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의 비망록'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2.19 내 머릿 속 딱따구리...
  2. 2010.06.30 <예수복음> - 주제 사라마구
  3. 2010.06.19 꽃을 바치다... 주제 사라마구 타계
그냥 끄적 끄적...2011. 2. 19. 09:04
벌써 일주일째 머리속 딱따구리와 씨름중이다.
(차라리 내 머리속 지우개가 낮지...)
이번 놈은 꽤나 장기전으로 머물고 있다.
삼사일 정도의 작은 놈은 그런데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버텼는데
아무래도 지금까지 온 딱따구리 중에서 제일 큰 놈이 온 모양이다.
오른쪽을 시작해서 정중앙을 거쳐 현재는 왼쪽으로 자리 이동을 했다.
이번 놈은 너무 영역표시를 넓게 한다.
딱딱딱딱! 딱딱딱딱!
나름대로 박자와 리듬을 가지고 열심히 쪼아댄다.
이러다 정말 머릿속에 휑한 구멍이라도 뚫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급기야는 걸을 때조차도 이마를 잡고 걷는다.
매일 하던 운동도 덕분에 일주일째 못하고 있다.
풀어주지 못한 어깨 근육들이 덩달이 꺄약 꺄약 비명을 질러댄다.
거기다 오랜 친구같은 빈혈이 주인의식을 발동한다.
소위 삼박자가 아주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이것들이...
언제까지 내 몸에서 굿판을 벌일지 모르겠다.



편두통, 빈혈, 어깨 통증.
일단 편두통만 해결되면 나머지도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 같은데
좀처럼 머릿속 딱따구리가 날아갈 기미가 없다.
공기좋은 수목원을 찾아가서 직접 풀어줘야 하는 건 아닌지...
지금 현재로선 진통제도 효과가 거의 없다.
책을 읽는 것도 그래서 힘들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와 주제 사라마구가 어떻게든 위로해보려고 지금 열심히 노력중이시다.
(베르하르트 슐링크의 <디른 남자>를 읽고 지금 주제 사라마구의 <수도원의 비망록>을 읽는 중이다)
괜히 미안해진다.
특히나 주제 사라마구에게...
아껴둔 책이었는데...
읽은 책들도 짧게 정리해서 남겨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이만 총총총... 이다.
주말을 지나고 나면
제발 머릿속 딱따구리가 날아가버렸으면 좋겠따.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딱딱딱딱! 딱딱딱딱!
참 무던히도 일관적인 놈!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6. 30. 06:37
역시 주제 사라마구다.
충격적이고 파격적이고 그리고 놀랍도록 문학적이고 신비하다.
주제 사라마구의 최대 문제작 <예수복음>
이 책은 사실 1998년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우리나라에 <예수의 제2복음>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가 절판됐다.
2010년 1월 정영목 번역에 의해 다시 초판된 책.
(나로서는 정말 다행이다 싶다. 주제 사라마구와 정영목의 만남이...)
1991년 이 작품의 포르투갈에서 처음 발표됐을 때
주제 사라마구는 조국 포르투갈을 떠나야만 했다.
그후에 유럽문학상으로부터 심사를 거부당하기도 했고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당시에는 로마교황청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바로 이 작품때문에...
"신성모독"과 "편협한 이념의 소유자"라는 비판과 함께...
1995년에 나온 <눈먼 자들의 도시>가 신약의 끝인 묵시록에 해당된다면
이 책 <예수복음>은 신약의 출발인 복음서에 해당된다고 한다.
Veni Vidi Vici (베니 비디 비시)
말 그대로 이 책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다...



책의 어떤 내용이 로마교황청의 분노를 샀을까?
표면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의 내용 전체가 다 그렇다.
하나님에 의해 이용당하는 예수.
예수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숨쉬고 사랑하고 갈등하며 자신의 운명을 회의한다면?
동정녀 마리아에게 찾아와 수태고지를 했던 인물이
천사가 아니라 악마였다면?
그리고 창녀로 알려진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연인이었고 오랜 시간 사실혼 관계였다면?
이야기의 시작은 한 편의 명화를 꼼꼼히 해설하는 것처럼 섬세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모습.
왠지 거룩한 신성과 인간적인 연민이 함께 느껴지는 도입부.
글의 마지막 장면 역시도 십자가 처형 장면이다.
뼈에 목이 박히고 옆구리는 창에 찔려 극심한 고통과 갈증을 느끼며 
서서히 죽어가는 예수.
그때 저 높은 곳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며, 내가 기뻐하는 자다"
예수는 그 순간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희생 제단에 가는 양처럼 꾐에 빠진 것이다.
인간들이여, 하나님을 용서하라. 하나님은 자신이 한 짓을 알지 못한다

예수의 입 속에 담긴 마지막 말...
확실히 로마교황청이 신성모독을 내세우며 유감을 표명할만큼 충격적인 내용이다.



남자로서 한 여자와 육체적인 사랑을 하는 예수,
그리고 하나님은 아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계획을 밝힌다.
내가 유대인의 하나님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하나님이 되도록 예수가 도와야만 하고
그러기 위한 예수의 역할은 순교자라고 말한다.
그 말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예수.
하나님은 예수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순교자의 죽음은 고통스러워야지, 또 가능하다면 수치스러워야지,
그래야 신자들이 감동해서 더 헌신하게 되니까
.
체념하듯 질문하는 예수.
제가 죽은 뒤에 미래는 어떻게 되나요?
하나님의 대답한다.
교회가 생길거다.
유머러스게 들리는 이 대답의 의미심장함에 순간 멍해지기도 했다.
하나님과 악마와의 대화에서도 이런 유머러스한 섬뜩함이 계속된다.
자신을 다시 천국에 받아주면 예수는 죽을 이유가 없을거라는 악마의 거래성 말에
하나님은 대답한다.
내가 계속 선이려면 자네가 계속 악이 되는 게 긴요해.
하나님과 관련된 일은 모두 악마와도 관련이 되어 있다고 책은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사실은 정말 진실이다)
책을 읽으면 읽으수록 지금 이 시대의 "종교"라는 의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딱히 기독교나 가톨릭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의미의 종교를.
예수는 하나님께 요구한다.
당신이 다른 신들에게 거두는 승리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주음을 가져오는지,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과 제 이름으로 싸우는 전투에 얼마나 많은 죽음과 고통이 필요한지 말씀해
줄 것을...
마치 예리한 둔기로 강타당한 느낌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하나님의 모습과
거대한 힘 앞에 결국은 불복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의 예수.
그러면서도 마지막엔 종교로 대표되는 세상의 모든 거짓과 허상을 향해 한 방 제대로 먹이는 예수의 모습.
이런 충격적인 글들...
종교적인 비난보다 주제 사라마구의 상상력이 나는 더 두럽고 무섭다.
그리고 더 두렵고 무서운 것은,
이제 더 이상 주제 사라마구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다.
2010년 6월 18일.
이 천재의 타계가 나는 세상의 "종말"처럼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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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작품들 (보라색은 내가 읽은 작품들)>

2009 『카인(Caim)』
2008 『코끼리의 여행(El viaje del elefante)』
2005 『죽음의 중지(As intermitencias da morte)』
2004 『눈뜬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lucidez)』
2002 『도플갱어(O Homem duplicado)』
2000 『동굴(A Caverna)』
1997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Todos os nomes)』
1995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
1991 『예수복음(O Evangelho segundo Jesus Cristo)』
1989 『리스본 쟁탈전(Historia do Cerco de Lisboa)』
1986 『돌뗏목(A Jangada de pedra)』
1984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O Ano da Morte de Ricardo Reis)??』
1982 『수도원의 비망록(Memorial do convento)』
1981 『바닥에서 일어서서(Levantado do Chao)』
1977 『서도와 회화 안내서(Manual de pintura e caligrafia)』
1947 『죄악의 땅(Terra de pecado)』 

주제 사라마구의 <인간의 조건 3부작>으로 불리는 『눈먼 자들의 도시』『동굴』『도플갱어』는 전부 읽었다.
좀 시간이 왔다갔다 하면서 우리 나라에 번역되기는 했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돌뗏목』『리스본 쟁탈전』『죽음의 중지』도 읽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수도원의 비망록』까지 읽으면 현재 우리나라에 출판된 그의 책 전부를 읽게 된다.
마지막을 한 권을 남겨놓고 허탈해하고 있었는데 좋은 소식이 들린다. 
2010년 『예수복음』을 시작으로
해냄 출판사에서『코끼리의 여행』『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두 권이 출간될 예정이란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내게 종말은,
아직까지는 유보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6. 19. 05:54
<눈 먼 자들의 도시>, <수도원의 비망록>의 작가,
포르투갈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주제 사라마구가 
2010년 6월18일 87살을 일기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다.
그의 책을 처음 읽은 순간부터 그는 내게 살아있는 위대한 거장으로 자리잡았었는데...
이제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작품은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그...가...타...계...했...다...



거장 주제 사라마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섬에 있는 자택에서
지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단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고,
차분하면서도 평온하게 작별인사를 했다고...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전율했던가!
그의 타계로 포루투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문화도 더 빈곤해지고 말았다.
향년 87세.
나의 영원한 거장이 될
주제 사라마구 앞에 꽃을 바치다....



그의 이야기는 이제 어디로 가버리는가!!!
잊혀진 이야기가 될까봐 나는 겁이 난다.
주.제.사.라.마.구......
홀로 부르는 내 깊은 헌화가(獻花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