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1. 26. 09:13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2.3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미겔 데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대본 : 에일 와서맨 (Dale Wasserman)

작사 : 조 대리언 (Hoe Dario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류정한, 서번석,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이혜경 (알돈자) / 이훈진, 이창용 (산초)

        최민철, 서영주 (여관주인), 이계창 (닥터 까라스코) 외

 

뮤지컬 배우 류정한! 그리고 건승정한!

둘 다 대단하다.

샤롯데씨어터 한 회 공연 1200석을 통째로 단관했다.

배우의 팬클럽이 소극장 혹은 중극장을 전관 대관하는 경우는 흔해도

내 기억에 이렇게 대극장 한 회 공연 전체를 단관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경이로움이자 경악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라 이 역사적인 순간을 도저히 놓칠 수는 없었다.

수능을 끝낸 조카녀석들이 "Impossible dream"을 꿈꾸길 기대하며 함께 기사님을 만나러 갔다.

<Man of La Mancha>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품이다.

스토리 자체도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뮤지컬 넘버와 대사가 주는 울림이 정말 대단하다.

넘버도 대사도 줄줄 외울 정도지만 볼때마다 늘 가슴이 먹먹해진다.

원작을 쓴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상상력에도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되고... 

 

배우 류정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의 하나로 꼽는 <맨 오브 라만차>

이미 여러번 했던 배역이라 잘하리라고는 충분히 예상했지만

자신을 특별히 생각하는 팬들 앞이라서 더 최선을 다했겠지만 정말 멋지게 잘했다.

단순히 기교나 연기적인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대사 하나하나, 넘버 하나하나를 정말 정성껏,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위에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본인도 감회가 남달라서 그랬겠지만 초반엔 그런 감정들이 약간의 떨림으로 보여졌다.

그 떨림이 뭐랄까...

뭔가를 열심히 준비한 아이가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약간의 자부심과 떨리는 가슴을 안고 뭔가를 선보이는 느낌이었다.

풋풋하고 당찬 자긍심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래서 그 떨림이 참 수줍고 새로웠다.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점점 stroy를 만드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것 같다.

작품 하나를 할 때마다

자신에게도 스토리를 남기고, 보는 관객에게도 스토리를 남긴다.

어쩌면 돈키호테의 대사 그대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게 한다.

숭고하게 남는 노력!

 

"천번을 치시오! 천번을 일어날 터이니!

 아무리 요술로 결과를 흐려보이게 한다해도 노력은 숭고하게 남는 것이라오!"

 

이훈진의 산초는 정말 물이 올랐고.

(언젠가 산초가 주인공인 작품이 나오게 된다면, 이 역은 정말  이훈진이라는 배우가 딱일거다~~)

팬심에 기댄 깨알같은 에드립도 재치있었다.

"사랑에 미친 자는... 건승정한이란 말도 있쟎아요"

백점 만점에 백점을 주고도 남을 에드립!

둘째 출산 후 한동안 무대를 떠나있던 이혜경을 정말 오랫만에 다시 봐서 반가웠다.

솔직히 예전에 이혜경 알돈자를 보면서는 큰 감동은 받지 못했는데

(그래선지 매번 이혜경 알돈자는 피하게 된다)

이번 시즌은 많이 버리고, 많이 놓음으로서 오히려 더 간절해진 것 같다.

세르반테스의 죽음 앞에서 "내 아름은 둘시네아예요!' 라고 말할 때의 범접할 수 없는 당당함이라니!

그야말로 순결하고 고귀한 한 여성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서영주가 표현한 여관주인이 너무 가벼워서

도지와와의 괴리감때문에 보면서 살짝 부담스러웠는데

미남 도지사 최민철은 적정 선에서 웃음과 절제를 잘 조정한 것 같아 보기에 편했다.

 

2010년 LG 아트센터에서 류정한 <맨 오브 라만차>를 본 후에 또 다시 보게 될까 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이번 시즌에만도 세 번을 봤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아름답고 당당하고 풍성한 작품이다.

 

스페인의 지하감옥,

신성모독죄로 몸종과 함께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는 늘 이렇게 나를 부른다.

도저히 어쩔 수 없다.

기꺼이 그 지하감옥 속으로 따라 들어갈 수밖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17. 06:34


2005년 여름
뮤지컬 <Man of La Mancha> 초연된다고 했을 때
나는 몹시도... 몹시도... 떨렸었다.
무대 위에서 보게 될 극중극이라니...
(그때 기억이 지금도 참 선명하다)
그리고 그해 여름 무더위를 뚫고 남산에 있는 해오름극장을 참 무던히도 오르내렸다.
(무려 7번이었던가? 8번이었던가?)
그때 세르반테스/돈키호테를 김성기와 류정한이 더블 캐스팅으로 연기했었다.
한창 <Jekyll & Hyde>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류정한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겠구나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다.



2005년 공연을 보고 난 후,
아!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배역에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그리고 나 역시 배우 류정한에게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깨달았다.
그 이후 몇 번의 재공연이 있었지만
다시 <Man of La Mancha>를 찾아 보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겁이나서...
덜 젊어진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의 욕심을, 나의 욕심을 다시 보게 될까봐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이 작품에 어이 없는 욕심만 가득 생길까봐서...



그리고 6년이 지나 보게 된 <Man of La Mancha>는,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류정한이 만들어낸 늙고 허약하고 꾸부정한 몽상가 돈키호테 모습과
이성적이고 재기발랄하기까지한 세르반테스의 모습은
6년 전 모습과는 정말 많이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때 류정한은 배우 류정한을 화려하게 돋보이게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이 낮설어 당황했었다)
6년 후의 그는 배우 류정한이 아닌 세르반테스를 그리고 돈키호테를 모두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나는 그의 발걸음과 그의 눈동자의 움직임,
그의 손동작과 말투를 따라가느라 즐거웠고
그의 구부정한 허리와 벌어진 다리를 쫒느라 내내 분주했다.
내 변변치 못한 어깨까지도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뻐근해져왔다.
언젠가 본 그의 인터뷰 기사.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을 읽고서
비로서 케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노라고...
초연 때는 원작을 볼 생각조차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원작을 보고 초연 때 자신의 해석이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고...
어쩌면 나는 이 기사 때문에
그의 돈키호테를 그의 세르반테스를 다시 꿈꾸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은,
가히 대학교제 원서가 떠오를 만큼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뭐 항간에는 수면용으로 딱이라는 말도 있고... ^^
(머리에 베고 자기에 딱 알맞는 두께긴 하다.)
배우의 케릭터 이해의 유무는
무대 위의 판을 단박에 바꿔 놓는다.
류정한... 이 남자...
점점 더 여우성이 짙어진다. 
(나는 이 남자의 여우성이 무지 참 좋다.)
이 사람이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다.
의외의 캐스팅이 보여 맘이 상하기도 하지만 (도대체 내가 뭐라고...)
국내에 초연되는 이번 작품에서 그가 보여줄 여우성이 나는 또 궁금하다.
(그런데 어쩌자고 유니버설아트센터냔 말이다!!! 거기다가 EMK 제작까지...)



산초 이훈진,
참 귀엽고 그리고 멋진 보좌관!
애드립으로 의심될만큼 그의 연기는 능청스러웠다.
(정말 애드립이었나???)
다양한 표정과 재미있는 행동들,
극의 감초 역할을 너무 잘 해줬고 이 사람 때문에 참 많이 웃었다.
알돈자 김선영,
왜 그러지 했었는데, 역시 김선영이야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그녀 때문에 많이 아프고 슬펐다.
"날 짓밝고 가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꿈꾸게 하지 좀 마!"
돈키호테를 항해 외치는 알돈자의 대사는
꼭 지금의 내 심정이었는데...



세르반테스가 감옥의 죄수들을 향해 외친 소리가 귀에 선하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대놓고 말하는 것 같아
문득 민망하기도...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누굴 미치광이라고 부를 수 있겠소?
 꿈을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미친짓이 아닐까요?
 쓰레기더미에서 보물을 찾는 것이 미쳐보이나요?
 아니요. 아니요.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야말로 미친짓이겠죠!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미친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오!"




세르반테스는 말한다.
"이상 없이 살 수 있는 용기는 없다"고...
돈키호테는 말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뭐라고 나도 한마디쯤 해야할 것 같은데
막막하다...



개인적으로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이계창.
그의 시니컬한 표정과 말투는 여전히 일품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멋진 무대 배경과
(지하 감옥의 신비감과 무어인이 등장하는 해바라기 씬의 노란 해바라기의 선명함...)
그리고 하나 하나 꼽을 수 조차 없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
"Man of La Mancha", "Dulcinea", " We're Only Thinking of Him"
"Little Bird, Little Bird" , "The Impossible Dream"....
(정말 너무 많다...)



배우 류정한은 말했었다.
뮤지컬 <Man of La Mancha>는
음악적인 완성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지극히 공감한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스스로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에 품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작품이라고까지 고백했다.
나 역시 그가 Jekyll & Hyde일 때보다
세르반테스로, 돈키호테로 무대에 서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
그에게 Jekyll & Hyde가 화려한 기교의 작품이라면
Man of La Mancha는 오랜 깊이의 작품인 것 같아서...
언제 다시 보게 될까?
끝나버린 공연을 생각하면서
나는 벌써부터 Impossible Dream을 꿈꾸고 있다.
너무 아득하다...



<The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