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3. 17. 07:39

내가 코르도바를 꼭 가고 싶었던 이유는,

유대인지구를 천천히 걷고 싶어서였다.

마치 그리스의 피라섬을 떠오르게 하는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

그리고 새하얀 벽을 장식하고 있는 색색의 귀여운 화분들.

5월 파티오축제에 오면 집집마다 활짝 개방된 안뜰을 볼 수 있다는데 아쉽다.

지금은 닫힌 문 사이로 살짝살짝 훔쳐보는게 전부지만

그래도 집집마다 정성을 기울인 흔적은 역력하다.

조그만 안뜰(파티오)를 집 안에 있다는건 "작은 평화"를 품고 사는 느낌이겠다.

이 작은 꽃길과 골목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일부러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작정하고 꾸민게 아니라

그냥 내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가꾸는 일상의 향기가 짙어서다.

낯선 이국이 아니라 평범한 진짜 사람이 살고 있는 곳.

그래서 코르도바의 길은 "황홀"이다.



그리고 오렌지나무.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동네 가로수로 가장 많이 본 나무.

오렌지 나무를 가로수로 심을 생각은 도대체 누가 제일 먼저 했을까?

초록색 잎사귀에 주황색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오렌지를 보는건 그대로 상큼함이더라.

여행자의 지친 걸음을 위로해주는 선명함.

사실 따먹고 싶은 유혹을 견뎌내느라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좀 후회가 된다.

과감하게 한 번 따 먹어볼 걸.

그게 비록 신포도일지라도...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2세가 거주했다는 알카사르와 

로마교를 지키기 우ㅐ해 세웠다는 칼라오라 탑은

입장료를 내고 둘러볼까 고민하다 그냥 포기했다.

그냥 계속 길 위에 머물고 싶어서...

이날 바람이 너무 강해서 로마교 위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모자와 머풀러는 순식간에 저만치 날아가버리고

옷은 바람따라 너풀거리고,

머리는 산발이 되고...

로마교가 물물교환하는 시장도 아닌데

여기저기 바람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서 주인울 찾아주느라 분주했다.

덕분에 유쾌한 헤프닝으로 가득찼던 곳.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직전까지 머물렀던 코르도바 포트로 광장.

이곳은 소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포트로 여관"이 실제로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기념관 같은 곳으로 변했지만 세르반테스가 이곳에 머물면서 소설을 썼었다고...

("포트로"는 "망아지"라는 뜻으로 코르도바를 상징하는 동물이란다.)

포트로 여관 맞은편에는 코르도바 미술관과 홀리오 로메로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두 곳 역시도 눈으로 훝어보는 걸로 만족했다.

왜냐하면 코르도바에서는 그저 행복한 walker가 되기로 다짐했으니까...


그리고 다짐처럼 정말 많이 걸었다.

다리가 퉁퉁 부어 절뚝거리는데도 미련하게 걷고 또 걸었다.

걷는게 유일한 목표고 이유인 사람처럼.

마드리드 호텔로 돌아왔을때는 그대로 침대에 쓰려져버렸다.

물먹은 솜처럼 몸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생각해보니 그날 먹은거라곤 아침에 호텔에서 먹은 조식이 전부더라.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가긴 했는데 그마저도 거의 마시지 않았고

비상식량으로 가져간 비스켓은 뜯지도 않은채 그대로 가방속에 있었다.

또 다시 길에 빠져서 모든걸 멈춰버렸구나.

그날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이 매혹적인 길을 난 오래 그리워하겠구나.

.........

병(病)이 하나 늘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3. 10. 08:11

도대체 무슨 배짱이었을까?

마드리드에 혼자 머무는 3일간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처음 가는 길을 지도 한 장 없이 돌아다녔다.

세고비아도, 코르도바도, 심지어 마드리드도...

그냥 맘껏 헤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디를 꼭 보겠다는 작정보다는 보이는 곳, 보여지는 곳을 보자고 생각했다.

돌아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조금 후회되긴 하지만

내가 갔던 곳이 어디였는지를 뒤늦게 알아가는 재미도 제법 솔솔하다.

세고비아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아소게호 광장쪽으로 쭉 올라가다

산미얀 성당을 만났고  

(아소게호 광장도, 산미얀 성당도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찾아보고 알았다 ^^)

조금 더 올라가니 수도교가 나오고,

수도교를 올라가서 한참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다가 

마요르 광장에 들어서고

거기서 다시 세고비아 대성당으로 빨려들어가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그게 꼭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좀 많이 기웃거리고, 좀 많이 헤매다 갑자기 만나게 되는 것들이 내겐 신비감과 경이였다.

이번 여행은...

그러니까 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았다.

내게 늘 새로운 시간의 문이 열렸고 그렇게 열린 공간은 매번 나를 초대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길을 몰라도, 길을 잃어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행복했다.



비에 젖은 마요르 광장은 차분했고

사람이 많지 않아 고즈넉하기까지 했다.

건물 사이를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으면서 광장의 테두리를 밟았다.

스페인이라는 나라...

참 광장이 많은 나라로구나...

시청앞 광장 같은 큰 광장에만 익숙한 나에게 스페인의 작은 광장들은 기이(奇異)까지 했다.

이 광장에서 마을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도 나누고 해마다 마을 행사도 열었겠구나.

두런거리는 작은 소리들이 환영처럼 흩어졌다

많이 부러웠다.

동네마다 나와 너를 "우리"라는 공동체로 묶어주는 광장이 있다는건

확실히 축복이다.


마요르 광장을 향해

두 팔을 크게 펼치고 있는 세고비아 대성당.

"대성당의 귀부인"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는데

성당 앞에 서니 그 이유를 저절로 알겠더라.

마치 온화한 미소를 띄운 어머니 품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비와 바람도, 그리고 타지에서의 낮섬까지도 다 품어서 보듬어줬다.

그래서였나!

3유로라는 입장료가 무색할만큼 꽤 오랜 시간 그 품 속에 파고들었다.

성당 내부의 정교한 조각들과 아름다운 성물에 왈칵 무섬증이 일기도 했고

성가대석과 커다란 악보들은 나를 거인나라 난장이로 만들어버렸다.

흐린 날임에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실내로 쏟아져 내리던 풍부한 자연 채광은

저절로 은혜로움과 경의로움에 빠져들게 만들더라.

신과의 조우()

어쩌면 아주 잠깐동안이지만 그걸 느꼈던건지도 모르겠다.



안개처럼 흩뿌려지는 비.

세고비아에서 내가 만났던 연우(煙雨)는 

공교롭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이기도 했다.

덕분에 골목길을 서성이는 시간도 길어졌고 카메라셔터도 바삐졌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지인(知人)의 발걸음처럼 친숙하게 다가왔고

산안드레스 성당도 동네 성당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서울에서라면 눈만 마주쳐도 피했을 냥이 녀석들과 사진찍기 놀이도 했고

(비록 창살 안에 있는 냥이들이긴 했지만...)

우연히 만난 스마일 그림 앞에서 주저앉아 한참을 웃어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나란 사람... 이렇게 천진하게 웃을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이상하기도 했고 

다행스럽기도 했다.


낯선 내가 전혀 낯설지 않아서 

나는 제법 편안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4. 9. 29. 08:23

지금껏 자전거를 탄 중에 날씨가 가장 좋았다.

늘 햇빛이 쨍쨍해서 눈이 부셨었는데

어제는 안개가 가득하고 살짝 흐려서 자전거 타기에 그만이었다.

원래 일요일 아침 7~8시에 구리시로 출발하는데 

어제는 10시 넘어서 집에서 나왔다.

햋빛이 너무 강하면 잠실까지만 다녀오자 생각하고 출발했는데

날씨가 괜찮아서 구리시까지 다녀왔다.

물과 오이 하나, 사과 하나, 그리고 비상식량으로 비스켓 하나까지 꼼꼼히 챙겼다.

물론 책과 MP3도 잊지 않았고!

 

구리시는 지금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틈에서 나도 잠깐 내려 핸드폰으로 몇 장 담았다.

(아무래도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다음주 쯤에는 만개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이러게 계절을 저전거를 타면서 체감한다.

말 그대로 꽃길이더라.

구리시자전거역이 왜 코스코스 자전거역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수줍은것 같기도, 도전적인것 같기도했던 코스모스 꽃길.

꼿꼿히 서있는 가느다란 꽃대가 참 당당해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한적한 등받이 벤치가 보이면

한시간 정도 앉아서 책을 보는데

어제의 도서관은 올림픽대교와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쉼터였다.

사람이 많이 않아서진 꽤 고즈넉하고 한적한 곳이라 책읽기에는 그만이었다. 

가방에 챙겨간 책은 <스페인 소도시 여행>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요즘 다시 읽고 있다.

마드리드와 톨래도, 세비아, 론다. 그리고 가우디가 사랑한 도시 바르셀로나까지...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사무치게 그리웠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도,  책의 내용까지도 모두.

터키는... 내겐 또 다른 고향같은곳이고

스페인은... 한 번은 지나가야하는 통과의례같은 곳이다.

 

스페인...

오래 망설이고 망설인 그 곳을

이제는 통과해야 할 것 같다.

아니, 꼭 그래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4. 4. 10. 07:48

그야말로 폭풍같은 탐독이다.

이러다 "스페인"라는 단어가 나오는 책은 다 집어 삼켜버릴지도 모르겠다.

이론적으로만 따진다면 스페인을 두어번 다녀온 사람 축에 들겠다.

원래 남대문 인 본 사람이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처럼.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스페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어느 정도 걷히고 있다는 거다.

환상과 현실 사이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팽팽한 힘겨루기를 지켜보는게 꽤나 재미있다.

바르셀로나에 대한 유토피아적인 환상은 열추 제정신 언저리로 돌아온 것 같고

(불행히 가우디에 대한 환상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혀 흥미롭지 않았던 플라멩고에 대해 비로서 다른 생각을 품게 됐다.

플라멩고가 단지 떠돌이 집시들의 춤만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이 알게 해줬다.

책을 보면서 두 번 놀랐다.

플라멩고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춤과 노래, 기타연주와 손벽장단이 함께 어우려져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온 몸으로 소진해야만 이해되는 언어.

추는 사람도, 연주하는 사람도, 그리고 보는 사람까지도.,,

몸의 언어 속에 온전히 갇혀야만 알 수 있는 세계.

그 언어의 굽이굽이에는 한(恨)이 서려있다.

그걸 춤으로만 이해하려 했으니 참 얼마나 어이없고 무모한 치기던가!

게다가 천하에 둘도 없는 박자감 제로의 몸치는 주제어...

 

이 책은 읽으면서 두 번 놀랐다.

책 표지의 현란한 색채에 한 번 놀랐고

(솔직히 쌈바 음악 흥건한 브라질 어디쯤이 생각나더다)

안의 내용이 정말 실하고 알차서 또 한 번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모든 열정을 깨워

스페니수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즐거워 할 자신은

그러나 여전히 없다.

터닝포인트를 꿈꾸는 것도,

그렇다고 투우사의 소의 숨을 끊는 그 결정적 순간을 꿈꾸지도 않는다.

나는 다만 걷고 싶을 뿐이다.

걷는게 내겐 숨이고 쉼이다.

잡념이 많아졌다.

그리고 불친절해졌다.

제일 불친절해진 대상은 바로 나.

 

이 책에 나온 스페인의 길들.

나는 그 길들을 과연 걷게 될까?

걷게 된다면 언제쯤에 그렇게 될까?

꿈만 꾸고 있다.

그나마 그게 숨길이다.

 

어쩌면...

뜨거운 햇빛은 기억을 증발시켜줄지도 모른다.

흔적도 못찾게 아주 깨끗이.

 

나는 기억을 완저 연소시키기위해

스페인 그 곳을 꿈꾼다.

스페인은 그래서 내겐 멈추지 않는 유혹, 그 끝판왕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3. 3. 29. 08:21

황사로 짙은 연무가 계속되는 3월에

나는 작정한듯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안개 3부작"을 읽어나갔다.

<천사의 게임>, <바람의 그림자>, <천국의 수인>을 읽고 꽤 오래 전에 구입했던 책을

연무와 함께 탐독한 셈이다.

생각했다.

아주 딱 적당한 시간에 이 책들을 손에 집았구나...

오르한 파묵은 내게 "터키"의 환상을 꿈꾸게 만들었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내게 "스페인"의 미궁을 헤매게 만들고

아르토 파실린나는 "핀란드"의 우울과 냉소를 체화하고 싶게 만든다.

그렇다!

author는 내겐 일종의 세계지도다.

나는 기꺼이 그들이 안내하는 나라를 찾아가

그 도시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만나는 골목길에서 두려움 없이 헤맬 것이다.

낯선 길들은,

때론 공상과학이고 완벽한 환상이다.

 

동화의 세계같기도 하고, 잔혹한 현실같기도 한 "안개 3부작"을 어떻게 설명할까?

나는 그랬다.

다락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몰래 있는 금서(禁書)의 즐거움이랄까!

먼저 읽었던 책들보다 스토리텔러로서의 힘은 약하지만

몽환적이고 신비주의적인 경향은 이 소설 속에서도 뚜렷히 드러난다.

신화의 세계가 탄생하는 순간, 그 찰나를 보는 것 같다.

뭔가 확실한 형태를 이루지 못하지만 그 안에 신비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원을 품고 있다고 할까!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표현보다는

다르게 사고하는 데 익숙한 사람같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거부감 느껴지지 않게 잘 썼다.

특히나 "안개 3부작"들은 동화처럼 읽힐 수 있어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권해도 좋을 책이다.

어쨌든 계속 챙겨볼 만한 작가다.

안개 3부작을 끝으로 "한국에 번역된 루이스 사폰 첵은 다 앍었다!"라고 생각했는데

2013년 2월 27일에 <마리나>가 번역 출판됐단다.

살짝 갈증이 났었는데 다시 앤톨핀이 생성되면서 흐뭇해진다.

이번엔 내게 어떤 스페인을 꿈꾸게 할까?

그리스와 산토리니 때문에 밀려난 "스페인"이 또 다시 성큼 다가왔다.

기다려라. 마리나여!

잠깐동안이겠지만 아직은 아껴두고 그대를 그리련다.

그러나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

짙은 안개와 함께 천사의 날개를 달고

화염의 기차에 올라

비밀의 바닷속,

그 곳으로 가리라!

그곳에서 기꺼이 당신의 친구가 되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3. 1. 9. 08:27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Carlos Ruiz Zafon)

현재 내게 엄청나게 중독과 탐독을 자극하고 있는 스페인 작가

<천국의 수인>을 계기로

몇 년 전에 읽었던 <바람의 그림자> 2권을 다시 읽게 만들었고,

뒤이어 <천사의 게임> 2권까지 찾아 읽게 만들었다.

너무나 간절히 찾아가고 싶은 그 곳.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잊혀진 책들의 묘지" 4부작.

그 중 3부작이 우리나라에 출판된 상태다.

마지막 작품은 아직 스페인에서도 출판되지 않은 모양인데(어쩌면 번역이 아직 안 됐을지도...) 정말 미치게 궁금하다.

"잊혀진 책들의 묘지"

어느날 나는 허기진 눈(目)에 핏발을 세우고 이곳을 찾기 위해 스페인 거리를 헤매고 다닐지도 모르겠다.

이런 짜릿하고 황홀한 느낌!

예전에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이라는 알게 됐을 때와 흡사하다.

참 사람 좌절시키게 만드는 작가들.

스토리텔러는 하늘이 내는 것 같다는 절망감을 또 한 번 되새기게 한다.

(그러나 이런 류의 좌절! 나는 절대적으로 환영한다....

 사실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 고작 내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오르한 파묵은 내가 터키를 꿈꾸고 했고 급기야 실제로 터키로 향하게 만들었는데

루이스 사폰 역시도 내게 스페인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무자비한 폭격처럼!

궁금했다.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가 왜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고는 작가로서 그가 갖는 자부심에 또 한 번 놀랐다.

...... 루이스 사폰은 왜 영화 제작 러브콜을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작품들이 소설이라는 문학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형식으로 변형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영화나 TV 시리즈 등이 시각적 재미를 선사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자신에게 생소하고 이질적인 미디어이며, 독서를 위한 언어로 이루어진 책이야말로 자신의 작품이 마땅히 있어야 할 세계라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다 ......

이유있는 항변이고 충분히 긍정할 수 있는 멋진 자존심이자 곤조(?)다.

때론 책에서 혼자 상상했던 장면이 화면으로 다 보여지면 왠지 까발려지는 듯한 불편감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눈 앞에서 정형화되면서 뭔가를 차단 혹은 금지시키고 있는 것만 같아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읽는다는 지극히 우아하고 지적인 행위는

자기 영혼을 향해 열리는 문을 탐험하는 즐거움이자,

허구와 언어의 신비함에 자신을 내맡기는 즐거움,

아름다움과 상상력에 자신을 내맡기는 즐거움이다.

 

우리나라에 출판된 순서가 좀 모호해지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천사의 게임 -> 바람의 그림자 -> 천국의 수인 순으로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이야기 전체가 큰 그림으로 그려지면서

그 큰 그림 속 세부묘사가 점점 눈 앞에 현실로 그려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거다.

아쉬운게 있다면,

이 책들이 모두 한 사람에 의해 번역됐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거다.

그랬다면 아마도 더 일관성있고 촘촘하게 문장을 읽을 수 있었을텐데...

(<바람의 그림자> 정동섭 번역 / <천사의 게임>  송병선 번역 / <천국의 수인> 김주원 번역)

 

"잊혀진 책들의 묘지"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모든 책에는 영혼이 있다.

 책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 책을 읽고 그 책과 함께 꿈을 꾼 사람들의 영혼 말이다."

이 문구는 개인적으로 영원한 헌사처럼 간직하련다.

빅토릐 위고의 <레미제라블>,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가스통 드루의 <오페라의 유령>

"잊혀진 책들의 묘지" 를 읽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이 작품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대가들의 위대한 작품을 이렇게 멋지게, 이렇게 새롭게 새겨넣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끝끝내 주인공에게만 밝혀지지 않고 다른 모든 사람들(심지어 독자까지도)이 알게 되는 비밀.

(나 이 비밀 정말 훌리안에게 알려주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불에 타 허물어진 얼굴로 자신이 쓴 책의 악마가 되어

한 권 한 권 책을 찾아내 불태우는 훌리안.

그야말로 소설을 불태우기 위해서 소설 바깥으로 나온 사람.

그런 훌리안의 생애를 추적하는 셈페레 책방의 아들 다니엘.

그런데 추적하면 할수록 다니엘 역시도 홀리안과 똑같은 사건 속에 휘말린다.

뫼비우스의 띠.

그리고 감옥에서 탈출하면서 작가 마르틴과의 약속대로 다니엘의 수호천사(?)가 되는 페르민.

 ...... 너와 훌리안은 서로를 찾고 잇었던 거야, 다니엘. 그는 너의 순수함이 그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구원하리라는 걸 믿고 싶어했어. 그는 자기 책들을 찾아다니는 걸, 자기 삶의 흔적을 불태워 없애려는 욕망을 그만두었지. 그는 네 눈을 통해서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배우고 있었어. 네 안에서 한때 자신의 모습이었던 소년의 모습을 되찾음으로써 말이야 ......

신비롭고 환상적이었다.

인물들이, 사건들이,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이, 그곳과 이곳이

이 다섯 권의 책 속에서 끊임없이 연결되고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이 다섯 권을 다 읽어야만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급기야 이 책들이 정말 생생하게 살아 있어 지금까지도 계속 이야기를 만들내고 있을것만 같다.

이런 류의 책.

정말 끔찍하게 환상적이다.

뭔가 여지를 남기는 책.

 

이 매력적인 작가때문에

언젠가 나는,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찾아 스페인 골목을 헤매고 다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산타 모니카의 아르코 델 테아트로, 그 좁은 골목길을 말이다.

혹시 모르지!

람블라스 거리에서 커다란 목조 대문을 보게 될지도.

그렇다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없이 노커를 두드릴 것이다.

내 인생의 단 한 권 뿐일 그 책을 찾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잊혀진 책들이 묘지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그가 누구나라도 책을 한 권 골라야만 한다.

이게 이곳의 관습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다면 이제 시작이다.

책을 선택한 사람은 그 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을 거라 믿으며 그걸 자기 양자로 삼야야 한다.

이건 아주 중요한 약속이다.

목숨을 걸어야 할만큼...

난 기꺼이 내 목숨을 그 책에 걸겠다.

그것도 아주 단번에!

그러니 제발 문만 열어주시길... 

 

* 루이스 사폰의 안개 3부작도 빠른 시일 안에 읽어봐야겠다.

  <9월의 빛>, <안개의 왕자>, <한 밤의 궁전>

  또 다시 탐욕. 탐독의 발동되려 한다.

  확실히 그의 글 속에 뭔가가 있다!

  (그가 쓴 책은 아니지만 <이집트 사자의 서>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28. 06:33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과감하게 전업을 선언한 손미나.
그녀의 세 번째 여행기를 읽다.
스페인, 일본에 이어 이번엔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으면서는 "의외로 잘 썼네!"라고 생각했었고
<태양의 여행자>에서는 그녀의 과한 욕심에 실망감을 느꼈었다.
아직 여행 작가로서의 손미나의 내공(?)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전공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손미나는 남미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친밀감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손미나의 제 2의 고향이 남미라는 사실.
(그래서 일본 여행기 <태양의 여행자>가 좀 아니라고 생각된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제목부터가 남미스러워 낯설었던 기억이...)
그녀는 세 번째 여행기를 이혼한 이후에 썼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인 아픈 감정들이 책 속에 약간씩 담겨있다.
(다행히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이 여행이 아무래도 그녀를 새롭게 다독이고 일으켜 세워준 것 같다.
그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누구라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그 도시의 뜻은 "좋은 공기"라는 의미란다.
(참 다정하고 쾌활한 이름을 가진 도시구나...)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왕국의 신비로운 수도,
미로의 가장 은밀한 중심, 영원한 유혹의 도시...
생활인으로서의 직업, 그리고 영원을 위한 예술가로서의 직업.
국민 대부분이 두 개의 직업을 가진 곳.
예술과 생활이 언제나 삶의 일부가 되어 공존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진한 탱고 음악에 맞춰 모르는 타인과도 몸을 부딪쳐가며 영혼의 춤 탱고를 출 수 잇는 곳,
타인의 영혼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하는 그 곳 부에노스 아이레스.
이 도시...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 다음으로 내가 가보고 싶어하던 곳.
그곳을 다녀온것 만으로도 나는 그녀가 부럽다.
한 번의 인생은 한 번의 인생과 같다는데...
몇 번의 인생을 살아내는 그녀의 삶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사람때문에 아팠던가?
이 여행기에서는 여행지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고 사람이 먼저 다가온다.
우리처럼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만들어 가는 투쟁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민족.
그래도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동질된 결속력이라도 있었지만
아르헨티나는 이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러나 삶이란,
늘 언제나 어디서나 치열하고 그리고 황홀하다.
작고 낡았지만 전통이 있는 오래된 찻집과 허름한 골목에서 만난 예술가가 선물한 그림 한 점,
열정적인 탱고 수업과 이국의 초보자가 추는 춤,
빙하기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르헨티나 최남단 파타고니아.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씩씩한 여행객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이 이어준 또 다른 여정들.
여행은,
그래, 그런 우연의 비일상성이 만들어내는 기적의 경험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면서 그녀는 충분히 위로받았구나 싶어 또 다시 가슴이 다독인다.
그랬다면, 이 여행은
그녀에게도 내게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너무나 사랑했던 작가 보르헤스는 그녀를 이 여행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보르헤스의 또 다른 말에 내 맘을 담는다.

새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물이 없는 세상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 보르헤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2. 31. 06:23
<태양의 여행자>였지.
2008년 그녀가 발표한 일본 여행기가
처음 읽은 아나운서 손미나의 책이었다.
다신 책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을 했었다.
그 책에는,
글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거의 치명적일 정도로...
그런 책이 출판될 수 있었던 건 분명 연예인 프리미엄의 일종이었을거라고
씁쓸해했던 기억이...



그래서 그녀의 다른 책을 일부러 읽지 않게 된건지도...
딱히 읽을거리가 없어서 손에 든 책이다.
<태양의 여행자>보다 2년 전에 나온 그녀의 첫번째 여행집
<스페인 너는 자유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라이 2년 뒤엔 왜 그런 황당한 책을 부끄러움없이 출판했을까
오히려 지금은 더 혼란스럽다.
절실함의 차이었을까???
문득 다시 궁금해졌다.
그리고 1년 뒤 나온 그녀의 최근작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는 어떨지...



스페인을 지나 일본을 거쳐 아르헨티나로의 여행.
어쩐지 그녀의 여행은 지극히 미식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어쩌면 아껴먹는 비상식량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지치고 힘들고 절망적일 때
그 어떤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고 치료되지 못한 마음으로 정신이 무너질 때
기억 속 음식 하나로 우리는 다시 힘을 얻기도 하고
필요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여행도 그런거 아닐까?
죽을 것 같은 마음을 안고 떠나서
다시 살 수 있는 마음으로 되돌아 오게 하는 것.
아마도 지금 그녀의 그 과정 속을 통과하는 중인 것 같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도시
내가 꼭 가보고 싶어하는 그 곳
마드리드 에스빠냐 광장.
그녀가 그 시간 동안 누렸던 건 안식과 평온이었다.
누구라도 부러워할 아나운서라는 직업
시간을 다투는 삶에 그녀는 목까지 숨이 차왔으리라.
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최선이 되기위해 떠난 여행
그곳에서 그녀는 또 다른 기회의 시간을 갖는다.
살면서 내게도 이런 평온의 안식년이 찾아온다면 하는 바램.
나는 떠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게도 혹 올지 모를 안식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 자신에게 절박한 질문을 해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26. 06:34
친구와 함께 찾아간 배병우 사진전.
멋모르고 따라간 덕수궁 석조전이었는데
참 크고 아름답고 가슴 떨리는 세상을 보고 왔다.
아직도 선명한 코발트 블루의 하늘 빛이며 하나하나 실감나던 나무들의 몸피
그리고 한 폭의 수묵 담채화같던 사진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거짓말처럼 느껴졌던 몽환적인 사진들.
사진을 보면서 이런 말들을 들을 수 있구나...
깜짝 놀란 경험이었고 경이였다.



12월 6일까지 덕수궁 석조전에서 계속 될 배병우 전시회
(예전 어릴 때는 덕수궁이 참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랫만에 가 보고 놀랐다)
창덕궁 비원의 모습과 스페인 알함브라궁전,
그리고 그의 대명사에 해당하는 소나무들
여수 앞 바다의 수묵화 같은 다도해의 모습들까지...
사진 앞에서 오랫만에 꿈 꿀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빛과 색.
그곳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믿음까지...
사진을 보면서 이런 걸 느낄 수도 있구나 조금 알게 됐다.




두 번째 사진은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인 가수 엘튼 존(Elton John)이 구입했다는 소나무 사진이다.
엘튼 존이 이 사진을 보면서 말했다지!
"바로 나를 위한 작품"이라고...
그가 1만5000파운드(약 2767만원)를 내고 작품을 구입한 후 
총 5장인 이 작품은 마지막 한 장만 남기고 모두 구매완료됐다고 한다.
덕분에 남은 사진은 4만2000파운드(약 7750만원)로  값이 더 올랐다고 한다.
(마지막 1장 남았다는 사진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작가 배병우는 처음에는 바다 사진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소나무로 관심이 옮겨갔다고 한다.
그렇게  굳어진 것이 20년의 세월...
동해안의 낙산사에 들렀을 때 소나무를 보고 그는 깨달았다고한다..
"낙산사 앞에 섰을 때 소나무가 가슴에 들어왔다.
그렇다! 소나무가 한국의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때부터 그는 전국의 소나무들을 카메라 앵클에 담기 시작했다.
약 2년 동안 지리산, 속리산, 강원도 등 유명하다는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거의 다 가보고
그가 멈춘 곳이 바로 경주의 소나무!

그의 소나무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두려움"과 "섬득함"이었다.
오래 바라보면 그대로 접신이 될 것만 같은 신묘한 느낌.
"작두 위에 올라설 것 같아!"
대면하는 사진 앞에서 나는 조용히 고백했다.



이 작품을 보고 사진같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래고 긴 세월이 담긴 좋은 벼루와 먹을 가지고
오래 오래 갈아 진한 먹물을 만든 후에
하나 하나 세밀하게 물과 돌을 일일이 그려낸 듯한 느낌.
그 담백함 속에 똑똑 뛰어 오르는 생기들, 생명들, 온기들...
흐르는 물 속에 손을 뻗어 담으면
그대로 손이 온통 젖어버릴 것 같다.
평온한 아득함.

옆에 앉아 있던 조카놈이 말한다.
"바다 위에 까만 조개가 가득하네"
조카놈도 이 사진들 속에서 꽉 다문 입술의 생명이 보였던걸가?
저 숱한 돌들이 실제로 하나하나 작은 조개가 되어
일제히 입을 벌리고 내게 말을 하는 것 같다.
조용한 침묵으로 말을 거는 사진들.



스페인 일함브라 궁전 측에서
배병우에게 제안했다지.
아무 때나 당신이 찍고 싶은 때에 찍고 싶은 사진을 찍으라고...
그는 2년 동안 참 열심히 날아가 일함브라 궁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사진들 속에서 만나는 파란색은
늘 내가 꿈꿨던 그런 색이었다.
"울트라 마린"
훔쳐오고 싶었던 그 빛들...
정말 그러고 싶다.
훔쳐내고 싶다. 그것도 강렬하게...



창덕궁과 비원의 비경들.
이 사람은 이런 고요함 속에서
쳐녀지의 눈을 축복처럼 느끼며 작업을 했겠구나...
문득, 부렵다는 시샘도 든다.
그의 사진은...
감히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정당당하고 확실히 이기적이다.
그리고 이 극심한 이기의 벽이 나는 너무나 존경스럽다.



사진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만난 차가운 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분의 시선과 그림자에 
내 눈이 멈추다.
어쩌면 사람이 앵글 속에 담고 싶어 하는 건
짧은 순간 속의 묻혀질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붙잡아 두고 싶었기에...
기억하고 싶었기에...
잊고 싶지 않았기에...

당신은 뭘 기억하고 싶으냐고...
누군가 조용히 묻는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