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9. 5. 08:51

성 이반 요새로 가는 성벽 길.

오른편으로 나란히 바다가 함께 걷는다.

욕심없이 아주 평화로운 동행.

저 멀리 유명한 부자카페도 보인다.

(누나 덕분에 한국인들에게 부자카페는 일종의 성지가 됐다.)

혼자걷는 걸음이 방해되는게 싫어서

이곳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만큼의 거리에서 내려다보는 것 역시 나쁘진 않았다.

일종의 전지적 작가 시점이 느껴지는 뷰(View)라고나 할까? ^^

 

 

성벽 위의 여행객의 행복한 모습도 좋고,

성벽 위에서 훔쳐보는 현지인의 평범한 일상도 더없이 좋다.

보기에 좋더라, 좋더라, 좋더라...의 연속.

일생이 늘 이럴 순 없지만

가끔만이라도 이럴 수 있으면 생을 버텨가는게 확실히 편안하리라.

꼭 지금의 나처럼.

 

 

시샘 반, 부러움 반으로 사람들이 말한다.

좋았겠네요. 유럽여행도 가고...

여윳돈이 많으신가봐요. 매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월급쟁이다.

독거인이기에 책임질 부양가족이 없다는걸 빼면

내 삶도 다른 직장인의 삶처럼 늘 팍팍하고 간당간당하다.

다른게 있다면 옷이나 가방, 화장품 그리고 식(食)에 그다지 욕심이 없다는거.

옷은 15년 넘은 게 수두룩하고,

화장품은 미샤제품을, 그것도 시즌 세일에 사두는 편이다.

지금 가지고 다니는 가방은 인터넷으로 2만원 주고 사서 3년째 쓰고 있고,

신발은 항상 만원을 넘지 않는다.

(워낙 잘 넘어져서 좋은 신발 사기가 영...) 

하다못해 공항 면세점에서 뭘 사 본 기억도 없다.

여행도 항상 6~8개월 전에 최저가를 찾아서 준비하고

숙소는 일행이 없으면 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

여행 중 식(食)이 차지하는 부분이 워낙 적기도 하지만

다녀와서 총경비를 말해주면 다들 화들짝 놀란다.

그 돈으로 유럽여행이 가능하냐고...

 

그러니까...

나는 좀 못 입고, 좀 못 먹고, 잠 좀 못자도 전혀 상관없다.

그냥 여행 자체가 너무 좋을 뿐.

내 두 발로 걸어서,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두 손으로 만져서

내 기억 속에 담는거!

그 하나가 날 미치게 설래게 한다.

뭐가 됐든 살기 위해서는 숨은 쉬어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게 이거다.

 

...여행...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9. 2. 09:02

두브로브니크 성벽 위.

보카(르) 요새에서 성 이반 요새 가는 길.

이곳은 어디서 보든 로브리예나츠 요새가 잘 보인다.

하늘빛 아직 옅은 색이지만 바다빛은 깊다.

성벽 아래 무너진 건물의 담벼락 위에 한 무리의 비둘기가 소풍중이다.

총총총.

음악같을 발자국들...

 

 

성곽을 보수하는 인부들의 손길은 분주하고

어제의 노동은 빨래줄 위에 고스란히 널려있다.

세상에나...

이제는 빨래들에게까지 질투가 생길 판이다.

혼자 웃으며 걷는 성벽 위 산책길.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성곽의 윤곽은 그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무심하게 고요하다.

고요한 풍경 속에 햇빛만이 분주하다.

시종일관 게릴리차럼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하는 태양.

 

이 모든게,

몽(夢)이고 환(幻) 같다.

두 눈 크게 뜨고 꾸는 꿈.

 

꿈 속에 길이 있고, 길 위에 내가 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