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9.03 <위험한 정신의 지도> - 만프레드 뤼츠 1
  2. 2010.08.04 <숨그네> - 헤르타 뮐러
읽고 끄적 끄적...2010. 9. 3. 06:34
저자 만프레드 뤼츠는 독일인으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 신학자다.
쾰른의 정신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여가를 보내는 '브뤼케-브뤼케(다리-목발)" 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단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유머러스한 말솜씨로 각종 매체에도 많이 출연하고 있다.
일단, 책은 정말 재미있다.
저자는 책을 쓰고 난 후 동네 정육점 주인에게 읽어보게 했단다.
이 말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만한 내용이란 의미다.
광기, 사이코패스, 우울증과 조울증, 정신분열증에 대한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정신병에 대한 폐해와 고통을 말한다기 보다는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옳은 말일 것 같다.
인간의 다양성 안에는 독특함이 도를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너무 독특해서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괴롭다.
정확한 치료의 원인과 치료의 목적 없이 진단을 남용할 경우
평범하지 않는 독특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단정한 정상 사회의 유니폼을 입히려는 한다면
남는 것은 냉소적 결말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상"의 반대는 "비정상"이 아니라 "독특함"이란다.
"정상"이라는 의미는 그런 이유로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실 정신병보다 더 무서운 건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이란다.
만프레드 뤼츠는 이런 사람들을 "사이코패스"와 비교해서 "스탠더드패스"라는 표현을 썼다.
극히 정상적인 광기가 더 엄청난 재앙을 낳기도 한다면서
그 예로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와
몇몇의 흉악범들을 예로 들고 있다.
이들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누구보다도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
게다가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은
대중의 환호를 받는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면 기꺼이 환호하게 된단다.
결국 그들의 손에 광기를 쥐어주는 건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에 의해서라는 뜻이다.
그래서 사실은 정상인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아픈 기간에만 자신이 유일한 정상인이라고 여기지만,
정상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만이 정상이라는 확신으로 거의 평생을 살기 때문이다.
심심치 않게 해외 토픽을 장식하고 있는
페리스 힐튼과 나오미 캠벨도 이 책에 의하면 극히 정상적인 정신 박약자들에 포함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정신 질환에 노출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실제적으로 통계를 봐도 그 수치는 매년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절망에 빠져본 사람은 두번 다시 준비없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단다.
아마도 자자 역시도 그런 심정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그래서 책 속에 진지한 유머를 적절하게 배치하지 않았을까?
읽고 있으면 흡사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당혹감도 만난다.
(나 역시도 다분히 우울한 사람이기에...)
이 책에는 심리치료에 대한 부분도 언급되고 있다.
심리치료사는 일시적으로 정신적 장애가 너무 심해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하기가 힘들 때에만 
개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연히 제1의 의사소통에 다시 가능해지면 심리치료사는 즉시 물러나야 한단다.
저자가 말하는 제대로 된 심리치료의 특징은 겸손이다.
심리치료는 다양한 치료 방법 중 하나일 뿐 언제나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면서
절대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늘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치료법이 바로 심리치료라고 한다.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면
왜 정상적이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나도 어느 정도는 상당히 위험한 인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쉽고, 재미있고
더불에 내게는 아주 많이 유용한 책이었다.
당신은 자신이 정말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의 위험성을 곧 깨닫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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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 있어 적어본다.
흔히 알콜중독자들은 자신은 절대 알콜중독자가 아니라고 우긴단다.
그럴 때 다음의 "3종 세트 감지"를 적용해보면 해답이 나온다.
1. 술 때문에 직장생활에 피해를 준 적이 있다.
2. 술 때문에 아내와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3. 술 때문에 운전면허를 정지당하거나 취소당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알콜 중독의 표시는 세 가지가 있다.
1. 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욕구
2. 술에 대한 통제략 상실
3. 금단현상

자신이 여기에 전부 속한다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모두 한 번 self check 하시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8. 4. 06:41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
스웨덴 한림원은 그녀를 선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응측된 시와 진솔한 산문으로 박탈당한 삶의 풍경을 그녀내는 작가" 라고.
(정말로 그녀의 글 속엔 이 모든 게 다 들어있다. 시, 산문, 그리고 그림까지...)
그녀는 비밀 경찰의 눈을 피해 남편이자 동료 작가인 리할트 바그너와 함께
조국 루마니아를 떠나 독일로 망명했다.
이로써 루마니아는 위대한 유산인 그녀를 잃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낯선 시선" 이라고...
헤르타 뮐러가 200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이 작가를 알 수 있었을까?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 한림원의 선택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1944년 여름 붉은 군대가 루마니아를 깊숙이 점령해 들어가고
파시즘을 신봉하던 독재자 안토네스쿠는 체포되어 처령당했다.
소련에 항복한 루마니아는 그때까지 동맹국이었던 나치 독일을 향해 급작스레 전쟁을 선포했다.
1945년 1월 소련의 장군 비노그라도프는 스탈린의 이름으로,
나치에 의해 파괴된 소련의 "재건"을 위해
루마니아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루마니아에 살던 1세에서 45세 사이의 독일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빠짐없이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유형을 갔다.
헤르타 뮐러의 아버지 또한 이차대전 당시 나치 무장친위대로 징집되었다가 돌아왔고,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의 강제수용소에서 오 년간 노역했다고 한다.
수용소 이야기...
또 다시 안네의 일기의 반복이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게 된다.

책 속의 주인공은 17살에서 22살까지 5년 동안
독일인의 러시아 수용서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는 상태다.
벌건 양배추스프와 아침에 배급되는 자그마한 빵으로 하루를 연명하면서
밤새 배고픔을 먹어야 하는 생활.
그가 하는 모든 일에는 배고픔이 담겨져 있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말한다.
"나는 나 자신을 훔친 도둑이었고 단어들이 불시에 나를 덮쳐 붙잡았다" 라고...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잃고 수용소에 갇히게 될 때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될까?
바보가 되든, 아니면 체념을 하든, 혹은 깨달은 자가 되든....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리고 단어 선택 하나하나조차도 감탄스럽다.
책 장을 넘길수록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묘한 편안감에 빠져든다.
수용소 이야기를 이렇게 편하게 읽어도 되는 건가 싶어 미안한 마음마저도 든다.
책의 언어는 몹시. 몹시.
아.름.답.다.
줄을 바꿔 짧게 나열하면 그대로 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될 만큼.
그러나 무기력하거나 허물어져 있지도 않다.
"너는 돌아올거야"
떠나는 그에게 남긴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그는 생각한다.
"두고 봐, 간단한 계획이지만 오래 버틸테니까."
그 다짐은 아주 건조하고 낯선 언어로 다가온다.
수용소에서 바라보는 모든 사물에 대한 시선이 시적이고 낯설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상황인데도 때론 몽환적일만큼 아름답다.
읽으면서 순간순간 섬득함마저 갖게 된다.
이런 감정을 갖는게 과연 정당한가???



주인공 소년은 청년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왔을 때 그가 느끼는 것 또한 "낯섦" 그것이다.

... 수용소로 가기 전 우리는 십칠 년을 함께 지냈고 문, 장롱, 탁자, 양탄자 같은 커다란 물건들을 공유했다. 접시와 컵, 소금통, 비누, 열쇠 같은 작은 물건들도 그랬다. 창과 전드의 빛도. 그러나 지금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로 더이상 우리가 아님을. 다시는 그렇게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낯선 존재가 된다는 것은 분명 부담이지만, 믿을 수 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었다. 내 머리는 트렁크 안에 있었고, 나는 러시아식으로 숨을 쉬었다. 나는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낯선 냄새를 풍겼다. 하루 종일 집 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침묵을 떠나기 위해 일이 필요했다. 나는 스물두 살이었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숨그네>는 인간의 숨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그네처럼 가쁘게 흔들리는 것을 상징하는 제목이라고 한다.
스웨덴 한림원이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그녀를 선정하지 않았다면
헤르타 뮐러의 책은 결코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았을 거다.
(노벨상 수상으로 올해 그녀의 책이 2권 출판됐다. <숨그네>와 <저지대>
 내게는 더없이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시의 옷을 입은 비극"
숨그네를 말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헤르타 뮐러는 말한다.
"...... 상황은 처참했다. 문자는 아름다웠다. 나는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처참함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 문학의 명예였다 ......"

글은 소제목에 따라 아주 잘게 부서져 있다.
어떻게 이런 제목들을 가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쓸 수가 있었을까?
명아주, 시멘트, 손수건과 쥐, 슬래그 벽돌, 지팡이, 공책...
직물적인 것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목격하는 건 심지어 경이에 가까웠다.
마치 일기를 읽는 것 같기도, 아름다운 산문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한,
그러면서 아주 잘 만들어진 거부감 없는 예술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기도 한 소설.
그래, 확실히 아름다운 건 분명 힘이다.
그리고 헤르타 뮐러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아름답고 강한 무기의 소유한 작가다.
찾아봐야겠다.
그녀의 또 다른 강한 무기가 세상의 어떤 것을 막아서고 아름답게 정화시키는지...

<숨그네>를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나는 그녀의 <저지대>를 눈독들이기 시작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