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리니 석양'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0.17 Fira의 Sun-set
  2. 2013.09.21 피르고스와 이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17. 08:11

이 여행은 눈(目)의 여행이었다.

그리고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한 기록이 끝나야 비로소 이번 여행도 끝이 날테다.

혼자 여행을 하면 생각들이 피어나는 걸 그대로 지켜보고 생각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하지만

조카들과의 여행은 또 그만큼의 눈높이와 키맞춤이 필요했다.

그래선지 잠깐잠깐씩 뜻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가령 동생과의 약간의 불화??? 아니면 다 잠들어있는 새벽 시간의 산책. 늦은 오후의 산보...)

혼자 내쳐 숙소를 나와 근방을 걷고 또 걸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풍경.

Fira의 sun-set이 내겐 그랬다.

사람이 죽어 한을 남기면 그게 모두 붉은 놀이 된다는데...

그래서 놀빛이 붉을수록 죽은 사람이 한이 많다는 뜻이라는데...

평소같았으면 이 말에 동의했을거다.

그러나 이곳 Fira에서만큼은 절대 이 말에 동의가 되지 않았다.

Fira의 석양에는 흥겨운 축제의 뒷끝같은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포악한 그리움도 없었고, 곱씹는 후회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단지 그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만 남았다.

"view"라는 단어가 주는 "느림"의 의미를 golden street의 벤치에 앉아 오래 생각했다.

주변 여행객의 소란함도, 상점의 불빛도 모두 fade out 되버리는 것 같은 시간.

바다 위레 떨어지는 해와

붉게 물드는 하늘.

그리고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는 나.

세상이 오직 이 세가지로만 이루어진 것 같다.

마치 꿈 없는 잠 속에 빠져있는 느낌.

잠의 힘은,

참 쎄다...

 

물이 있는 풍경은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는데,

내가 지금 착해지려는 중인가?

풍경은 그대로 반사판이 되어 나를 되비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사실은,

되묻고 싶었다.

아직 더 생각해야 하느냐고...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1. 13:00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피르고스로 이동. 13세기에 지어졌다는 성채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마치 서서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몰락하는 우리네 농촌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변은 한때 거대한 포도밭이었다는데 지금은 꼬장꼬장하게 마른 삭정이들만이 과거의 영화를 짐작케한다. 골목골목 숨어있는 개인 아틀리에를 보는 재미는 은근한 호기심을 자극한다.조그마한 성채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 언덕 위 성에서 보는 피라는 아름답고 예뻐서 감탄을 자아냈다.골목이 주는 운치는 작지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오벨릭스에서 테이크아웃한 점심을 먹고 3시경에 이아 마을로 떠났다. 포카리스웨트 광고지로 유명한 이아마을! 굴라스 성채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블루스카이에서 드디어 무사카를 먹어봤는데 맛있었다.그리스 음식이 의외로 내 입엔 잘 맞는편.조카들 덕분에 이번 여행은 잘 챙겨먹는다.이아마을은 환상이 있었던 모양인지 기대보다는 좀 평이했다.조카도 계속 "이아가 왜이래?"를 연발해서 혼자 웃었다.환상이란 무서운 거구나  느끼면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꾸벅꾸벅 조는 조카들을 보면서 대견함과 미안함을 느꼈다.내일은 비치에서 맘껏 놀게 해줘야겠다.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에 온 몸이 익었다. 내몸이 그대로 하나의  화로가 된 느낌^^ 따갑고 가렵다.어쩌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