알아요?)


비운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라 문혜원
(좀..... ^^ 아베마리아... 내가 정말 좋아했던 노래였는데.... 섭섭)
그리고 우리의 노틀담 성당의 주인 곱추, 얘꾸, 절름발이 콰지모도 조순창


무대를 향해 달려나가는 그들의 얼굴 표정이...
눈 부시게 아름답다.


함께 기립한 사람들의
깊은 환호성...


B-boy 와 무용수들,
그들이 몸으로 말하는 모든 언어들.


당신들 몸의 말을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신기하죠?


홀로, 그러다 여럿이
그리고 결국은 모든 이들과
함께 부르는 앵콜 송.


같이 박수쳤던 것 처럼
오래 기억할께요...
오래...오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