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9. 13. 08:10

 

<스위니토드>

 

일시 : 2016.06.21. ~ 2016.10.03.

장소 : 샤롯데씨어터

극본 : 휴 휠러 (Hugh Wheeler)

작사, 작곡 : 스티븐 손드하임 (Stephen Sondheim)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셔퍼 (Eric Schaeffer)

출연 : 조승우, 양준모 (스위니토드) / 옥주현, 전미도 (러빗부인) / 이지혜, 이지수 (조안나) 

        이승원, 김성철 (토비), 서영주(터핀판사), 윤소호(안소니), 조성지(피렐리), 서승원(비들) 외

제작 : OD 컴퍼니

 

예정에 없던 <스위니토드>를 봤다.

두 달 전에 조승우 - 전미도 / 양준모 - 옥주현으로 봤을 때

초연보다 많이 가벼워서 재관람할 생각이 안 들었다.

이번에 보게 된 건 동생의 대타..

갑자기 직장에 일이 생겨서 출근하는 바람에 조카녀석을 데리고 공연장을 가게 됐다.

다행인건 그래도 두 달 전 관람과 캐스팅이 겹치자 않는다는거.

그리고 더 다행인건,

정말 재미있게 봤다는거!

조승우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였고,

옥주현도 두 달 전보다 훨씬 더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작품을 올리고 계속해서 수정을 한 모양이다.

앙상블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는데

라임도 선명해졌고, 악센트도 달라졌고, 강약 조절의 진폭도 커졌다.

개인적으로 예전보다 텐션이 확 살아난것 같아 좋더라.

조승우는 여우같이 코믹과 진지함의 수위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컨트롤했고

넘버도 두 달 전보다 훨씬 더 유연했다..

1막 터핀판사 면도하는 장면에서의 휫바람소리는 역시나 다시 봐도 절묘하더라.

이날 2막에서 조승우 마이크가 빠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는데

당황하지 않고 객석이 보지 못하게 뒤돌아서 다시 착용하는 모습도 여유로웠다.

(그 전에 옥주현이 바로 잡아주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실패를...)

 

다행이다.

재연 <스위니토드>에 영 맘을 못붙였는데

이날 관람으로 어느정도는 호(好)쪽으로 맘이 돌아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의 기억은 여전히 막강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27. 08:10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2.07.14. ~ 2012.09.02.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프로듀서 : 박용호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음악 : Will Aronson

각색, 연출 : Adrian Osmond 

협력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김우형 (서인우) / 최유하, 전미도 (인태희) 

        이정훈, 이재균 (임현빈) 

        임기홍, 진상현. 송상은, 김성일 외.

        

2007년 <스위니토드> 팀이 모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번지점프를 하다>를 볼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고 2000년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원작 영화의 기억 역시도 얼마나 좋았던가!

그 풋풋한 감성과 상큼하면서 고요했던 떨림들,

솔직하면서 단정해서 너무 예뻤던 대사들,

잔잔해서 더 여운이 남는 마지막 장면과 대사까지...

아! 격정적인 스토리가 없어도 이렇게 깊고 진한 사랑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

어린 마음에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었다.

그리고 너무나 아깝고 그리운 여배우 이은주!

난 참 그녀를 좋아했었다.

그녀만이 갖는 뭔가 신비롭고 반항적인 이미지에 매혹당했엇다.

심지어 나는 그녀가 이서진과 함께 출연했던 2004년 MBC 드라마 <불새>도 빼놓지 않고 챙겨봤었다.

화려하게 반짝이지 않아도 충분히 눈부실 수 있다는 걸 여배우 이은주를 통해 알아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그녀가 그.립.다.)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식은 꽤 오래전부터 들었다.

어떻게 만들겠다는거지?

의혹과 의심이 먼저 생겼고 그러다 어느 틈에 잊어버렸다.

그런데 정말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그것도 5년 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창작 과정을 거쳐면서 제법 탄탄한 작품이 탄생됐다.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짧게 공연됐었는데

그때도 꽤 괜찮다는 입소문을 듣기도 했다.

대구 공연때와 비교해서 뮤지컬 넘버가 대폭 수정이 됐다고 하는데

(거의 전곡을 다시 썼다는 후문이...)

넘버를 듣고 있으면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이국(異國)의 작곡가 윌 애런슨이 만든 멜로디는

참 감각적이고 따뜻하고 섬세했다.

영화를 완벽히 이해한 사람의 마음결이 느껴졌다.

이 멜로디를 더 돋보이게 만든 박천휴 작사가의 가사와

아드리안 오스몬드의 감각적인 연출,

이 삼인방의 하모니는 작품의 장면 하나 하나를 수채화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스위니토드>를 보면서 내가 아드리안 오스몬드에게 얼마나 경이로움을 느꼈던지...)

 

  윌 애런슨, 아드리안 오스몬드, 박천휴

강필석 서인후.

미안한 발언이지만 참 심심하고 기승전결없이 생긴 배우다.

외형때문에 캐릭터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 배우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강필석을 앞자리에 세우겠다.

그런데 이 배우의 가장 큰 강점은 성실함과 그리고 집요함에 있다.

그래서 배우 강필석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배우다.

연극 <레드>에서 내공깊은 강신일과의 불꽃튀는 혈전(?)은 그야말로 그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사람 언젠가 배우로서 큰 사고를 칠 게 분명히다.)

현장에서 이 뮤지컬을 보면서 서인후라는 배역을 강필석만큼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이병헌이 표현한 서인후보다

뮤지컬에서 강필석이 표현한 서인후가 더 안타깝고 절절하다.

아, 이 사람은 정말 한 사람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충분히 이해가 됐고 납득이 됐다.

인후의 노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힘겨워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감정이나 가사의 느낌은 충분히 전달됐다.

특히나 표정과 감정표현은 참 아름다웠다.

노래에서도, 대사에서도 인후 그 자체였다.

서인후의 모델이 강필석이라고 해도 믿겠다. 나는.

 

아마도 이은주의 태희가 내겐 너무 진하게 각인된 모양이다.

최유하 태희는 너무 크고 강하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김우형과는 발란스가 어느 정도 맞을 것 같은데

강필석과는 외형에서부터 살짝 발란스가 삐꺽인다.

여관방 장면에서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최유라의 두상이 강필석보다 훨씬 커서 살짝 모자지간 느낌도 든다.

<풍월주>와 병행하는 강행군이라서 그런지 노래가 불안했다.

임현빈 역의 이재균.

아직 무대를 책임지기에는 경험이 부족해보였다.

2막에서 교실에 혼자 남아 혼란과 분노를 표출하는,

현빈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극적인 장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무대에서 너무 조심하고 모습이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정말 좋았다.

현빈이 아니라 태희의 모습을 잘 보여줬던 것 같다.

보면서 눈에 많이 띄었던 배우는 재일 역의 김성일.

목소리, 눈빛, 연기, 노래가 다 좋았다.

김성일이 현빈 역을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나중에 이 녀석이 다시 <쓰릴미>를 하게 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목소리 참 매력적이다.

 

무대가 빈약하다는 평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무대가 단정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웠다.

(우리는 너무 화려하고 거대한 것에 길들여져 버렸다)

장면 전환하는 방식도 좋았고 특히 조명은 압권이었다.

극의 분위기마다 변하던 그 오묘한 색감들.

어떻게 저런 색을 쏙쏙 뽑아서 무대위에 썼을까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인후와 태희가 왈츠를 추는 장면에서의 그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푸른 분위기라니...

확실히 무대를 표현하는 방식이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들과는 많이 달랐다.

좀 이해가 안 되는 무대 셋팅도 있긴 했지만

(무대 뒤에 듬성듬성 있던 펼처진 우산과  벌떡 서있던 침대...)

전체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표현이었다.

무대, 연출, 조명이 마치 이야기를 전해주는 느낌이다.

참 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한번쯤 더 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데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전생을 기억하는 사랑.

그래, 있을 수 있겠다!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랑.

그래, 그것도 있을 수 있겠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내게 여러 의미의 가능성과 "만약..."을  여운으로 남겼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11. 25. 06:22

11월 23일에 뮤지컬 <Next to normal> 프레스콜이 있었던 모양이다.
인터넷에 떴길래 부지런히 영상을 모았다.
하나하나 보면서 또 다시 뭉클했다.
그리고 또 느꼈다.
내가 이 작품에 깊게 빠져버렸다는 걸.
빠져도 괜찮다.
이 작품이라면...


                        You Don't Know + I Am The One (남경주, 박칼린, 한지상)


                     superboy and the unvisible girl (오소연, 이상민, 박칼린, 한지상)


   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  I'm Alive (남경주, 박칼린, 최수형, 한지상, 오소연)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최수형, 박칼린, 남경주, 한지상, 오소연, 이상민)


                               Wish I Were Here (김지현, 오소연, 이상민)


                                 Song Of Forgetting (김지현, 이정열, 오소연)


                        Why Stay/A Promis (김지현, 이정열, 오소연, 이상민)


                           I'm Alive (김지현, 이정열, 최재림, 오소연, 이상민)


                                           The Break (김지현, 최수형)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최수형, 김지현, 최재림)


                                                 Maybe (김지현, 오소연)

개인적으로 다이애나는 노래가 불안하고 발음이 부정확하긴 하지만
느낌 전달이 너무 좋은 박칼린이,
댄은 남경주보다는 이정열이 좋다.
(내가 비음이 섞인 목소리를 싫어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프레스콜에서 이정열은 머리를 염색하고 나왔다.
나는 그냥 반백처럼 보이는 원래 그의 머리가 이 역에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게이브는 한지상이 탁월!
딕션과 노래, 동작과 표정 전부 좋다.
군대에 있는 동안 얼마나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다 보인다.
<스위니토드>때부터 눈여겨 봤었는데 앞으로 꽤 괜찮은 뮤지컬배우가 될 것 같다. 확실히!
분명히, 틀림없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페뷔스"로 데뷔한 최수형도 캐릭터를 잘 찾은 듯.
대사에 사투리톤이 조금 들리긴 하지만
그의 배우 인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잘 만난 것 같다.
한국어 OST도 제작된다는데 기대가 된다.
next to normal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확실한 동반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0. 28. 07:52

<레드>

기간: 2011년 10월 14일~11월 6일
장소: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출연: 강신일, 강필석.
연출: 오경택
극본: 존 로건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감히...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100번을 보라고 해도 능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또 다시 보고 싶다며 시위하듯 계속 앉아있을 것 같다.
나를 무기력한 좀비로 만들어버린 작품 <레드>
이 날이 고작 세 번째 공연되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공연된 것처럼 두 배우의 호흡이 완벽하게 일치되고 완숙미까지 느껴진다.
심지어 나는 두 배우의 모습에서 질투에 가까운 지독한 관능미까지 느꼈다.

오경택 연출은 처음부터 로스코 역에는 깅신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단다.
작품을 보고 나면 연출가의 무한한 신뢰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내가 본 건 배우 강신일이 아니라
미술사에서 인상파를 끝장낸 실제의 마크 로스코(Mark Rothko,1903~1970)), 그가 분명하다.
오경택 연출의 선택과 믿음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질 뿐이다.
연극 <레드>는 고작 3년 밖에 안 된 작품이다.
극본을 쓴 "존 로건"은 미국 최고의 극작가라는 평을 받고 잇는 사람이다.
<글래디에이터>, <스타트랙>, <스위니토드> 같은 굵직한 작품들이 만든 사람이 바로 존 로건이다.
<레드>는 2009년 12월 런던 돈마 웨어하우스 극장에서 초연됐다.
2010년에 브로드웨이 골든 씨어터에서 공연되면서 그해 토니어워즈 연극부분 6개 부분을 석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조명상, 음향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조연상.
실제로 작품은 정말 어느 한부분 소홀한 곳이 없다.
섬세하고 아름답다못해 극단적으로 탐미적이다.
배우의 연기와 줄거리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이 송두리째.
그곳도 피도 눈물도 없이 완벽하게...



할 수만 있다면 작품의 대사 하나하나를
오도독오도독 씹어 삼켜 내 몸 속에 채워두고 싶다.
두 배우는 어떻게 이 대사들을 자기 자신에게 완벽하게 체화(體化)시킬 수 있었을까?
강신일, 강필석 두 배우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미안할만큼 황홀한 충격이었다.
특히나 두 사람이 커다란 캔버스에 붉은 물감으로 밑칠을 하는 장면에선
점점 가빠지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지독한 관능미에 빠져버렸다.
문득 이런 생각도 했다.
매번 이 역을 어떻게 감당할까?
너무나 완벽하게 연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덜컥 겁이 났던거다.
이 작품이 끝나면 두 사람...
어떻게 될까???



<레드>는 화가와 조수의 이야기이라지만
구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충돌과 대립, 완강함과 유함이기도 하다.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돼,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돼"
극중에서 로스코는 조수 캔에게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인상파를 몰아냈듯이 누군가 자신을 몰아내고 있을때는 절대적 진실에 도전을 받는양 
거침없이 야만에 가깝게 분노한다.
이기적이지만 예술에 대한 자신만만한 당당함.
그래, 그건 꼭 레드가 갖는 속성과 똑같다.
강렬하고 고집스럽고 고통스럽고 비밀스러운...
레드의 어쩔수 없이 그 안에 끈적거리는 피의 농도가 숨어있다.
그래서 레드는 위험하고 거침없고 그리고 파괴적이다.
"삶에서 내가 딱 두려운 게 하나 있거든. 그건 언젠가 블랙이 레드를 삼켜버릴 거라는 거야"
레드의 종말은 모든 것의 종말이다.
비.극.적.으.로.



모든 장면이 다 기억에 남아있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캔을 떠나보낸 로스코가 자신의 그림을 대면하고 있는 그 모습.
캔버스의 붉은 빛은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점점 블랙으로 변한다.
로스코는 그 블랙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블랙이 두렵지 않은 건까?

그림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유(思有)라고 로스코가 말했다.

장소를 만들어내는 그림. 교감의 장소가 되는 그림.
그는 보는 사람의
 심장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생각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린다고.
연극을 보고 집요한 담론과 논쟁이 계속해서 나늘 따라다닌다.
로스코는 블랙이 레드를 삼켜버릴까봐 두려웠다지만
나는 레드가 나를 삼켜버릴까봐 두렵다.
"널 저울에 달아봤더니 부족하더리."

실제로 로스코는 1970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색 레드는 아직 살아있다.
따라서 로스코는 영원히 불멸(不滅)의 존재가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27. 06:17

 

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연주하는 임태경을 참 많이 좋아한다.
처음에 그가 "크로스오버 테너"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이야기하면서 1집 앨범을 냈을 때
그냥 "팝페라"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혼자 투덜거렸었다.
그런데 확실히 그의 연주는 임형주의 연주와는 분명 다르다.
열심히 임태경의 연주에 푹 빠져 있을 때 그의 뮤지컬 데뷔 소식을 들었다.
김혜린의 동명 만화로 만든 창작뮤지컬 <불의 검> 주인공으로 이소정과 함께 공연한다는...
참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였지만
뮤지컬 첫도전이라는 풋풋함과 그리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뭐 그닥 나쁘지 않았었다.
"그대도 살아주오"는 또 얼마나 절절하던지...
그런데 이상한 건,
나는 그의 연주를 들으면 여전히 감동을 받고 위로와 휴식을 받지만
뮤지컬 작품을 보면서는 좀처럼 감동을 받거나 동화되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 이후엔 애써 찾아보지 않았고
몇 번 본 후에는 급기야 이 사람 예전처럼 연주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마저 생기고 말았다.
(스위니토드, 로미오와 쥴리엣, 초연된 모차르트 ...)
뮤지컬이야 안 보면 그만인데 예전같은 그의 연주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게 일단 지독한 불만이었다.
목소리를 다리와 바꾼 인어공주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그러기엔 그의 연주가 너무 아깝고 또 아까웠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다시 <모차르트>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그 먼 곳까지 찾아가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수요일 낮공연 할인(R석 40%)이 아니었다면 분명 찾아보진 않았을거다.

거기다가 4인 4색(임태경, 김준수, 박은태, 전동석)을 내세우는 전 캐스팅을 섭렵할 마음은 애당초 없었고
시간을 맞추다 보니 띵동! 당첨(?)된게 임태경 캐스팅이었다.
(뭐 그닥 선택이라고 할만큼 폭이 넓진 않았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 때는 임태경과 박은태 두 캐스팅을 챙겨 봤었는데
개인적으론 박은태 모차르트가 더 마음에 와 닿았었다.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
 발성과 약간 이상한 딕션, 대사할 때의 성량만 해결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성남 공연은 일단 무대 세트와 음향, 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 때보다 훨씬 웅장하고 좋아졌다.
초연때는 뭔가 빈틈이 많이 보이는 무대라 전체적으로 휑했었고
모든 대사들은 동굴 속에서 웅웅 거리는 것처럼 들렸는데
성남 무대는 충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빈틈이 보이진 않았다.
특히 조명은 참 좋았다.
그리고 모차르트 임태경!
백만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있는 임태경에게 감동받았다.
도대체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아마도 임태경이 모차르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작품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하고 허덕였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끌고 가더라.
어색했던 감정표현과 동작도 믿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웠다.
3월에 있었던 그의 단독 콘서트가 변화의 계기가 됐을까?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변화와 발전이 나는 놀라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 드디어 배우가 되려나 보다...
어쩌면... 어쩌면...
이제부터 임태경는 연주가 임태경과 뮤지컬 배우 임태경의 두 길을 잘 걸어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그가 평형과 균형, 그리고 조화를 드디어 뮤지컬 무대에서 찾아낸 모양이다.
그의 모차르트 연기는!
아름답고 섬세하고 그리고 안스러웠다.
정확한 음과 성량, 발음으로 연주하던 넘버들 역시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매장면마다 딱 어울리는 호흡과 감정까지...


내가 초연 캐스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가!
재공연되는 작품에 은근히 초연멤버가 그대로 나오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초연멤버가 많이 캐스팅된 날로 선택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
(실재로 초연보다 재공연이 형편없었던 경우도 꽤 있긴 했다.)
임태경, 신영숙, 서범석, 이경미 초연 캐스팅과
이정열, 에녹, 임강희, 커버이긴 했지만 박혜나 콘스탄체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박혜나 콘스탄체와 에녹이 너무 잘해서 놀랐다.
캐스팅보드에 혼자 의상없는 사진으로 올라가있던 박혜나는
정선아 콘스탄체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 주눅들지 않을까 좀 걱정을 했는데
당돌할만큼 너무 잘해내서 놀랐다.
에녹은 다소 과장된 슈카네더였지만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더다.
오히려 지금까지 본 슈카네더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군무장면에서 동작을 하나 표현해도 눈에 띄게, 더 크게, 더 힘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에녹이라는 가수출신 뮤지컬 배우가 멋진 주인공이 될 날이 오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큼 에녹의 밉지 않은 과장된 연기는 열의와 열정, 그리고 노력과 연습의 흔적이 역력하다.
서범석의 레오폴트는 여전히 깊은 인상과 진정성을 안겨준다.
좀처럼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 배우 서범석!
이 사람의 모든 무대는 언제나 치열하고 아름답다.
(초연때 나는 이 작품이 서범석때문에 "레오폴드 모차르트"로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이정열의 주교는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고
란넬의 임강희는 초연 배혜선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켜 안타까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모차르트>보다는 훨씬 더 발전된 작품이 나왔다.
다시 그 먼 곳까지까지 찾아가 보게 되진 않겠지만
이번 시즌을 놓쳤다면 아마도 꽤나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충만한 느낌, 정말 오랫만이라 아직도 멍하다...)
그리고 임태경의 새로운 모습을 목격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먼 길을 찾아간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의 다음 행보를
나는 조금씩 기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웠다...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24. 06:35
볼까 말까를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어찌어찌 막공으로 본 <천국의 눈물>
50% 할인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지나쳤을 뮤지컬이다.
그리고 브래드 리틀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50% 할인의 유혹이 아무리 강렬했더라도 결코 보지 않았을 작품이다.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가 세계진출을 목표로 만든 야심작 <천국의 눈물>
출연진과 스탭진은,
이보다 더 할 수 없을만큼 화려하고 완벽한 드림팀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
<스위니토드>의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
무대 역시도 세계적인 무대 디자이너 데이비드 갈로가 맡았다.
그리고 JYJ 의 시아준수가 남자 주인공 준을, 
역시나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이 제임스 대령을
개인적으로 노래와 연기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하는 윤공주의 린까지...
티켓파워야 엄청났다.
1층 전석이 좌석 등급 구분없이 13만원이라는 파렴치한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표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만 그랬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덕분에 김준수 회차가 아닌 날도 티켓 예매하기가 힘들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렇게 슈퍼스타급의 아이돌이 캐스팅되면
예매 날짜를 따로 했으면 좋겠다.
(농담 아니다. 예매하기 정말 힘들다....)


개인적으로 <쓰릴미>때 정상윤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기대가 컸는데
아무래도 그는 소극장 무대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을 보면서도 무지 속상했었는데...그랬더랬는데...)
연기는 괜찮은데 노래가 솔직히 많이 약하다.
감정 몰입이 되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1막에서는 많이 흔들리더라.
2막에서 린이 떠났다는 걸 알게 된 후 부르는  "can you hear me"는
슬픔을 절제하고 감내하는 느낌까지 들어서 좋았다.
막공이라서 "준" 역할이었던 김준수와 전동석이 중간중간 액스트라처럼 출연하기도 했다.
그래서 1막이 전체적으로 붕 뜨고 산만해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공연에서 배우들의 애드립 출연을 보는 것도 막공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긴 한데
이게 "김준수"가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무래도 주연배우보다 그가 나올 때 더 큰 함성이 나오니까.
(자주 콘서트장 분위기 연출되더라...)
거기다가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팬들이 김준수의 공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지 환호하더라.
쓰나미때문에 일본이 난리가 났다는데,
아무래도 김준수는 그 쓰나미조차 이겨버리는 것 같다.
커튼콜 때 김준수 보겠다고 뒤에서부터 앞으로 100m 달리기하듯 달려나오는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이러다 지진나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본사람들이 자꾸 와서 인사를 하더라.
(뭐지 싶었는데 아무래도 김준수 부모님이었던 듯 싶다)


음악은, 역시나 프랭크 와일드 혼 작품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넘버마다 강렬한 크라이막스가 있다.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Can you hear me"는 여러번 나옴에도 불구하고
들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게 된다.
브래드 리틀이 장렬하게(?) 자살하면서 부르는 "whithout her" 역시도 강렬하다.
그런데 만약 이 노래를 만약 다른 사람이 불렀다면...
매번 이 사람의 무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브래드 리틀의 존재감은 가히 압권이다.
궁금하다.
왜 브래드 리틀은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는지...
그가 친구 프랭크 와일드 혼에게도 함께 하자고 했다는데...

 



세계 진출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이 상태로 세계 진출하면 죄송하지만 욕먹을 것 같다.
어째든 <미스 사이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스토리가 진부하고 그리고 지루하다.
(따지고 보면 진부한걸로 치면 <미스 사이공> 스토리도 만만치 않은데...)
일단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 존재감없이 사망한다.
결국 마지막에 흰 옷 입은 귀신들만 수두룩 등장하는 꼴이 되버리니 일종의 살풀이처럼 느껴졌다.
또 다시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된다.
만약 김준수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천국의 눈물>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물음 앞에 자신있게 "Yes!'라고 답하기는 막막할 것 같다.


무대 연출이 좋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실망했던 게 무대였다.
경사진 무대와 군인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장면에서 블랙홀같이 연출한 부분은 좋았는데
나머지는 너무 스크린으로만 해결하려고 한 것 같다.
특히나 수시로 저 혼자 들락날락하는 문짝은 어이없기까지 했다.
(이 공연의 최다 출연자는 그 문짝이 아닐런지....그래도 색은 3가지 정도 되더라...) 
제작비가 어마어마했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에 쓰고 그 넓은 무대를 황량한 벌판을 만들어놨는지...
수시로 등장하는 스크린에 비쳐진 그림자도 신선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러기엔 너무 많이 남발했다)
1막 앤딩의 "이렇게 사랑해 본 적 없어요"에서의 조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덩그라니 놓여있던 침대와 두 배우를 정신없이 비추는 시골 변두리 노래방같던 조명이란...
(이 노래 애절하고 절절한 노래 아닌가?  그런데 트롯트에나 어울린 이 정체불명의 조명은 뭐냔 말이다.)
2막에서 학예회 무대같던 비행기 뒷모습은 급기야 안스럽기까지 하더라.
미국으로 간 린과 쿠엔이 공원에서 이야기 나눌 때,
옆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여성인권(?) 시위 비슷한 걸 하는 장면은
80년대 코미디 같았다.
(늬들 정체가 뭐냐???)
이 부분 너무 부끄러워서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지더라.
짝퉁도 이런 짝퉁이 없는 것 같아서...
정말 외치고 싶었다.
"양키! 고잉 홈!" 이라고....



                         - 정상윤 "준"과 이해리 "린" -



 
                               - 김준수 "준"과 윤공주 "린" -




충격이 좀 크긴 했지만
어쨌든 고민했던 <천국의 눈물>을 봤다.
세계진출을 준비한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뭐라고...)
그 전에 이 좋은 넘버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제발 손 좀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특히 무대는 더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20. 00:33
또 다시 Jekyll & Hyde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번 공연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재정상태를 all kill 시킬 정도로 all in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이라는 빅뱅과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까지 겹쳐져서 초반부터 열띤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오디 컴퍼니의 광고 문구 그대로 사상 초유의 티켓 전쟁이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고
살아남지 못한 사람은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가련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함과 더불어 
누군가의 은혜로운 티켓 양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까지는 제발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그러니 제발 지키자...)
그 첫번째가 12월 14일 류정한 J & H였다.
사실 티켓 예매를 할 때 차 떼고 포 떼고 나니까 고맙게도 선택의 폭이 확실이 줄긴 했다.
일단 선민 루시는 내 취향이 아니라 차로 떼버리고
김소현 엠마는 죄송스럽게도 요즘 너무 노쇠한 목소리를 내주시기게 포로 떼기로 했다. 
(이렇게해서 정말 미안하게도 홍광호와 김준헌은 차도 포도 아닌 셈이 되고 말았다...)



공연 초반에 앙상블과 조연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어 내심 걱정스러웠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계속해서 보고 있는 J & H.
공연을 하는 배우에게도,
중독처럼 몇 번씩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어쨌든 이 공연은 위험한 함정이고 치명적인 유혹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렇게 얼치기 매니아를 자처하게 된 것도
순전히 2004년부터 J & H가 발단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일 년에 몇 편씩 보는 게 전부였는데...
물론 지금까지 보면서 실망했던 공연도 있고 끔찍하게 소름돋았던 공연도 있다.
그래서 고운정 미운정 외에도 다른 정이 있다면 그 모든 정들이 다 들어버린 공연이다.
어쩌면 관 속에 들어있던 나를 벌떡 일으켜 세상으로 나오게 한 게 이 공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고마움에 매번 애뜻한 심정이 되버리는 건지도...
매번 J & H가 오픈되면 가슴이 묘하게 아파온다.
그리고 그 아픈 마음은 또 묘하게도 공연을 보고 나면 한동안은 다독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도 항상 또 다른 의미의 이중성과 타협하고 싸우는 중인지도 혹시 모르겠다.



류정한 지킬 그리고 류정한 하이드.
다른 건 말고 그것만 생각하자.
류정한의 지킬은 다정하다. 그러나 폐쇄적일만큼 고집스럽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납득이 불가능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지독히 탐미적이다. 그러나 일방적이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냉혹하다. 그러나 불의하지 않다.
류정한 지킬은 순하다 그러나 결정 앞에 단호하다.
류정한 하이드는 비열하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사랑스럽다. 그러나 너무 많이 외롭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잔인하다. 그러나 잔혹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섬세하다. 그러나 작게 표현하진 않는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대범하다. 그러나 손끝과 표정까지 치밀하다.
류정한의 지킬은 유하다 그러나 연약하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본능적으로 파괴적이다. 그러나 근거없는 파괴는 결코 아니다.
류정한의 지킬은...
 류정한의 하이드는...
내겐 그랬다.
어찌됐든 매번 실망이 아닌 지독한 감동을 준다.
비록 그가 결정적인 노래에서 삑사리를 작렬한다고 해도
(설령 그 부분이 "This is the moment" 같은 결정적인 노래에서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이라는 결정적인 부분일지라도...)
그게 최선을 다하는 중에 나오는 실수이기에 조금도 불쾌하지가 않다.
그리고 소위 그 삑사리에 대처하는 류정한의 능숙함과 노련함이 나는 또 좋다.
(편애라고 말한다면... 그렇다! 난 그를 편애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는 류정한이 J & H 를 다시 한다고 발표했을 때 새로운 해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
또 다시 달라졌다.
특히 하이드로 분할 때 모습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확실히 더 거대해졌다.
더 비열해졌고, 더 파괴적이고, 더 음산해졌고, 더 대범해졌고, 더 유혹적이다.
순간순간 본성을 드러내려는 하이드를 막기 위해 애쓰는 지킬은 또 어떤가! 
안스러움과 함께 어딘가 숨겨주고 싶은 깊은 연민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마지막"이라는 자신의 말에 지금 책임을 다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매 장면마다 그게 느껴져 나는 또 섬뜩하고 무서웠다.
이 작품을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인지
객석에 앉아있는 나조차도 분명히 느껴질 정도다.
처음엔 분명 지킬로 시작됐는데 류정한의 눈은 점점
한 쪽엔 지킬을, 또 한 쪽엔 하이드를 담는다.
그 눈빛 속에 치열한 싸움이 무대에서 번득이는 집요한 시선으로 드러난다.
다른 사람도 봤을까?
지킬일 때 그의 눈 속에 하이드를.
그리고 하이드일 때 그의 눈 속에 지킬을...
그닥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눈빛은 강렬함 그 이상으로 빛났고 딕션은 어전히 선명했다. 
고요함 속 굳은 결의 뒤에 압박처럼 점점 상승되는 공포감 "The Transformation"
잔혹한 괴기스러움 뒤에 느껴지는 정당하기까지한 통쾌함 "Alive"
소름돋을 만큼 자극적이고 부러울만큼 관능적인 "Dangerous game"
"The way back"의 안타까운 절망과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
섬득하리만큼 잔인한 충돌 "Confrontation"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어터슨의 대사로 배우 류정한에게 말하고 싶다.
"자넨 할 만큼 했네!" 라고...
그리고 엠마의 마지막 대사까지도 빌리련다.
"이제 편히 쉬세요!"



사실은 김선영 루시의 완벽함에 대해서도
(그녀의 춤은 정말 눈부신 발전이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그 빨간 모자는 꼭 집고 넘어가고 싶다.)
조정은 엠마의 불안함 대해서도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만
(전체적으론 엠마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성량이 확실히 딸린다. 
 지고지순함도 느껴지지만 왠지 새침떼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류정한, 그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이미 할 말은 다 해놓고... 쯧쯧!)
아, 참! <스위니 토드>의 비델리 "정현철"을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을 하느라 너무 바빴겠다.
(그전까지는 세비지경과 스파이더가 1인 2역이었는데...)
그런데 두 인물의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 개별화에는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그리고 주교님과 프룹스는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으신 모양이다.(솔직히 도플갱어인줄 알았다)
새로운 곡 "I need to know"가 추가돼서 기대를 했었는데
(예전에 J & H 내한공연에서 브래드 리틀이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물과 기름같이 동떨어진 넘버라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내용을 가사에 꾸겨넣어서 랩도 아닌 정체불명이 노래가 되버렸다.
차라리 이 곡을 빼고 예전처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애드립같은 코믹 요소가 많이 등장한 건 좀 거슬렸다.
단정해지고 깔끔한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시 Jekyll & Hyde는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하나보다.
"첫 정이 무섭다"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7. 06:09



스티븐 손드하임의 문제작 <암살자들>
2005년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람 후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내 손에 한 자루 총이 들려있었다면 어쩌면
가차없이 대통령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 머리통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기억도... ^^
엄기준, 오만석, 최재웅, 송영규, 박정환, 최민철, 김무열, 오세준, 홍윤희, 한혜숙...
지금은 정말 엄청난 배우들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어쌔신>
내용이 어쨌든 간에 일단 별들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다.
당대 뮤지컬 좀 한다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던 작품 <어쌔신>
그리고 나는 <어쌔신>을
명성과 출연진보다도
보고 난 후 곱씹을수록 묘하게 점점 더 좋아졌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손드하임의 매력은 내게는 그렇다.
두고두고 소처럼 오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사람
<스위니토드>를 보면서도 <컴퍼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쌔신>과 달랐다면 두 작품은 모두 보면서 바로 느낌이 왔었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손드하임의 작품 모두는 내게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2005년 공연 포스터>              < 2009년 포스터>

--> 개인적으로 2005년도 포스터가 맘에 든다.
       2009년도 포스터는 너무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 

<2005년/2009년 어쌔신 Casting>

존 윌크스 부스    : 엄기준(2005) - 강태을(2009)                 찰리 귀토        : 송영규(2005) - 김대종(2009)
새뮤얼 비크        : 오만석(2005) - 한지상(2009)                 레온 촐고즈     : 최민철(2005) - 이   석(2009)
쥬세페 장가라     : 박정환(2005) - 이창용(2009)                 존 헝클리        : 김무열(2005) - 김대명(2009)
리넷 스퀴키 프롬 : 한혜숙(2005) - 임문희(2009)                 사라 제인 무어 : 홍윤희(2005) - 최혁주(2009)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2005)  - 최재웅, 이경수(2009)



역대 미 대통령을 암살한 9명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다...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징하게 살 맛 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향해
유쾌한 한방을 날리는 개운함이라는 말도 꼭 해두자.
"대통령을 겨냥한 총구"라니...
무모할지라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캐스팅이다.
최재웅의 오스왈드!
얼마 전 계원예고때부터 절친이었던 조승우와 함께 촬영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재웅.
(그의 "뇌전"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를 나는 기대한다...)
초연때 그의 목소리는 그 숱한 별들 앞에서도 귀에 속속 들어왔었다.
그때 이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혼자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작품을 참 많이 안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대가 좋다. 
느긋한 믿음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불어 나 또한 너무 느긋해져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놓쳐버린 그의 작품들이 숱하게 많다... ^^;;)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뮤지컬 <헤드윅>이다. 
당연히 나는 이번에도 그의 <헤드윅> 역시나 무지 궁금하다.
(헤드윅은 초연 때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4명의 캐스팅를 전부 봤다. 그 이후엔? 안 봤다. 어쩌다보니...)
물론 무지 이쁘겠지... 그럼 다른 것들은?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                     <존 윌크스 부스 : 강태을>

프레스콜 사진 속에 담긴 그의 얼굴은 좀 불안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옳은 거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찾게 된 신촌의 The Stage
전체적으로 극은 초연때보다도 너무 많이 가벼워지고 코믹해졌다.
초연때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데로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좀 아쉽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이 아쉽다.
블랙 코미디같은 날선 예리함과 이유있는 비꼼이 사라졌다.
초연의 기억을 미련맞은 소처럼 너무 오래 곱씹었던가?
장난기 넘친 발라디어에 순간 멈칫하다.
그러나 최재웅의 오스왈드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게 바로 그의 진면목이구나...
하나의 극 속에서 그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어쌔신>의 대표 주인공을 사람들은 존 윌크스 부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오스왈드가 진짜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스왈드의 선택에 의해 귀결되기에...
그의 선택이 없다면 결코 8명의 암살자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테니까... ^^



스티븐 손드하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어쌔신, 스위니토드)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훨씬 좋다.
뭐 인간 자체가 우중중하고 전체적으로 조증모드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초연의 무대와 다르게
무대 양 편으로 피아노 두 대가 놓여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배우들...
<쓰릴 미> 때도 그랬지만 단지 피아노 하나만으로
극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게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 신비한 건,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너무 단조롭게만 들려 심심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다.
원래 암살은 단조롭고 은밀한 거라고...
비겁하게 숨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한 지점(가슴팍 또는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쏘는 거라고...
준비동작이 화려할수록
발각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레온 촐고츠의 이석, 찰리 귀토의 김대종, 새무얼 비크의 한지상
세 명이 눈에 띈다.
레온 촐고츠의 촛점 없던 멍한 눈빛과
(이석씨의 성공적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다이어트에 박수를...)
환상에 빠져 자신만의 "케세라세라" 의 세계에 빠져있던 찰리 귀토.
두 사람은 초연의 느낌보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초연시 오만석의 했던 새무얼 비크 역을 했던 한지상.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그는 군생활 중 후회는 없겠구나 싶다.
적당한 광기와 빈정거림, 그리고 번특이며 굴러다니던(?) 눈동자.
상당히 파격적으로 나오는 인물 새무얼 비크(대사의 대부분이 욕설 같은 느낌이라서... ^^';;)
한지상은 대체로 두려움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한동안 그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겠구나... 무대 위의 시간들이 그리워서..
아쉬웠다면 하얀 옷의 산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비되기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산타는 빨간색이여야 맞는 것 같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개인적으로 엄기준의 존 윌크스 부스도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태을의 부스는 너무 코믹스럽다.
(이 사람이 요즘 뮤지컬계의 꽃미남이라고 불린다.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던걸까?
무대 위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코믹해도 "신념"과 "확신"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부스에게선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더 사격장 주인 같았다면 내 답답함이 이해가 될까?
그리고 리넷 스퀴키 프롬의 임문희.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실망했다는 말 또한 남겨두자.
역 자체가 상당히 "똘기" 흐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극심한(?) 백치미까지 소유한 보기드문(?) 인물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빨간 산타 복장의 오만석 새무얼 비크>

놀이동산의 페러이드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극장 도전은 참 좋았는데
그 의도만큼 작품이 잘 나와주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론은 기대한 것 보다 너무나 많이 아쉽다.
또 다시 미련한 소가 될 작정을 했었는데 돼새김할 게 별로 없다.
텅 빈 위를 들여다보는 미련한 소의 당혹감이라니...

중요한 건,
"정조준"이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정확한 조준을 해야만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들의 조준은 아무래도 좀 빗나간 것 같다.
목표물을 향해 잘 발사된 총알마저도
옆의 총알에 의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결국은,
방향을 잃은 총알 세례까지 피해야하는 
황당한 슬랩스틱 코믹버전 총격전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지상으로 복귀하는 어깨가
왠지 뻐근하고 묵직하다.

"그래, 결코 총질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