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7. 28. 06:33
아나운서에서 여행작가로 과감하게 전업을 선언한 손미나.
그녀의 세 번째 여행기를 읽다.
스페인, 일본에 이어 이번엔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으면서는 "의외로 잘 썼네!"라고 생각했었고
<태양의 여행자>에서는 그녀의 과한 욕심에 실망감을 느꼈었다.
아직 여행 작가로서의 손미나의 내공(?)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전공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손미나는 남미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친밀감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손미나의 제 2의 고향이 남미라는 사실.
(그래서 일본 여행기 <태양의 여행자>가 좀 아니라고 생각된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제목부터가 남미스러워 낯설었던 기억이...)
그녀는 세 번째 여행기를 이혼한 이후에 썼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인 아픈 감정들이 책 속에 약간씩 담겨있다.
(다행히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이 여행이 아무래도 그녀를 새롭게 다독이고 일으켜 세워준 것 같다.
그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누구라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그 도시의 뜻은 "좋은 공기"라는 의미란다.
(참 다정하고 쾌활한 이름을 가진 도시구나...)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왕국의 신비로운 수도,
미로의 가장 은밀한 중심, 영원한 유혹의 도시...
생활인으로서의 직업, 그리고 영원을 위한 예술가로서의 직업.
국민 대부분이 두 개의 직업을 가진 곳.
예술과 생활이 언제나 삶의 일부가 되어 공존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진한 탱고 음악에 맞춰 모르는 타인과도 몸을 부딪쳐가며 영혼의 춤 탱고를 출 수 잇는 곳,
타인의 영혼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하는 그 곳 부에노스 아이레스.
이 도시...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 다음으로 내가 가보고 싶어하던 곳.
그곳을 다녀온것 만으로도 나는 그녀가 부럽다.
한 번의 인생은 한 번의 인생과 같다는데...
몇 번의 인생을 살아내는 그녀의 삶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사람때문에 아팠던가?
이 여행기에서는 여행지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고 사람이 먼저 다가온다.
우리처럼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를 만들어 가는 투쟁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민족.
그래도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동질된 결속력이라도 있었지만
아르헨티나는 이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러나 삶이란,
늘 언제나 어디서나 치열하고 그리고 황홀하다.
작고 낡았지만 전통이 있는 오래된 찻집과 허름한 골목에서 만난 예술가가 선물한 그림 한 점,
열정적인 탱고 수업과 이국의 초보자가 추는 춤,
빙하기의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르헨티나 최남단 파타고니아.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씩씩한 여행객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 만남이 이어준 또 다른 여정들.
여행은,
그래, 그런 우연의 비일상성이 만들어내는 기적의 경험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면서 그녀는 충분히 위로받았구나 싶어 또 다시 가슴이 다독인다.
그랬다면, 이 여행은
그녀에게도 내게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너무나 사랑했던 작가 보르헤스는 그녀를 이 여행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보르헤스의 또 다른 말에 내 맘을 담는다.

새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물이 없는 세상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 보르헤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23. 06:32
새벽에 일어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봤는데.
어쨌든 정말 다행이다.
나이지리아에 2 : 2 무승부.
그러나 골득실로 우리가 B조 2위가 되면서
1위인 아르헨티나와 함께 16강에 진출했다.
(그리스와 아르헨티나가 0:0 상황일테는 얼마나 가슴 졸였던지...)
첫 원정 16강이라 방송도 들썩인다.



물론 남다른 각오로 임했겠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이 초반부터 공에 대한 집착력이 강해 보였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움직임도 확실히 빠르다.
축구의 문외한인 내 눈에도 그 속도가 놀랍더라
패스 연결은 우리나라 보다도 훨씬 좋아 보이기도 했다.
너무 일찍 첫 골을 허용했지만
그래도 왠지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첫 골은 그리스전과 똑같은 상황이 만들어낸 세트 플레이
영리한 이영표가 만들어낸 파울.
기성룡이 올린 코너킥이 이정수의 발에 맞고 들어갔다.
마치 그리스전이 리와인드 되는 느낌...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머리가 아니라 발이라는 점)




수비수 이정수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로써 벌써 2번째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한 골 더! 한 골 더!)
홍명보 선수 이후 최고의 "골 넣는 수비수"란 찬사까지 받고 있다.
16강 경기에서도 세트 플레이에 의한 이런 멋진 장면이 자주 연출되면 좋겠다.
이번 월드컵에서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했을 박주영.
후반전에 멋진 골을 드디어...드디어... 선사했다.
(이 골은 정말 너무 너무 멋지고 정확하고 환상적이었다)




함께 뛴 선수들이 모두 축하해주는 모습이 왜지 뭉클하다.
박주영에게 이 경기가 얼마나 절실한 경기였을지...
골을 넣은 이후에도 박주영은 교체되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여러 차례 슈팅을 만들어냈고
꽤 위력적이고 아까운 슈팅도 두어 번 나왔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마음 고생 심했을 또 한 사람.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김남일.
골문 바로 앞에서 상대 선수에게 가한 파울이 PK 상황을 만들었다.
고의적인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이 2:1로 이기는 상황에서 골문 바로 앞에서의 PK라니...
박주영의 자책골보다도 이번 월드컵 통틀어 가장 불운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푹 숙인 고개와 꽉 다문 입술이 모든 걸 대변해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PK 후 김남일을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어떻게든 만회를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직접 슈팅까지 하면서...
다행히 우리가 16강에 진출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온갖 비난의 화살이 김남일에게 꽃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축을 하거나 수비를 잘 못해서 골을 먹게 되면 나는 그 뒤에 꽃힐 화살과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악플들이 미리부터 걱정스럽고 두려워진다... 그렇게 잘하면 늬가 나가던가...)


2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정성룡 GK의 선방이 여러 차례 보였다.
그리고 우리팀에 행운이었던 상대팀 슈팅도 몇 차례 있었고...
아쨌든 우리나라에서 이번 월드컵으로 정성룡이라는 젊은 GK를 발견해 다행이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달리던 박지성과
재치있게 여러 번 파울을 유도해서 우리팀에게 좋은 코너킥 기회를 마련해줬던
노련한 이영표의 플레이가 돋보였다.
역시나 선배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은 늘 아름답다.
박지성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가해지던 파울은
내가 봐도 너무하다 싶기도 했다.
상대팀이 밀착수비하는 모습을 보니
박지성이 우리나라 캡틴은 캡틴이구나 싶기도 하고...
세계적인 명성이라는 게 그냥 생기는 건 결코 아닐 테지만,
온 경기장을 누비는 박지성의 모습은 항상 어디서든 돋보이는 것 같다.
만약 박자성의 신발에 물감을 묻힌다면
그라운드는 온통 박지성의 발자국으로 빽빽하게 칠해질 거란 말도 있었는데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뤄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긴 하겠지만
16강 우루과이 전을 승리로
8강, 4강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축구를 잘 모르는 나까지도
이렇게 이른 새벽에 일어나 열심히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있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작은 축구공 하나에 이렇게까지 열광하고 즐기는 걸 보니
월드컵이 지구인의 축제가 맞긴 한 것 같다.
그나저나 새벽인데도 거리 응원하는 사람들이 엄청나더라.
다들 저기서 밤 새운건가?
대단한 열정들 ^^
부럽다.. 청춘이... ㅋㅋㅋ



경기 끝나고 우리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우라니라 선수들은 창피하게 옷도 없나봐!"
"왜? 엄마?"
"벗어서 쟤네들 도로 주쟎아~~~!"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2. 31. 06:23
<태양의 여행자>였지.
2008년 그녀가 발표한 일본 여행기가
처음 읽은 아나운서 손미나의 책이었다.
다신 책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을 했었다.
그 책에는,
글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거의 치명적일 정도로...
그런 책이 출판될 수 있었던 건 분명 연예인 프리미엄의 일종이었을거라고
씁쓸해했던 기억이...



그래서 그녀의 다른 책을 일부러 읽지 않게 된건지도...
딱히 읽을거리가 없어서 손에 든 책이다.
<태양의 여행자>보다 2년 전에 나온 그녀의 첫번째 여행집
<스페인 너는 자유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라이 2년 뒤엔 왜 그런 황당한 책을 부끄러움없이 출판했을까
오히려 지금은 더 혼란스럽다.
절실함의 차이었을까???
문득 다시 궁금해졌다.
그리고 1년 뒤 나온 그녀의 최근작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는 어떨지...



스페인을 지나 일본을 거쳐 아르헨티나로의 여행.
어쩐지 그녀의 여행은 지극히 미식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어쩌면 아껴먹는 비상식량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지치고 힘들고 절망적일 때
그 어떤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고 치료되지 못한 마음으로 정신이 무너질 때
기억 속 음식 하나로 우리는 다시 힘을 얻기도 하고
필요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여행도 그런거 아닐까?
죽을 것 같은 마음을 안고 떠나서
다시 살 수 있는 마음으로 되돌아 오게 하는 것.
아마도 지금 그녀의 그 과정 속을 통과하는 중인 것 같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도시
내가 꼭 가보고 싶어하는 그 곳
마드리드 에스빠냐 광장.
그녀가 그 시간 동안 누렸던 건 안식과 평온이었다.
누구라도 부러워할 아나운서라는 직업
시간을 다투는 삶에 그녀는 목까지 숨이 차왔으리라.
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최선이 되기위해 떠난 여행
그곳에서 그녀는 또 다른 기회의 시간을 갖는다.
살면서 내게도 이런 평온의 안식년이 찾아온다면 하는 바램.
나는 떠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게도 혹 올지 모를 안식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 자신에게 절박한 질문을 해본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