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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3 달동네 책거리 58 : <스타일>
  2. 2009.02.23 달동네 책거리 30 : <압구정 다이어리> 1
달동네 책거리2009. 8. 3. 06:35
 <스타일> - 백영옥


스타일
 

"Hyorish"와 “신상녀” , "Rainism"

한때 우리나라 스타일을 대표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죠.

<스타일>이라.... 참 스타일 안 따라주는 제가 말하기엔 뭣 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잠시 쉬면서...

(사실 저의 스타일이라 함은 “럭셔리”는 꿈도 못 꾸는 “없셔리”에, 실용이라 박박 우기는 “싼티” 패션인 관계로.... 근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이러기 정말 힘듭니다...)

 

혹시 “칙릿(chick-lit) 소설”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젊은 여성”을 뜻하는 “chick"이라는 단어와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인데요, 영미 문화권에서 시작된 젊은 여성을 겨냥한 일명 “꽃띠 문학”을 지칭하는 문학 장르입니다.

칙릿 소설의 시작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그 시작이라고 하네요.

그 후에 정말 물밀듯이 쏟아졌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 앤 더 시티>, <워커홀릭>, <쇼파홀릭>...

유행에 뒤처지면 혈압 무지 올라가는 우리나라도 문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 <달의 바다>, <아내가 결혼했다>, 오늘 소개하는 <스타일>까지 칙릿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 상당히 많이 출판되어 있답니다.

공통점을 꼽자면 일단은 무지 재미있다는 사실입니다.

내용 자체는 좀 가벼운 감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문학적 흐름임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네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여자 온달 신드롬”의  현대판 해석이라는 생각도 개인적으론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killing time" 소설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기에 적당한 내용이라는 뜻이죠.(절대 시간 낭비의 개념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기본적으로 간을 낭비하는 만드는 책은 세상에 없다는 주의거든요.)


패션지 「A 매거진」 여기자인 서른 한 살 이서정.

그녀는 직장 생활 8년차로 예금도, 보험도, 그 흔한 펀드에 애인 하나 없는, 현재 고민사항은 44 싸이즈 스키니진을 입고 그 체험담을 써야 하는 실로 엄청난 과업 성취를 주문받은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뭔 놈의 여자들은 전부 44에 환장을 했는지 본의 아니게 44 싸이즈의 강한 압박에 그녀는 괴로운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죠. (패션 잡지에 대해 너무 실감나게 그려 대단하다 했더니 실제로 작가 백영옥은 그쪽 일을 한 전과(?)가 있네요.)

거기다 전설적인 요리 평론가 “닥터 레스토랑”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 받은 상황입니다.(제 발에 제가 넘어진 꼴로다.....)

음식칼럼 하나로 유명 레스토랑들을 초토화시킨 이 비밀스런 요리평론가는 매번 바뀌는 메일 주소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서정은 '닥터 레스토랑'의 이름은 커녕, 나이도, 주소도, 성별조차 모르고 있는, 일명  벽 보고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팡당한 시츄에이션에 그야말로 내던져 있습니다.(아~~ 죽일 놈의 밥벌이여~~~!!)

거기다 현대 직장 여성의 최대 관심 중 하나인 남자도 역시 등장해 주십니다.

애매모호한 선을 오고가는 직장 선배 김민준, 그리고 오래전에 선을 보기로 한 자리에서 만나보지도 못하고 퇴짜를 맞힌 의사였던 박우진이라는 남자까지...(이 남자 은근 신비주의 풍깁니다.)


<스타일>은 한마디로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욕망에 대한 가벼운 터치의 소설입니다.

패션, 영화, 음식, 명품, 다이어트, 사랑, 등 다양한 소재들을 숨가쁘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쏟아내고 있죠. 그 속에 유행처럼 수시로 바뀌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욕망들 또한 빠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스타일>에 등장하는 이런 다양한 욕망과 욕구들은 또 다른 욕망들과 만나면서 때론 심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화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휘둘려야만 하는 현실과 내면의 목소리 사이의 갈등, 명품에 대한 소비 욕망과 빈곤층에 기부금을 내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 44사이즈의 스키니 진을 입고 싶은 마음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계속해서 이런 다양한 욕망들과 갈등하게 되죠.(뭐 이런 것도 갈등꺼리가 되는 거냐고  묻는다면 결단코 갈등꺼리가 된다고 그것도 충분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갈등의 가장 오래고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오해와 진실 사이의 갈등이 아닐까요?

근거 없는 소문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 또한 근거 없는 소문에 의해 상처를 받고, 오해가 쌓여 진실과 점점 멀어지게 되는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개인적인 루머와 외적 욕망, 피상적 인간관계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죠. 모두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말입니다.

주인공 이서정은 그러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힘들어 하면서도 결국엔 현실 도피를 택하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녀는 결심하죠. 자신의 삶과의 화해를...

자신이 주변 상황들과 인물들에 대해 화해를 시도하자 이서정의 현실도 더 이상 그녀를 고달프게 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사람들과의 진짜 관계가 시작된 셈이죠.

진짜 관계라...

비록 stylish한 유행처럼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관계일지라도 그 속에 진실을 담게 된다면 어쩌면 유행 그 이상을 만들어 내게 되지 않을까요?

서정도 진실 된 삶이 사실은 진실이 사라졌다고 믿은 자신의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진짜 인생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있어야 할 바로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게 일명 죽이는 요즘의 “style”이라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지....

뭐 “Hyorish"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 분명 ”stylish"한 소설임에는 맞는 것 같네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거 또 드라마로 만들어 지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발 빠른 SBS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지난 주말부터 방송을 시작했네요 

  김혜수, 이지아, 류시원 주연...
  이들이 어떤 stylish한 드라마를 만들어갈 지 자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23. 05:51
 <압구정 다이어리> - 정수현


 압구정 다이어리



“한국형 칙릿 소설”이란 광고 타이틀을 한때 달고 있던 소설입니다.

한국형 칙릿이라...

대략 난감한 표현이란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어쩐지 모든 칙릿 소설은 “섹스 앤 더 시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야말로 몹쓸놈의 선입견이죠.)

뭐 배경이 한국이고, 주인공도 한국인이고, 그리고 주된 등장인물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3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니 한국적이긴 합니다, 게다가 방향치와 길치를 위해 압구정과 청담동 일대의 유흥거리를 첫 장에 상세한 지도까지 그려가면서 아주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아마도 이 책을 읽고 그 곳에 찾아간 사람 있진 않을까 싶습니다....)

설마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까 걱정하는 한국적인 노파심(?)의 노출(?)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먼저, 작가 정수현...

시트콤으로는 유일무이하게 시즌5까지 만들어질 만큼 엄청나게 성공한 “논스톱”의 작가였다네요.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책 앞면에 있는 작가의 얼굴 보면서 혼자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네요. 물론 얼굴로 글을 쓰는 게 아님을 알지만 생김이 너무 참하고 그야말로 수줍게 보여 “어라! 정말 이 사람이 쓴 게 맞아?”하는 의문이...

방송작가 경험의 영향이겠지만 일단 대사나 상황은 통통 튑니다.

그런데 이 “튐”이 일상적인 우리네의 방향과는 좀 달라 (사실 저와는 너무 많이 달라)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동네가 정말 이래?”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4차원의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입니다.

이거, 은근히 SF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제겐 다가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압구정 단어들과 클럽 용어들, 그리고 수많은 명품 브랜드 이름들에 집 한 채의 가격을 호가하는 자동차들...

연예인들이 지나가도 우루루 몰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촌스러운 짓을 하는 사람들도 없고, 헬스장을 가기 위해 뷰티샾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제이로(제니퍼 로페즈)가 디지인한 30만원짜리 운동복을 걸치고 우아하게 셋팅한 머리를 날리며 런닝머쉰 위를 “S라인”으로 밟아주시는 그녀들이 사는 곳.


그녀들의 이름은,

지현, 유라, 지안...

어쩐지 그녀들의 “넬라판타지아”를 우리가 엿보고 있다는 도발적인 쾌감도 살짝 듭니다.

압구정의 문화(?)라면 이런 “엿보기의 교차와 연속”도 포함되지 않을까요?

오래전에(정말 오래전이네요...) “오렌지족”이니, “야타족”이니 하는 말들이 생겨났을 때 제게 압구정이라는 지명은 넓은 의미의 관음증처럼 느껴졌더랬습니다.

언제부터 압구정동이 신상의 물결에 휩쓸려 부나비처럼 날아드는 된장녀들의 양성소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지명의 신세도 좀 안타깝긴 하네요.

그게 다 “들여다보는”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 좀 뜨끔한 구석도 있습니다.

압구정을 바라보던 시선은 급기야 청담동으로 대표되는 럭셔리 고립지역까지 탄생시키기에 이릅니다.

그릇된 “살롱 문화”는 우리나라에 수많은 부티끄를 탄생시키고 그리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력서리 명품 거리를 탄생시키죠.

그 거리의 사람들은 명확히 분류됩니다.

예쁜 여자는 텐프로거나 연예인이고, 괜찮은 남자는 호스트거나 정말 청담동 도련님이거나....

이 분류 안에 평범한 사람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어찌 감히 “평범함”이 명함을 내밀 수 있겠습니까?

명품 자켓 안에 받쳐 입은 지오다노 셔츠에 기겁을 하면서 “재, 짝퉁이야!”를 외치며 배신감에 치를 떠는 사람들.

외제차들이 쭉 주차되어 있는 곳에 국산 승용차를 몰고 오는 남자를 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전력질주로 도망가는 여자들.

이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귀염성마저 느껴집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간 말종”에 “네가지(?)가 없다 못해 개념도 없는 인간들”이 이 책엔 풍성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읽을수록 점점 불쾌하고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죠.

만약 그렇다면 그 부분까지도 다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건,

“시선의 횡포” 였습니다.

소설이라 왜곡된 부분도, 사실과 다른 부분들도 물론 많겠지만 결국 비난이나 불쾌감의 시작도 “시선”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치나 허영으로 대표되는 된장녀를 비난하는 시선 속엔 그녀들의 풍요와 태생에 대한 부러움 담긴 시선이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 몇 명이나 될까요?

혹은 정당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싸잡에 비난하진 않았는지...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했던가요?

그러나 그 세 치 혀를 움직이게 만든 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시작이었을 테니 원죄를 물어도 눈에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 갈수록,

이 세계를 비난만 하고 있는 저를 비난하게 되더군요.

어쩐지 몰래 누군가를 살펴보는 제 모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된통 들킨 기분입니다.

영 뒷통수가 찜찜하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