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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7 연극 <해무(海霧)> - 2011.11.05. PM 3:00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2. 2010.04.13 매화 그리고..
  3. 2009.06.03 간송미술관 - 겸재화파전
  4. 2009.05.31 거짓말 같은 일들...
  5. 2009.04.04 Guesswork
  6. 2009.03.14 Fly to the sky...
  7. 2008.12.10 빛... 3
  8. 2008.12.07 2
보고 끄적 끄적...2011. 11. 7. 08:50

<해무(海霧)>

일시 : 2011.11.04. ~ 2011.11.20.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 송새벽(광식), 신철진(완호 아재), 김용준(강선장),
        유인수(경구), 권태건(호영), 나종민(창욱), 송수정(홍매),
        박해영(조선족女), 박동욱(조선족男), 이효상(조선족 男)
극본 : 김민정
연출 : 안경모
제작 : 극단 연우무대

<방자전> 등 몇 편의 영화로 충무로 미친 존재감이 된 배우 송새벽.
그가 다시 연극 <해무(海霧)>로 무대위에 선다.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마음 고생하고 있는 그에게 아마도 절절한 숨통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분쟁의 자세한 내막이야 모르지만 2007년에 이어 2009년, 그리고 2년만인 올해 다시 동식으로 분한 송새벽의 느낌은 어쩐지 더 남다르고 짠하다.
"친한 친구를 오랫만에 만났는데 몇 달 안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 간 것도 실감이 안 날 정도로 친근하다"
프레스콜을 마친 송새벽은 다른 배우가 "동식"을 연기하는 모습을 봤다면
아마도 질투를 했을 것이라며 인간적인 고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이 말 때문에 이 연극이 더 애뜻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연극<해무(海霧)>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이 작품에서 송새벽의 연기를 직접 본 봉준호 감독이 영화 <마더>에 직접 그를 캐스팅 했단다.
(봉준호 감독, 연극 참 많이 본다. 나도 공연장에서 봉준호 감독의 남다른 싸이즈의 머리를 여러번 목격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뒷분들 관람하는데 참 애로사항 있겠구나 싶어 안스럽기까지도...)
송새벽의 충무로행은 그렇게 연극 <해무(海霧)>로 시작됐다.
2007년 초연때부터 워낙에 좋은 작품이란 입소문을 많이 들었었는데
초연때도, 그리고 2009년 다시 공연됐을때도 나는 못봤었다.



2007년 극단 연우무대 창립 30주년 기념작으로 초연된 연극 <해무(海霧)>는
당시 차범석의 <산불>을 잇는 리얼리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 연극 best 7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매번 소극장에서 공연됐었는데 이번에는 제법 규모가 있는 중극장에서 공연된다.
덕분에 회전 무대를 이용해 실제로 배가 움직이는 모습이 심감나게 보여진다.
배우들 역시 움직이는 배 위에서 연기하는게 보기보다 힘들다며 심한 멀미때문에 고생중이란다.
집에 돌아가서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 같다고...
공미리 잡이가 주업인 전진호.
그러나 거듭된 조업 실패로 선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이른다.
그들의 텅빈 공미리 어창(漁倉)은 은밀하게 조선족 밀항자 30명의 거처로 용도변경된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해경의 훈련과 태풍, 그리고 지독한 해무(海霧)에 갇혀버린 전진호.
급기야 통풍구가 닫히는 바람에 어창에 숨어있던 조선족 전부가
기관실에 있던 홍매를 제외하고 전부 질식사하고 만다.
살기 위해서 근본을 떠나는 사람을 살기 위해서 실어 나르는 사람들.
그러나 해무 속에서 모든 것들은 길을 잃고 점점 흐려진다.
혼돈과 공포, 처참한 비극이 축축하게 스며드는 전진호.
무대 전체에 올려진 "전진호"는
그렇게 점점 거대한 재앙이자,무덤, 폐허가 된다.
연극을 보면서 나는 눈에 보여지는 공포때문이 아니라 소리가 주는 공포때문에 몸이 떨렸다.
뱃사람을 아름다운 노래로 유혹에 물에 빠져 죽게 만든다는 신화속 주인공 싸이렌.
싸이렌을 떠올리게 하듯 중간중간 들리던 여자의 목소리는 그런 공포감를 어이없이 감미롭게 배가시킨다.
어쩌면 해무(海霧)에 갇혔을 때 선원들이 느꼈을 공포감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갇혀버린 인간이 종국의 모습?
공포는 야만보다 잔인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어쩌면 전진호를 바라보는 관객은 사실 제일 먼저 전진호에서 죽은 유령인지도 모른다.
짙은 안개의 출처는 이것으로 분명해졌다.
암.담.하.다.



연극이 시작되자마자 파도소리와 함께 들리던
배우 강신일의 나레이션.
그래, 그 느낌을 압도(壓倒)라고 명명하자!
연극 <나는 너다>에서 고종으로 나온 강신일의 스크린 모습과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렀었다.
<해무>에서 그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매섭게 추운 어느날 한꺼번에 얼음이 쩡~~ 하고 일제히 갈라지는 것 같았다.
사람의 목소리가...
이럴 수가 있구나!
연극 <해무(海霧)>의 모든 것이
그의 나레이션 안에 깊이깊이 다 스며있다.
이야기의 시작과 결말이...
이 모든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그외의 다른 모든 것들 전부가 그 안에 고요하게 포효하고 있었다.
문득 무섭다.


바다에서 만나는 짙은 안개를 해무(海霧)라 한다.
바다에서 바람보다 무서운 것은 바로 안개다.
파도에도 길이 있고
바람에도 길이 있으나
안개에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짙은 해무(海霧)는 어부들의 조각난 마음은 물론
바다와 하늘의 경계조차 허문다.
남는 것은 한없는 무기력과 끝을 알 수 없는 정체(停滯)와 고립(孤立).
어디서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에 대한 공포뿐이다.
어둠이 아닌 빛 속에서 길을 잃는 것,
그것이 해무(海霧)가 주는 공포다.
어둠 속에선 불을 밝히면 되지만
빛 속에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4. 13. 05:54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제일 좋았던 건,
꽃을 가까이서
그리고 아주 찬찬히 들여다 볼 이유가 생겼다는 거였다.
아주 작은 꽃일수록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냥 신기하고 신비롭기만 해서...
작은 것들 안에 들어 있는 세계가
내겐 향기롭고 너무나 완벽해 보였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도
어쩌면 이 이유 하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꽃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



백매화 홍매화.
같으면서도 또 완전히 다른 한 세계.
봉오리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은
모든 창조와 진화와 소멸의 과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 나무 안에서도 각기 다르게 피어나는 한 송이 한 송이의 세계는
오랜 생명의 시간조차도 무색하게 만든다.
그 빛깔 마져도 미묘하게 다른 세계.
작은 몸 안에 이 모든 걸 담고 있으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니 이렇게 활짝 피어날 수밖에...
일제히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그 다음 생.



꽃들의 꿈은 어쩌면...
하늘 저 위에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껓가지를 높여 하늘을 향해 향기 터트린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신과의 대면을 보는 듯
묘한 경외감까지도 느껴진다.
빛을 만나 더 선명해지고 더 밝아지는 꽃.
그 속을 읽어내라는 묵시록 같기도...



꽃이 훔친 빛.
꽃이 훔친 해,
꽃이 훔친 바람
꽃이 훔친 풍경.
꽃이 훔친 세상.
그리고 꽃이 완벽히 훔친 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3. 06:36

햇살 좋은 어느 일요일 오후
간송미술관을 찾다.
눈부신 오후의 산책



겸재 정선 서거 250주년을 맞아
2주간의 <겸재화파전>이 열린 간송미술관
오랫만에 보는 길게 늘어선 사람들
초록 잎들속에서 왠지 평화롭기까지 한 모습들.



초록 잎들과 함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돌부처. 탑, 그리고  정겨운 부조물들...
한 낮의 서늘한 행복감마저 안겨주는 풍경



미치도록 탐나던 나무들, 연한 잎들
그리고 햇살들.



어쩐지 다른 세계로 이어질 것만 같은 길.
모르지. 어쩜 그 길의 끝에서
신비가 시작될지도....



현실 속에서 만난 겸재 정선의 그림들.
그 앞에서 느껴지는 외경심.
이 사람....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있겠구나....

건물 전체가 깨지 못할 주술에 싸여 있던
신비했던 5월의
간송 !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5. 31. 16:23
국민장을 위해
봉하마을을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차 주위를 맴돌았다는 흰 비둘기.
떠난 분의 마음이었을가?
평화를 기원하는....



영정사진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던 하얀 나비.
하고 싶은 말들
그대로 날개짓으로 남기고...



하늘에 떠 있던 오색 채운
마른 하늘 위에 남긴
못다한 마지막 유언



믿어지지 않는
거짓말 같은 현상들.
함께 울었구나... 함께..
온 몸이 투명해져
마침내 다시 빛으로 남겨지다...



붉은 쪽달
모두 함께
붉은 눈물 흘렸던 날.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4. 4. 22:32


어둠 앞에
모든 것이 가려지는 건
아..니..라..고..

흔적까지
지울 방법은
세상에 없다고...



빛남이 전부
빛이 아니듯...

아무것도
추측할 수 없는
고요한 혼돈...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3. 14. 06:19

할 수 없음을 알지만...
그 끝에 물끄러미 매달려
날 수 있다면...


난다...난다...난다...
그러다 문득,
날고 있다.....
끝없이 비워내야 할
가벼움을 기억하며...



반짝~~
희망처럼 빛을 만나는 날,




그런 어느 날,
혹 모르지,
꿈처럼  
날개가 돋을지......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8. 12. 10. 06:11





석양이나 노을을 만나면,
아주 오래전
천지창조의 시작이 이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점차 잃어가는 빛의 세계 속에
느껴지는 것이라곤 온통 생명력!
팔딱 팔딱
튀어 오르는
날 것의 생명력.






지하와 지상의 통로 
그 길에서 만나는
빛...

또 다른 천지창조의 시작

빛의 습격...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8. 12. 7. 22:51


세상 많은 것들 중
빛을 감쌀 수 있어서.
그래서
참 다행입니다.



안으로
따스함을 품고,
밖으로
그 빛을 밝힙니다.




깜빡깜빡...
흐려진 등 위로
시간이 흐릅니다.
때론 비처럼.
총...총....총....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