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4. 14. 08:55

 

 

<Nata Hari>

 

일시 : 2016.03.25. ~ 2016.06.12.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대본 : 아이반 멘첼(Ivan Menchell)

작사 : 잭 머피(Jack Murphy)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

음악감독 : 제이슨 하울랜드(Jason Howland) / 한국 음악감독 : 김문정

연출, 안무 : 제프 칼훈(Jeff Calhoun) /

출연 : 옥주현, 김소향 (마타하리) / 류정한, 김준현, 신성록 (라두 대령) / 엄기준, 송창의, 정택운 (아르망)

        김희원, 최나래 (안나) / 홍기주, 선우 (캐서린) / 임춘길 (MC) 외

제작 : (주)EMK뮤지컬컴퍼니

 

창작인듯 창작 아닌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를 봤다.

일단 어마어마한 스텝들에, 어마어마한 캐스팅에 많이 놀랐는데

총제작비가 무려 250억이나 들었대서 더 놀랐다.

대부분이 출연료겠구나 싶었는데 그 중 60%를 무대에 쏟아부었단다.

실제로 보니 엄청나긴 했다.

수시로 바뀌고, 회전하고, 위에서 내려오고...

그런데...

극 자체는 무대만큼 매력적이진 않았다.

누군가 그러더라.

"옥주현을 위한, 옥주현에 의한, 옥주현의 작품"이라고.

다른건 몰라도 옥주현을 향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무시무시한 편애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겠다.

드라마가 강렬했던 것도 아니고,

넘버도 두어 곡을 제외하면 soso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프랠크 와일드혼 스러운 멜로디라 개인적으론 다른 작품이 기시감처럼 떠올랐다.

(예전에도 느낀거지만 프랭크 와일드혼이 새로워지는건... 아무래도 힘들지 앟을까 싶다.)

 

이 작품을 보면서 두 가지에 크게 놀랐다.

첫번째는 MC역의 임춘길 배우의 노래가 너무 불안했다는거.

목상태가 안좋다는건 알겠는데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한대도 원캐스팅으로 끌고 가는건 고려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넘버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넘버가 살얼음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송창의가 생각보다 훨씬 노래를 잘했다는거.

마타하리와의 듀엣송에서 옥주현에게 당연히 밀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짱짱한 소리가 나와줘서 정말 놀랐다.

연기는 워낙 잘하는 배우라 걱정은 안됐는데

옥주현과의 연기적인 합도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좋았다.

개인적으로 세 명의 아르망 중에서 송창의가 최고이지 싶다.

(한 번 관람할거나 뭐 확인은 못하겠지만!)

 

이 작품 참 묘하다..

무대도, 주연배우도 나쁘지 않고,

심지어 앙상블까지도 연기와 노래 다 잘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몰입이 아니라 관람으로 끈나게 한다.

뭔가가 부족하다.

보여지는것 그 이상의 뭔가가!

 

그게 뭘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7. 05:48

드디어 <Elisabath>이 우리나라에 공연됐다.
그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라이센스 공연을 기댜려온 작품이다.
우리나라 공연이 결정되고 캐스팅이 발표나기 전까지 나 역시도 기대반 걱정반으로 기다렸었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후 정확히 20년만에 우리나라에 공연되는 뮤지컬 <Elisabath>
1994년 버전을 유투브를 통해서 봤는데 몇몇 장면의 순서만 바뀌었지 변한 게 전혀 없다.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일까?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엄청나긴 한 것 같다.
<Wicked>의 오리지널 무대와 <레미제라블> 라이센스 공연도 지금 대기중이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고보니 미국과 프랑스의 왠만한 작품들은 거의 소개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유럽 작품으로 서서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걸 보니.

<Elisabath>
뮤지컬 역사상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란다.
캐스팅 발표후 솔직히 많이 놀랐다.

다른 작품들은 도대체 어쩌나 싶을 만큼 뮤지컬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배우들 거의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출연료만으로도 제작비의 상당부분이 할애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과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조명까지.
원작 공연에서도 무대 장치에만 무려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다는데 과연 헛말이 아니었구나 싶다.
주,조연을 망라하고 거의 고음으로 이루어진 넘버들은 듣고 있으면 감탄의 연속이다.
엄청난 화려함과 계속되는 고음의 페레이드가 이 작품의 장점이긴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가령,계속해서 움직이는 이중 회전무대는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흡과 체력을 극도로 소모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 엘리자벳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대효과중 하나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공연의 집중력이 전체적으로 흐트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연 초반에 조명, 음향 등 무대효과의 타이밍이 어긋나고
토드가 서있는 크레인도 완전히 내려오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했단다.
루케니가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할 때는 줄이 끊어지는 대참사(?)도 발생했다나?
화려한 무대와 조명, 의상 등이 눈의 피로를 가져올 수 있다면
주,조연을 망라하고 계속되는 고음의 향연은 감탄을 넘어 귀의 피로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다.
솔직히 현재는 첫번째 관람이라 피로보다는 경의로움이 크다.
드디어 류정한과 민영기가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Elisabth>라는 작품이 충분히 의미있고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박은태 루케니 - 류정한 토드
류정한 토드 - 김선영 엘리자벳
류정한 토드 - 전동석 루돌프
류정한 토드 - 민영기 요제프
민영기 요제프 - 김선영 엘리자벳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매력적인 조합이다.
그렇다면 나의 첫 관람은?



엘리자벳 김선영.
40이 넘은 김선영이 16살부터 61살까지의 나이를 연기해야한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었으리라.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의외로 극 속에서는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배역 자체가 워낙 고음의 곡들이 많아서 노래 잘하는 김선영에게도 힘겨워 보였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가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곡 자채가 워낙 높아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래도 김선영은 누가 뭐래도 김선영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배역보다 엘리자벳이 트리플 개스팅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직 공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좀 힘겨워 보인다.
회전하는 무대에서, 그것도 움직이면서 노래한다는 게 보기에도 안스럽다.
회전무대의 속도도 관객이 보는 것 보다 상당히 빠르다는데...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때는 머리와 의상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엘리자벳은 전혀 쉴 짬이 없단다.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배역이다.
그래서 신영숙을 사람들이 많이 원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이날 김선영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아 넘버들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아쉽다.
특히 "나는 나만의 것"이 내내 아쉽다.
그래도 확실히 류정한과 많은 공연을 해서 그런지 둘의 호흡과 하모니는 끔찍하다.
솔직히 저릿저릿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2% 부족한 듯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프란츠 요제프 민영기.
신념 강한 왕(정조)이나 영웅(이순신, 삼총사)을 주로 연기해서 그랬을까?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다.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민영기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속상하다.
배역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을테지만...
그래도 2부 후반부에 류정한 토드와 함께 '엘리자벳~~~"을 외치는 장면은 환상이었다.
두 배우 모두 균형을 맞추면서 각자 목소리로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륜과 경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절감했다.
김선영과의 듀엣곡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는 생각보다 애절하지 않아 아쉽다.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박은태.
이 작품을 통해 현재 엄청난 칭찬과 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잘한다는 말엔 나역시 이견이 없다.
루케니의 넘버 대부분이 박은태의 장점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곡인 것 같다.
다행스럽다.
지금껏 내가 본 박은태 모습 중에서 제일 괜찮았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해설자의 입장에만 머물러있다는 게 문제다.
좀처럼 극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서 충실하게 해설자 역할만 담당한다.
그래서 극의 초반과 마지막에 루케니가 적극적으로 개입되는게 오히려 생경스럽게 느껴진다.
중간중간 본인이 너무 흥에 겨워하는 것도 약간은 이물스럽다.
흥없는 방관자보다는 흥있는 방관자가 100배쯤 낫지만 
이 작품 속에서 루케니는 방관자이기만 해서는 안 될텐데...
어찌보면 루케니가 토드의 대리인이기도 한데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정말 충실한 해설자, 그 자체였다.
그래선지 milk보다 Kitsch를 부를 때가 더 실감(?)나고 극적이다.
NDP에서 그랭그와르를 할 때는 그래도 꽤 극 속에 개입했었는데...
어쩐지 작정하고 개인기에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박은태 작품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입 속에서 오래 머물려 웅웅대던 대사도 많이 개선된 것 같고..



루돌프 전동석.
요즘 한찬 뜨는 뮤지컬 배우다.
(하반기에 공연될 뮤지컬 <루돌프>에 강력한 후보라는 설이...)
분량이 너무 적어 뭐라고 평가하기가 솔직히 어렵지만 노래는 꽤 괜찮다.
류정한 토드와 부른 "그림자는 길어지고(The Shadows Grow Longer)"는 용호상박이다.
좀 대견스럽다 ^^ 
개인적으로 어버지 요제프와 대면하는 장면은 좀 더 완강했으면,
어머니 엘리자벳에게 도와달라는 장면은 더 간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대공비 소피 이정화.
<해어화> 이후로 정말 오랫만에 그녀를 무대에서 봤다.
엄격하고 냉정한 대공비를 기대했었는데 내가 본 건 고집장이 심술꾼 시어머니 모습이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대공비 같지는 않더다)
나이 든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일부러 그렇게 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딕션이 조금 무너져버렸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초반에 루케니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불러낼 때 이정화의 소리는 들리지만 목소리는 거의 묻힌다.
좀비스런 느낌이지만 정말 멋진 장면인데...
(예전 DVD를 보니까 이 장면이 공동묘지처럼 연출됐던데 느낌이 훨씬 강해서 개인적으론 좋다.)



토드(tod) 류정한.
할 말 많은 이 사람을 어찌할까?
영화 <기적>이 촬영 자체가 무산된건지,
아니면 스스로 배역을 하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에 이 영화 때문에 류정한은 <몬테크리스토>를 제외하고는 어떤 작품도 하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류정한!
사실 루케니에게 소개된 토드의 첫 노래를 듣고는 깜짝 놀랐었다.
무대에서 언제나 영리한 여우였던 류정한이 너무 오랫동안 무대를 비웠나 싶어서...
지금까지 그가 낸 소리와 확실히 다른 소리여서 당황스러웠다.
왠지 늬들끼리 어디 한 번 잘 해봐라 하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
실망감 비슷한 당혹감은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류정한은 역시 여우일수밖에 없구나 절감케 한다.
이야기 전체를 토드가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랄까!
늬들이 아무리 배후와 동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도
어차피 이 모든 건 내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거만하고 완벽한 handling.
류정한의 토드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control 이라기보다는
질투와 본능에 의해 감각적으로 표출되는 handling에 가깝다.
그리고 다분히 디오니소스적이다.
넘버 중간중간 웃는 웃음소리라든가
(그 웃음의 의미를 하나하나 쫒는 것도 특별한 재미였다)
성마르면서도 관능적인 그의 노래는 순간순간 전율을 일게 했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잠깐이라도 무대 위에 서면 여지없이 뮤지컬 <엘리자벳>은 뮤지컬 <토드>로 변한다.
아마도 오랫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본인의 흥분과 감격 지수도 상승됐겠지만
3월 중반 이후에는 좀 다른 표현의 토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예상해본다.
(반갑다! 류정한! 당신만큼 당신 무대를 기다린 사람들 정말 많다!)
솔직히 나는 배우 류정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를 포기해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러기에 배우로서 그는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지금은 단지...
이 아름다운 배우를 드디어 다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마냥 황홀하다.
(그래서 더 객관적이지 못할수도 있겠다)
그가 특유의 발음으로 "엘리~~~자~~~벳"을 부를때마다
당치않게도 내가 엘리자벳인냥 대답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주겠다는데...
영원한 안식처를 주겠다는데...
도대체 이 유혹적인 부름에 누군들 감히 마다할까?
무한 애정의 정도가 깊다고 손가락질 한대도 어쩔 수 없다.
어쩌겠는가...
죽음이 죽음으로 죽음을 말하는데
어찌 죽음을 따르지 않으리요...



캐스팅 보드를 자세히 살피지 않아서 이날 루돌프 아역이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아역까지도 잘하더라.
침대위에서 "엄마 어디 있어요"를 부르는데 깜찍하면서도 너무 안스러웠다.
아직 어린 꼬마인데 감정을 담아서 부르는 것 같아 놀랐다.
<해품달>에 이어 아역이 아역이 아닌 시대가 뮤지컬계도 오려나보다.
긴장해야겠다. 성인연기자들 ^^

공연장에서 프로그램북을 사본지 백만년이나 돼서 찾아보지 못했는데 
번역을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
음악감독 김문정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상당히 깔끔하다.
EMK 작품들을 볼 때마다 매번 느끼는건데 번역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억지로 가사를 구겨넣은 느낌도 없고
적절한 단어를 잘 찾아 귀신같이 잘 사용한다.
덕분에 넘버의 리듬도 살고 가사의 내용도 산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괜찮은 대극장 뮤지컬을 보게 된 게.
덕분에 갈증이 조금 해갈됐다.
가능하면 자제하려고 하겠지만 앞으로 서너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전 캐스팅 크린까지는 아니더라도 송창의, 김준수 토드는 보고 싶다.
이들이 표현하는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옥주현 엘리자벳도 궁금하고,
3명의 루케니도 궁금하다.
(자제하겠다더니 점점 점입가경이다)
이렇게 궁금해하면 안 되는 건데...
궁금해하면 지는거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9. 13:57

* 4월 5일 PM 8:00
  - 윤도현(한상훈), 리사(최여주), 김무열(강현우), 양요섭(강지용), 김태한(조진국), 구원영(안정숙)
* 4월 6일 PM 4:00
  - 송창의(한상훈), 리사(최여주), 김무열(강현우), 허규(강지용), 김태한(조진국), 구원영(안정숙)

 

작곡가 이영훈의 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
기획단계만도 참 오랜시간이 걸렸다는데
드디어 완성돼서 광화문 한복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이다.
원래는 송창의. 김무열, 허규 캐스팅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윤도현, 김무열, 양요섭 캐스팅 표가 굴러들어와(?) 이틀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기대감이 있었던가? 내가?
일단은 이영훈을 기억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특별한 마음이 이 작품을 만든 거고
또 30 여곡 뮤지컬 넘버의 원곡 자체가 워낙에 완성도가 높은 곡들이라
음악만 들어도 실망스럽지 않을 거라는 어느 정도의 믿는 구석은 있었다.
걱정했던 건 이영훈 곡이 너무 서정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에
오히려 그게 작품의 한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 곡들로 스토리를 구성한다면 좀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관람 후 전체적인 느낌은...
초연이라는 걸 감안했을때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우려했던 것처럼 곡에 스토리를 끼워맞추느라 무리수가 따르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걸 현재의 상훈과 지용이라는 캐릭터가
스토리텔러(정확히 말하면 viewer의 입장)로 전면에 나서면서 조금 만회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곳곳에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 그걸 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참신함이었다.
목소리 톤이 좋은 배우들을 잘 선택했다는 느낌!
어느 한 배우 튀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듣기 좋은 합창단처럼 조화로웠다.
넘버 자체가 새로운 곡들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요라 
관객 입장에서 마음이 일찍 열린다는 장점도 분명 한 몫 했을 것이다.
학생 시위 장면이나 라틴댄스 장면이 별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작품 전체에 잘 녹아있다.
확실히 이지나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고
연출과 무대, 그리고 조명에도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스크린을 이용한 배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광화문 연가>처럼 멋지고 적절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기립박수를 쳐도 모자랄 것 같다.
(여기서 자꾸 <천국의 눈물>의 그 허접스런 스크린이 자꾸 아른거린다... 또 다시 부끄럽다...)
덕수궁 돌담, 그 위로 활짝 피어있던 음표로 만든 라일락 꽃과 나뭇잎들,
정말 첫사랑처럼 내리던 하얀눈과 앙상하지만 따뜻했던 커다란 겨울나무,
(아무래도 그건 상훈의 분신이었던 것 같다)
여주가 밟고 가던 꽃잎가득한 길과,
"깊은 밤을 날아서"에 나오던 동화같은 애니메이션 배경,
교보문고와 분주하게(?) 들락날락하던 수많은 책들...
사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만큼 눈 속에 담기는 것들이 많았다.
삼각형의 구도로 놓여졌던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정사각형을 이용한 마름모꼴 무대.
상하 양 쪽 모서리 끝을 비추던 하얀 길 위로 현재와 과거의 상훈이 스쳐가는 모습.
시간과 공간이 묘하게 합치되면서 분리되는 그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질만큼 인상적이다.
양쪽 사이드와 오케스트라 피트석까지 이용한 빈 틈 없이 무대 사용 역시도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을 표현해준다.
시간을.. 공간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솔직히 많이 놀랍고 감탄스러웠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1층보다는 2층에서 관람하는 걸 권하고 싶다.
 전체적인 무대와 배경, 조명의 변화를 충분히 느끼면서 관람한다면 훨씬 더 느낌이 좋을테니까...)

 
다양한 장르로 편곡된 이영훈의 주옥같은 곡들을 듣는 건 참 특별한 의미였다.
내가 정말 많이 좋아했던 이영훈의 노래들,
"옛사랑", "슬픈 사랑의 노래", "소녀", "그녀의 웃음소리뿐", "사랑이 지나가면", "기억이란 사랑보다"...
무대를 보고 있으면 그 한 곡 한 곡에 저절로 애뜻함히 생기게 된다.
개인적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서 본 배우 송창의는
상훈이란 배역을 너무나 잘 소화했고 노래 역시도 너무 훌륭했다.
딕션과 감정표현도 너무 좋았고...
현우역 김무열도 이영훈의 곡들과 목소리 톤이 상당히 잘 맞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비스트 멤버라는 양요섭군.
(사실 난 비스트도 모르고 양요섭도 모른다....)
또 아이돌스타 한 명 캐스팅 됐나보다 했는데 의외로 연기와 노래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더블캐스팅이었던 허규보다 양요섭에게 훨신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허규의 지용은 너무 가볍고 촐랑맞다는 생각을 했는데
양요섭은 천진하면서도 비밀을 간직해 묘한 안스러움까지 풍기더라.
아직 어린 나이고(게다가 무지 동안이라 고등학생인줄 알았다...) 처음 서는 뮤지컬 무대라는데
그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자기 배역을 충실하게 표현했다.
"시를 위한 시"를 부르던 그 떨리던 목소리란...
(이 녀석때문에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데뷔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하나 고민중이다... ^^)

작품 자체가 작곡가 이영훈에 대한 헌정공연의 의미가 물론 컸겠지만
마지막 부분 진국(김태한)과 정숙(구원영)의 상훈에 대한 신파적인 표현은
좀 노골적인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확실히, 꽤, 상당히 괜찮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더 어린 세대들에게 이 이야기가, 이 노래가 전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 시대를, 그리고 그 시대의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광화문 연가>가 오래 기억되고 남겨질 수 있다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까...

 
                                                          <광화문 연가>

 
                                                   <송창의 상훈 커튼콜>

                                                  <윤도현 상훈 커튼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15. 13:16
오만석,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초연때 4명의 헤드윅을 다 봤었다.
여장이 가장 예뻤던 건 역시 김다현 (여자보다 더 예쁘다. 꽃다현... 이기적이더라...)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송용진 헤드윅이었노라 나름데로 결론을 맺었다.
조승우 헤드윅은 숱한 여성들의 비명소리에 묻혀 입만 댓발 나왔던 기억...
(대부분 제 뭐래니? 하고 옆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관객들이여! 제발 타이밍에 맞춰 소리를 지르든 떡실신을 하시든 하라!)
오만석 헤드윅은 심야 공연이라 심신이 피로한 중에  
오만석 손 잡겠다고 내민 누군가의 손에 뒷통수 얼얼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프긴 했지만 덕분에 정신 하나는 바짝 들더라...)
그래도 오만석의 "The origin of love"는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고 서글프더라.



역대 헤드윅의 모습들로 꾸며진 포토존은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사진을 보니 개인적으로
송창의, 엄기준, 조정석의 헤드윅이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뮤지컬 <헤드윅>
OST는 정말 너무나도 환장하게 좋은데 초연 이후 왠지 안 보게 된 뮤지컬.
(아무래도 악을 쓰며 방방 뛰기에는 기력이 너무 처절했던게지...)
윤도현의 가세로 새롭게(?) 불이 붙은 헤드윅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최재웅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항상 최재웅, 박정환에 여지없이 끌려다닐까???)
최재웅에게 헤드윅 가발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무거운 가발 때문에 살짝 처진 눈꼬리가 더 내려가는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군대에서 열심히 대본 읽고 있을 조승우가
절친 최재웅에게 권한 뮤지컬이란다.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이어 이 남자, 참 친구 말 잘 듣는다 싶다.
(뭐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조승우라는 배우, 캐스팅 디렉터를 해도 되겠다 싶다.
의외의 발견 이츠학 최소영에 놀라다.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그렇게 긴 다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확실히 너무나 이기적이다. ^^



최재웅의 헤드윅은...
생각보다는 헤드윅(?)스럽지 않았다.
목소리 톤의 변화가 별로 없었고 관객들과 소통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
엥그리 인치 밴드는 오랫동안 헤드윅을 해 왔기 때문에
완벽에 가깝다.
간혹 최재웅 헤드윅이 이질감 느껴지는 존재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오히려 헤드윅일 때의 최재웅보다
토미 노시스일 때의 최재웅이 훨씬 괜찮다.
그래도 그만의 표정과 감정표현들은 상당히 괜찮은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모호한 느낌...
헤드윅의 존재가 원래 그렇긴 하지만...
어쩐지 그에겐 헤드윅이 딱 적합한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변화는 놀랍다.
나는 그가 헤드윅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헤드윅을 무대에서 연기하기 위해
배우들은 엄청난 메이크업에 무거운 가발을 쓰고, 몸의 털을 밀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다.
그리고 마지막 토마토를 으깨는 장면을 위해서는 
피나는  몸만들기가 필수!
군살없는 몸매에 매끄러움까지 갖춰야 하는 난코스가 남자 배우들을 기다린다.
이런 도전만으로도 어쩌면 <헤드윅>은  욕심이 생기는 배역이리라.



여자가 되어야 하는 남자와,
남자가 되어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
헤드윅은 확실히 참 괜찮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아름다운 OST의 향연과 그리고 심장을 울리는 엄청난 비트.
내노라 하는 국내 유명 세션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 엥그리 인치의 연주
공연장 안은 콘서트장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연민과 안스러움, 슬픔과 허무함까지.
충격적인 내용들이 반복되다가도
어느 순간 유머 또한 잃지 않고 톡톡 튀어나온다.

문제는 그러니까 그거다.
헤드윅을 누가 하느냐...
최재웅!
그의 선택은 모호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좀 방황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