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3. 15. 05:54

변화와 변신이 반갑고 기대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제발 변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간절함이 예술이라는 부분과 만나게 되면 더 큰 바램으로 남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꽤 오래됐구나...
이 사람의 연주를 알게 된지.
몸과 마음이 지치고 너덜거렸을 때,
여기서도, 저기서도
그리고 무엇으로도 감히 위로되지 않았을 때
이 사람의 연주는 분명 나를 버티게 했었다.
그래서 매번 이 사람이 변신을 시도할 때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나는 조마조마했다.
위로가 되고 휴식이 됐던 목소리가
조금씩 변화되는 걸 감지하면서 내 신체의 일부러 조금씩 잘려지는 것처럼 아득하기도 했었다.

그랬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고단함을 잊고 nella fantasia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You raise me up 이 됐었다.
그래서 그의 뮤지컬 행보가 나는 조금 속상했었다.
뮤지컬을 하면서 목소리 변화가 조금씩 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였나?
음악인으로서 그를 좋아하면서도 그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면 잘 보게 되지 않았다.
<불의 검>, <스위니 토드>, <로미오와 줄리엣>, <모차르트> 
4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심정이 많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뮤지컬 데뷔작이었던 <불의 검>
산마로라는 배역에 딱 맞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역시나 임태경은
배우로서보다는 연주가로서 더 울림이 깊고 아름다운 것 같다.
치료의 힘이 있는 연주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때 눈 뜨고 있는 시간 동안은 온통 그의 연주만 들었었다.
사오정 귀가 될 때까지...

몇 년 전 세종문화회관의 공연 이후 정말 오래 기다렸었다.
온전히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시간들을...
그리고 드디어 3월 11일, 12일 이틀간 
연주자 임태경이 LG 아트센터에서 단독 공연을 한단다.



<Classic Recital - 독일과 이태리 가곡의 밤)

1. Frühlingsglaube (슈베르트 "봄의 찬가")
2. Aufenthalt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3. Du bist die Ruh (슈베르트 "그대는 나의 안식")
4. Ich liebe dich (베토벤 "그대를 사랑해")
5. EDie Erlkönig (슈베르트 "마왕")
6. Serenade (슈베르트 "세레나데")
7. Die Forelle (슈베르트 "송어")
8. Adelaide (베토벤 "아델라이데")

- intermission

1. O del mio dolce ardor (오 나의 감미로운 사랑)
2. Dicitencello vuie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3. Ideale (이상)
4. La spagnora (스페인 아가씨!)
5. Guest stage - Piazzola "Libertnago"
6. O sole mio
(오! 나의 태양!)
7. Mattinata (아침의 노래)
8. Funiculi-funicula (푸니쿨리 푸니쿨라)

- 앵콜
1. Tu ca nun chiagne
2. She was beautiful

3월 11일 첫째 날,
독일가곡(슈베르트, 베토벤)과 이태리 깐초네 위주로 준비한 classic recital은 그야말로 고전적이었다.
(고전적이란 말이 나오면 나는 오규원 시의 "총총총/ 고전적으로 내리는 비"란 구절이 떠오른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무대 위에 덩그라니 혼자 서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보면서.
그리고 그 다음 든 생각은 포만감같은 묘한 기대감이었다.
피아노 한 대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이 큰 무대를 꽉 채우겠다는 당당함이 느껴져서...
라디오 공개방송처럼 진행된 이날의 연주는...
그래... 참 좋았다.
녹음을 위해 설치한 마이크 때문에 3층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게 몹시도 안타까웠을 정도로...
1인 4역의 음성으로 연주했던 슈베르트의 "EDie Erlkönig(마왕)"
비올리스트 김성진과 피아노가 함께한  "Ich liebe dich"
그리고 기타 반주 하나로만 불렀던 마지막 앵콜송 "She was beautiful"은
아마도 오랜 여운으로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슈베르트는 참 풍성하고 따뜻한 작곡가인 것 같다. 그리고 거대하면서 동시에 잔잔하기도 하고...)
어쩌면... 어쩌면...
그의 연주가 회복되고 있는 중인가보다.
그래서 편안한 안도감이 조금씩 생기게 됐는지도...



<Crossover Concert>

1. Nella Fantasia
2. Le temp de cathedrales
3. Smile
4. Your love
5. Moon river
6. Brass band instrumental
7. Sway
8. Fly me to the moon
9. Besame mucho
10. Je suis malade

- intermission

1. The winner takes it all
2.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
3. I was born to love
4. Orchestra instrumental
5. Desperado
6. 그대 내 품에
7. 운명
8. This is the moment
9. Who wants to live forever

- 앵콜
1. You raise me up
2. Caruso

3월 12일 두번째 Crossover conert.
어찌보면 그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로 선곡됐다.
이 레파토리들을 그가 못 부를 가능성은 솔직히 전무하다.
"그.., 유리 가면을 쓴다"
임태경은 공연의 컨셉을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반전(反轉)을 전하고 싶었노라고...
이 곡들로 정말 반전이 가능할까???
(rock 버전의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는 확실히 깜짝 놀랄 정도로 반전이긴 했다)
첫 곡 nella fantasia 부터 마지막 앵콜송이 끝날때마다
그의 반전보다 나는 관객들의 엄청난 반전에 놀랐다.
그리고 너무나 궁금해졌다.
50, 60대 아주머님들이,
10대 청소년이 아이돌 스타에게 열광하듯 소리 치며
심지어 스탠딩까지 하게 만드는 이유가?
내겐 공연의 반전 컨셉보다 관객의 반전이 더 놀랍고 의아스럽다.
이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도대체 뭐였을까?
남편과의 대화 단절? 다 큰 자식들의 소원해짐?
아니면 내 자식같은 애뜻한 심정?
그것도 아니라면 여고생으로의 귀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낯선 모습에 나는 아직까지 당황중이다.

어찌됐든,
임태경이 이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얼마나 가슴 뛰게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챙겼는지 눈에 보였다.
연주인으로서 그가 이런 무대를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도...
솔직히 나는 그가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연주인으로만 무대 위에 서길 바란다.
속 좁은 견해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그의 두번째 정식 앨범 역시도
가능하면 빨리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제...발...

* 참 좋았던 그 날의 연주들

- EDie Erlkönig (3월 11일 공연)
- Dicitencello vuie (3월 11일 공연)
- She was beautiful (3월 11일 앵콜송)
- Je suis malade (3월 12일 공연)
- Who wants to live forever (3월 12일 공연)
- You raise me up (3월 12일 앵콜송)
- Caruso (3월 12일 앵콜송)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31. 05:48
무지 매력적이고 지적인 책을 만나다.
클래식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애써온 마에스트로 금난새.
오랜 시간 진행해온 청소년 음악회도 같은 맥락이었다.
몇 달 전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어떻게 하면 클래식을 더 많이 들게 될까요?" 라는 고민을 토로했던 금난새.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아마도 이 일은 마에스트로 금난새의 필생의 업인 모양이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은 현재 1.2권까지 나와 있다.
고작 1권을 읽었을 뿐인데 참 놀랍다.
어쩜 글도 이렇게 재미있고 맛깔나게 썼는디...
전 체하는 고지식한 글들이 아니라 소설처럼 재미있고 읽을 수 잇는 글이다.
이름만으로 알고 있었던 거장들.
그들의 생애와 숨겨진 이야기, 세기의 곡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들을 읽으면서
듣는 클래식이 아니라 읽는 클래식에 감동하게 된다.



18세기에서 19세기에 활동한 위대한 대표 작곡가  16명을
그 작풍이나 성격이 대조되는 음악가들로 둘씩 짝지어 비교한 구성이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킨다.
그의 바람처럼 마치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
그것도 맨투맨으로 해설가가 쫒아다니며 설명해주는 것 같다.
왠지 읽고 있으면 나 스스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음악가의 조합은 이렇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vs 음악의 어머니 헨델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vs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고뇌하는 예술가 베토벤 vs 음악의 미식가 로시니
가난한 가곡의 왕 슈베르트 vs 귀공자 멘델스존

피아노의 시인 쇼팽 vs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인기스타 리스트
고전적 낭만주의자 브람스 vs 종합예술가 바그너
러시아 음악의 선구자 차이코프스키와 림스키-코르사코프
프랑스의 자존심을 되살린 드뷔시와 라벨
 

솔직히 고백하건데 두 사람의 조합 중에서 동시대 인물인줄 몰랐던 사람들이 태반이다.
클래식 음악을 가끔씩 즐겨 듣기는 하는데
참 기초지식 없이 맨땅에 해딩하듯 듣기만 했구나 싶다.
그러니 당연히 이 책이 아주 간곡하게 지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 책은 참 지적이고 매력적인 책이다. 
(항상 고맙다. 나를 일깨우는 책들은...)



마에스트로 금난새는
출판사로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클래식 입문서를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일은 음악가들 중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했단다.
한편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오던 소식을 들은 것 같은 반가움을 느꼈다고.
그 이유는 이 일이 그가 그 동안 음악가로서 믿음과 사명감을 가지고 꾸준하게 펼쳐온 일련의 활동들과 맞닿아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고.
확신을 가지고 책을 만든 금난새는 말한다.

...... 나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음악교과서처럼 읽히기 보다는 예술작품을 대하는 자세와 접근하는 방법으로 익히고 가다듬게 하는 보기가 되엇으면 합니다. 아울러, 음악을 통해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찾고 상상력을 펼쳐가는 신성하고 즐거운 경험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그의 바람은 그대로 적중했다.
클래식을 해설하는 자상함 속에는 멋진 명화들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더불어 만날 수 있다.
비화들을 들려주는 부분에서는
그의 클래식에 대한 사랑의 정도가 그대로 전달된다.
이 한 권의 책은,
그대로가 이미 종합예술이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같은 엉터리 의사에게 치료받고 음악의 어머니 아버지가 똑같이 시력을 잃었다는 걸,
미식가로 유명한 로시니가 37세에 오페라 작곡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직접 요리를 배워서 요리책을 내기도 했다는 걸
아마 영영 몰랐을 것이다.
너무 가난했던 슈베르트는 피아노 살 돈이 없어 기타로 숱한 명곡들을 작곡했고,
바흐의 최고의 명곡 <마태 수난곡> 악보가 100여 년 후에 멘델스존에 의해 푸줏간에서 발견된 사실은
(푸줏간 고기를 싸는 용도로 사용돈 악보)
마냥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멘델스존은 작곡뿐만 아니라 상당한 그림 실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책 속에는 그가 그린 풍경화 한 점이 나오는데 문외한인 내가 봐도 상당히 멋진 그림이다.
그런가하면 31살에 요절한 슈베르트는 시를 잘 쓰기도 했다고...
잘생긴 외모와 신들린 듯한 피아노 연주로 여자들에게 엄처안 인기를 받았던 리스트.
그의 곁에는 소위 요즘 말로 "오빠부대"들이 가득했단다.
급기야 그의 아버지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너는 여자들만 조심하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고리타분한 클래식 해설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함께 있어 클래식 소품을 틀어 놓고 읽으면
딱 무릉도원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각 챕터의 마지막메 있는 "쉽게 풀어 쓴 음악 상식"이나 "금난새의 추천 음악"은
클래식과 관련된 용어들과 상식들도 많이 일캐워준다.
1권이 읽고 나서 꼭 2권을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에 관계된 음악이 있는 CD도 함께 들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미 그런 버전도 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진심으로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리고 더불어 닮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