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8. 26. 13:25


지난 해에 보고나서 무지 심난해서 안 보려고 했던 공연이다.
변심 아닌 변심을 하게 된 건,
인터파크에 50% 반짝 티켓이 떠서였다.
50%라도 1층에 볼 마음은 도저히 안 생겨서 3층에서 봤다.
다른 거 다 잊어버리고,
그냥 행매 양희경의 낭랑한 목소리나 듣자는 심정으로...

<피맛골 연가>
서울시가 오랫동안 야심(?)차게 준비해서 서울을 대표하는 월매이드 공연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공언한 작품이다.
아직도 의문이다.
이 좋은 캐스팅과 이 좋은 스탭과 이 좋은 넘버로 도대체 왜 이런 시놉의 공연밖에 만들 수 없었는지 말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꿈은...
그 꿈은...
제발이지 이 작품으로는 고이 접어줬으면 좋겠다.
제발 펼치지 말아줬으면...

공연장을 찾으면서
그래도  혹시 뭔가 좀 달라졌겠지 조금은 기대를 했었는데...
달라진 거라곤 배경에 스크린을 사용했다는 거랑(이건 뭐 요즘 대세니까 새로울 것도 없고),
홍랑 오라버니가 2막에서 망나니 버전으로 머리 풀어헤치고 나오지 않는다는 거 정도다.
작년에 그 모습 보면서 홍랑 오라버니 저러다 작두 타실까봐 무지 걱정스럽긴했다.
이 작품... 참 여러모로 보는 사람 만감을 교차시킨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내가 본 날이 서울시 무료급식 주민선거가 있었던 날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억장 제대로 무너졌겠지만
(오늘 인터넷에 즉각 사퇴 선언 기사가 떴다)
어쨌든 나도 억장 제대로 무너졌다.
차라리 정말 고전적인 견우, 직녀 캐릭터를 그대로 가지고 만들던지...
무대 위에 난잡하게 모여 랩을 지껄이며 패싸움질하는 쥐떼들을 봐야한다는 건,
참...
아무리 생각해도 난감하고 불쾌한 일이다.
어쩐지 힘써서 꼭 박멸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 
"잘살아보자!" 새마을 운동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뭐냔 말이다!


 

무대는 초연때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쓴 것 같긴 한데 큰 차이는 없다.
(그래봐야 뭐 스크린을 이용한 정도지만...)
배우도 초연때 그대로여서 결코 새로울 게 전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참 새롭게 봤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작품은 볼 때마다 늘 새롭고 낯설것 같다.
이대로 계속 줏대(?)있게 일관적으로 발전(?)한다면 내게는 친근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전무하다.
저 좋은 넘버들이 아까워서 정말 땅을 쳐도 수십 번은 쳤다.
서출(庶出)과 서(鼠)생원의 만남은...
마치 불법 복제로 탄생된 인간쥐를 보는 것만큼 대책없이 민망하다.
2막의 총제적 난국을 대폭 갈아엎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건가?
급기야 서생원들의 도움으로 홍랑과 김생이 만나는 장면은
꿈과 희망을 주는 놀이동산 페레이드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초연때는 그래도 이런 생각은 안 했었는데...)
"아침은 오지 않으리"라는 절절한 노래를 당췌 집중할 수가 없다.
(이거 하나 듣자고 온 사람도 많을텐데...)
조금 있으면 야광 조명이 들어오면서 레이져쑈가 시작될 것만 같아서...
해학과 재치라고 하기엔 쥐떼들 씬에 나오는 대사들도 너무 천박하고 저급하다.
그래서 홍랑과 김생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할까?
(이제 그만....!)


<지킬 앤 하이드>와 <조로> 때문에 연습을 얼마 못했다는 조정은의 홍랑은 무난한 모습이었고
(노래는 정말 애절하고 절절하게 잘하더라)
오디션을 통해 뽑힌 새로운 김생 박성환에게 미안할만큼 연습을 했다는 박은태는 개인적으로 난감했다.
노래는 괜찮은데 대사와 연기가 아직까지도 너무 어색하다.
진정 그에겐 쏭쓰루 뮤지컬이 정답이란 말인가!!!
늘 느끼는데 발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봤으면 좋겠다.
너무 입 안에 머금고 있는 소리가 많다.
본인은 고민끝에 설정햇겠지만 목소리 톤도 김생에 적합하지 않다.
너무 가벼워서 때론 경망스럽기까지 하다.
홍생 임현수는 컨디션 난조였는지 초연때보다는 실망스러웠다.
행매 양희경은 뭐 말이 필요 없었고...
이 작품에 양희경이 없었다면?
박은태나 조정은이 없는 것보다 더 치명적이지 않을까 싶다.


암튼 사람 참 막막하게 만드는
서울시 작품이다.

다른 건 말고 그 좋은 넘버나  듣자!

                                         
                    <푸른 학은 구름 속을 우는데>


                               <그 말 한마디>


                                          <아침은 오지 않으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10. 06:33


서울시에서 3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만든 창작 뮤지컬 <피맛골연가>
동아연극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배삼식 작가가 극본을
뮤지컬 <싱글즈>, <형제는 용감했다>, <뮤직인마이하트>를 만든 작곡가 장소영
<뷰티블 게임>의 안무가 이란영,
그리고 뮤지컬 <모차르트> 유희성 연출까지
일단은 제작진들이 알차다.
거기에다가 우리의 영원한 줄리엣 조정은이 여자 주인공 홍랑을
<노트르담드파리>와 <모차르트>로 한창 주가 상승 중인 박은태가 김생역을
연기와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양희경이 행매역으로 출연한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must see 목록에 꼭 포함시키고 기다렸을 작품이다.



서울시는 이 작품을 서울시민과 국내외관광객들이 꼭 보고픈, 꼭 봐야 할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작품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란다.
18억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제작한 창작 퓨전사극 뮤지컬 <피맛골 연가>
요즘은 "퓨전"이 유행이라 서울시에서도 유행에 뒤쳐지기 싫으셨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퓨전이 아니라 정통 사극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화성에서 꿈꾸다>나 <명성황후>같은...
보고 난 느낌은 뭐랄까...
왠지 모를 어색함, 그리고 묘한 불협화음.
대중적으로 유명한 이야기들의 중심 모티브만 열심히 짜집기한 모자이크 작품이다.
서울시에서는 2011년 지방공연에 이어 2012년에는 해외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라는데
그러기위해서는 아무래도 수정 보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제발~~~)
창작뮤지컬을 서울시에서 만들었다는 건 참 고무적인 일이긴한데
아무래도 그 포부가 좀 과한게 아닌가 싶다.
<피맛골 연가>를 세계적인 뮤지컬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처럼
문화적 차이에도 무관하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글쎄 과연 이 상태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많이 의심스럽다.



행매 양희경의 <한천년>으로 시작되는 <피맛골 연가>
양희경의 목소리가 주는 아우라는 관객들을 초반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양희경의 시작은 이 작품 초반의 큰 장점이자 두고두고 참 다행스런 부분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무대 장치나 군중 장면은 나쁘지 않고
관객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그런데 작품을 볼수록 점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피맛골이 아니었어도 되는 거쟎아!
조선시대 고관들의 말을 피해 서민들이 다녔던 좁은 골목길 피마(避馬)골.
그러나 작품 속에서 서민들 설움과 아픔이 절절하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의 개연성도 많이 부족하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민화와 민요같은 해학과 위트는 나쁘지 않다.
가령 서출들의 노래나 비밀연애 장면같은 부분들.
뻐국, 야옹, 부엉...
사물놀이나 창을 활용한 음악들도 참신했고 안무 역시나 이란영스럽게 깔끔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상하게도 아주 괜찮은 작품같아 보인다....
문제는 역시나 빈약한 스토리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김생 역의 박은태는 주로 노래 위주의 공연을 많이 했던 탓인지
대사 연기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케릭터를 그렇게 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 톤이 너무 높은 미성이다.
그래도 "푸른 학은 구름 속을 우는데"나 2막에서 홍랑을 만나기 위해 절규하듯 부르는 노래는 아름답더라.
노래의 감성은 확실히 대단한 배우다.
뮤지컬 배우 남녀를 통틀어 가장 한복이 잘 어울리는 조정은.
그녀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생보다 등장은 적지만 노래도 자태만큼 아름답고 고왔고
연기도, 목소리도 작품과 잘 맞는다.



2막에서의 쥐 세계의 등장은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다.
서출(庶出)의 "서"와 쥐를 뜻하는 서생원 "서(鼠)"를 연결한 발상이라는데
관객들이 그렇게 연결해서 생각하기에는 이미 우리가 한자생활과 너무 멀리 와버렸다.
기껏 300년의 시간을 지나 왜 하필 김생을 쥐의 세계로 보내버렸는가 말이다.
개나 소가 아니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동화스런 세계에 19금 대사는 또 왠 말이고...
너무 좋은 노래들이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2막때문에 전체적으로 작품이 가볍게 느껴진다.
힙합에 랩, 절절한 발라드와 창 비슷한 노래들의 혼합은
처음 보는 낯선 비빔밥을 앞에 놓고 있는 심정이다.
이걸 비벼야하나? 말아야 하나?
인터넷상으로 많이 들었던 주옥같이 아름다운 노래들은 급기야 허술한 스토리에 묻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슬프고 애절하다.
(어쨌든 슬픈 작품이 되긴 했다...)
안타까운 심정은 홍랑과 김생의 재회하는 엔딩 장면 "아침은 오지 않으리"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심하게 차전놀이스러운 장면 연출에 나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두 사람의 노래는 애절하고 감동적인데
그 밑에서 정체불명의 무빙셋트를 움직이며 허우적대는 서생원들을 어찌하리...
왜 까치를 등장시켜 오작교라도 놓으시지...
서울시가 차려준 18억의 밥상 앞에 숟가락 챙겨 들고 
아직까지 나는 당황하고만 있는 중이다.
이를 어쩌나......



이 좋은 노래들, 이 좋은 배우들을 다 어쩌나...
둥치만 남은 매화나무처럼 막막하다.
참 모질기도 모질다.
참 질기기도 질기다.


                                  <아침은 오지 않으리 - 박은태, 조정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