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8. 11. 08:25

두오모 성당 바로 앞에 있는 산 조반니 세례당은

피렌체의 수호성인 산 조반니(사도 요한)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건축물이다.

두오모 성당이 완성되기 전까지 이곳이 대성당으로 사용됐다고.

이곳은 대문호 단테가 세례를 받은 곳으로도 유명한 곳.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 피렌체 시민들의 세례식이

외부는 흰색과 녹색 대리석에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남, 북, 동쪽으로 세계의 울입문이 달려있다.

하지만 현재는 보수중이라 건물 전체를 가림막으로 막아놔서 외부를 전혀 볼 수 없었다.

(맨 첫 사진은 보수 공사 하기 전 모습)

 

 

남쪽 문은 안드레아 피사노의 작품으로 산 조반니 세례자 요한의 삶을 묘사하고 있고

북쪽 문은 가베르티의 작품으로 예수의 삶이 조각되어 있다.

동쪽 문 로렌초 기베르티가 만들었는데 무려 28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이 문이 그 유명한 "천국의 문(Gates of Paradise)"으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에 방한했을때 경복궁 고궁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세 문 중 동쪽문만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진품은 노후와 훼손때문에 두오모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이곳에 있는 건 복사품이다.

그리고 두오모 박물관은 보수중이라 전면 폐쇄.(ㅠ.ㅠ)

"천국의 문"에는 각각 벽감 원형 장식 속에 작은 형상들과 흉상이 들어 있고

그 사이에 구약성서 10개의 에피소드가 새겨진 5개의 직사각형 부조가 들어 있다.

그런데 왜 "천국의 문"일까?

10개의 부조 어느 것을 봐도 "천국"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사실 이 동쪽 문이 처음부터 "천국의 문"으로 불린건 아니다.

문이 완성되고 두어 세대가 지난 후,

미켈란젤로가 두오모 광장에 서서 이 문을 바라보며 감탄하면서 그랬단다..

"이 문의 아름다움은 가히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둘 만하다!"

그 이후부터 "천국의 문"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나도 미켈란젤로 흉내라도 내보고 싶었는데

앞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철책때문에

멀리서 보는 것도,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 것도 다 아쉽기만 하더라.

 

 

산 조반니 세례당 내부,

소박하고 고요하고 성스러운 곳.

조그만 소리도 크게 울릴 것 같아 발걸음까지 조용조용해졌다.

높은 곳에 안치되어 있는 석관은

주제단과 세례당으로 쓰일 당시 사용했던 작은 우물,

그리고 크고 작은 혹은 높고 낮은 석관들.

세례당 밖과 안의 시간은 확연히 다르다.

지속의 시간과 멈춤의 시간.

오묘한 바닥 패턴을 따라 걸으며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했다.

한 켠에 나란히 모셔져 있는 조각상은 전부 도나델로의 작품으로 세 명의 예언자들이다.

Imberbe,Barbuto, Geremia.

도나델로의 "막달라 마리아"를 볼 수 없는 섭섭함을

이 예언자 세 분의 조각상으로 달랬다.

(하지만.... 도저히 달래지지가 않더라...) 

 

 

고개를 들어 천정을 올려다본다.

쿠폴라를 중심으로 5단의 프레스코화가 황금빛 빛을 뿜어낸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모티브로 조르주 바사리가 그린 프레스코화

하지만 바시리는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했고

그 뒤를 주카로(Zuccaro)가 이어받아 1579년 완성시킨다.

1층은 세례자 요한의 일생이,

2층은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이,

3층은 구약성서 속 요셉의 일생이,

4층은 창세기의 주요 장면이 그려져 있고

마지막 5층은 비잔틴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산 조반니 세례당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 단테의 <신곡>에 영감을 주기도 했는데

이 그림을 보고 <신곡>의 루시퍼가 탄생됐단다.

아무리 두 눈을 크게 뜨고 프레스코화를 뚫어져라 쳐다봐도

아름답다는 생각만 가득할 뿐 도저히 괴물의 영감은 떠오르지도 않던데...

확실히 거장의 눈은 다른 것이 보이는 모양이다.

거장의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평범한 나같은 사람은

그저 감탄만으로도 감당이 안 될 뿐.

저 높은 천정에 황금의 모자이크를 하나하나 붙여 나간다는 건,

그 자체로 위대한 종교이며, 해탈이며, 영생이다.

불멸의 바사리와 주카로.

산 조반니 세례당 프레스코화로 인해

이 두 사람은 죽지 않은 영생의 삶을 허락받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7. 23. 08:53

바실리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Basilica Santa Maria del Fiore).

정식 명칭보다는 두오모로 불리는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성당은 1296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가 산타 레파라타(Santa Reparata) 성당이 있던 자리에 짓기 시작해서

1436년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완성했다.

그 뒤 정면 파사드는 19세기에 원래의 것을 허물고 다시 재건해 지금의 모습이 갖추게 됐단다.

건축 당시 삼색 대리석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대리석만을 사용했다.

흰색 대리석은 카라라(Carrara)산, 분홍색은 마렘마(Marremma)산, 녹색은 프라토(Prato)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 쿠폴라는

역시 브루넬레스키의 작품으로 거대한 붉은 타일로 덮여 있다.

15.5m의 거대한 지름을 가진 쿠폴라는 당시 사다리 없이 지어진 가장 큰 건물이었단다.

베드로 대성당의 쿠폴라 공사를 맡은 미켈란젤로가 두오모 쿠폴라를 보고 그랬단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쿠폴라는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보다 크게 지을 수는 있어도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다"

 

 

160m 높이의 두오모 쿠폴라는 463개의 계단을 올라야 정상에 이를수 있다.

하지만 당연한 말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쿠폴라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고래 뱃 속에서 고래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듯이)

부지런히 내려와 옆에 있는 조토의 종탑 414개의 계단을 또 부지런히 올라간다. 

드디어 확 트인 피렌체의 전경과 함께 그림같은 두오모 쿠폴라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카메라 셔터를 쉴새없이 눌러댄다.

말 그대로 아무렇게나 눌렀는대도 엽서같은 사진이 쏙쏙 찍혀 나오는 기적을 경험한다.

낮게 내려앉은 구름은 환상적이었고.

구름 사이로 한줄기씩 내려오는 햇살까지 축복같다.

잔인하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때마침 머리 위에서 정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종치기가 시간맞춰 나와서 의식처럼 묵묵히 줄을 당길거라 기대한건 아니지만 

그대로 드러난 기계장치로 울리는 종은 살짝 당황스럽더라.

한 집 걸러 한 집이 성당인 유럽에서 종소리를 듣는건 여러모로 장관이다.

근데 이게 또 일제히 같이 울리고 같이 멈춰주면 모르겠는데

미묘한 시간 차이를 두고 주체적으로 울려댄다.

일종의 불협화음에 웃음이 절로 났다.

조카녀석이 귀를 막으며 농담처럼 말한다.

"이거 하나 딱딱 못맞추나???

조카녀석 귀에도 산발적으로 울리는 종소리가 좀 이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난 그 불협화음이 참 귀엽고 경쾌하더라.

마치 소풍 온 초등학생들의 소리같아서...

 

 

조토의 종탑에서 내려다본 피렌체의 모습은

두오모 쿠폴라에서 내려다본 모습과 높이감도 거리감도 완전히 다르다.

역시나 우뚝 솟은 베키오 궁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레푸블리카 광장의 회전목마도 보인다.

시뇨리아 광장을 가다 길을 잘못 들어 레푸블리카 광장에 들어갔는데

움직이는 회전목마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었다.

탈까 말까 망설이다 돌아섰는데 이제와서 뒤늦은 후회가...

보수 중이라 가림막에 덮여있는 산 조반니 세례당도 보이고

또 역시나 빼곡한 낙서들도 보인다.

심지어 한글로만 채워진 부분도 있다. 

 

형준, 석규, 수현, 윤빈, 선호, 희주...

우리...

제발 이러지 말자.

눈치보며 새겼을 당신들 이름이

당신들의 추억을 보장하진 않는다.

눈에 담고, 마음에 새기고, 머릿속에 간직하면

그게 훨씬 더 오래, 더 깊게 남는다.

여기에 새긴 당신들 이름이

다른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흉물이 되고 있다는거,

꼭, 꼭, 꼭 기억해줬으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