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5. 09:02

아테네 산티그마 광장 가까이에 있는 맥도널드 건너편을 보면

빨간색 해피 트레인 타는 정류장이 있는데

우리나라 놀이동산의 코끼리 열차를 떠올리면 된다.

차이가 있다면 이 미니열차가 대중교통 시설과 함께 다닌다는 사실!

어른은 6URO, 어린이는 4URO 인데 24시간동안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모나스트라키 광장과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릴 수 있어서 그 일대를 구경한 후 다음 열차를 탈 수도 있다.

정류장이 정해져 있긴한데 탑승객이 요구하면 그때그때 눈치껏 내려주는 것 같다.

좁은 골목길을 들어가면 타베르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손인사도 해주고

작정만 한다면 테이블의 음식도 집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리도 가깝다.

(실제로 그러면 절대로 안되겠지만!)

 

해피트래인의 대략적인 루트를 적어보면,

국회의사당 - 대통령궁과 수상 관저 - 근대올림픽 경기장 - 자피온 - 제우스 신전(하드리안의 문) - 플라카 지구

- 모나스티라키(로만 아고라) -  고대 아고라(아탈로스 스토아, 헤파이스토스 신전) - 아크로폴리스

열거된 지역들을 가까이 혹은 멀리 훓고 지나가는데

나같은 초행 관람자에겐 한번쯤 타봐도 좋을 열차.

도시의 전체적인 활력과 사람들의 느낌을 아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워낙에 관광객이 많은 도시라 그렇겠지만 이방인에게 참 친절한다.

영어소통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잘하는 건 절대 아니고...)

이상하게 나는 아테테 좁고 오래된 골목들이 살갑다.

아주 어릴때 살았던 동네를 떠올리게도 하고.

오래된 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도 보기 좋고

특히고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개성만점은 벽화들은 보고 있으면 슬며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 동네... 한 집 걸러 한 명씩 예술가가 살고 있는거 아닐까???

 

하드리안의 문과 제우스 신전.

로마 황제 하드리안이 이 도시를 방문한 걸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문은

현재는 아테네의 구(久)거리와 신(新)거리를 구분짓는 일종의 경계선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그리스인 마을과 로마인 마을을 구분짓는 문이었단다.

AD 129년에 세워진 문은 3개의 출입구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2개만 복원돼서 세워진 상태다.

생둥맞기도 하고 고풍스럽기도 하고...

뭐랄까? 예전에 대로변 한복판 우뚝 서있는 독립문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느낌!

(지금은 서대문 형무소가 복원되면서 그 일대가 공원으로 조성되긴 했지만 과거엔 사실 좀 생뚱맞았었다.)

제우스신전은 원래는 기둥이 104개나 되는 그리스 최대 규모의 신전이었다는데 지금은 15개만 남아있다. 

그것도 한 개는 강풍에 쓰러졌다는데 김밥 썰듯이 아무지게 썰어져있다.

(이렇게 무식한 소리를 해도 될라나???)

제우스 신전은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 훨씬 더 웅장했단다.

지금 모습만으로는 과거의 규모를 도저히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기둥 상단의 화려한 장식을 보면 조금 상상이 될 것 같다.

완공하는데 무려 650년이나 걸렸다니 그리스 최대 신전이라는 말은 확실하지 않을까! 

 

근대올림픽 경기장 앞에 세워진 원반던지는 사람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동작이 너무 날렵하고 힘있어 보여 찍었는데

흔들리는 해피트래인에서 정말 어렵게 한 컷 건진 사진.

모나스티라키역에서 잠깐 멈춰서 로만 아고라도 봤는데

아우그스투스 호아제 시절 상업과 철학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란다.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하는데 밖에서도 너무 잘보여서... ^^)

기둥 하나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신전만큼이나 규모의 압박이 느껴진다.

 

파란 하늘에 참 잘 어울렸던 그리스 국기와 야경이 좋다는 리카비토스 언덕.

리카비토스 언덕은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일몰과 야경이 유명한 곳인데

아쉽게도 일정이 짧아 직접 올라가진 못했다.

동네를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한 노란색 우체통도 한 컷.

우리나라의 빨간 우체통에만 익숙했었는데

이곳에서 다른 모양과 다른 색의 우체통을 보니 특이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별 게 다 재미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테테는 꼭 비 갠 오후 느린 산책같은 도시다.

그래선지 똑같은 색이라도 더 선명하게 눈에 담긴다.

걸음도 자연히 느려지고...

단지 길거리를 걷는 것뿐인데도 너무나 좋았다!

이런 느림의 여유가!

늦은 밤에 다시 찾아간 산티그마광장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오른쪽 벽에는 그리스어로 "KOPEA"라는 단어가 있다고해서 확인하러 갔다.

증거사진도 한 장!

매년 6월 25일에 한국전에 참전한 그리스용사들의 기념식이 이곳에서 열린단다.

솔직히 이 산책의 목적은 뭣 모르고 마신 화이트 와인때문이었다.

살짝 취해버려서 술을 깰 목적으로 나온 음주산책!

그런데 그게 또 운좋게도 근위병교대식 시간과 딱 맞아떨어진거다.

플래시가 없어서 사진찍는 건 포기하고 핸드폰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었는데

그걸 어떻게 올리는지 아직 몰라서...

(엄청난 기계치의 위엄!)

분명 각잡히고 절도있는 움직임이긴 한데 동시에 아주 재미었고 만화적이다.

아마도 신발 때문이지 않았을까?

위병들이 신은 군화(?)가 꼭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에 나오는 난장이 신발같다.

앞뒤에 탭댄스를 추듯 발을 움직이는게 (그것도 한쪽 발 위주로) 꼭 장난감 인형들의 움직임 같다.

교대식이 끝나고는 자기 위치에서 미동도 없이 서있는 것도 신기하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짧은 일정이었던 아테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는 이틀이란 시간동안 참 많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테네는 내겐 "미소"였다.

그것도 비온 뒤 맑게 갠 하늘 같은 그런 미소.

그래서 지금은 참 미안하다.

다시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2. 08:36

이번 여행 중에 그리스 아테네는 일종의 정거장이었다.

산토리리로 들어가기 전과 터키 이스탄불로 들어가기 전 하루씩 머물렀던 정거장.

5일의 사이를 두고 두 번 올라갔던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산티그마에서 아크로폴리스로 이어지는 "플라카" 지역을 걸으면서

곳곳에 그려진 선명한 색채의 귀염성있는 벽화들을 보는 건

에피타이저에 해당하는 감각의 깨움이었다.

플라카지구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사동"같은 거리인데 

그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상업적인 시설의 범람은 같지만 어딘지 한가로움과 여유가 더 많이 느껴졌다.

그건 여행자라는 신분이 주는 이국의 시선 때문이었을까?

그리스에서 참 많이 먹었던 아이스크림.

달콤함은 아주 강하고 질긴 유혹이었다.

번번히 패배하면서도 이게 정말 마지막이야...를 되뇌일 수밖에 없었다.

다짐은 도저히 달콤함을 이겨내지 못하더라. 

색채의 유혹도 만만치 않았고!

 

여행의 맨 처음 목적지였던 "아크로폴리스",

그곳에서 내가 대면한 것은 "바람"이었다.

신전의 정상에 몰아치던 바람은 너무나 생생해서

인간의 접근을 저어하는 신의 확고한 손짓처럼 느껴졌다.

한걸음 한걸음 떼기가 두렵고 조심스러운 마음.

세계문화유산 1호라는 파르테논 신전을 눈 앞에서 보면서

대리석 기둥 하나의 거대함에 몸이 떨렸다.

저 거대한 기둥을 어깨에 이고 언덕까지 옮겨왔을 민초들의 죽음같은 노동이 내 어깨를 찍어누른다.

"네 눈엔 이것이 장엄뿐이냐?"

바람 속에는 민초들의 울음이 섞여있다.

그 바람의 무게 속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점점 오르라드는 하나의 몸둥아리가 된다.

무신론자라도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이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신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고 민초들의 고통까지도...

 

산토리니에서 밤페리를 타고 아테네에 도착해서

두번째 오른 아크로폴리스는 "구름"이었다.

그리고 그건 단순한 기압의 차이에 의해 형성된 물질의 형태가 아니라

태고로부터 밀려온 시간의 현신(現身)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을 머리에 이고 웅장하게 서있는 파르테논과 에렉티온 신전은

또 다른 위압감과 신비감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그순간 이곳과 저곳의 세상이 서로 열렸던 것 아닐까?

그야말로 신화의 세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

그리고 누군가에게로부터 확실하고 강하게 내쳐지고 거부당하고 있다는 느낌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서도 그곳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그 순간 나는 소속이라는 연대가 주는 안정감을 완벽하게 버리고 싶었다.

신들은 인간들을 그들만의 세계로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던데...

나는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감히 제2의 헤라클래스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격(格)의 무게를 격(擊)으로 맞서고 싶었다.

신들의 세계에도 파격은 분명 있었을테니까.

 

신전을 향해 올라가는 돌바닥은

사람들의 숱한 발걸음에 거울처럼 반짝거린다.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면 그대로 미끄러질 정도.

인간들에게 적어도 이곳에 올라올때만큼은

걸음 하나하나까지도 "조심"해주길 바라는 신들의 엄중한 가르침일까?

인간과 신의 confrontation!

그 길을 보면서 나는 인성과 신성의 필사적인 버팀을 떠올렀다.

그것과 비교한다면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빛은

차라리 온순함이리라.

 

에렉티온 신전을 떠받치고 있는 여섯명의 여사제처럼

나는 그곳을 내려와 오래 침묵했다.

바람과 구름 속에서 나를 받아낸 "아크로 폴리스"

그곳에서 나는 신의 옷깃, 그 끝을 잠시 만지고 돌아왔다.

 

이제부터 나는 어디를,

그리고 무엇을 바라봐야 하나...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3. 23:36

야간페리 침대칸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시 아테네 판호텔로 돌아왔다. 판호텔 뒷편에 있는 한국음식점 "도시락"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호텔 체크인을 한 지금은 오후 4시가 훌쩍 넘었다.오전에 맞겨 놓은 짐과 산토리니 들어가기 전에 맞긴 짐을 찾고 잠시 쉬고 있는 중. 솔직히 말하면 너무 힘들어 도망가고 싶다.이제 딱 절반이 지나갔을 뿐인데 앞으로의 시간들이 이미 힘겹다. 병원에서 사람들이 나를 조카바보로 부르는데 아무리 조카들을 사랑하고 이뻐해도 이런 장기여행은 다신 하지 말아야겠다. 이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내 동생도 장난이 아니고...

피레우스 항구에서 택시를 타고 산티그마 광장에서 내려서 호텔에 짐을 맞기고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조카들 요기를 시키고 바로 앞 정류장에서 해피트레인을 탔다. 아테네 주요지역을 운행하는 괸광기치로 정식 정류장은 모나스트리카와 아크로폴리스인데 말을 하면 그 중간에라도 눈치껏 내려주는것 같다. 우리는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 다시 파르테논신전으로 올라갔다. 그리스의 유적지들은 대부분이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지난번엔 2시 가까이에 올라가서 찬찬히 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11시에 올라가서 좀 여유로웠다.단지 관광객이 너무나 많았다는 거! 특히 단체관광객이 엄청나다. "기준"을 외치는 가이드 인솔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개인행동을 하는 한국  단체관광객도 보이고... 우리나라 사람들 참 말 안듣는다.가이드가 안스러울 정도

조카들이 씻고나면 금방 잠이 들거다.그러면  혼자 또 조용히 돌아다녀봐야겠다. 내일 아침엔 이스탄불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아무래도 택시를 타야할것 같다. 이 짐을 끌고 지하철을 환승할 자신이 도저히 없다. 가능하면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항버스 X95를 타고 싶은데 될까? 택시요금이 장난이 아닐텐데...좀 씻고 내려가서 찐한 그리스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 어쨌든 지금 현재는 도망가고만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19. 22:38
우여곡절끝에 아침 7시에 눈도 못뜨는 조카들을 깨워 산토리니행 페리를 타고 섬에 도착했다.이곳에서 3박5일을 보낼 예정.호텔에 짐을 풀고 까르푸에 들러 장을 보고 쉬고 있는 중. 조카들을 호텔에 있는 수영장을 차지하고 물놀이 중! 어제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는 강행군이었지만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은 정말 신비롭고 장엄했다. 엄청난 모래바람은 왠지 사람의 접근을 저어하는 신의 뜻처럼 느껴졌다. 어디서든 파르테논 신전이 보이던 신아크로폴리스 박물관도 인상적이었고...동생과 조카들과의 자유여행!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그런데로 잘 찾아다녔다(?) 길치인 내가 이정도 헤맸으면 아주 양호한 편^^


Posted by Book끄-Book끄