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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4 돌, 얼음, 나무(石氷木) 그리고 결(結)
  2. 2009.03.18 손님 오시다... 2
찍고 끄적 끄적...2011. 2. 14. 06:10
겨울궁이 좋은 이유는
결을  품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대면할 수 있어서다.
코끝이 더 쨍해질수록
손끝이 더 많이 얼얼할수록
겨울궁은 더 많은 숨을 쉬고
그 숨 속에 시간의 흔적을 천.천.히. 발설한다.
차가움 속에도 분명 온기는 있다.
느끼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선택된 권리!
겨울궁 차가운 석물 앞에서 나는 감히 권리를 누린다.
눈으로 쉬어지는 차가운 숨.
손끝으로 물드는 차디찬 돌의 결.







꽝꽁 언 연못 위에 서 있는 경회루는
의연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따뜻해보였다.
그러지 않았을까?
오래전 조선의 임금들도 꽝꽝 얼어버린 연못을 지나
경회루에 올라 차고 두꺼운 얼음 속에 숨어있는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생명 얻어 태어나는 번성의 시간을 그리지 않았을까?
가만히 얼음의 결을 내려다보면서
차가운 얼음의 숨을 들으면서
차곡차곡 응집해야할 모든 힘들에 대해 숙연하지 않았을까?
회색 하늘을 이고 있는 경회루 앞에서
잠시 그 목소리를 추억했다.
험난했겠구나...
위로같은 깊은 묵상과 함께.



찬 바람 속에서
푸르게 혹은 잎을 보내고 가지만 꼿꼿히 세운 나무들.
그 결 속에 숨겨진 건 정말 시간이리라.
푸르러 오히려 비현실적인 소나무.
집현전 앞을 지키는 저 소나무는
항상 그렇게 자신의 숨결을 유지했으리라.
배우기 위해선, 더 많이 알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야만 한다는 독경일까?
경복궁을 찾을 때마다 잊지 않고 한참을 보게 되는 영목(靈木)
이들이 본 시간의 일부라도
우리는 온전히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었다면 나무는 더 이상 지치게 푸르지 않아도 됐을지도...



우스개소리로 그랬었다.
전생에 공주나 황후였나보다고...
그래서 궁궐이 그렇게 눈에 담기는 것 같다고...
그런데 이젠 점점 궁궐을 가꾸고 다듬던 나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더 많이 생각이 기운다.
보는 것만으로 아름답고 고요한 게 아니라
거칠고 힘든 숨과 노고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어깨가 묵직하다.
아마도 아주 오래 전에 이 길을 수없이 쓸고 닦았던 건 아닐까?
그랬더라도...
이제 와 행복하니 참 다행이다.
石氷木...
세도 세도 끝이 없는 결(結)의 세계.
전생과 이생을 그 속에 함께
가.두.고.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3. 18. 22:29

2009년 3월 18일 수요일


길 위에서 
나를 멈추다.


어느틈에
꽃망울이 맺힌거니?
활짝 피기도 한 손님들아...


누구에게
말 전하고 싶었을까?
혼자 피어
종알대는 연한 숨들



저절로 가만가만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봄날의 불청객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