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론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4.10 론다, 꿈으로의 초대
  2. 2015.04.08 낮이 꾸는 꿈 - 론다 알라메다 타호 공원
여행후 끄적끄적2015. 4. 10. 08:07

아마도,

이 여행의 정리는 아주 아주 오래 걸릴 것 같다.

그리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혼자 여운을 즐기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생각하는 동안은 여행은 늘 현재진행형이니까...


누에보 다리를 건너 두 갈래 길 앞에 섰다.

왼쪽으로 내라가면 아랍 목욕탕이, 그대로 쭉 앞으로 가면 론다의 신시가지가 열린다.

잠시 고민하다 아랍 목욕탕은 되돌아 나올때 들러보기로 하고 사진만 담았다.

하지만... 결국 그라나다 기차시간이 촉박해서 달려 나와야만 했다는... 

그래도 이렇게라도 사진으로 흔적은 담았으니 여간 다행이 아니다. 

론다의 아랍 목욕탕은 스페인에 남아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좋단다.

안에는 냉탕, 온탕, 열탕을 이용할 수 있게 3부분으로 나눠져 있고

천정은 채광을 위해서 작은 유리문까지 설치했다.

내부는 아쉽게도 못봤지만 자리잡고 있는 위치만 봐도 너무 좋더라.

뒤로 넓게 펼쳐진 초록 들판에는 소와 양들이 그림처럼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보고만 있어도 졸음이 몰려올만큼 기분 좋은 나른함.

평온함과 위로.

그 단어밖에는 떠오르지 않더라.




그리고 스페인에서 먹었던 두번째 메뉴 델 디아.

친절한 종업원이 식탁보에 10유로와 14유로 메뉴 델 디아를 하나 하나 써서 설명해주더라.

스페인까지 와서 아직 타파스를 먹어보지 못해서

first 접시는 타파스 모듬을 주문했다.

향신료가 강한 놈이 있긴 했는데 대체적으로 깔끔하고 감칠맛이 났다.

second 메인 접시는 티본 스테이크와 돼지고기 폭찹, 닭고기 요리를 선택했고

동생은 맥주, 조카는 물을, 나는 하우스 와인을 시켰다.

와인은... 거의 한두모금 마시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햇빛 좋은 날, 야외테이블에서의 점심은 그 어떤 성찬보다 훌륭하고 풍족했다.

톨레도에선 포기했던 디저트까지 챙겨 먹고

몸도 마음도 그득한 포만감으로 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누에보 다리를 건너면 기념품 가계가 늘어선 arminan 거리가 이어지고

산 세바스티안 성당을 지나 계속 걸으면 시청사가 있는 두케사 광장이 나온다.

시청사 맞은편에는 있는 건물은 론다의 종교적 상징물로 수호성인에게 봉헌된 산타 마리아 라 마요르 성당.

스페인에 있는 대부분의 성당이 그렇듯

이곳도 원래는 이슬람 사원이었단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일방적인 파괴가 아닌 두 종교가 만나서 만들어낸 오묘한 조화.

스페인의 건축에서 무데하르 양식과 가우디를 빼면 과연 남는게 과연 있을까!

내게는 모두 기묘하고 위대한 신비주의의 연속이다.


눈에 담을 것들이 너무 많고, 

지니친 곳들도 너무 많아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기차 시간이 야속했다.

다음 여행지가 "그라나다"만 아니었다면 

남겨진 일정을 무시하고 론다에 며칠 주저앉았을텐데...

Estacion Renfe를 향하면서도 몇 번씩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론다.

못 다 이룬 사랑을 남겨놓고 떠나는 마음이 이럴까?

그렇다면 나는 론다와 사랑에 빠졌음에 분명하다.

지금도 눈물나게 그립고 애타게 보고 싶은 곳,

나의 연인, 론다...



* 알라메다 타호 공원에서 10유로에 구입한 거리 뮤지션의 CD.

  비록 공원에서 듣었을때만큼 감동적이고 뭉클하진 않지만 

  하프와 파이프, 그리고 기타소리는 여전히 좋다.

  특히 새벽에 어둠 속에서 듣고 있으면 고요한 론다가 많이 그리워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4. 8. 08:33

스페인의 알달루시아 작은 마을 론다(Ronda).

고작 반나절만 허락됐던 곳을 이렇게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한 낮의 론다와 

늦은 밤의 바르셀로나 고딕지구를 꼽겠다.

만약 론다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면

아마도... 그 뒤의 일정들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세비아에서 출발한 버스가 멈춘 곳은 론다의 Estacion de Autobuese.

터미널 한켠에 오후 5시 까지 짐을 맡아 주는 할아버지가 계셔서

(한국어는 급조하긴 했지만 친절하게도 각 나라 언어로 표시를...)

5유로에 캐리어를 맡기고 간단한 몸으로 밖으로 나왔다.

그때 맞닥뜨린 폭격처럼 쏟아지던 론다의 햇빛.

무방비 상태에서의 당한 빛의 습격(襲擊)은 꽤나 치명적이더라.



론다의 알라메다 타호 공원은...

내 눈을, 내 맘을, 그리고 내 몸을 아주 오래 잡아둔 곳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떼는게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게 빛났다.

풍경에 넋을 놓고 있는 나를 보고 조카가 말한다.

"이모, 행복하겠다!"

"왜?'

"여기 이모가 좋아하는거 다 있쟎아. 파란 하늘이랑, 나무랑, 바람이랑, 길이랑."

조카녀석이 이제 터키 말고 론다에서 살고 싶어진거 아니냐고 다시 묻는다.

대답했다.

"터키에 살면서 일주일에 이틀은 론다에 놀려오면 좋겠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시인 릴케의 말에 나 역시 동의한다.

.....나는 꿈의 도시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마침내 찾은 곳이 론다다...



누에보 다리까지는 가지도 못했는데 풍경 속에 그대로 스며들고 싶었다.

까마득한 아래 고즈넉히 서있는 작은 집에서는 고슬고슬 연기가 피어오르고

거리의 악사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노곤한 여행객은 돌벤치에 누워 한낮의 평화를 즐기고

발 밑으로 포근포근한 흙길이 감기고

햇빛은 보석처럼 꽃과 나무들 사이에서 쉼없이 반짝이고...


그래, 이런게 삶이로구나. 

이런게 숨이로구나, 

이런게 쉼이로구나..


살아있어서,

볼 수 있어서,

들을 수 있어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