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8. 14. 08:15

블레드성에서 바라본 풍경.

난 이 뷰가 참 좋다.

깍아지른듯한 절벽 위에 서있는 블레드성과

블레드의 교구성당인 st. Martin 성당이 나란히 보이는 뷰는

보면 볼수록 사람을 평온하게 만드는 풍경이다.

그 높낮이가 주는 미묘한 조화도 아름답고

뒤로 펼쳐지는 눈덮인 알프스 산맥과 구름의 조화도 신비롭다.

거짓말같은 풍경이라지만 이곳은 그 표현조차도 틀리다.

거짓말이어야만 말이 되는 풍경.

정확히 그랬다.

 

 

유럽은 어디를 가든 보수중이다.

멀리 블레드성도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런데 저 타워크레인은 어떻게 저기에 올라갔을까?

해체해서 조립한게 아니라면

(매우 무식한 소리인가....)

헬기로 올렸다는건데 것도 참 신기하다.

보수중인건 맞나 싶었는데

크레인이 수직이었다 직각이었다 바뀌는걸 보니

열일중인게 맞는것 같다.

나중에라도 보수가 끝난 블레드성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가능하진 않을것 같아 섭섭했다.

 

오후 2시 40분.

돌아가는 뱃시간에 맞춰 아까 탔던 플레트나에 올라탔다.

같이 타고 왔던 사람 몇몇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헐...!

타고 들어온 배만 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여행전에 서칭한 내용은 다 그랬는데...)

어차파 성에 들어온 사람은 다 배를 타고 나가야하니

인원만 차면 어떤 배를 타든 상관이 없었던거다.

실제로 내가 탄 플레트나도 구면과 초면이 7:3  정도였다.

미리 알았더라면 성모 승천 성당에 들어가서 종도 쳐보고

탑에도 올라가봤을텐데.... 

다시 내리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아재 출발할거라고 앉으란다.

젠장! 망했다.

하긴 배를 타면서 왕복요금(14uro)도 지불했으니 다시 달라고 하기도 좀 난감하다.

아쉬움과 섭섭함을 또 남겨둘 수밖에...

선착장에 돌아오니 나무테크 한켠에 세워둔 자전거가 나를 맞이한다.

세상에...

저 자전거가 뭐라고 이렇게 반가울수가...

걱정했더랬는데 혼자서도 잘 놀아 스스로 기특해하는 중이다.

두루두루.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8. 8. 14:05

원래 일정은 Bled 2박이었는데 마지막에 1박으로 바꿨다.

새벽에 이동하는게 부담스러워 내린 결정이었는데

결론적으론 잘 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2박에서 1박으로 줄어든 블레드 숙소를 찾아가는 길.

Ace of Spades hostel

https://www.aoshostel.com/the-hostel 

이번 여행에서 두번째로 어렵게 찾은 숙소.

(첫번째는 Piran)

내리쬐는 땡볕에 살은 타고, 땀은 흐르고,

숙소는 못찾겠고,..

같은 길을 도대체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했는지 셀 수조차 없다.

버스터미널에서 도보 7분이라고 했고

구글맵도 도착했다고 나오는데

아무리봐도 "Ace of Spades hostel" 라는 이름이 안보이는거다.

마켓 주인에게 물어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버스터미널로 다시 가서 되짚어보고...

족히 1시간은 헤맸던 것 같다.

 

 

세상에...

이러니 못찾지.

난 그래도 입구에 호스텔 이름 정도는 써있을 줄 알았다.

저기 보이는  Reception이 일종의 office 였다.

castle hostel 1004, Ace of Spades hostel, Qeen of hearts hostel.

세 곳의 호스텔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리셉션.

저 앞을 그렇게 여러번 지나다녔으면서 안내판을 너무 늦게 발견했던거다.

현지 투어 예약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맨 호스텔이 저 하얀 건물이다.

도대체 저 숙소를... 어떻게 찾느냔 말이다.

텅 비워둔 하얀 벽에 호스텔 이름이라도 써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제발 좀 그렇게 해주세요....저 정말 힘들었어요...)

 

 

Ace of Spades hostel은 더도 덜도 말고 딱 호스텔스러웠다.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독실로 예약은 했지만

어떤 방에 묵든 주방, 샤워실, 화장실은 공용이다.

(난 뭐 이런거 개의치 않으니까)

예약한 3층 방에 올라갔더니 좁은 방을 가득 채운건 이층 침대가 날 맞이한다.

헐... 몹시 좁구나.

그래도 2층에 작은 창이 있어서 누우면 하늘이 보여 아주 좋았다.

주방도 깔끔했고,

야외 테이블과 벽을 채운 그림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게 뭐지???

그렇게 한참을 찾았던 호스텔 이름을 저 벽에서 발견했다.

조용히 밀려드는 배신감...

......

"꼭 이래야만 했니?"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7. 16. 14:49

두어시간이 아침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7시 30분 쯤.

전날 저녁도 제대로 못먹어

그야말로 식욕이 대폭발했다..

호텔 조식이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여행만 오면 이리 맛있으니

퍽... 난감하다.

 

 

일단 급한 커피부터 한 잔.

그리고 빵과 치즈,  오믈렛과 소시지에 셀러드.

푸드파이터처럼 한 상 푸짐히 담아왔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진에 있는 모든걸 다 먹어치웠다,

그것도 아주 말끔히.

아마도 빵은 작은걸로 두어개쯤 더 먹었던 것도 같다.

 

 

사실...

나는 겁도 많고

낯가림까지 엄청 심한 사람이다.

혹자 식당에 쓱쓱 들어가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밥을 먹고, 계산을 하고...

이 모든 과정들을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호텔 조식이 그날 먹는 유일한 식사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아침마다 푸드파이터가 되는건,

일종의 쟁여두기인 셈이다.

 

괜찮냐 물으면,

아주아주 비효율적이고 무식한 방법이라

추천은 못하겠노라고 답하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7. 13. 08:36

새벽, 혹은 이른 아침의 산책은

일종의 도발이다.

사람이 아닌 공간에서 비롯된 도발.

왠만하면 도발같은 강렬함은 피하겠다 주의인데

이 도발만큼은 예외다.

늘 더 강렬하고 독점적이길 바라서 문제다.

 

 

아침 6시,

류블라냐의 하늘과 햇빛은 사기에 가까웠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카메라를 어디다 들이대든 다 역광의 역습이다.

그래도 괜찮다.

사진에 담긴 것보다 더 많은게 맘 속에 담겼으니까.

프레셰르노브 광장.

슬로베니아 국가를 작사한 민족시인 프레셰렌 동상 앞도 텅 비어있다.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었다는 그의 연인 유리아의 시선만 있을 뿐.

분홍색의 성 프란체스카 성당은 미사중이라 들어가지 않았고

대신 뒤돌아서서 트로모스토베, 트리플 브릿지를 내려다봤다.

이 모든 것들을 천천히 둘러봐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오늘 산책은 프리뷰쯤으로 생각해야겠다.

 

 

니콜라스 대성당에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기도하는 사람만 들어오라는 삼엄한 문구에 멈춰섰다.

살짝 서운했는데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것 같다.

여헹지리더 타인의 고요함과 간절함은 지켜주는게 옳다.

성당 내부가 아니더라도 보고 느낄 것들이 저렇게나 많으니...

 

숙소로 돌아오는 길.

시장이 열리기 시작해 또 발이 묶였다.

짐을 늘리지 않겠노라 그렇게 다짐했건만

싱싱한 사과 앞에 그 결심이 무너졌다.

2.5유로에 산 저 사과는,

그날 하루 밥 대신 내 배를 채워준 충실한 만찬이 됐다.

그럼 됐지, 뭐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7. 12. 14:46

새벽 5시 기상.

전날 충분히 쉬어선지 일찍 눈이 떠졌다.

게다가 조식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다.

그러니까 그 말은 곧,

한가한 류블라냐를 조용히 즐길 수 있다는 뜻.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왔다.

 

 

용의 다리를 건너

보든코브 광장까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는데

이른 아침이라선지 아주 조용했다.

심지어 보든코브 광장 시장조차도 조용하다.

내가 아침 산책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 ^^

 

 

그리고 푸주간 다리.

사실 드레곤 브릿지보다 더 궁금했던 곳이 이곳이다.

숨은 그림 찾듯 주변에 있는 조형물을 하나하나 찾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왠만한 야외 전시장보다 훨씬 충실한 느낌.

이렇게 아무도 없는 아침엔 특히 더 그렇다.

단정하게 정돈된 카페의 의자들도 하나의 작품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고요함과 적막함이 주는 여백.

그게 나는 못견디게 좋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7. 11. 08:42

유럽의 6월은 해가 참 길~~~~다.

오후 7시가 넘었는데오 창밖은 한낮을 방불케할 정도로 쨍하다.

네 시간 푹 쉬었으니

슬슬 움직여도 괜찮겠다.

 

 

류블라냐에서 내가 제일 처음으로 간 곳은,

류블라냐성(Ljubljanski Grad).

일단 높은 곳에 올라가 전제적인 조망을 내려다보기로 했다.

걸어서 올라가고 싶었지만,

해가 질 것 같아 이번엔 푸니쿨라를 타기로 햇다.

푸니쿨라 요금은 왕복 4유로.

류블라냐성 내부는 close time이 가까워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야경을 보는게 목적이기도 했고!

 

 

해가 저물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그 잠깐 사이에 여기저기 다람쥐처럼 돌아다녔다.

별도의 입장료가 필요한 타워는 시간이 임박해서 포기했고

감옥, 성당, 겔러리 등을 둘러봤다.

지하에 있는 작은 성당은 결혼식 장소로 이용된단다.

박물관 일부는 문을 닫혀있어 들어가지 못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숙소에서 일찍 나올걸... 짧게 후회했다.

정말 아주 짧게!

 

 

 

류블라냐성 전망대.

해가 사라지자 내가 좋아하는 파란 하늘빛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점점 더 진해지고  점점 더 깊어지는 저녁빛. 

사진 찍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golden time

나야 뭐... 늘 내 멋대로 찍는 야매라...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이 황홀한 시간을

여유있게 즐길수 있었다.

혼자 전세낸 듯한 느낌이랄까!

심지어 내려오는 푸니쿨라는 정말 전세였다.

나 혼자 타고 내려오는 호사까지 누렸다. 

좋구나, 속도 없이...

 

내거인듯, 내거 아닌, 내거 같았던 류블라냐성.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7. 10. 13:07

부다페스트에서 7시 5분에 출발한 버스가

류블라냐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52분.

이제 남은건 숙소인 Park Hotel을 찾는 일이다.

남들은 구글맵 길찾기로 여기저기 잘찾아다니던데

이상하게 나는 매번 실패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건지...

(물론 내가 문제겠지만!)

일부러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는데

땡볕에 40여분을 헤맸다.

결국은 현지인들에게 몇 번을 물어 물어 겨우 찾아갔다.

공원을 끼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호텔이라

길치인 내가 찾기에는 쉽지 않는 위치였다.

따지고 보면 버스터미널에서 10분 거리도 안되는 거리를 40여 분을 헤맨거다. 

어이없는건,

여행 마지막 날에도 이 호텔에서 1박을 했는데

그때도 만만치않게 헤맸다는 사실.

정말이지 답이 없다.

나란 인간은...

 

 

11층 방에서 내려다 본 view.

저 멀리 류블라냐 성이 보이고

건물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면 용의 다리가 나온다.

하지만,

일단은 쉬는 걸로!

목이며 팔이 햇빛 알러지 때문에 난리가 났다.

이대로 다시 나갔다가는 화상으로 발전될 것 같아 

샤워를 한 뒤 차가운 물수건을 만들어 응급처치를 했다.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해가 좀 기울때까지 그대로 뒹굴뒹굴 하기로 했다.

Fly to the Sky 노래를 틀어놓고 침대로 푹 파묻혔다.

잠을 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아무 것도 안하면서 4시간을 보냈다.

아주 행복하고 달달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

그게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시간이,

속도 없이... 참 좋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