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1. 16. 09:18

<Les Miserables>

일시 : 2012.11.03. ~ 2012.11.25.

장소 : 용인 포은아트홀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알랭 부브릴,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곡 :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사 : 하버트 크레츠머

연출 : 트러버 넌, 존 케어드

협력 연출 : 크르스토퍼 카

가사 : 조광화

국내 연출 : 최용수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정성화(장발장), 문종원(자베르), 조정은(판틴),

        임춘길(떼나르디에), 박준면(떼나르디에 부인), 앙졸라(김우형)

        조상웅(마리우스), 박지연 (에포닌), 이지수 (코제트) 외

 

세계 4대 뮤지컬 중 우리나라에 공연되지 않았던 마지막 작품 <레미제라블>.

드디어 한국어 공연의 대장정이 용인에서 시작됐다.

내년 4월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장기공연이 잡혀있긴 하지만 너무 궁금해서 용인 포인아트홀을 찾았다.

(멀어도 정말 너~~~무 멀~~~~어!)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사이공>, <레미제라블>

개인적으로 동물들 나오는 건 싫어해서 <캣츠>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미스사이공>이 제일 좋았고 가슴에 오래 담겼었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이 더 기대가 됐던 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주연배우들도 오랜 <레미제라블>의 관행(?)에 따라 아니라 원캐스팅으로 공연된단다.

(솔직히 좀 걱정된다. 이 장기간의 공연이 원캐스팅으로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레미제라블>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일부러 공연을 보기 전에 미리 DVD를 보거나 공연평을 검색해보지도 않았다.

그냥 뭐랄까 아무 사전 지식없이 보고 싶었다.

예전에 <미스 사이공>를 봤을 때처럼 느껴지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너무 기대가 컸었나?

공연 초반부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정성화 장발장이 너무 감정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장발장이라는 인물의 감정이 아니라 장발장을 하고 있다는 배우의 감격이 아무래도 컸던 모양이다.

노래도 좀 불안했고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역대가 왔다갔다 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감정을 조금씩 추스르면서 점점 장방장이 되가는 것 같아 후반부 갈수록은 좋았다.

(정확히 말하면 코제트가 성인이 된 부분부터)

장발장을 하기에 정성화가 너무 젊은 것 같아 걱정했는데

젊은 장발장보다는 나이든 장발장을 훨씬 더 잘해서 좀 놀랐다.

이쁜 조정은에게 판틴의 모성애를 느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슬프고 아프게 표현해서 먹먹했다.

문종원 자베르.

나랑 문종원이라는 참 안 맞는 것 같다.

늘 연기가 변화가 없이 비슷한 것 같고

특히나 그의 딕션은 그닥 믿음직스럽지 않다.

나는 조금 더 강직하고 조금 더 단단하게 표현하길 바랬는데...

(그의 메트리스 연기는...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페나르디에 부부 임춘길, 박준면의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이 작품에 확실한 액센트를 준다.

그리도 두 사람, 정말 너무 잘한다.

페나르디에 부부일때도, 다른 역할일 때도..

오랫만에 공연무대에서 박준면은 정말 완전 브라보다!

어린 에포닌과 코제트와 나오는 장면은 가히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 급이다

페나르디에 딸래미 에포닌 박지연의 "On My Own"도 너무 슬프고 불쌍해서 가슴이 아팠다.

(전체적으로 페나르디에 가족은 캐스팅 good이다.)

 

앙졸라 김우형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탁월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극 작품을 많이 한 배우답게 노련함과 몰입의 정도는 엄청나다.

아마도 이 작품 통틀에 최고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 날 내가 본 느낌으로는...)

시작되는 1막 마지막 곡 "On day more"은 각자 파트를 부를 때는 아주 좋은데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을 줘야하는 합창일 때 가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노래와 배우들의 감정, 느낌 자체는 참 좋았는데

음향때문에 감동을 충분히 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지수 코제트는 고음이 너무나 절망적인 상태였고

마리우스 조상웅는 노래와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게 비쥬얼이 좀 어색하다.

이런 표현 좀 미안하지만 게임 케릭터 슈퍼마리오가 자꾸 떠오른다. 

아! 정말 멋졌던 아역들에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품을 보면서 당연하겠지만 <미스 사이공>이 많이 생각났다.

(두 작품 모두 클로드 미셀 숀버그가 작곡에 참여했다)

ABC 카케에서 마리우스가 앙졸라에게 사랑에 빠졌다 고백하는 장면은

크리스가 전화로 존에게 킴과의 사랑에 빠졌노라고 고백하는 장면과 거의 흡사했고

마리우스 품에서 죽는 에포닌은 크리스의 품에서 죽는 킴을,

바리케이트 접전은 헬리콥터 장면의 이비규환과 절망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전체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는 감동이 적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먹먹하고 가슴이 아파와서 좀 힘들었다.

내년 4월에 서울 공연때 다시 관람하면

그 깊이와 감정이 확실히 더 깊어질 것 같다.

시간이 지난 후의 <레미제라블>이 궁금하다.

기다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1막 (ACT 1) 
 

01. Prologue/look Down
02. Valjean's Soliloquy
03. At The End Of The Day
04. I Dreamed A Dream
05. Lovely Ladies
06. Fantine's Arrest
07. The Runaway Cart
08. Who Am I?
09. Fantine's Death
10. The Confrontation
11. Castle On A Cloud
12. Master Of The House
13. The Bargain-the Waltz Of Treachery
14. Paris/look Down
15. The Robbery
16. Stars
17. Abc Cafe/red And Black
18. Do You Hear The People Sing?
19. In My Life
20. A Heart Full Of Love
21. The Attack On Rue Plumet
22. One Day More

2막 (ACT 2)

01. Building The Barricade
02. On My Own
03. The Barricade
04. A Little Full Of Rain
05. The First Attack
06. Drink With Me
07. Bring Him Home
18. The Second Attack
19. The Final Battle
10. The Sewers/dog Eats Dog
11. Javert's Soliloquy
12. Turning
13.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14. A Heart Full Of Love Reprise
15. Valjean's Confession
16. The Wedding
17. Beggars At The Feast
18. Epilogu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13. 06:29


원래는 볼 계획이 아니었다.
매번 방학마다 조카녀석들에게 좋은 공연을 한 편씩 보여주고
같이 밥도 먹는 데이트를 하는데
이번에 내가 선택한 뮤지컬이 <미스 사이공>이었다.
세게 4대 뮤지컬이기도 보여주고도 싶었고
이번에 아니면 예전처럼 5년여가 지나야 보게 될지도 몰라서...  (^^) 
약간 선정적인 부분들이 나오긴 하지만
고등학생들이니 받아들이는데 충격적(?)이지도 않을 것 같았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완소 트리플 캐스팅을 보니 그만 또 마음이 동하고 말았다.
착한 가격으로 현장 구매를 할 수 있어서 이번에는 S석에서 관람했다.



김성기, 김보경, 마이클 리.
이 세 명의 배우들을 사수하기 위한 예매는 나는 종종걸음하게 만들었다.
조카들에게도 꼭 이 조합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캐스팅이 자꾸 바뀌는 바람에 예매와 취소을 오랜 시간 반복했다.
급기야 예매처 Q & A 란에 호소까지 하고 말았다.
"죄송하지만 캐스팅을 너무 자주 바꾸니까 예매하기가 힘들다고..."
전날 폭우가 내려서 이날도 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햇빛이 쨍쨍했다.
전날인 토요일에 집중 호우와 번개로 인해 공연장 전기 시절에 문제가 생겼단다.
그래서 2시 공연이 전면 취소되는 비극적인 참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일부러 조카들 시간 맞춰서 어렵게 데이트 약속을 잡은건데
(한 놈이 고 3이 수험생라 심신이 고달픈 몸이기에...)
뜻하지 않는 대참사가 일어날까봐 조마조마 했었는데 다행스럽다.



역시 세 사람의 조합은 지독히 아름다웠고 또 다시 감동적이었다.
김보경은 성대결절 때문에 공연을 며칠 못했다고 하는데
여전히 사람을 절절하고 아프게 만들었다.
이날은 엘렌과의 첫만남 장면에서 절망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의 아내라는 희망이 끊고 오직 탬의 어머니로만 킴이 변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절망을 품고 유일한 희망을 붙잡는 그녀의 고통을 보는 건 네 번째인데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늘 새롭게 가슴이 차곡차곡 아파온다.
헬리콥터 장면에서는 또 다시 눈물을 흐릴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절망적이고 잔인하게 아파서...
오랜 공연 기간으로 인해 몇몇 배우들이 다소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그리고 앙상블은 역시나 최고! (morning dragon과 헬리콥타 신, 그리고 클럽 신들도... 정말 대단들하다)
조카 녀석들도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갔다면서 아쉬워했다.

공연이 끝나고
조카 녀석들은 방학 때마다 고모가 좋은 공연을 보여 줘서 고맙다고 하고
나는 고모와의 데이트를 매번 기쁘게 받아주는 조카들이 너무 고맙고...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당동 떡볶이 골목으로 향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덥지만 신당동 떡볶이는 먹어줘야 하기에...
변변찮은 고모에게 좋은 기억 하나 더 심어준 조카들이 그저 이쁠 뿐이다.
사실 이 날의 주연은 조카 녀석들이었고 조연이 <미스 사이공>인 셈이다.
제 눈에 안경이겠지만 우리 조카 녀석들은
고모, 이모에게 참 착하고 다정하다.
요 놈, 요 놈, 요 이쁜 놈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8. 06:26
2010. 04. 03. PM 2:00 Casting
앤지니어 : 김성기 / 크리스 : 마이클 리 / 킴 : 김보경
존 : 김우형 / 엘렌 : 김선영 / 투이 : 이경수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캣츠>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이 중에서 <레미제라블>만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모두 라이센스 공연이 이루어졌다.
(조만간 <레미제라블>도 라이센스 공연이 성사되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
4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센스 국내 초연됐을 때 참 많이 관람을 망설였던 작품이다.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에..." 였다. 
그때 주연배우들의 기자회견 장면이 아마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
브로드웨이에서 <미스 사이공> 투이 역으로 데뷰했다는 그는 놀랍게도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경악했다.
그런 그가 한국어로 노래를 해야 하고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게 "장난"처럼 느껴졌다.
<미스 사이공>의 희극 버전이 탄생되는구나 싶었다.

 
                                                                              <미스 사이공 킴과 크리스>

그리고 뒤늦게 "마이클 리"가 부른 뮤지컬 넘버를 듣게 됐다.
"Why god why?"
솔직히 고백하는데 전율이 일었다.
그의 한국어 발음은 분명 문제가 많았지만 감정이 그대로 담긴 그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답고 깨끗했다.
킴과의 듀엣곡 "Sun and Moon"과
"The last night of th world"를 듣고는 후회했다.
4년 전에 그래도 한 번쯤은 보지 그랬느냐고...



고양 아람누리 무대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또 놀랐다.
너무 작은 체격이라서...
그의 작은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힘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를 엎드리게 해서 등판을 열면 에너자이저한 밧데리가 우루루 쏟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할만큼 ^^) 
맑고 깨끗하고 그러면서도 거침없는 목소리. 
그의 고음은 불안하지도 힘겹지도 않았다.
소위 말하는 타고 난 목소리다.
그런 그가 원래는 스탠퍼드 대학의 우등생이었단다.
의대생이었던 그는 3학년 때 뉴욕으로 건너가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봤고
투이 역으로 꿈에 그리던 브로드웨이에 무대에 서게 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렌트, 왕과 나 ...
브로드웨이 대표작에서 한창 활약하던 그는 우연히 친구를 통해 한국에서의 미스 사이공 공연 소식을 듣게 됐단다.
그래서 싱가포르 투어 중 하루를 비워 오디션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았단다.
미국에서는 백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크리스.
그는 크리스가 되어 그렇게 4년 전 한국 뮤지컬 무대에 섰다..
<미스 사이공>이 그의 뮤지컬 무대 첫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마이클 리.
2005년 초연가 달라진 점이라면,
그의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1살짜리 아들이 생겼다는 것.
그래서 더 성숙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공연 후 무대 밖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의 모습은
참 귀엽고 그리고 순수해보였다.
(젠틀한 꼬마 신사 같았다고나 할까? ^^)



킴의 "김보경"!
작은 몸의 그녀가 나를 얼마나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지...
그녀에게 제대로 휘둘리고 난 후의 느낌은 황홀할 정도였다.
그녀에게도 운명이 되어 버린 <미스 사이공>,
4년 전 그녀는 뮤지컬 <아이다>의 앙상블이었다.
한국 오디션 당시 외국 연출자는 한국에는 `킴`이 없다는 소리까지 했을 정도로 캐스팅에 난항이었다고 한다.
오디션에 지원조차 하지도 않았던 그녀는 <아이다>를 본 연출자에 의해 오디션 기회를 잡았고
수백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앙상블에서 주연이 되는 신데렐라의 행운을 얻었다.
모든 뮤지컬 여배우들이 꿈꾸는 역할 "킴"으로...


전쟁의 화염 속에 가족을 잃고 창녀가 되야 했던 17세 킴의 여리고 순수한 목소리부터
떠난 크리스가 돌아올 것을 굳게 믿으며 부르는 노래  "I still believe"
3살 된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치리라 다짐하는
"I'd give my life for you"까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시간도, 희망도, 그리고 절망도 묻어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킴" 그 자체였다.
헬기장 장면에서 나는 그녀 때문에 가슴이 찢어졌고
호텔에서 크리스의 아내 "엘렌(김선영)"과의 만남에서는 함께 가슴이 무너졌다.
킴의 대사처럼 나 역시도 "숨을 쉴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면 내가 저 철조망을 뚫고 그녀를 헬기 안쪽으로 보내주고 싶었는데...



어쩌면 <미스 사이공>은 동일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더 가슴 아파하면서 감동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전쟁을 비록 겪지 않은 세대라고 할지라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전쟁의 절망을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정하고 가슴 아프게 느끼고 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더 지나도 그렇게 될까?
<미스 사이공>이란 작품의 의미,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나는 여기에 두고 싶다.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전 속 의미로만 남기를 희망하면서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라도 그 절망을 조금이라도 가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게 구닥다리같은 억지처럼 들리더라도 말이다.
작품 속 비극을 통해서 우리가 "전쟁"의 참혹성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
솔직히 말해서,
<미스 사이공>을 보면서 내가 감동받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너무 "고전"이라고. 지금 시대에 전쟁물이 말이나 되냐고...
그래도 4대 뮤지컬이라니 한 번 보기나 해보자고...
참혹하게도,
나는 완전히 처참한 KO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KO패를 내내 감사하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보게 된 김성기씨는
역시나 독특한 존재감을 주는 자신만의 앤지니어를 만들어냈다.
한때 그의 목소리를 내가 얼마나 깊게 깊게 사랑했었는지... (^^)
그의 건강하고 날씬한(?) 모습이 마냥 반갑고 그리고 정답다.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보여주는 멋진 배우 김성기.
그동안 무대가 많이 그리웠겠다. 특히나 <미스 사이공>은 더더욱.
그의 앤지니어를 볼 수 있었다는 건 나에게도 그에게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The American Dream - 앤지니어 "김성기">

마이클 리, 김보경, 김성기, 김선영, 김우형.
그들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세계를 직접 보고
<미스 사이공>이 세계 4대 뮤지컬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나는 충분히 이해했고 그리고 인정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4대 뮤지컬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덕분에 혼자 무안해지고 말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과 놀라운 무대 셋트들.
(3D 헬리콥터 장면은 정말 사람이 그 속에 타서 신기했다.)
철조망 신의 긴박감과 절망감,
퇴폐적이고 끈적거리는 클럽의 불빛,  피난민들의 허름한 수용소.
커다란 호치민 흉상 앞에서의 군무들까지.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전부 기억에 선명하고 그립다.



어쩌나...
또 다시 깊게 절망하고 싶다. 
너무 그리워서 이제 어쩌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0. 13. 06:35
정말 한참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뮤지컬
몇 달 전에 예매를 해놓고 빨리 10월이 오기만을 바랬었는데...
2001년 초연 이후 9년만의 귀환.
정말 많이 기다렸던 Phantom of the Opera



이 뮤지컬의 특징
캐스팅을 공연 당일 공개한다는 사실
굳이 알려고 들면 알 수도 있다고 하는데
뭐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왠지 phantom스러운 전략같아 그 느낌도 나쁘지 않다.
누구의 캐스팅이든 이 뮤지컬에 주요 등장인물이 됐다면
그래도 기본 이상은 될거라는 믿음도 있고...



10월 11일 저녁 공연의 캐스팅
양준모 phantom, 최현주 크리스틴, 홍광호 라울, 윤이나의 칼롯타.
양준모의 phantom이 정말 궁금했는데
이런 모습이었구나......
전체적으로 양준모 phantom은 아직 뭔가를 남겨두고 있다는 인상,
지금껏 내가 봤던 배우 양준모의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
꽤나 조심하고 있다는 느낌 .
분노와 절규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듯 했다.
action이 유머러스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조금 있었고...
이블데드와 프랑켄슈타인을 가끔씩 생각나게 한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건 너무 코믹했다. 미안하지만 왕꿈틀이가 생각났다...
 마지막 크리스틴과의 키스씬에서 심하게 허우적 대던 팔도 그렇고
 애절한 씬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상당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크리스틴과의 듀엣곡 <Phantom of the opera>,
솔로곡 <The Music of the night>는 참 좋았다.
아주 상당히 양준모스러운 Phantom을 볼 수 있었기에...
2막의 <돈 주앙의 승리>라는 극 중 오페라에서의 팬텀의 목소리도 참 좋았다.
몇 부분에서 길을 잘 찾아낸다면
아마도 꽤나 괜찮은 phantom을 공연기간 중에 꼭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만든다.

크리스틴 "최현주"
일본 사계에서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그녀는 다시 사계로 돌아간다는 조건으로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단다.) 
목소리와 연기, 그리고 춤까지...
그녀의 크리스틴은 훌륭했다.
다시 한 번 꼭 보게 될 수 있기를...
<Think of me>를 듣는 순간 "와~~ 그녀! 아찔하게 멋있다"
확신했고 감탄했고 그래서 기뻤다.
묘지에서 부른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과
2막에서 라울과 팬텀의 대결에서의 그녀 모습과 목소리
오래오래 담길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극 중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에서 보여준 팜프파탈적인 모습까지
꽤나 관능적이고 유혹적이었던 그녀의 시선과 손끝



라울의 "홍광호"
노래를 잘 하기로 유명한 홍광호!
아마도 1년 여의 공연 기간 중에 홍광호 Phantom이 새롭게 등장할테지만
그의 잘 부르는 목소리를 이 곳에서 확인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다.
<홍지킬>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에게 라울은 뭐랄까 그의 옷이 아닌 것 같다.
이상하지?
2001년도의 류정한 라울은 그 존재감이 엄청났었는데
(오히려 팬텀보다 더 인기있었고 유명세를 탔던 류라울)
2009년 라울은 약간 묻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에서는 여지없이 그의 목소리가 묻혀버린다.
물론 <All I Ask of you>는 훌륭했고.
(이 노래를 부르면서 묘하게도 나는 최현주 크리스틴이 발란스를 잘 맞추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살이 오른거지?
난 더 샤프하고 날렵한 라울을 기대했었는데...
그래도 지하 미궁에서 올가미에 묶여있던 그의 자태(?)는
상당히 알흠다웠다 ^^
(살짝 새디즘적이기도 했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정상윤"의 라울은 어떤 모습일지...

피르맹 "김봉환"과 앙드레 "서영주"
그야말로 브라보였다.
영원한 비극적 인물 베르테르 서영주의 극 몰입력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알면 알수록 참 여러가지로 궁금한 배우다.
익살스러웠던 두 사람으로 인해 이 뮤지컬은 감칠맛이 더한다.
(믿어질까? 오페라의 유령에 감칠맛이라는 게... 그런데 진짜 그렇다)
칼롯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르던 <Prima Donna>
재미있었어요. 두분 덕분에 ^^
초반 두분이 만든 집중력을 뒷부분 합창이 좀 무너뜨려주긴 했지만...
2막을 여는 <Masquerade>도 그들이 멋지게 시작해줬다.



9년전 공연에 비해
가사가 조금 낮설게 느껴진다.
그리고 레이에와 르 페브르는 너무 코믹하게 설정이 된 것 같고...
마담 지리의 포즈가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인상.
어쨌든 이 뮤지컬 결말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인데...
어쩌면 2001년도 마담 지리가 너무 강하게 각인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팬텀에서 입맞춤 하는 크리스틴.
그녀는 그 입맞춤 하나로 결국 2개의 사랑을 완성시킨 셈이다.
그리고 팬텀은 그녀를 잃었지만
노래의 날개는 계속 그녀에게 남겨졌으니
어쨌든 "끝나버린 노래"는 아닌 셈.

다음주에 다시  관람하게 될 때
내가 어떤 느낌으로 변하게 될지도 사뭇 궁금하다.
은근히 버닝 중인가?

매번 생각하는 건데,
엔드류 로이드 웨버는 천재가 확실하다.
자신과 사라 브라이트만의 관계를 은근히 빗대 만든 뮤지컬
<Phantom of the opera>
그에게 외모가 아무래도 약점이긴 했나 보다.
하지만 어쨌든 이 뮤지컬로 그도 완변하게 변신한 셈이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3개를 만들어낸 사람.
살아있는 뮤지컬계의 신화 앤드루 로이드 웨버!
<Phantom of the opera>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그의 심장은 매번 새롭게 떨리겠다.
거기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될테니...
"돌이킬 수 없는 길..."
Phantom of the Opera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