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04.12 <체르노빌의 목소리>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2. 2016.03.31 <세컨드핸드 타임>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읽고 끄적 끄적...2016. 4. 12. 08:01

사실 이 책을 읽은지는 일주일 이상이 지났다.

그런데 뭔가 코멘트를 남긴다는게 엄두가 나지 않더라.

<세컨드핸드 타임>과는 또 다른 절망과 공포가 엄습했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그땐 뭣모르는 철부지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딴 나라 일이었고,

게다가 공산주의 소련은 우주 저 너머 안드로메다 보다 더 비현실적인 곳이었다.

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그곳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걸.

스베틀라나는 말한다.

"나는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처럼 출근하고 퇴근한다. 월급도 평균적으로 받는다. 1년에 한 번씩 휴가를 떠난다. 아내와 아이들도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체르노빌 사람이 되어버렸다. 돌연변이가 된 것이다! 모두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그런 생물체가 된다.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지만 이제 불가능하다. 예전이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눈이 달라졌다..... 우리는 도시가 아니라 인생 전부를 잃어버렸다 ......

 

사고 관련 정보는 비밀에 부칠 것!

치료 결과 관련 정보는 비밀에 부칠 것!

해체작업에 참여한 개인의 피복 수위 관련 정보는 비밀에 부칠 것!

 

그 당시 소련의 정치가들은 이 모든 것들을 철저히 숨겼다.

국민을 상대로한 정부의 무차별 집단 타살 사건.

체르노빌의 방사선 수치는 측정기로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하지만 조사위원회의 대답은,

"다 정상입니다. 방사선 수치도 정상이예요." 였다.

아무런 지식, 경고 없이 원자로에 갔던 사람들.

더 많은 돈을 준다기에 원자로 지붕에서 폐기물을 맨 손으로 치웠던 사람들.

"체르노빌레츠"라는 신인류가 된 그들은 희망한다.

"내 소언이 뭔지 물어봐 줘."

"뭔데?"

"평범한 죽음......"

그들은 말한다.

체르노빌이 콜라마와 아우슈비츠, 홀로고스트를 넘어섰다고.

 

폭발한 체르노빌 원자로의 방사선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과 같은 폭탄을 350개나 만들 수 있는 어머어마한 양이었다.

소련은 일본이 12년이라 걸려 세운 건물을 무려 2~3년 만에 만들었다.

아직 준비가 안 된 기술이 체르노빌의 비극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비극은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

세슘에 노출된 풀을 뜯은 소의 우유는 낙농장으로 보내졌고

오염된 지역의 송아지는 다른 곳, 깨끗한 지역에 값싸게 팔렸다.

이해할 수 있는가!

이 모든 비극이 체르노빌 하나로 끝나는게 아니라는걸.

반감기니 반가층 따위를 따지지 않더라도

그렇게 축적된 방사선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더 큰 비극을 초래한다.

 

...... 사람들은 체르노빌을 전체주의로 해석했다. 소련의 핵 원자로가 불완전해서 일어나 일이라고, 기술적으로 낙후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인의 안일함과 도둑질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했다. 핵의 신화 자체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충격은 빨리 사라졌다.방사선은 바로 죽이지 않는다. 5년이 지나 암에 걸려도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러시아 환경단체가 수집한 통계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건 후 150만 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서는 모두 침묵했다.

오늘날 거의 30개국에서 443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미국 104기, 프랑스 58기, 일본 55기, 러시아 31기, 그리고 한국에 21기가 있다. 종말을 앞당기는데 충분한 개수다. 그 중 20퍼센트가 지진 위험 지역에 있다 ......

 

무섭다.

이 모든 사실들이,

이 모든 진실들이,

이 모든 비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변하지 않을게 분명한 이 세계가.

 

어쩌면 우리는,

핵에 의해 종말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6. 3. 31. 08:26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요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처절하게 읽어나갔다.

도저히 한 번 쓱 읽어지지 않았고

자주 책장을 덮은채 숨으 깊게 깊게 쉬어야만 했다.

빅터 플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를 읽으면서도 괴로웠는데

이 책과 비교하면 <죽음의 수용소>는 서정적이고 순수문학이라 하겠다.

구소련이 무너졌을때,

나는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다 찬성하고 기뻐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쪼깨젼서 분열된 나라을 바라보며 그들이 말한다.

"공산주의는 인류의 미래예요, 대체제는 없어요"

머릿속이 하얗다.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나쁜거라고만 배워왔는데

지금 그곳의 사람들은 하나의 거대한 제국이었던 소련을 그리워한다.

지금의 자본주의 러시아는 미친거라고, 답이 없다고.

그들이 원했던건 자본주의가 아니라 인간적인 사회주의였다고...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건...

도대체 뭐였던걸까?

흑백논리, 빨갱이, 제국주의, 스탈린, 피의 혁명, 고르바쵸프, 옐친...

이 모든 것들 뒤의 진짜 소련의 맨얼굴을

나는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책을 번역하는 동안 난 참 많이 울었다. 주인공들의 끔찍하고 절절한 사연에 통곡을 했고, 그걸 한국어로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었던 내 욕심과 현실적인 내 필력 간의 간극에 가슴 치며 울었다......

책을 번역하면 할수록 인간의적나라한 모습에 등골이 오싹했다. 어느 주인공의 말처럼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되는 시점이 어디부터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저 악인이 반드시 뿔 달린 악마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끝까지 앍을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었다.

몇 장 읽지 않았는데도 책장을 덮어야 했고

그때마다 매번 숨을 한참 동안 숨을 가다듬어야만 했다.

그러다 며칠간은 아예 책을 펼칠 엄두조차 못내기도 했다.

격양된 감정을 가까스로 가라앉히고 다시 읽기 시작하면

더 큰 통증과 아픔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파고 들었다.

661페이지를 읽으면서 이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렇게 토막토막 책을 읽는 내내

죽음의 냄새와 살인의 냄새가 늘 함께 했다.

(정말이지 책을 읽다 미쳐버리는 건 아닌가 무서웠다)

 

이제 조금 알겠다.

나란 인간 역시도 이런 상황 속에 놓이면

"인간이 아닌게" 되거나,

혹은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하거나

둘 중 하나일거라고!

 

피하는게 맞는데 지금 내 손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또 다른 책이 쥐여져있다.

이번엔 떠 얼마나 오래 걸려 읽을지 알 수 없지만

또 다시 고통스러워보자 작정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제목만으로도 이미 숨통이 죄여온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