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28. 08:03

아마도 지금 쓰는 게 이번 여행의 실질적인 마지막 포스팅이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쓰게 된다면 개인적인 술회나 정리 정도...)

자정이 넘는 비행기로 터키를 떠나기 날,

가장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이곳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다.

72시간 사용할 수 있는 통합티켓 유효기간도 다 끝나서 다시 표를 구입하고 들어가야만 했던 곳.

티켓 하나로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동방 박물관, 도자기 박물관까지 다 관람할 수 있긴 한데

시간이 없어서 한 곳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물관에 대한 개인적인 로망도 있긴 하지만

외국여행 하면서 조카들에게 꼭 박물관 한 곳 정도는 찾아다니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었다.

기억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2년 전과 전시물의 배치도 달라졌고 박물관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이 했는지

두번 방문인데도 색다른 느낌이더라.

이곳도 여기저기 보수인지 확장중인지 공사사 한창이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자연채광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면

이곳은 간접조명이 주는 차분함과 평온을 느끼게 한다.

발걸음마다 "memento mori"를 생각하게 만드는 곳.

시간이 촉박해 찬찬히 볼 수 없어서 너무나 안타까웠던 곳.

(역시 박물관은 혼자 둘러봐야 제 맛!)

 

공항에 가기 전에 정말 정말 정말 마지막으로 머문 곳은 술탄아흐멧 광장.

늦은 시간까지도 술탄아흐멧 광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직 그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그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아야소피아와 블르모스크 사이 벤치에 않아서

단순하고 촌스럽기까지한 분수조명쇼(?)를 보면서 울컥했다.

마지막이라는 게 정말 실감돼서...

조카가 말한다.

"이모, 계속 있고 싶구나!"

초등학생 조카의 눈에도 내 그리움과 부러움이 다 보였던 모양이다.

대답은 못했지만 정말 그곳에 있고 싶었다.

 

이곳은 언제까지 나를 그리움이 애태우게 만들까?

이제 곧 떠나야 하면서도 나는 또 다시 돌아올 걸 약속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약속을 어떻게든 꼭 믿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5. 08:32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여행은 walking and walking이다.

그리고 그걸 실현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 바로 터키다.

요즘 "꽃보다 누나" 덕분에 9월에 다녀온 turkey를 생생하게 떠올리는 중이다.

내가 머물렀던 곳, 내가 지나왔던 곳이 화면에 보일때마다

깊어지고 깊어지는 향수.

두번이나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화면 속 그들에게 불같은 질투를 할까?

여행이란 마을을 떠나 마을에 이르는 과정이라는데

나는 그곳에 마음까지 다 두고 와버린 모양이다.

마을과 마음이 겁도 없이 만나버려 지금 이렇게 끝없이 그리워하는 중이다.

미적거리다 아직 끝내지 못한 여행 리뷰가 이렇게 다행스러울수가...

 

톱카프 궁전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400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정궁으로 사용돼서인지 규모가 엄청나다.

3개의 문(황제의 문, 경의의 문, 행복의 문)과 4개의 정원 모두 볼거리들로 가득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은 4개의 정원을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걷는 활홀함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키 큰 사이프러스 사이로 길게 뻗어있는 길을 걷는 것도

움직이는 햇빛의 명암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보스포러스 해협 위를 지나는 배에게 시선을 던지는 것도

사실은 내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로지 발의 움직임에 따라 그대로 걸기만 해도 행복했던 곳.

 

2년 전 방문 때는 제1문인 "황제의 문" 위에 문구가 쓰여여있다는 걸 몰랐었다.

돌아와서도 한 참이 지난 후에 알게 됐는데  

적여 있는 글은 "메흐메트 2세가 147년 이 궁전을 완공했다"는 뜻의 이슬람어란다.

이번엔 일부러 찾아봤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방인의 눈에는 글자인지 그림인지조차도 구분이 안된다.

(러시아어와 이슬람어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다!)

 

 

제 1문을 지나면 이레네 성당이 조금은 고적한 모습으로 햇빛 속에 서있다.

소피아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이곳이 정교외 역할을 담당했다는데

지금은 잊혀진 역사의 한 페이지처럼 고요히 서있다.

그런데 무심한듯 웅크린 모습이 그렇게 거룩하고 웅장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귈히네 공원에서 박물관을 지나서 톰카프 궁전으로 가게 되면 

제2문으로 연결되버려 제1문과 아레네 성당은 그냥 지나치게 된다.

나오면서 봐도 되긴 한데 생각없이 다시 궐히네로 나가버리면 그냥 못보게 되니 

아예 처음부터 조금 내려와서 제1문을 시작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그리고 다시 제1문으로 나오면서 대면하게 되는 아야소피아도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술탄아흐멧 광장과 반대방향이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더라.

솔직히 고백하면 다른 건물인줄 착각했었다.

단지 바라보는 방향만 바뀐 것 뿐인데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까?

신비한 터키의 일면을 또 하나 목격했다.

 

하렘엔 일부러 조카와 동생만 들여보내고 혼자 남아 정원을 걸어다녔다.

2년 전 하렘의 기억을 떠올리면...

막혀있는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야만 했던 여인들의 갑갑함과 막막함이 내 눈까지도 시리게 했었다.

walking and walking.

눈 대신 발에 길을 물어선지 2년 전에 못봤던 곳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황금지붕의 아프탈리에와 보스포러스 해협에 눈이 멀어

제 4 정원에 sofa camii가 있다는 것도 몰랐었고

(게다가 남자들이 아잔시간에 맞춰 이곳에서 절을 하더라.)

외진 구석에 elephant park란 곳도 이제서야 봤다.

물론 지금 그곳에 꼬끼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오스만 제국때는 황실에서 꼬끼리를 길렀던 모양이다.

관상용이든, 이동수단이었든.

혼자 이곳을 발견하고 얼마나 좋아했던지!

톱카프 궁전에서 하렘이나 도자기방, 보석방은 줄을 서서라도 들어가지만

자미와 코끼리 정원을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제 4 정원은 술탄과 그의 가족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는데

역시나 구석구석 보물같은 장소들이 많이 숨어있었다.

그 흔적을 야금야금 쫒아가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이곳에서 나는 잠시 앨리스가 된 것 같았다.

톱카프 궁전에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톱카프의 앨리스는 그곳이 너무나 좋아서 

   결코 떠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결말이 이랬다면 더 좋았을텐데...

시름시름..

그리움이 점점 커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9. 00:45

오스만 제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권력을 지녔을 때 술탄이 거주했다는 본궁.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서 있는 톱카프 궁전은 오스만 제국의 심장과 같은 곳이었단다.
이곳은 아야소피아, 돌마바흐체 궁전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관람객이 줄을 서는 곳으로 유명하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9시 개관 시간에 맞춰 서둘러 궁전을 찾았다.
처음에는 '새로운 궁전' 이라 불렸다는데 정문 앞에 거대한 대포가 설치되면서
문에 대포가 있는 궁전이라는 의미의 톱카프 궁전이 됐다고 한다.
톱카프 = 토프(대포) + 카프(문)
톱카프 궁전은 1856년 돌마바흐체 궁전이 세워지기전까지 제국의 본궁으로써
위엄과 품위를 유지했다.




톱카프 궁전은 각각 용도가 다른 4개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출입문에 해당하는 '제국의 문(or 황제의 문)' 바로 뒤의 제1 정원은 개방 공간으로
사이프러스같은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왼쪽편에는 성소피아 성당이 세워지기 전까지 총주교좌 성당이었던 성 이레네 교회가 서있다.
제 1정원 끝에 궁전의 본문인 '예절의 문'이 있고 매표소가 나온다.
시내를 감시했었다는 정의의 탑도 제 2 정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제 2 정원은 국가행사를 치르던 공간이라는데
한켠에 톱카프 궁전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궁전 모형이 있다.
따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하는 하렘(Harem)의 입구도 제 2 정원에 있다.
하렘은 '금지된 장소'라는 뜻으로 술탄과 관련된 여자들이 거주하던 금남의 장소다.
밖에서 건물의 내부를 볼 수 없도록 철저하게 설계되어 있고
한번 하렘의 여인이 되면 죽기 전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단다.
아름다움과 화려함보다 실제로 보면 무척 소박하고 차분하다.
개인적으로 창문에 있는 굵은 쇠창살을 보면서 처연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곳이다.
한때는 개인적인 관람조차 허용되지 않고
가이드 안내에 따라 그룹 관람만, 그것도 일정 인원 이상은 받지 않아 특히 몇 시간씩 줄을 서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하렘에서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카메라와 안내 책자를 보는 모습을 우연히 봤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행복의 문'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제 3 정원은 술탄의 알현실(Arz Odasi)이 있는 곳으로
주로 외교 사절을 만나거나 국가 행사가 치뤄졌던 곳이다.
술탄의 도서관과 톱카프 궁전의 자랑인 보물 전시실도 제 3 정원에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엄청난 보물들이 보관된 곳이라는데
보석에 문외한이라서 86캐럿 다이아몬드를 봐도 그렇게 감동적이거나 황홀하지 않았다.
전시된 보물들은 모두 진품이라던데...



제 4 정원은 다른 정원과 다르게 특별한 문이 없이 제 3 정원 뒤에 바로 이어진다.
규모도 다른 곳에 비하면 아주 작은데 술탄과 가족의 개인 공간으로 일종의 휴식공간이었단다
실제로도 제 4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주변의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금색 지붕을 지닌 이프탈리에라는 건물에서 바라보는 해협 풍경은 그대로 그림같다.
파란 하늘과 멀리 보이는 파란 바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 보이는 신시가지 모습은
관람객의 발길을 그대로 묶어둔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좋은 풍경을 향해 쉴새없이 카메러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 훔쳐오고 싶은 하늘색과 바다색이었다.



톱카프 궁전을 나오면 잊지 말고 귈하네 공원까지 들어가보길 권한다.
여유를 가지고 공원끝까지 천천히 걷다보면 제 4 정원에서 본 그림같은 풍경을
조금 더 가까이어서 볼 수 있다.
길 끝에 있는 노천 찻집에서 아이란을 시켜 놓고 테오도시우스의 성벽을 내려다봤다.
덕분에 주황색 화물 기차가 낚시하는 강태공들 뒤로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말할 수 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나는 여행 내내 터키의 하늘과 바다색에 완전히 중독됐다.
그건 설명할 수 없는 색이고 느낌이고 감동이었다.
달(月)과 색(色)!
이번 터키 여행 내내 나를 쥐고 흔들었던 두 단어.
그 느낌을 10%라도 이곳에 기록할 수 있을까?
단언컨데 그건 불가능하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여전히 그 둘에 미쳐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방법이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15. 08:37
이스탄불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달려나와 찾아간 첫번째 장소!
성소피아 성당으로 불리기도 하는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품 아야소피아.
서기 325년 건축을 시작해서 360년 완성된 그리스 정교의 총본산으로 숭배받았던 성스러운 곳이다.
중간에 화재와 혁명으로 소실돼 416년. 537년 두번의 재건을 통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되었단다.
게다가 한때는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되는 비운을 겪었고
그때 벽면의 성화 모자이크들이 회벽으로 덮이면서 훼손되고 말았다.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규모에 일단 압도당한다.
그리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묘한 대치와 융합은
신묘하고 장엄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눈으로 실제 보고 있는데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도대체 이 거대한 건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거대힌 중앙 돔을 중심으로 커다란 원판에는 이슬람 문자가 새겨져 있다.
그 위에는 기독교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천장에는 성모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훼손된 미카엘 천사가
왼쪽에는 가브리엘 천사가 그려져 있다.
미흐람 옆의 계단은 설교단인 뮘베르 (Mimber)이고 왼쪽은 술탄이 앉던 자리다.
1층 본당 한켠에는
"마리아의 손 모양" 또는 "땀 흘리는 기둥"이라고 불리는 기둥이 하나 있다.
기둥의 움푹 패인 곳에 엄지 손가락을 넣고 손을 떼지 않고 원을 그리면 소원이 이루어 진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는지 동판이 다 반질반질하다.
(소심한 여행자도 한 번 시도해봤다. 되더라... ^^)




손상이 심하긴 하지만 책에서 봤던 유명한 모자이크가 그려져 있는 곳이 바로 아야소피아다.
2층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천국의 문"을 지나면 볼 수가 있는데
예수를 중앙에 두고 오른쪽엔 세례 요한이 왼쪽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그 옆에는 요하네스 2세와 황후 이레네가 마리아와 예수에게 공물을 바치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훼손이 심하긴 하지만 저물어가는 저녁햇살 속에서 보는 모자이크화는 
장엄한 성스러움이 느껴졌다.
1층 출입구 뒤쪽에 있는 프레스코화를 놓치는 관람객이 많았는지
거울을 통해 볼 수 있게 만든 배려에도 감동받았다.
덕분에 가던 길을 돌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터키에 있는 동안 종교의 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우스개 소리로 본전의 힘으로 여행을 하노라고 말했는데
본전의 힘은 종교의 힘에 비하면 힘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확실히 종교는 가장 무서운 무기이자 권력이다.


4개의 미나레는 모양이 달라서 궁금해했는데
각각 다른 술탄에 의해 세워져서 그렇단다.
미나레도 그렇지만 건물 안과 밖이 주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서
내가 지금 같은 건물을 보고 있는 건가 수없이 의심했다.
외부에서 느껴지는 외경심과 내부에서 느껴지는 외경심은
정확히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동일하지 않다.

터키는...
참 묘한 곳이다.
가기 전에도 막연한 신비가 있던 곳이었지만
가서 직접 눈으로 보는데도
신비감이 여전했다.
여행을 마친 지금도 그 신비감은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 나라는 도대체 나를 어디까지 끌고 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