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2. 14. 05:48
김애란과 더불어 요즘 그야말로 완전히 꽃힌 작가다.
1970년경북 김천 출생,
문학계의 젊은 기대주.
그건 그의 나이뿐만 아니라 글이라는 특별한 재능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사람,
천상 글쟁이구나... 세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절실하게 생각했던 건 바로 이거다.
그의 몸 속 어딘가에는 수 많은 이야기가 비밀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혹시 이 사람,
과거에 여러 번 살았던 모든 전생을 송두리째 다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확실히 작가 김연수는 수.상.하.다.



......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습니다. 죽지 않을 사람처럼 행동하지요. 이 소설은 말하자면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품는 삶의 열망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과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여섯번째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출판하면서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알까?
노래하는 것과 밤 노래하는 것과
노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걸...
풍금이 있던 자리가 풍금이 있는 자리와 완전히 다른 것처럼...
문득 궁금해진다.
그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까?
민족독립과 계급해방을 꿈꾸던 조선의 혁명가들은
중국 땅에서 일제의 첩자로 매도되어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됐다.
"민생단 사건"
죽음도 결코 두렵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원한 죽음은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테다.
그 시간 속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이 모든 걸 견뎠을까!
그리고 김연수는 이 글을 쓰면서 또 어떻게 견뎠을까?
1930년대 초 북간도의 조선인 사회를 뒤흔들었던 '민생단' 사건.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사람이 이렇 글을 쓴다는 게 가능할까?
이 책은 그대로 역사며, 고통이다.
그 시간의 사람에게도 그리고 읽고 있는 지금 시간의 사람에게도...



새시대를 꿈꾸는 신여성 이정희,
남만주철도회사 측량기사 김해연.
어느 날 이정희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김해연에 손에 쥐어진다.
그리고 모든 게 달라진다. 정말 모든 게...
"그 여자는 강철처럼 강한 여자야. 자살 따위를 할 여자가 아니란 말이다."
간도임시파견대의 중대장인 나카지마 타츠키 중위는 말한다.
총사령관에서 나온 사람은 조사할 것이 있다며 김해연을 연행한다.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
원하든 원치 않든 김해연은 이제 점점 다른 세계 속으로 걸어간다.
허망하게, 치열하게,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 책을 내가 완전히 이해는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경외심 비슷한 두려움을 느꼈다.
전부 세 가지 면에서...
그 시대에게서, 김연수라는 작가에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고 있는 나에게서...
이상하게도,
나는 상당히 은밀해지고 말았다.
한동안은 숨고 싶어질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9. 11. 05:59
비슷한 책 두 권을 읽다
<히든 브레인>과 <쉬나의 선택 실험실>
<히든 브레인>은 우리의 무의식적 편향에 대한 책이다.
정신활동은 우리가 인식하는 부분과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으로 구분하게 되는데
히든 브레인이란 무의식, 잠재의식, 암시성과 같은 개념을 말한다.
이 책은 이런 "무의식적 편향"이 우리의 일상적 삶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실제로 그 사례들을 하나하나 들어가면 설명하고 있다.
무의석적 편향은 우리의 삶, 우리가 한 선택, 그리고 도덕적 판단에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무의식적 편향은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한다.



숨겨진 뇌의 일상적인 편향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채 인종차별주의적인 선택을 한다.
가령 여기에 두 명의 살인 용의자가 있다고 하자.
한 명은 평균보다 더 흑인으로 보이는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전형적인 흑인이다.
다른 정보는 전혀 없고 범죄나 정상참작이 가능한 정황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검사측과 피고측 사이의 공방에 대해서도 역시 모름다고 가정한다면
당신이 배심원이라면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될까?
결과는 전형적인 흑인으로 보이는 피고인들이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두 배나 더 높다.
"덜 검은 피부의 흑인" 집단이 사형선고를 받을 확률은 24.4%
"더 검은 피부의 흑인" 집단이 사형서고를 받을 확률은 57.5%에 이른다.
놀랍지 않는가?
여기 또 하나의 예가 있다.
이슬람의 자살 폭탄테러범의 경우 그들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신앙심이 깊거나 충성심이 높은 게 아니란다.
누군가가 자살 폭탄테러범이 될지 그러지 않을지를 예측할 수 있는 최고의 척도는
종교적 독실함의 정도가 아니다,
자살 폭탄테러리스트가 되기로 작심한 사람들로 구성된 소규모 잡단에
그가 속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 있단다.
이 작은 잡단들 내에서 자살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은 집단의 규범이었다.
이들은 일종의 "터널"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 터널의 특징은 외부세계를 완전히 봉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살 폭턴테러범의 터널로 들어갈 때,
터널 밖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경쟁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터널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터널은 세계의 전부이다.
그들이 충성심과 신앙심에 미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터널을 통과함으로서 이러한 무의식적 편향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책은 이런 사례들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읽고 있으면 놀랍기도하고 많은 부분 공감하게도 된다.
아주 흥미롭고 상당히 색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쉬나의 선택 실험실>은 일단 글을 쓴 쉬나 아이엔가가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현재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석하고 확고한 책을 이렇게 세상에 펴냈다.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상을 비롯한 각종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고
지금 현재는 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녀의 이론은
매중매체, 말콜 글래드웰의 <블링크> 에도 인용되어 있다.
그녀는 선택을 발명이라고 말한다. 
선택하는 자! 미래를 결정한단다.
이 책은 심리학에 기본을 두고 있지만 비지니스, 경제학, 생물학, 철학, 문학에 의학까지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을 통해 읽는 사람들의 이해와 상식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선택에 대한 무의식의 작용이라던가
휴리스틱에 대한 이야기가 <히든 브레인>과 동일한 부분이기도 하다.
휴리스틱(heuristic)이란,
`체험적인,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을때,
명확한 실마리가 없다면 경험을 토대로 어림잡아 판단하는 걸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경험에 근거한 판단이 바로 휴리스틱이다.
가령 커피자판기 앞에서 동일한 가격이 적혀있는 커피 중 고급커피를 선택했다면
당신의 지금 방금 휴리스틱 판단을 한 거다.
그리고 사람들은 선택기회가 많을수록 오히려 더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된다.
따라서 선택을 제공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각종 보험 상품이나 예금 상품 같은 것들은 특히...)
경우의 수를 너무 많이 가지고 접근하는게 훨씬 계약성사가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사실!
다다익선(多多益善)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이 무조건적인 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단다.
인간의 삶은 매순간의 선택의 연속이다.
항상 최선의 선택만을 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가며 그래도 괜찮은 선택을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묘하게도 책을 읽는 시기가 "신정환 도박 사건"과 일치하는 시점이라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다 늦은 나이에 신정환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댓가를 이제부터 혹톡히 치뤄야 하는 상태다.
지금 그는 또 다시 무엇에 배팅하고 있을까?
CHOOSING!
참 무섭고 섬득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