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4. 11. 08:43

<닥터 지바고>

 

일시 : 2018.02.27. ~ 2018.05.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대본 : 마이클 웰러

작사 : 마이클 코리, 에이미 포워스

작곡 : 루시 사이먼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셰퍼

출연 : 류정한, 박은태 (유리 지바고) / 조정은, 전미도 (라라) / 서영주, 최민철 (코마로프스키) / 강필석 (파샤)

        이정화 (토냐), 김봉환 (알렉산드르), 이경미 (안나), 김기순, 서만석 외 

제작 : 오디컴퍼니

 

3월 1일 박은태, 전미도, 서영주 캐스팅으로 보고

하루 뒤 3월 2일 류정한, 조정은 최민철 캐스팅으로 본 후 세번째 관람.

두번째 보고 짧게 후기를 남기긴 했는데

다음날 잘못 클릭해서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다시 쓸까 생각하다 뭐 그럴것까지 있나 싶어 패스했다.

두번째 관람은 동생 대타로 급하게 가기도 했고 금요일 저녁이라 피곤한 상태기도 했다.

워낙 쉼없이 무대에 올랐던 류정한이기에

<시라노> 이후 꽤 오래 공백기가 있긴 했다.

그래선지 프리뷰 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로딩이 덜 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이란 배우는 어김없이 기본 이상은 해준다.

(이런걸 보고 믿보배의 위용이라 해두자.)

 

세 번의 관람 중 가장 이날 관람이 가장 좋았다.

라라 장인이라는 전미도는 두 말 할 필요가 없고

고마로프스키도 최민철보다는 초연의 서영주가 확실히 좋았다.

<드라쿨라> 좋았던 기억때문에 류정한, 조정은 합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류정한, 전미도의 합이 객관적, 주관적으로 더 좋았다.

조정은은 <모래시계>의 윤혜린이 너무 많이 생각나서 아쉬웠다.

류정한, 강필석, 서영주 세 배우의 표현은 전부 "사랑"이었다.

상황과 결이 다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사랑"이었고

그 감정들을 세 배우 모두 잘 끌어내 표현해줘서 참 좋았다.

 

그래도... 이 작품은...

세번을 봤어도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다.

두루두루 고전을 면치 못하게 하는 작품.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3. 13. 08:41

<닥터 지바고>

 

일시 : 2018.02.27. ~ 2018.05.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대본 : 마이클 웰러

작사 : 마이클 코리, 에이미 포워스

작곡 : 루시 사이먼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셰퍼

출연 : 류정한, 박은태 (유리 지바고) / 조정은, 전미도 (라라) / 서영주, 최민철 (코마로프스키) / 강필석 (파샤)

        이정화 (토냐), 김봉환 (알렉산드르), 이경미 (안나), 김기순, 서만석 외 

제작 : 오디컴퍼니

 

2012년 초연 이후 6년 만의 재공연이다.

조승우, 홍광호라는 캐스팅에데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던 비운의 오디 컴퍼니 작품.

초연 실패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여러가지로 너무 구구절절했다는거.

스토리도, 무대도, 연출도, 러닝타임도, 음악도 전부 다.

초연의 심각성은 <J&H>를 마친 조승우의 긴급한 응급수혈로도 심폐소생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조승우도 막공 무대인사에서 이 작품이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라는걸 인정했었다.

확실히 다듬어여 할 장면도, 과감하게 쳐내야 할 장면도 많은 작품이긴 했다.

솔직히 말하면,

류정한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재연을 챙겨 볼 생각도 안 했을 것 같다.

그러다 박은태의 유리까지도 궁금해져서...

 

보고 난 느낌은,

초연에 비해 정리가 잘됐다.

파샤의 분량이 줄어든건 좀 서운했고 캐릭터도 초연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코마로프스키는 초연때는 비열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다른 면이 보여서 좋았다.

(코마로프스키에게도 라라는 유리 지바고 못지 않은 사랑이었다는거, 인정!)

무대에 돈을 너무 안썼다는 평가가 많던데

혁명기의 러시아라는 시대상황을 대입하면 나쁘지 않았다.

스크린의 투사된 영상이 너무 그림스러웠다는건 좀 아쉬웠지만

3개로 이어진 오목한 스크린 자체는 신선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안보긴 했지만

박은태의 감성연기가 이렇게 좋았었나 싶어 놀랐다.

전미도 라라의 역할도 컸겠지만

목소리톤과 눈빛이 그야말로 서정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론 참 맘에 안드는 스토리다.

아무리 시대상황이 그랬다고해도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사랑이다.

지바고도, 라라와 토냐도, 파샤도 코카로프스키도 모두 다.

사랑이라는게,

결코 답이 될 순 없더라.

고전(古典)은 단지 고전(古典)일 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3. 15. 07:52

<신과 함께 가라>

 

일시 : 2016.02.23. ~ 2.16.03.0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극작 : 이수진

작곡 : 류찬

연출 : 이석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서영주(벤노), 이훈진(타실로) / 박한근, 정휘(아르보), 김지현(키아라), 이서환(라이스)

        김주현, 김사랑, 이세원, 정다희, 김효성, 성보현

제작 : 야긴뮤지컬컴퍼리

 

무려 열흘 전에 본 작품인데 코멘트를 미루다

이렇게 공연종료하고도 한참 후에 후기를 쓰게 됐다.

후기라고 하기에도 좀 뭣하지만...

<아랑가>, <에어포트 베이비>, <신과 함께 가라> 중 단연코 작품이 최고다.

배우도 제일 좋았고,

무대도 제일 좋았고,

넘버도 제일 좋았고,

연출도 제일 좋고,

스토리와 구성도 제일 좋았다.

그 중에서 제일 좋았던건,

배우 서영주가 아주 오랫만에 진지하고 무게감있는 역할을 했다는거!

이건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좋더라.

서영주, 이훈진, 박한근이 함께 부르는 성가는

그동안 엄청난 볼륨과 소리에 혹사된 내 귀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텅 빈 무대의 벽에 부딪치면서 되돌아오는 소리들을 듣고 있으니

내가 지금 유럽의 오래된 성당 안에서 성가를 듣는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매순간이 기적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컥했지더라.

 

세 명의 수도사가 규범지를 가지고 이탈리아 몬테체볼리를 향하는 길.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 그리고 과거의 시간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금 당신은 당신이 정말 바라던 그 길에 서있습니까?'

솔직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젠 그래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소명(召命)에 대해 생각했다.

 

* 소명(召命) : 어떤 일이나 임무를 하도록 부르는 명령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구원을 받도록 죄인을 초청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행위

                  하느님이 자신의 일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 일꾼을 부르시는 일

몰랐다.

지금껏 이걸 놓치고 살았다는거.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서 혼자 참 많이 뭉클했다.

집에 돌아오는데 마치 백만년만에 고해성사를 하고 돌아오는 느낌이더라.

조금 편안해 졌고,

그리고 조금 선명해 졌다.

 

잠시...

침묵해야 겠다는 생각.

절실해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5. 07:51

<Zorro>

일시 : 2014.08.27. ~ 2014.10.26.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극장, 가사, 원작 : 스티븐 클라크

음악감독 : 이성준

안무 : 홍유선

연출 : 왕용범

출연 : 김우형, 휘성, Key, 양요섭 (조로/디에고)

        서지영, 소냐 (이네즈) / 안시하, 김여진 (루이사)

        조순창, 박성환 (라몬) / 서영주, 이정열 (가르시아)

        김봉환, 이희정 (존 알레한드로)

제작 : (주)엠뮤지컬아트, CJ E&M(주)

 

하하하하하!

일단 한 번 크게 웃고 시작하자!

만약 2011년 조승우, 김선영이 출연한 초연 <Zorro>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 기억은 송두리째 버려라!

Reboot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Zorro>는 제목만 빼고는 완벽하게 다른 작품이다.

리부트라는게 전작의 연속성을 거부하고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만드는 일종의 창작 작업이라는 건 나도 잘 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과하게 손 댈 필요성이 있었을까?

초연에서는 존 알레한드로가 디에고의 아부지였는데 지금은 루이사의 아부지로 혈열관계도 변했고,

손꼽친구들이었던 디에고, 루이자 라몬의 관계도  달라졌고.

집시퀸 이네즈는 심지어 이들의 어머니뻘로 등장한다.

2011년 초연 조로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지만

2014년 리부트된 조로는.

재미를 논하기에도, 작품성을 논하기에도, 볼거리를 논하기, 넘버의 장점을 논하기에도 참 뭣하다.

보면서 웃기는 정말 많이 웃었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왠지 헛헛해서...

처음 예매를 했을때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보다는

노래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휘성의 첫뮤지컬을 본다는 기대가 컸었다.

그랬더랬는데... 그랬더랬는데...

휘성이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넘버가 어쩜 그렇게 단 한 곡도 없을 수 있을까!

이럴거라면 도대체 휘성이라는 이 엄청난 가창력의 가수를 왜 캐스팅 한거지?

그렇다고 휘성의 연기를 집중해서 보기에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그 또한 발연기의 진수였다.

솔직히 휘성이 이렇게까지 연기를 못하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고도 못하겠는게,

정말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너무 열심히 하는거다.

참 ... 여러모로 난감하더라.

 

초연때는 그래도 스페니쉬한 음악과 플라멩코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엔 그조차도 살리지 못했다.

심지어 앙상블의 구음(口音)은 너무 제멋대로여서 소음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게다가 1막과 2막 시작의 그 뻘쭘함이라니...

1막에서 혼자 등장한 남자 댄서는 뭔가 엄청난걸 보여줄 것 같았는데 너무 초보같아서 놀랐고

2막에서 정체불명의 3인조 연주가는 구성도, 연주도 실소가 나올 정도였다. 

제일 실소를 금치 못했던 부분은 인사하는 무대 한켠으로 자리를 옮기는 장면.

이분들 도대체 뭘 하셨던건지...

난무하는 개그 드립과 계속되는 over스런 연기는

"정의는 살아있다!"라는 일말의 교훈마저도 허망하게 묻어버리더다.

그래도 그 와중에서 서영주와 박성환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이날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이도  2막에서 라몬 솔로로 멋진 가창력을 선보인 박성환 배우였0다.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까지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가르시아 서영주.

개인적으로 서영주의 감성 가득한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은 코믹한 역할만 계속 하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

그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정말 압권이었는데...

(써놓고 보니 많이 보고프다.)

지금도 베르테르류의 짙은 감성 연기가 충분히 가능한 배우인데 많이 아깝다.

언젠가 한 번쯤 다시 볼 날이 오게 되길 바라며...

 

왕용범 연출의 작품은,

참 너무나 극과 극이다.

특히나 이 작품 <조로<는 심한 편이라서 

파격적인 할인의 유혹이 있어도 두 번 보기는 힘들 작품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긴한데 

새털같은 가벼움이 도저히 감당이 안되더라.

적어도 나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4. 08:20

<SPAPALOT>

일시 : 2013.05.16. ~ 2013.09.01.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서영주, 정준하 (아더왕) / 이영미, 신의정 (호수의 여인)

        윤영석, 고은성 (갈라하드) / 정상훈 (렌슬럿 경)

        조형균 (로빈 경), 이훈진 (베데베르 경), 김호 (팻시)

        정철호 (잭), 공민섭, 박경동, 윤민우, 정성진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유머가 간절히 필요했다.

비록 허탈한 빈웃음일망정 아무 생각없이 한바탕 웃어보고 싶었다.

빈깡통처럼 요란하게...

처방전을 찾아 방황하다 하루 전에 급히 예매해서 본 뮤지컬 <스팸어랏>

코믹 페러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는 광고문구에 혹했다.

성배를 찾아 떠나는 아더왕 이야기. 

심지어 뮤지컬 넘버 "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의 가사는 사뭇 유혹적이기까지 했다.

인생 뭐 있냐며, 별 거 없다며 웃어보란다.

고민하지 말고 툭툭 털고 일어나서 즐기란다.

(이 넘버는 확실히 후크송이다, 동영상으로 한 번 봤을뿐인데도 리듬과 멜로디, 가사까지 그대로 접수됐다.)

페러디의 진수.

그래, 잠간이라도 게거에 한 번 빠져보자 다짐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결론은...

그리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다.

노골적이고 실날한 세태풍자와 패러디를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좀 약했던 것 같다.

더 과감한 B급 패러디 작품이었다면 훨씬 더 유쾌했을텐데...

부상해서 복귀해 오랫만에 무대에 선 윤영석이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명성황후>를 패러디할 때와

서영주, 이훈진의 <맨 오브 라만차>를  패러디할 때 여기저기에서 팡 터진 걸 재외하면

페러디 자체로 큰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론 패러디의 코믹함보다는

배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화학작용이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1막 초반에 조형균 로빈과 서영주 아더 왕, 이훈진 베데베르가 처음 만나는 장면은

마치 탁구경기를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탁구경기라는 게 서로 마주 보고 하는 게 아니라 나란히 서서 하는 거라면 이해가 될까???

서로 주고받는 대사들이 여기저기 부딪치며 통통 제 멋대로 튄다.

아주 유쾌하고 깔직하게.

거기다 배우들 네 명의 타이밍과 표정도 아주 좋다.

가히 고전 만담의 정수를 보는 느낌.

 

이 작품은 서영주와 이영미를 제외한 모든 배우가 멀티맨이다.

심지어 앙상블 네 명의 배우(공민섭, 박경동, 윤민우, 정성진)까지..

<라카지> 이후에 오랫만에 또 다시 대단한 시스터들(?)을 목격했다.

정상훈은 코믹물에 완전히 물이 올랐다.

아마도 조만간 임기홍과 함게 코믹연기의 지존이 되지 않을까 강하게 의심(?)된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서 코믹 연기를 펼친다면? 상상만으로도 불꽃이 튄다) 

이 작품 덕에 11월에 정상훈의 "산초"가 무지 기대된다.

(두 번의 관람 전부 정상훈 산초를 선택했다. 이훈진은 몇 번 봐서....)

조형균은 노래할 때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었고, 연기와 딕션, 표정도 참 좋다.

정철호도 1막과 2막 시작 부분을 여는게 자칫하면 참 뻘쭘할 수 있는 장면인데 잘 끌고 간다.

그리고 정상훈 애드립처럼 정말 '구성진 소리'를 가졌다.

오랫만에 무대로 돌아온 윤영석은

어떤 면에서는 관객들보다 더 즐기면서 작품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늘 무겁고 심각한 배역만 해오다 이런 가벼운 역을 하는 게 관객입장에서는 아직까지도 어색하지만

배우 본인의 표정이 너무 밝고 즐거워서 그걸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론 작품 자체의 매력보다는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적인 매력에 빠져서 관람했던 것 같다.

(내용은 기억에 별로 안 남고... 그래서 아무래도 나중에라도 다시 보게 되진 않을 작품...) 

이날 공연은 관객과 함께한 애드립도 아주 쫀쫀했고

(서영주와 배우들의 관록에 박수를....)

중간중간 예상치 못한 깜짝쇼도 재미있었다.

호수의 여인 이영미가 "내 배역 왜이래?"를 부를 때 더블이었던 신의정이 같은 무대 의상을 입고 등장했고

커튼콜에는 정준하까지 깜짝 등장했다.

간혹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관객 입장에서 재미있고 유쾌하게 관람하는 작품도 좋지만

출연하는 배우들이 스스로 재미있고 유쾌하게 공연하는걸 목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비록 개인적인 바람이었던 박장대소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재미있고 유쾌한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건 의외의 격려였고 위로였다.

그래!

때로는 이런 게 꼭 필요한 때가 있다.

확실히!

 

* 코믹과 비련 전부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서영주가 요즘 코믹으로만 소모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몽유도원도>에서 서영주가 보여줬던 연기를 다시 볼 수는 없을까?

   그의 표현과 감정, 순간 몰입과 촉촉한 목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더 늦기 전에 그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 한번쯤 다시 온다면 정말 좋겠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24. 08:31

<완득이>

일시 : 2012.12.14. ~ 2013.03.23.

장소 : 홍익대학교 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 김려령

각색, 작사 : 김명환

작곡 : 박기영, 김조한

안무 : 정도영

연출 : 윤호진

출연 : 한지상, 정원영(도완득) /서영주(똥주)/ 양소민, 임선애 (어머니)

        이하나(오윤하)/ 임진웅(아버지)/ 오석원, 윤길(민구 삼촌)

        이정수, 김태향, 김바울, 남정우, 정욱진 외

제작 : 에이콤인터내셔날

 

몇 년 전에 김려령의 원작 소설 <완득이>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고 만나는 사람마다 꼭 읽으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기까지 했다. (특히 학부모들에게 ^^)

유아인, 김윤석 주연의 영화로도 흥행에 성공한 <완득이>를가에이콤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솔깃했었다.

(개인적으로 에이콤의 창작품들을 참 좋아한다.

 스토리도 좋고 특히나 앙상블을 보고 있으면 감탄을 절로 하게 된다.)

작곡에는 동물원 멤버였던 박기영과 솔리드 김조한이 참여한단다.

게다가 서영주가 똥주로, 한지상이 도완득이란라.

어~~라! 여러모로 솔깃해졌다.

(서른을 넘긴 군필자 한지상의 고등학생 연기가 쌍방간에 민망은 하겠지만...)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한 모험일 수 있다.

기를 쓰고 잘 만들어도 원작의 힘이라는 억울한 평가를 들을 수 있으니까...

과연 이런 난재를 이기고 원작, 영화에 이어 뮤지컬까지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여러모로 궁금하긴 했었다.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를 들어서는 순간 확 끼쳐오는 새건물 냄새.

(이건 정말 어떻게 해결을 좀... 난데없는 두통의 급습이라니 ㅠ.ㅠ)

그래도 작품은.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이 어땠는지 잠시 잊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지루한 부분도 물론 있고,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해야 할 부분들도 있지만

(예를 들어 장터에서의 트윈스 장면과 티코 라이프 장면은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밝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서영주의 똥주는 단연 돋보인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부터 딱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정도까지 잘 할 줄은 몰랐다.

(이상하게 <완득이>를 보면서 <라카지>의 앨빈을 서영주가 하면 딱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점 진하게 느껴지는 아줌마 스멜~~~)

특히나 병실 장면에서의 연기와 노래는 이 작품 전체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될 정도다.

배우 서영주의 순간 감정몰입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지상 완득이도 우려보다는 역할에 잘 어울렸다.

그래도 고등학교 2학년을 연기하기엔 너무 노숙(?)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1막과 2막 랩장면은 좀 어색했고

(잘하려고 열심히 하는 게 오히려 너무 튀는 역효과를 보인다.)

본경기 전에 새도우 복싱하는 장면은 살짝 코믹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역시 한지상의 노래는 정말 듣기 좋다.

노래부를 때 가사와 감정의 클라이막스 컨트롤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엄마 향기"나 "햇살 1g" 은 그래서 지금까지도 귀에 많이 남는다.

("엄마 향기"에서 엄마 임선애가 조금만 더 노래를 잘해줬더라면...)

 

앙상블은 역시나 에이콤답게 최고다!

대책없이 열악한 음향 상태에도 불구하고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음향상태는 전체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할 듯.)

체육관 장면도 그렇고 학생들 군무도 그렇고

체력적인 소모가 엄청났을텐데 정말 감탄스럽다.

공을 많이 들였다는 마지막 킥복싱 장면은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잘 만들어졌다.

마치 킥복싱 경기장를 클로즈업해서 보는 듯한 생동감이 있다.

(그런데 나. 킥복싱 본 적 한 번도 없다.ㅋㅋ)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음악과 조명, 무대도이 괜찮았다.

일반적인 뮤지컬 넘버보다 긴 넘버가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장르를 적절하게 잘 배치해서 지루함이 별로 없다.

가사도 아주 괜찮고...

물론 지금 공연되는 <완득이>가 완성된 상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창작 초연이고,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계속 하고 있는 지금.

그 가능성과 미래는 좀 믿어봐도 될 것 같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멋진 작품이니까! 

 

괜찮아! 도완득!

그래도 도전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24. 08:10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창용, 이훈진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박인배 (닥터 까라스코), 이영기 (신부) 외

 

돈키호테가 극 중에서 부르는 "impossible dream"은

정말 dream을 꿈꾸게 하는 넘버다.

<라만차>란 이름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이 노래가 줘던 감동과 가슴 먹먹함이라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될만큼 인상적이고 강렬했다.

김성기, 류정한, 조승우, 정성화에 이어

2012년 서범석, 황정민, 홍광호까지 참 많은 배우들이 이 강렬하고 몽상가적인 돈키호테를 연기했다.

분명 <지킬 앤 하이드> 만큼이나 매력적이고 탐이 나는 배역임에는 틀림없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돈키호테의 타이틀까지 거머 쥔 배우 홍광호!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언제쯤에 쉬겠다는 결심을 할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닥터 지바고>에 이어 <맨 오브 라만차>까지

쉼 없이 이어진 배우 홍광호의 여정이 관객 입장에서도 참 숨가쁘다.

최연소의 타이틀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면 이제 제발 조금 쉬었으면 좋겠다.

완숙하고 노련한 배우로 성장하기 전에 지쳐서 너무 노숙한 배우가 될까봐 걱정된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에 불과한데...)

 

홍광호의 세르반테스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어린 홍광호가 표현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하고 어설프다.

공연을 보면서 내내 영화 <은교>가 떠올랐다.

얼굴과 겉모습은 어떻게 분장과 카메라 기술, 연기로 그럴듯한 나이로 보이게 만든다해도

목소리에 담긴 젊은이의 음성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던 박해일의 적요.

영화를 보면서 답답하고 막막했던 심정이 홍광호의 돈키호테를 보면서 또 다시 찾아왔다.

아! 이 역할은 연기력과 성량으로만 할 수 있는 배역은 아니구나 절감했다.

서범석과 황정민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홍광호는 특히 대사할 때 나이들어 보이게 하려고 너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어차피 돈키호테도 세르반테스가 연기하는 극중 인물에 불과할 뿐인데...

그러다 보니 넘버가 두동강이 나버리고 만다.

처음 도입부는 노인의 음성으로, 그러다 클라이막스나 후반부에서는 홍광호 자신의 목소리로.

사실 좀 혼란스러웠다.

그냥 처음부터 세르반테스로 불렀다면

아마도 그의 장점이라는 "미친 가창력"을 속시원하게 만끽할 수도 있었을텐데...

정확하게 두 동강 나는 "impossible dream"을 들으면서

소리의 빈틈이 공간의 여백까지 막막하게 만들어서 참 안따까웠다.

물론 홍광호에게도 돈키호테 캐릭터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역할이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가 너무 욕심을 낸 것 같다.

한 10년 후에 이 역할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는 고 정주영 회장의 모습까지도 보여 본의 아니게 코믹요소까지 더해진다.

턱을 쭉 빼고 "운명이 이끄는데로~~~~", "주여~~!"를 연발할 때마다 나는 사실 많이 난감했다.

"ㅏ"를 "ㅓ"나 "ㅡ"로 발음한 것도 의도적인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홍광호는 아마도 돈키호테라는 인물에 너무 많이 집중하고 고민한 모양이다.

세르반테스가 연기하는 돈키호테가 아닌 홍광호가 연기하는 돈키호테 말이다.

그래도 이번 작품에서는 CCM 풍으로 부르지 않아서 그 점은 개인적으로 좋았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라는 작품을 출판했을 때 나이가 58세였다.

세르반테스의 일생과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작품의 무게는

개인적으로 코믹이 아니라 풍자, 위트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맨 오브 라만차"는 조금 안타깝다.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던 영주님도 그렇고 돈키호테도 그렇고 너무 과하게 코믹하다.

(특히 홍광호가 연기하는 돈키호테는 코믹의 정도가 더 쎄다)

그래서 닥터 카라스코와 노새끌이 사내들이 진중하고 심지어 비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쓰면서도 나 역시 참 난감히다...) 

아마도 이번 관람이 이번 시즌 <맨 오브 라만차>의 마지막 관람이 되겠지만

(50% 파격 할인이 아니라면 다시 찾게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박인배 조정은, 두 배우의 새로운 발견은 꽤 알찼고 괜찮았다.

조정은의 다음 작품 <레미제라블> 판틴도 참 궁금해졌고

그리고 박인배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이창용 산초도 의외로 귀엽고 괜찮았다.

산초의 터줏대감이라고 할만한 이훈진과는 확실히 다른 표현이었고

(개인적으론 참 지적이고 똑똑한 산초라고 생각했다)

특히 액팅과 표정이 참 좋았다.

 

그나저나 <레미제라블>의 캐스팅은 참 의외다.

(정성화 - 장발장, 문종원 - 자베르, 조정은 - 판틴, 이주스 - 고제트, 김우형 - 앙졸라 ...)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주연부터 앙상블까지 원캐스팅으로 공연된단다.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전원이 직접 한국에 내한할 예정이라니 기대가 된다.

그런데 참...

배우들이 너무 젊다.

그래서 솔직히 걱정된다.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달 수 없다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멍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6. 08:25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훈진, 이창용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닥터 까라스코 (박인배), 이영기 (신부) 외

 

뮤지컬 <Man of La Mancha> 

개인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라만차>라는 제목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소위 제대로 꽃히고 말았었다.

그때 김성기와 류정한이 세르반테스를 했었고 나중엔 인터미션이 생기긴 했지만

초반에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인터미션 없이 그냥 진행했었다.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었다.

뮤지컬 넘버가 주는 감동은 엄청난 충격에 가까웠었다.

원래는 작년 OD 공연작이었는데 <지킬 앤 하이드>에 밀려(?) 올 해로 드디어 공연에 올랐다.

impossible한 노인네가 돌아오니

절로 dream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캐스팅이 공개되고 난 후 쾌재를 불렀던 건 드디어 서범석의 돈키호테를 볼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서범석 스스로도 꿈의 배역으로 생각했던 돈키호테가 아니던가!

제작발표회때 그는 "impossible dream"을 부르며 살짝 감격했단다.

이해가 됐다.

그 작품은, 이 배역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작품이자 배역이니까.

알돈자는 둘째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다 오랫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이혜경이,

개인적으로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 조정은이 더블 캐스팅됐다.

산초는 이훈진과 이창용.

(오~~호! 이창용도 의외의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사랑스럽고 가녀린 역을 주로 했던 조정은이 산전수전 다 겪은 알돈자를 한다?

일단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서범석, 조정은, 이훈진.

일찌감치 중앙열 제일 앞자리를 잡아놓고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렸던 작품이다.

(샤롯데를 찾아가는데 심지어는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서범석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이 역이 배우 서범석이 진심으로 원하고 바랐던 그 배역임에 분명한가보다.

매 장면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는 진심이 감동적이었다.

그런 감동과 감격이 살짝 넘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어쩡쩡한 다리와 황망한 눈동자 설정은 코믹하면서도 인물에 적절하게 어울렸다.

개인적으론 연기보다 노래가 더 좋았고.

배우 자신이 갖는 감동과 감격이 연기에 자주 투영되는 것 같았고

<미스터 마우스>의 인후도 순간순간 보인다.

그래도 9월겨에는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안정된 돈키호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나를 제일 많이 놀랍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알돈자의 조정은.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배우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왼쪽 구석에 조정은이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언제나 목소리에서부터 몸짓까지 전체적인 태(態)가 곱고 사랑스러운 조정은이었는데...

그녀의 알돈자는 거침없었다.

그때까지 알돈자 역은 역시 김선영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틀을 조정은이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개인적으로 요근래 본 조정은 작품 중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그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보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조정은이 아니라 알돈자 그 자체였다.

확실히 조정은은 배우다!

(이제 점점 경지에 오르려는 모양이다. 그녀, 정말 멋지다!)

노새끌이들과의 험난한(?) 폭행장면도 너무 실감났고

폭행을 당한 후 돈키호테에게 쏟아붓는 장면도 너무 절절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멍한 느낌도 너무 멋지게 표현했다.

아마도 여우같은 조정은 때문에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산초 이훈진은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산초였고,

(그래도 가끔은 해오름극장 초연때의 맛깔스런 김재만 산초가 그립다.)

닥터 카라스코는 내내 이세창에 익숙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박인배의 표현도 너무 좋았다.

좀 더 이지적이고 시니컬하다고나 할까?

특히 목소리와 톤이 정말 매력적이다.

박인배는 배우말고 아나운서를 했어도 정말 괜찮았을 것 같다.

연기가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정도로 딕션이 정확했다.

"난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으니까..."

서영주의 깨방정도 나름대로 재미있긴 했지만

도지사와 여관주인이 너무 극명하게 대비돼서 오히려 좀 당황스러웠다.

도지사는 전작 <닥터 지바고>의 코마로브스키 느낌 그대로였고

여관주인은 대사에 코믹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김성기 정도의 표현이 딱 좋았던 것 같다)

아, 참!

4분 가량의 프롤로그 인트로가 끝난후 바로 이어지는 구음은 참 좋았다.

(난 정말이지 맨 오브 라만차의 인트로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중에 불친절한 여관 안주인으로 나오는 배우 오은미인데

소름끼치는 울림이었다.

 

맨 앞 줄에서 관람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가 전체적으로 높아서 깊이감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선지 좀 협소하고 답답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무대를 한 눈에 보기에는 확실히 편해졌다.

여관 입구도 중앙이 아닌 살짝 왼편을 바라보고 있어

관객 입장에서는 객석 왼편에 앉는 게 아무래도 덜 답답할 것 같다.

이상한 건,

처음에 세르반테스가 감옥으로 들어오는 장면과

재판을 받기 위해 감옥으로 나가는 장면이 좀 밍밍해졌다.

연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무대 셋트 자체가 좀 다른 느낌인 것 같아 아쉽다.

(나 혼자만 터무니없이 그렇게 느꼈을수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참 오랫동안 이 작품을 기다렸다.

살짝 낯선 느낌도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거 참 괜찮은 작품이란 사실이다.

이 작품은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아, 참. 좋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9. 05:51

주지훈의 하차로 위기에 빠진 <닥터 지바고>를 티켓 파워있는 소문난 잔치로 만든 건

누가 뭐래도 순전히 배우 조승우의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지훈의 하차는 OD 신춘수의 입장에서는 악재가 호재로 변한 셈이다.

그리고 확실히 배우 조승우의 유리 지바고는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가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의 한계는 과연 있을까?

나는 지금 인물에 대한 완벽 빙의에 감탄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조승우가 무대에 서면 작품 속 배역보다 그 배역을 연기하는 조승우가 훨씬 더 빛난다.

그렇다면 이 정체모를 괴물을 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은 도대체 뭘까?

조승우라는 배우는 기본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배역에 대한 애정을 점점 심화시키고 진보시키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키워낼 줄 아는 배우란 의미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해도 <닥터 지바고>란 작품은 절대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다.

눈에 띄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샤롯데라는 대극장 대관이 민망할 만큼 무대는 황량하고 조악하다.

뭐 시대상황이 격변하는 세계대전이고보면 무대가 화려해도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무대 제작비는 저렴쪽에 가까우리라 짐작된다.

(좀 큰 레고블록 기차와 뜬금없는 스크린 영상은 역시나 다시 봐도 재앙이다) 

솔직히 배우 조승우의 연기와 집중도는

이 모든 재앙을 재앙보다 무시무시한 감각으로 가차없이 날려버린다.

아마도 OD 신춘수 대표는 침몰해서 유령선이 될 뻔한 이 작품을 기사회생시킨 조승우에게

고액의 개런티외에 감사의 보상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난번 관람한 홍광호, 전미도 페어의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이 있다.

특히 노래와 연기가 불안했던 전미도조차도 훨씬 깊어지고 편안해졌다.

조승우의 서포트였을까?

조승우는 예전만큼 노래에 임펙트가 살아있는 건 아니지만 역시 명불허전의 명성은 여전하다.

그래도 가끔은 추억처럼 떠오른다.

<지킬 앤 하이드> 초연 때 조승우의 그 당당하고 패기넘치던 노래를...

이제 그때같은 노래실력을 듣기는 좀처럼 어렵지만 그래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아름답고

그의 연기는 극도의 세심함과 섬세함으로 숨이 막힌다.

여전히 순간순간 그는 보는 사람을 미칠듯이 숨죽이게 했다.

괴물같은 그가 데뷔13년만에 드디어 드라마 진출은 한단다.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의 신작인 <마의(馬醫)>로.

(개인적으로 이병훈 PD의 사극을 무지 좋아한다)

꽤 오래된 이야기긴 하지만 조승우가 한 인터뷰에서 그랬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은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구조인 것 같다고...

그런 그가 드라마를 한단다.

그만큼 작품과 연출가에 대한 믿음이 컸겠지만 우려와 걱정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조승우와 드라마라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얼마전 <러브어페어>로 드라마에 입성(?)한 배우 류정한이 떠오른다.

미안한 말이지만 류정한은 드라마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류정한이 내가 제일 좋아하고 믿는 뮤지컬 배우라고 하더라도 아닌 건 역시 아니다.

애써 찾아보지는 않았지만우연히  케이블 재방송을 봤는데 그의 연기는 너무 심하게 어색했고 단조로웠다.

(잠깐동안, 그것도 혼자 보면서도 손발 제대로 오그라졌다)

차라리 그가 시트콤 연기를 통해 과감하게 망가지기라도 했다면 기꺼이 박수을 보냈으리라.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다.

누가 뭐래도 그의 첫 데뷔작은 초보연기자의 어설픈 불륜연기일 뿐이다.

그는 20여년간의 뮤지컬을 했다는 자존감과 고집을 품위있게 계속 유지했어야 했다.

한동안 이걸 만회하려면 20년 들인 공보다 더 노력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이 드라마가 공영방송에서 방영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새로운 분야의 도전이라고 자위하기엔 참 막막한 드라마고 어이없는 캐릭터고 답이 없는 연기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조승우에게도 드라마 출연 결정은 신중하고 위험한 도전이다.

그러나 배우 조승우는 드라마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테고

세간의 이목을 단 한 번만에 집중시킬게 분명하다.

역시 현명하고 영리하다.

배우 조승우의 작품 선택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 이야기하다 삼천포로 제대로 빠졌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몰입되어있다.

특히 강필석, 서영주, 최현주는 역시나 깊고 확실하다.

예전에는 지루하고 겉도는 느낌도 받았는데 이번 관람은 재관람을 생각케할만큼 좋았다.

그래도 불필요한 스크린 영상 남발과

멀티맨 수준에 가깝게  한 배우를 1인 다역으로 겸치게 출연시킨 건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출현하는 배우가 적은 것도 아닌데

(일부러 세봤다. 25명이 넘더라)

배우 한 명에게 너무 많은 배역이 맡겨져 실제보다 출연배우가 훨씬 더 적게 느껴지는 기현상을 경험케하니

이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그래서 전체 스케일도 초라하게 느껴진다.

가득이나 무대로 빈약한데...

홍광호 지바고를 보고 난 후에

조승우라는 배우 하나로 작품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배우 한 명이 작품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았다.

그러나 이건 결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참 비참한 발언이긴 하지만 오직 조승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승우가 괴물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4주 연습 뒤 바로 투입!

어거 정말 극도의 공포와 맞먹는 무시무시한 이력이아닐 수 없다.

 

문득 궁금해졌다.

조승우!

도대체 정체가 뭐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9. 06:07


- 음악극 <백야(白冶)> -

일시 : 2012.02.18. ~2012.03.04.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출연 : 이정열, 이계창, 장용철, 한성식, 한동규, 문종원, 박주형, 선영
극본 : 김영인
연출 : 최용훈
작곡 : 이형주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음악극 <백야>
뮤지컬과 음악극의 차이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연출가 최용훈의 말에 의하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드라마성에 있단다.
그래서 음악극은 뮤지컬같은 스펙터클한 화려함보다는 배우를 중심으로 드러나는 드라마에 집중되어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음악이 더 많아지긴 했지만 관객들 역시 <백야>를 드라마 중심으로 관람하길 당부했다.
어쩌다보니 삼일절에 이 작품을 보게 됐다.

일단 출연진이 좋아서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장용철, 한동규 배우는 캐스팅 발표가 좀 늦게 나긴 했지만)
김좌진 역엔 이계창과 이정열이 더블 캐스팅 됐는데 이날 캐스팅은 이정열이었다.
아르코 대극장에 들어서면서 꽤 오래전에 본 <청년 장준하>가 생각났다.
서영주가 장준하로 분해 정말 눈물나게 열심히 했었다.
아마도 관람한 날이 8월 15일 광복절이라 더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장소도 그렇고,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독립운동가가 주인공인 것도 그렇고 어쩐지 데자뷰스럽다.
뭐 특별히 이 나라에 대한 불타는 애국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이런 작품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기득권층에서 태어났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함께 사는 삶을 선택한 김좌진 장군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고뇌를 담고 싶었단다.
그래서일까?
일본군과의 대결보다 오히려 소소한 장면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1막 마지막에서 만주로 떠나는 사람들이 부르는 "풍년가"
......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할 일은 무엇이냐
부귀야 영화를 누렸으니 이 몸이 족할까 .....
예전부터 알고 있는 노래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구슬프고 처량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가 이렇게 센치했던가!)
그리고 마지막 커튼콜에서 모든 배우들이 함께 부른 "애국가"도.
현재 우리가 부르고 있는 곡이 아니라 일부러 최초 원곡의 애국가를 찾아서 썼다는데
참 애잔하고 뭉클하더라.



작품성보다는 출연하는 배우들이 정말 너무 열심이여서 그 모습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무대와 배경은 학예회 수준처럼 빈약했지만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정성으로도 작품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거!
분명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이다.
단지 하세가와 대좌역의 문종원은 계속 비슷한 모습을 답습하고 있느 것 같아 안타깝다.
<조로>를 보면서도 느낀건데 이상하게 딕션이 점점 안 좋아진다.
그런 배역들을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눈과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정작 대사가 뭉개진다.
이젠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아닐까???
연극배우 장용철은 그런 점에서 문종원과 비교하면 훨씬 매력적이다.
지금까지 네 작품 정도 본 것 같은데 그때마다 느낌이 다 달랐고
언제나 독특한 존재감을 남긴다.
황보 역의 한동규는 무대에서 처음 본건데 이치로 경사 한성식과 다른 능청과 맛깔스러움이었다.
(살짝 뮤지컬 <영웅>의 조휘가 떠오르기는 하더라)
오민욱의 박주형, 한은희의 선영도 딕션과 감정연기가 좋았다.
처음에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전주부터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생각나 혼자 웃어버렸다.
김좌진으로 분한 이정열은 늘 그렇듯 기본은 충분히 해 주는 배우다.
표정과 눈빛이 특히 좋았다.



배우들에게 감동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이 작품에 이 배우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미안하게도 참 막막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밋밋했을것 같다.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도 없고 전체적으로는 다분히 신파적이다.
흑두건 픽션도 왠지 어리숙한 것 같고...
암튼, 뭐 내 느낌이 그랬다는 거다.
배우들의 열연은 참 아름다웠지만
그것만으로 음악극 <백야>가 살아 남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노파심 한 토막!
그냥 그렇다는 거다!
혼자 마냥 안스러운 마음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